관광산업을 일컬어 흔히들 ‘굴뚝 없는 황금산업’으로 부른다. 부가가치·고용 창출 효과가 뛰어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관광산업으로 인해 피해를 입는 사례가 전 세계 곳곳에서 끊이지 않아 주변의 우려를 사고 있다. 피해자는 유명 관광지 인근 거주민들이다. 지난 2012년 이탈리아 유명 관광도시 베니스에서는 ‘No Tourist’(관광객 반대), ‘You are not welcome’(반갑지 않다)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주민들의 시위가 일어난 적 있다. 우리나라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다. 최근 서울의 유명 관광지인 북촌한옥마을 거주민들 역시 관광객들로 인한 소음과 소동 등의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이들은 관광객들로 인한 수혜는커녕 피해 오히려 각종 규제로 재산권까지 침해당하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북촌한옥마을을 찾아 주민들의 고충과 이에 대한 해결 방안 등에 대해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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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가회동·계동 등 북촌한옥 마을이 몸살을 앓고 있다. 경복궁·창덕궁 사이에 조성된 이곳은 조선시대부터 부유층들이 모여 살던 곳이다. 한옥이 원형 그대로 잘 보존돼 있어 오랜 기간 한국을 대표하는 관광지로 자리매김해왔다. 최근 이곳을 찾는 내·외국인 관광객들이 급증하면서 불편을 토로하는 거주민들이 늘고 있다.
몰려드는 관광객들로 인한 대표적인 주민 피해사례는 △쓰레기 △화장실 △소음 문제 등이 대표적이다. 급기야 일부 주민들의 경우 불편을 견디다 못해 조상 대대로 살아온 집을 팔고 이사해 버리는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 이른 바 ‘투어리스티피케이션’ 현상이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투어리스티피케이션’은 ‘관광지화 되다’란 의미의 영어단어 ‘투어리스티파이’(Touristfy)와 유동인구 증가에 따른 임대료 상승으로 원주민이 떠나게 되는 현상인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의 합성어다. 주거지가 관광지화 되면서 기존 거주민이 이탈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에 따르면 만약 주민들이 떠나게 되면 관광지로써의 기능마저 상실할 가능성이 크다. 주민들이 떠나고 가가호호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관광객들의 발길도 자연스럽게 줄어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만약 주민들이 떠나고 관광객 발길마저 끊어지면 한옥마을 자체가 폐허로 방치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주목되는 사실은 주민들의 고충에도 관련 자치단체 등에서는 실질적인 대책마련 움직임이 사실상 요원하다는 점이다. 서울의 대표적인 관광명소로만 홍보를 할 뿐 정작 이로 인해 불편을 겪는 거주민들을 위한 최소한의 피해구제책이나 혜택, 지원 등이 미비한 편이다. 심지어 규제를 가해 재산권 침해 사례까지 등장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마을이 곧 서울 필수코스 관광지…“거닐기 좋은 북촌”
스카이데일리는 북촌한옥마을 주민들의 피해 실태를 확인하기 위해 직접 현장을 찾았다. 최근 한복을 입고 북촌과 고궁을 거니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다보니 내·외국인 할 것 없이 인근 대여점에서 빌린 한복을 차려입고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카메라가 향하는 골목길마다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지다보니 연신 웃고 떠드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렸다.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은 하나 같이 한국관광에 앞서 가볼만한 곳을 검색할 때부터 상위에는 북촌한옥마을이 있음을 언급했다.
한국 방문이 처음이라는 스위스인 얀(45·남) 씨는 “인터넷에도 그렇고 가이드북을 구매해 보니 책에도 북촌한옥마을이 나와 있었다”며 “가이드북에는 한국의 전통 가옥이 몰려 있는 조용한 마을이라 거닐기 좋다고 소개 돼 있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에서 한국을 방문한 키아라(29·여) 씨는 “관광 가이드북에는 북촌한옥마을이 ‘한국 방문 시 가야할 관광지 베스트3’로 적혀 있다”면서 “이곳에 오면 한국의 전통적인 건축물인 한옥이 몰려 있다고 해 찾아와 봤다”고 말했다
사드보복 영향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대거 감소해 북촌을 찾는 외국인관광객 역시 전체적으로 줄긴 했지만 여전히 평일·주말 방문하는 이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는 것이 인근 상인들의 공통된 반응이었다.
