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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진단]-문화재 부실 관리 실태
뒷마당·등산로에 팽개쳐진 민족의혼 “창피하다”
초안산 조선시대 고분군, 남현동 요지 등 주요사적 훼손 심각
이경엽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7-09-21 17:37:50
‘문화재’란 역사적, 문화적 가치가 높아 보호해야 할 가치를 지닌 조상들의 유산을 일컫는 말이다. 문화재보호법에 따르면 우리나라 문화재는 크게 지정문화재와 등록문화재로 나뉜다. 이중 가치가 더 높고 더 포괄적인 보호는 받는 것을 지정문화재다. 지정문화재는 크게 국가지정문화재와 시·도지정문화재로 구분된다. 국가지정문화재의 경우 형태와 종류에 따라서 국보, 보물, 천연기념물, 무형문화재, 사적 등으로 나뉜다. 국보와 보물은 건물, 서적, 고문서, 회화, 공예품, 고고자료 등의 유형문화재를 대상으로 지정된다. 가장 대표적인 국보로는 국보 1호인 숭례문과 국보 83호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 등이 꼽힌다. 천연기념물은 진돗개, 수달, 반달가슴곰 등 보존가치가 높은 동물과 식물들을 대상으로 지정된다. 무형문화재는 판소리, 탈춤 등 노래·춤·기술처럼 일정한 모양은 없으나 예로부터 전해 오는 전통 예술과 기술 등이 지정 대상이다. 마지막으로 사적은 궁, 고분, 가마터, 집터, 성터 등 주로 역사적 현장이거나 보존할 가치가 큰 ‘장소’를 대상으로 지정이 이뤄진다. 사적 117호인 경복궁, 사적 199호인 서울 선릉과 정릉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가운데 사적의 경우 국보, 보물 등에 비해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그동안 방치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특정한 형태를 띄고 있지 않은데다 보존 범위 자체 또한 모호하기 때문에 발생한 결과였다. 대부분의 사적이 역사적·문화적 가치와 더불어 사료적 가치까지 높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은 더해졌다. 여전히 서울시내 곳곳에는 관리는커녕 주변을 오가도 인지조차 못할 정도로 무방비로 방치된 사적들이 여럿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스카이데일리가 사적의 방치·훼손 실태와 이에 대한 해결방안 등을 취재했다.

▲ 서울구 관악구 남현동에 위치한 사적 제247호 ‘남현동 요지(가마터)’는 서울지하철 2,4호선 환승역인 사당역 인근에 위치해있다. 백제시기 문화를 파악할 수 있는 사료적 가치가 충분한 중요한 문화재임에도 불구하고 무방비로 방치돼 있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사진은 사적 제247호 서울 남현동 요지 ⓒ스카이데일리
 
국가지정문화재의 한 부류인 ‘사적’의 무방비 방치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사적 대부분 문화·역사적 가치와 더불어 사료적 가치도 높게 평가 된다는 점에서 사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역사는 곧 민족정신의 산물이고, 문화재는 이런 역사의 중요한 증거 자료라는 점에서 사적의 방치는 민족정신을 내팽개친 행위나 다름없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백제·통신신라 도자기 문화의 산실…개인 주택 뒤뜰에 덩그러니 방치
 
서울 지하철 2·5호선 환승역인 사당역 5번 출구에서 도보로 약 3분 거리에는 사적 제247호인 서울 남현동 요지(가마터)가 자리하고 있다. 요지는 가마를 굽던 곳을 일컫는 가마터의 한자어다. 남현동 요지는 총 1998㎡(약 604평)의 면적으로 지난 1973년 4월 처음으로 발견된 후 1976년 4월 사적으로 지정됐다.
 
문화재청 등에 따르면 남현동 요지는 한강 유역에서 발견된 유일한 백제시대 가마터다. 삼국시대 백제 유적지에서 자주 출토되는 백제 질그릇의 생산지로 추정된다. 그동안 알려져 있지 않던 한성백제 시기의 도자기 개발 기술을 알 수 있는 중요한 단서를 품은 지역으로 평가된다. 지난 2006년 10월 서울대학교에서 발굴 조사한 결과, 이곳은 통일신라시대 까지 사용됐다.
 
스카이데일리는 조상들의 혼과 얼이 담겨 있는 남현동 요지를 직접 찾았다. 놀랍게도 남현동 요지는 한 개인의 소유였다. 남현동 요지로 가려면 주택 대문 통해야만 했다. 집 주인의 허락을 받고 나서야 남현동 요지를 살펴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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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이 사적임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담장 바깥쪽에 세워진 문화재 안내 표지판뿐 이었다. 표지판 역시 상당히 낡은 채로 방치돼 있었다. 담쟁이덩굴 등에 일부분이 가려져 있기도 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입장에서는 문화재가 어디에 있는지조차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 정도였다.
 
