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도 동탄2신도시에 지어진 부영아파트 부실시공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 아파트 부실시공 및 하자가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건설업계와 일반 대중들 사이에서는 이를 두고 터질 게 터졌다는 시각이 많다. 그동안 아파트 하자로 인한 입주자들의 피해 사례가 꾸준히 발생했고, 최근 들어서는 빈도가 더욱 늘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에 따르면 2010년 69건에 불과했던 하자보수 분쟁 신고 건수는 지난해 3880건으로 6년 새 56배 가량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서울시 은평구 응암동에 위치한 ‘백련산 힐스테이트 4차 단지’에서도 하자 보수 문제로 시공사와 입주민 간에 갈등이 빚어져 여론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해당 단지의 경우 첫 사전점검 기간에만 무려 1만건에 달하는 하자가 포착돼 단순히 하자·보수 문제가 아닌 ‘건설사의 고객 기만’ 논란으로까지 확산되는 분위기다. 스카이데일리가 하자문제 논란이 일고 있는 백련산 힐스테이트 4차를 직접 찾아 입주자들과 현대건설 간의 갈등을 집중 조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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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건설사 중 시공능력평가 2위에 이름을 올린 굴지의 건설사 현대건설의 행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대건설이 시공한 ‘백련산 힐스테이트 4차’가 준공직전 사전 점검에서만 무려 1만건이 넘는 하자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나 비판의 목소리가 높게 일고 있다.
비판의 주된 내용은 단순히 하자 문제에만 머무르지 않고 상식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하자가 발생했는데도 준공허가가 나온 점,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현대건설이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점 등 새로운 문제로까지 이어지는 분위기다. 대다수 입주민들은 이 정도면 고객을 기만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반응이다.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백련산 힐스테이트 4차는 지난달 준공승인을 받고 현재 입주가 이뤄지고 있다. 총 963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며, 현재 330가구가 입주를 마쳤다. 하지만 인허가 과정과 안전상의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는 등 각종 논란에 휩싸인 상태다.
이미 입주를 마친 입주민들 사이에서는 아파트 단지 구석구석에 있는 하자로 불만 여론이 팽배하다. 특히 지하 주차장 누수, 균열, 각종 미시공 등의 하자가 발생해 개선을 요구하는 입주민들의 요구에 현대건설은 미온적 대처로 일관하고 있어 현대건설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사전점검 3일 동안 신고된 하자만 1만1800건…업계·전문가 “비정상적인 수준”
스카이데일리는 하자 문제로 시공사과 입주민 간에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서울 은평구 응암동의 ‘백련산 힐스테이트 4차’ 단지를 직접 찾았다. 단지 주자창 한 편에는 새것으로 보이는 변기, 세면대 등이 쌓여있었다. 로비 안쪽 바닥 한가운데는 타일이 없는 채로 시멘트바닥이 드러나 있는 등 아직 시공이 덜 끝난 모습이었다.
일반적으로 건설사들은 입주 전 사전점검을 실시한다. 이를 통해 입주 전까지 입주예정자들의 요구사항을 보완한다. 현대건설 역시 백련산 힐스테이트 4차 입주예정자들을 위해 지난 7월 8일부터 10일까지 3일 동안 1차 사전 점검을 진행했다.
그러나 이날 입주민들은 하자 투성이의 아파트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입주자 김준영(34·가명) 씨는 “사전 점검을 하러갔는데 변기 미설치, 실리콘 미시공은 기본이고 벽과 바닥이 들뜬 곳도 있는 등 가관이었다”며 “이외에도 주자창에서 물이 새는 곳도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입주민들에 따르면 1차 사전점검 현장에서는 일반 아파트에 비해 막대한 하자요청이 접수됐다. 3일 동안 접수된 하자만 무려 1만1800건에 달했다. 단지가 963가구로 구성됐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가구 당 12건이 넘는 하자가 발견된 셈이다. 입주민들은 이마저도 간추린 것이라는 입장이다.
한 입주민은 “예를 들어 집안 내 벽지에서 5군데 하자가 발생했다면 건설사에서는 1개로 치기 때문에 구체적인 하자사항은 1만1800건보다 훨씬 많다”며 “어떻게 입주를 코앞에 두고 집 상태가 이런지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현대그룹을 일으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국내 굴지의 건설사가 맞는지 의심스럽다”고 토로했다.
건설업계와 전문가들 역시 1만 건이 넘는 하자는 비정상적이라는 지적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보통 아파트 준공 전 사전 점검 기간에 발생하는 하자는 가구 당 1.5건 정도다”며 “그런데 그 숫자보다 8배 가량 높게 나온 것은 동종업계에서 봐도 놀라운 수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백련산 힐스테이트 4차의 비정상적인 하자 수치는 향후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쳤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모든 신축 아파트에서는 하자가 발생하기 마련인데 1만 건은 좀 심각한 수치다”며 “보이는 부분이 그 정도면 안 보이는 부분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만약을 대비해서라도 전반적인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백련산 힐스테이트4차 준공승인을 내준 은평구청은 하자에 대한 정확한 파악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장점검 역시 지하 주차장, 로비 및 3~4가구 등 일부만 이뤄졌다는 게 입주민들의 주장이다.
은평구청은 하자 관련부분이 준공승인과는 상관이 없다는 입장이다. 은평구청 관계자는 “몇 건이 발생했는지는 파악하지 못했고, 사전 점검 시 발생했던 하자부분에 대해서 현대건설에서 하자가 90%이상 완료가 됐다고 보고받았다”며 “현장에 나가서 확인도 했지만 문제가 없었고 감리자의 서류를 검토해보니 인가 조건에 맞아 떨어져 승인했다”고 말했다.