음료·잡화를 판매하는 북촌상회 직원 김민철(가명·남) 씨는 “짐작하건데 1년 전만 해도 평일에 가게 앞 길거리에만 하루 700명 이상은 지나다닐 정도로 관광객이 많았다”며 “중국인들이 한창 올 때는 거리에 차량이 지나다니기 힘들었을 정도였는데,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이후 중국 관광객이 약간 줄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많은 관광객이 찾는다”고 말했다.
한복대여점을 운영하는 김지명(가명·여) 씨는 “중국인들이 한창 몰릴 때는 일주일에 딱 하루 정도만 한산했다”면서 “지금도 입장료도 없고 언제든지 편하게 올 수 있다 보니 북촌한옥마을은 여전히 많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람사는 흔적 사라지면 관광지 매력도 상실…주민들 위한 각종 지원책 마련돼야”
북촌한옥마을 역시 일반 시민들이 거주하는 평범한 마을이다. 여느 동네와 다를 바 없는 지역이 관광지화 되다 보니 주민들의 불편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늦은 시간까지 방문객이 몰리면서 소음 공해가 끊이지 않았고 때로는 담장·대문을 넘어 집 안까지 들어오기 까지 해 사생활 피해 사례까지 발생했다.
마을 주민 이강대(55·남) 씨는 “얼마 전에는 화장실 문제로 곤란을 겪던 한 관광객이 돌연 집 안으로 들어왔었다”며 “꼭 화장실 문제가 아니더라도 호기심에 집 내부를 둘러보는 관광객들이 자주 있는데 그럴 때 마다 ‘철장 속 동물 신세로 전락했다’는 느낌을 받곤 했다”고 한탄했다.
이 씨는 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변변한 공중화장실 조차 없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 씨를 비롯한 마을 주민들은 이 같은 원인을 지난 2010년 지정된 제1종 지구단위계획 탓이라고 입을 모았다. 해당 지구단위계획은 한옥마을을 보존·유지하고 가꾸기 위해 제정됐다. 다른 지역들과 달리 한옥에 어울리지 않는 업종의 진입을 막고 무분별한 건물의 신축을 제재하기 위함이다.
비단 공중화장실만이 문제는 아니었다. 주민들은 사유재산권 침해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구단위계획으로 인해 북촌의 명맥이 유지되면서 관광객들에게는 이색적인 추억을 품을 수 있게 된 반면 용도변경 등에 제약을 받게 된 주민들은 고요한 마을에 들이닥친 관광객들을 상대로 점포하나 열기 힘들게 됐다는 이유에서다.
지구단위계획에 따르면 북촌한옥마을 내 북촌1~7구역, 계동길구역, 창덕궁길구역, 가회로구역 등 각 구역은 지침에 따라 정해진 세부용도에 맞춰 허용 또는 불허되는 용도를 한정했다. 가령 북촌1구역의 경우 단독주택·어린이도서관·주민커뮤니티센터·노인정 등만이 들어설 수 있다. 반면 2·3·5구역의 전통공방 또는 전통체험시설 등 수익시설을 허용하고 있다.
이는 같은 북촌이라 할지라도 적용되는 잣대가 다르다보니 주민들 간 위화감을 조성하는 결정적 이유로 작용했다. 주민들 간에 차별적인 규제를 받다 보니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심지어 주민들 중 일부는 자신들의 거주지에 정확하게 어떤 규제가 가해지는지도 가늠하기조차 힘들다고 토로했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에 따르면 문제는 이러한 규제로 인해 결국 주민들이 떠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주민들이 떠나면 동네 자체가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관광객들의 발길도 점차 줄어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결국은 북촌한옥마을 자체가 폐허나 다름없는 곳으로 변모해 버릴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관광업계 한 전문가는 “아무리 볼거리가 많은 유명 관광지라 할지라도 지역 주민들의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추후 사람의 흔적마저 사라지게 되면 그 명맥을 잃게 될 가능성이 크다”며 “지자체는 주민들이 각종 피해를 호소하고 마을을 떠나지 않도록 규제 해제는 물론 어느 정도 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지원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구단위계획 설정을 둘러싼 주민들의 비판과 관련해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29일부터 지구단위계획에 대한 재정비 용역이 진행 중이고 주민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기 위해 주민협의체를 구성해 논의를 할 계획이다”며 “다만, 주민들이 요구하는 (지구단위계획)용도 완화가 적정 범위 내인지 여부는 전문가 등의 검토를 거쳐 결정된다”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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