이곳을 매일 오가는 사람들 역시 문화재가 자리하고 있는 사실을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남현동 요지 인근에 위치한 한 편의점에서 근무하는 이희조(21·여)씨는 “이 근처에 문화재가 있는 줄도 몰랐다”며 “일하면서 매일 보는 동네 뒷산 같은 곳이 경복궁과 동급의 문화재일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부의 관리 또한 거의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남현동 요지’의 토지 소유주인 김순자(가명·여)씨는 “과거에는 문화재 관리 차원에서 공무원들이 몇 번 오긴 했지만 최근 몇 년 동안은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남현동 요지의 관리 책임을 맡고 있는 관악구청 김슬기 주무관은 “개인의 사유지라는 점 때문에 문화재에 대한 적절한 보호조치를 취하기가 어려운 점이 있다”고 사실상 관리 책임을 방기하고 있음을 인정했다.
 
조선시대 묘지 양식 가능한 보기 드문 문화재…시민들 “내시무덤터 소문만 들었다”
  
▲ 남현동 요지는 개인 주택의 대문을 통해야만 갈 수 있다. 이곳이 문화재임을 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담장 바깥쪽에 세워져 있는 표지판의 내용을 읽는 것뿐 이었다. 사진은 남현동 요지 주변에 버려진 쓰레기들 ⓒ스카이데일리
 
사적 제440호 ‘서울 초안산 분묘군’은 서울지하철 1호선 녹천역 인근 초안산 일대에 분포돼 있는 약 1000기의 무덤군을 가리킨다. 무덤들이 자리한 곳의 전체 면적은 31만9503㎡(약 9만6649평)로 지난 2002년 3월 사적으로 지정됐다.
 
초안산 분묘군에는 양반부터 평민까지 약 1000기 이상의 무덤과 상석, 문인석, 비석, 동자상 등 수많은 석물들이 곳곳에 위치해 있다. 특히 17세기 내관이었던 승극철 부부의 묘와 비석 등 지난 15세기부터 19세기까지의 여러 계층의 분묘가 집중적으로 분포해 있다.
 
문화재 관련 한 전문가는 “조선시대 여러 계층의 분묘가 집중적으로 섞여 있는 곳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며 “초안산 분묘군의 경우 오랜 기간 동안 무덤을 조영한 덕분에 시간의 흐름에 따른 묘제 변천과정을 파악하는데 중요한 자료다”고 설명했다. 이어 “남아 있는 문인석, 동자상 등 석물의 형태가 매우 다양해 석물변천사 연구에도 매우 귀중한 자료로 활용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초안산 분묘군은 문화재적 가치에 비해 관리는 형평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안산을 올라가는 등산로 곳곳에 비석들과 석물들이 여기저기 뒹굴고 있었다. 깨진 채로 방치된 석물들도 여럿 보였다. 무덤들 역시 전혀 관리가 되지 않고 있었다.
 
이곳을 지나다니는 시민들 역시 문화재가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단순히 ‘조선시대 내시들의 무덤이 많았던 곳’ 정도로만 알고 있을 뿐 이었다. 초안산 인근에 위치한 ‘사라의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현사라(37·여)씨는 “동네 뒷산에 위치한 무덤들이 조선시대 궁에서 일하던 내시들의 무덤이라는 것은 마을 사람들이 다 알고 있다”며 “하지만 이 무덤들이 국가 문화재로 지정될 정도로 중요한 무덤이었을 거라고는 상상하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초안산 분묘군을 담당하는 노원구청 김대인 주무관은 “초안산 분묘군의 대부분이 사유지인탓에 단계적으로 매입 후 정비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며 “하지만 면적도 넓고 예산이 많이 필요해 모두 정비하는 데는 10년 넘게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무방비로 방치된 민족의 혼, 시민 스스로 문화재 중요성 깨닫는 게 급선무
  
▲ 초안산 분묘군에는 15세기부터 조성된 무덤 1000여기가 위치해 있다. 초안산 분묘군을 관리하는 노원구청 관계자는 이곳을 제대로 관리하려면 앞으로 10년 정도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서울 초안산 분묘군 곳곳에 쓰러지고 훼손된 석물들 ⓒ스카이데일리
  
전문가들은 문화재의 방치, 훼손을 막기 위해서는 문화재관련 법령의 철저한 법 집행과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문화재 알리기 활동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문화재의 중요성을 각인시켜 시민 스스로 문화재를 보호하도록 만드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는 주장이다.
 
문화재의 관리에 관한 사항이 담긴 문화재보호법에 따르면 정부는 국가지정문화재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 시설 설치나 장애물 제거 등 문화재 보존에 필요한 긴급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정부는 국가지정문화재의 현상, 관리, 수리, 그 밖의 환경보전상황 등에 관하여 정기적으로 조사할 의무가 있다.
 
국가지정문화재를 문화재를 멸실 또는 훼손하게 한 자는 3년 이상의 징역을 받게 된다. 문화재로 지정된 구역이나 그 보호구역의 경계 표시를 고의로 훼손하는 경우에도 징역 2년의 처벌을 받게 된다. 개인 사유지일지라도 정부가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관리가 가능한 셈이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문화재 관리 관련 법령의 보호를 위한 조치와 처벌 조항은 강력한 편이지만 법 이행 자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의 문화재 발굴조사연구기관들이 모인 단체인 한국매장문화재협회 관계자는 “문화재를 발굴, 보전하는데 있어서 일반 시민들이 문화재의 중요성을 깨닫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하지만 아직까지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를 위한 교육을 우리 협회뿐 아니라 정부와 다른 단체들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경엽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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