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활건강의 최근 행보가 주변의 우려를 사고 있다. 신규 사업 진출과정에서 기존 사업의 피해가 불가피 하다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제 살 깎아먹기’ 경영 행태가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제주삼다수(이하·삼다수)’의 생산·운영 주체인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이하·제주도개발공사)는 광동제약과 LG생활건강을 삼다수를 포함한 제주도개발공사 생산 제품의 위탁 판매 우선협상 대상 업체로 선정했다고 지난 7일 밝혔다. LG생활건강은 5년 전 입찰에서 판권 획득에 실패한 후 2번째 시도 끝에 결실을 이뤄냈다.
제주도개발공사는 제주도를 비롯해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 할인마트 3사와 기업형슈퍼마켓(SSM)에만 직접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편의점 등 소매용 유통, 비소매·업소용 유통 등은 모두 외부 업체에 판매를 맡긴다. 지난 1998년 삼다수가 출시된 후 2012년까지 농심이 위탁 판매를 해오다가 2012년부터 광동제약이 판권을 넘겨받았다.
제주도개발공사는 그동안 단일화 돼 있던 유통채널을 다양화하기 위해 판권 입찰 역시 소매용 제품 유통과 비소매·업소용 유통 등으로 각각 나눠서 진행했다. 그 결과 광동제약은 슈퍼마켓·조합마트·온라인·편의점 등 소매용 제품 판권을, LG생활건강은 식당·호텔·패스트푸드점 등 비소매·업소 등 업소용 제품의 판권을 각각 획득했다.
제주도개발공사 측은 “기존 사업자인 광동제약이 소매용 제품에 치우쳐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 비소매·업소용을 강화하고자 해당 사업군을 만들어 분리했다”며 “LG생활건강이 갖고 있는 유통망을 통해 삼다수 영역을 확장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재수 끝에 삼다수 판권 따낸 LG생건…기존 제품과 사업영역 겹쳐 ‘제 살 깎아먹기’ 논란
LG생건이 어렵사리 삼다수 판권 획득에 성공했지만 정작 주변의 반응은 시큰둥한 분위기다. 실적 기여도나 향후 발전 가능성 등의 측면에서 회의적인 시각이 많기 때문이다. 오히려 LG생건이 제 목을 옥죄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국내 생수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국내 생수시장 규모는 2013년 5536억원에서 2014년 6040억원, 2015년 6408억원, 2016년 7403억원 등으로 점차 확대됐다. 오는 2020년에는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생수업계 1위 제품 삼다수의 기세는 과거에 비해 한 풀 꺾인 모양새다. 지난해 국내 생수시장에서 삼다수는 시장점유율 41.5%를 기록하며 1위를 지켜내긴 했지만 수치는 전년 대비 3.6% 감소했다. 반면 농심의 백산수 점유율은 전년 대비 2.3% 상승한 8%, 아이시스(롯데칠성음료)는 2.0% 상승한 11.2% 등의 점유율을 각각 기록했다.
삼다수의 인기가 점차 시들해가는 상황에서 LG생활 건강이 이미 비소매·업소용 부문에서 자사 제품으로 어느 정도 인지도를 쌓고 있는 점은 우려감을 드높였다. 자칫 제 살을 깎아먹는 결과가 벌어질 수 있다는 게 관련업계 안팎의 시각이다.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LG생건은 ‘철원 순수’, ‘평창수’, ‘씨그램’, ‘다이아몬드EC’ 등의 다양한 제품을 앞세워 일찌감치 생수시장에 진출해 있었다. ‘다이아몬드EC’의 경우 호텔·유흥업소 등 업소용 채널에서 어느 정도 포지션 확보에 성공한 제품이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삼다수를 들고 같은 시장에 진출한다면 결국에는 ‘다이아몬드EC’의 점유율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어렵사리 위탁판매를 따냈지만 시너지는커녕 오히려 제 살 깎아먹기 식의 마이너스 효과가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사업 자체도 큰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으로 전망됐다. 전체 생수시장에서 비소매·업소용 유통 채널이 차지하는 비중이 현격하게 적기 때문이다. 삼다수 유통대리점의 관계자는 “지금까지 거의 슈퍼마켓, 편의점 등 소매점 위주로 삼다수를 공급했다”며 “정확한 수치는 파악할 수 없지만 95% 정도를 소매점으로, 나머지 5%를 비소매·업소용으로 공급했다”고 말했다.
업소용 생수를 공급받는 사업자들의 반응도 시큰둥한 편이었다. 서울 서초구에서 노래방을 운영 중인 한 점주는 “업소에서 물맛을 따지는 손님들이 몇이나 되겠느냐”며 “비록 삼다수가 유명 브랜드라고는 하나 굳이 찾아서 바꿀 진 의문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노래방 관계자 역시 “물은 어지간해선 되도록 단가가 싼 것으로 찾아서 쓰는 편이다”며 “일반 소매점에서 파는 삼다수는 타 생수제품에 비해 비싼 편인데, 업소용 제품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에 별로 납품받고 싶은 생각은 없다”고 설명했다.
[김민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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