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연임이 사실상 확정됐다. KB금융지주 사상 최초의 연임이다. 이날 KB금융지주는 2차 확대 지배구조위원회(이하·확대위)를 열어 차기 회장 후보로 윤종규 회장, 김옥찬 KB금융지주 사장, 양종희 KB손해보험 사장 등 3인을 선정했다. 하지만 확대위가 최종 면접 참가 의향을 후보자들에게 물어본 결과, 윤 회장을 제외한 2인은 ‘불참’ 의사를 밝혔다. 이로써 윤 회장의 연임은 기정사실화 됐다. 윤 회장의 연임으로 금융권의 관심은 차기 국민은행장으로 모아지는 분위기다. 앞서 금융권 안팎에서는 윤 회장이 연임에 성공할 경우 겸직 중인 국민은행장 자리는 내놓을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기 때문이다. 그 배경에는 권력의 집중 현상으로 인한 비판 여론을 의식했을 것이라는 시각이 자리하고 있다. 그동안 국민은행장으로 거론돼왔던 이들 대부분은 주요 계열사 CEO들과 KB금융지주사 사장 등이다. 최근에는 국민은행 부행장들의 하마평도 무성해 관심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KB금융지주 주력 계열사인 KB국민은행 차기 수장 선임과 관련, 금융권 안팎의 견해와 향후 전망 등에 대해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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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최근에는 후보들 가운데 허정수 국민은행 경영기획그룹 부행장이 새로운 다크호스로 부상해 이목이 쏠리고 있다. 허 부행장은 현재 문재인정부 내각에서 주류를 이루고 있는 ‘광주일고 학맥’과 윤 회장의 두터운 신임 등이 강점으로 꼽히고 있다.
KB금융그룹 안팎에서는 “전임 정권 시절부터 회장 자리를 지켜 온 윤 회장이 현 정부를 의식해서라도 허 부행장에게 높은 점수를 부여할 가능성이 크다”는 견해가 무성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내정설’ 까지 나돌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은행장 자리는 사실상 윤종규 선택”…박지우·윤웅원·양종희·김옥찬 등 후보 거론
국민은행 지배구조 내부규범 제 12조에 따르면 국민은행장은 이사회 내 은행장 후보 추천위원회(이하·행추위)의 추천을 통해 선임된다. 그러나 제 26조 4항에는 ‘행추위는 상시 지배구조위원회에서 선정한 후보를 주주총회에 추천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사실상 국민은행장은 ‘상시지배구조위원회’에서 선임하는 것과 다름없는 셈이다.
‘상시지배구조위원회’는 현재 윤 회장과 이홍 국민은행 부회장, 최영휘·박재하·김유니스경희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다. 윤 회장은 최 사외이사와 함께 상시지배구조위원회의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다. 사실상 연임이 확정된 윤 회장의 의중이 차기 행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박 사장은 KB금융내 대표적 영업통으로 은행장 직무대행을 역임한 경험이 있다. 윤 사장은 전략 기획부장, 재무관리 본부장 등을 지낸 ‘전략통’이다. 김 사장과 양 사장은 윤 회장과 함께 회장 최종 후보로 올랐던 만큼 상시지배구조위원회로부터도 높은 점수를 받을 것으로 평가되는 인물들이다.
文내각 장악 ‘광주일고’ 출신 허정수 부행장…차기 국민은행장 다크호스 부상
KB금융그룹 및 금융당국 고위관계자 등에 따르면 국민은행장 후보로 쟁쟁한 인물들이 거론되는 가운데 최근 허정수 국민은행 경영기획그룹 부행장이 유력후보로 급부상했다. 허 부행장은 1990년 국민은행에 입사한 후 국민은행 재무관리부장, KB손해보험 부사장 등을 거쳐 현재 국민은행 부행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허 부행장이 차기 은행장 후보로 급부상한 배경에는 ‘광주제일고(이하·광주일고)’ 출신인 점이 자리하고 있다. 1960년 전라남도 광양 출생인 허 부행장은 광주일고(54회)와 동국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허 부행장은 54회 재경집행부(광주일고 동문회) 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문재인정부 1기 내각에서는 광주일고 출신 인사들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동문회’에 비견될 정도로 광주일고 출신 인사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다. 국민연금공단이 최대주주에 자리해 정부 입김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는 KB금융그룹 특성상 허 부행장의 학맥은 은행장 선임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문재인정부 초대 내각을 이끌고 있는 이낙연 국무총리는 광주일고 45회 졸업생이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광주일고 43회 졸업생으로 이 총리보다 2년 선배다.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은 48회, 문무일 검찰총장은 55회 졸업생이다.