하자보수율 관련 상반된 입장…현대건설 93% vs 입주민 50%
주민들의 주장에 따르면 1만 건이 넘는 하자가 접수되자 감리단과 현대건설 측은 입주가 시작되는 날 일주일 전인 지난달 10일까지 하자를 모두 완료하겠다고 입주자들을 안심시켰다. 이후 현대건설측은 은평구청에 93%의 하자보수율을 신고하고 준공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준공인가가 이뤄진 후 입주민들은 경악했다. 하자보수가 모두 완료됐다는 현대건설의 말과 달리 하자처리가 엉망이었기 때문이다. 입주민들이 느끼는 하자보수율의 체감도는 50%에 불과했다.
한 입주민은 “도배부분이 심하게 울어서 새로 해달라고 했는데 다른 색의 벽지를 붙여놨다”며 “찢겨진 방문 모서리 부분을 새로 교체해주기는커녕 페인트로 그냥 덧대는 등 괜히 했나 싶을 정도로 땜질식 처방만 이뤄졌다”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도 지하주차장과 로비 곳곳에서는 누수 현상이 있고 물이 고인 곳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고 언성을 높였다.
또 다른 입주민은 “진짜 강력하게 항의하지 않는 이상 AS관계자는 처리순서를 기다리라는 말뿐이다”며 “입주 후에도 왜 이렇게 신경을 쓰고 살아야하는 지 모르겠고 주변에서 발생하는 공사 소음, 분진 등으로 인한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털어놨다.
상황이 이런데도 백련산 힐스테이트4차 준공승인을 내준 은평구청은 하자에 대한 정확한 파악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장점검 역시 지하 주차장, 로비 및 3~4가구 등 일부만 이뤄졌다는 게 입주민들의 주장이다.
은평구 하자 관련부분이 준공승인과는 상관이 없다는 입장이다. 은평구청 관계자는 “몇 건이 발생했는지는 파악하지 못했고, 사전 점검 시 발생했던 하자부분에 대해서 현대건설에서 하자가 90%이상 완료가 됐다고 보고받았다”며 “현장에 나가서 확인도 했지만 문제가 없었고 감리자의 서류를 검토해보니 인가 조건에 맞아 떨어져 승인했다”고 말했다.
건설업계 및 입주민 등에 따르면 이처럼 많은 하자가 발생하게 된 가장 큰 원인으로 짧은 공사기간이 지목됐다. 당초 현대건설은 해당 아파트 공사기간을 28개월로 내다봤다. 지난 2015년 4월 ‘백련산 힐스테이트 4차’ 착공한 이후 올해 8월내에 준공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실제로 공사가 이뤄진 기간은 22개월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사 도중 크레인, 레미콘 등 작업자들이 파업에 나서면서 공사가 6개월간 진행되지 않았는데, 현대건설은 공사 기간을 늘려 공백을 메우지 않고 계획대로 공사를 마무리 지었다. 실질적으로는 처음 계획했던 공사기간보다 무려 6개월이나 일찍 공사가 끝난 셈이다. 날림 공사가 예상되는 대목이라는 지적이다.
한 입주민은 “28개월로 예정됐던 공사가 22개월 만에 끝났으니 하자가 발생하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한 것 아니냐”며 “지연된 공사기간을 감안하면 준공승인이 떨어진 8월 17일이라는 날짜는 비현실적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대건설 스스로도 ‘파업으로 진도가 나가지 않았던 시기가 있어 공사기간을 맞추기 어려웠다’며 서둘러 공사를 한 부분을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입주민 및 건설업계 전문가들은 현대건설이 건설을 서둘러한 배경에는 금전적 손실을 피하려는 의도가 자리하고 있다고 봤다. 통상적으로 시공사는 입주날짜를 맞추지 못하면 계약자들에게 지체보상금을 지급해야한다. 금전상 손해를 피하기 위해 공사를 급하게 진행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익명을 요구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보통 건설사들은 공사가 지연된 상황에서 약속한 준공 날짜가 임박해지면 인력과 장비를 총 동원하는 돌관공사에 돌입한다”며 “급하게 진행하다 보니 현장 인부들의 집중력도 떨어지고 시간이 필요한 공정들이 ‘날림’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고 귀띔했다.
과거 건설업계에 몸담은 경험이 있다는 한 입주민은 “현대그룹의 뿌리인 현대건설은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창업 정신이 고스란히 베여있는 기업으로 알고 있다”며 “완벽하면서도 빠른 시공을 앞세워 중동신화를 일궜는데, 우리 아파트만 보고 있으면 그런 역사가 다른 기업의 이야기인 것 같이 느껴진다”고 꼬집었다.
이어 “현대건설의 지금과 같은 행태는 손실을 염두한 정수현 사장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 아니겠냐”며 “정수현 사장이 결국 자신의 업적을 위해 정주영 명예회장의 정신을 무시했다고 밖에 보여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입주민들의 민원이 늘어나고 현대건설 측에서 미온한 태도를 보이자 지역구 의원인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현장에 방문하기도 했다. 박주민 의원 측은 “의원님이 당시 단지를 방문에 현대건설 측에 현장의 문제점들을 지적했다”며 “현재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보고 있으며 방안을 마련 중이다”고 전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공사기간을 맞추기 위해 밤낮으로 한건 맞지만 돌관공사 정도는 아니었다”며 “하자 부분은 하자보수기간이 있기 때문에 입주민 분들의 불만이 해결될 때까지 하자처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길해성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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