광주일고 출신이 아니더라도 허 부행장과 같은 호남출신 인사들도 문재인정부 주요 요직에 앉아있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은 전남 장흥 출신이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비서관은 전북 전주, 박상기 법무부장관은 전남 무안 출신이다. 특히 최근 금융권 인맥의 중심으로 평가되는 장하성 정책실장도 광주 출신이다.
윤종규 회장 역시 전남 나주 출생으로 광주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한 대표적인 호남출신 인사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윤 회장의 연임 역시 장 실장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KB금융 노조 관계자는 윤 회장의 연임이 결정된 직후 “며칠 전부터 장하성 대통령정책실장이 윤 회장을 좋게 본다는 소문이 들렸다”며 “예상했던 결과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KB금융그룹 성골 ‘재무통’ 주목…허정수 경쟁자들 불안요소 부각
호남, 광주일고 출신 인사라는 점 외에 능력 측면에서도 허 부행장은 차기 국민은행장의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허 부행장은 국민은행 재무관리 본부장, KB금융지주 최고재무책임자(CFO) 등을 역임한 KB금융그룹 내 대표적인 ‘재무통’ 인사다.
KB금융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이른 바 ‘재무 라인’은 현재 KB금융그룹 내의 ‘성골’로 불린다. 가장 막강한 영향력을 지녔다는 의미를 신라시대 골품제도 최상위 계층에 빗대 표현한 것이다.
윤종규 회장도 회계사 출신이면서 금융지주 CFO를 역임했던 ‘재무통’이다. 허 부행장은 그동안 윤 회장과 함께 KB금융그룹의 재무를 책임져 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허 부행장에 대한 윤 회장의 신임 역시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주사와 국민은행, KB손해보험 등을 두루 경험한 점 또한 허 부행장의 차기 은행장 선임 가능성을 드높이는 요소로 꼽힌다. 윤 회장은 과거부터 줄곧 증권, 보험, 카드 등의 우수 직원 150여 명을 다른 계열사로 교차 발령하는 등 교차인사와 계열사 간 업무 시너지를 중요시했다.
허 부행장이 차기 국민은행장 유력후보로 급부상하는 사이 주요 경쟁자들은 불안요소들이 하나 둘 수면위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덕분에 허 부회장에 대한 은행장 선임 가능성에는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금융권 등에 따르면 박지우 KB캐피탈 사장과 윤웅원 KB국민카드 사장의 경우 과거 KB사태와 연루돼 있다는 사실이 가장 큰 약점으로 여겨진다. 박 사장과 윤 사장은 모두 KB사태 당시 핵심 당사자로 분류돼 금융당국의 징계를 받고 사퇴한 이력이 있다. 계열사 사장으로 복귀할 당시에도 큰 논란이 있었기 때문에 은행장 선임은 윤 회장에게도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김옥찬 KB금융지주 사장, 양종희 KB손해보험 사장 등은 KB금융지주 회장 최종 면접에서 자진 사퇴한 이력이 장애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KB노동조합 협의회(KB노협)는 윤 회장이 단독 후보에 오른 데 대해 “짜여진 각본에 따라 진행되는 것과 다름없다”며 “초등학교 반장선거에서도 볼 수 없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났다”는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차기 회장 선임과 관련된 모든 절차가 일찌감치 윤 회장 연임을 염두하고 이뤄졌다는 게 KB노협 측의 지적이다. KB노협은 회장 선임절차에 대한 원천무효를 주장하고 윤종규 회장 퇴진운동을 공식화했다. 노사관계 회복이 급선무인 윤 회장이 김 사장 또는 양 사장을 국민은행장으로 선임해 ‘짜여진 각본’이라는 비판에 기름을 붓는 상황을 스스로 자초하진 않을 것이라는 게 관련업계의 시각이다.
KB금융 한 핵심관계자는 “현재 차기 국민은행장 인선은 수많은 후보들이 난립하고 있는 양상이다”며 “하지만 허정수 부행장의 경우 애초에 유력 후보에 포함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나 조금씩 그 가능성이 올라가고 있고, 최근에는 거의 확실시 되는 분위기까지 만들어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기욱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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