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은행(이하·기업은행)은 한국의 대표적인 국책은행이다. 1961년 제정된 중소기업은행법에 따라 설립됐으며 현재 최대주주는 지분 51.8%를 소유한 기획재정부다. 중소기업은행법은 ‘중소기업자의 원활하고 자주적인 경제활동과 경제적 지위 향상을 위한 특수은행 설립’을 주 내용으로 한다. 기업은행은 중소기업인들을 위한 금융지원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중소기업의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기업은행의 역할도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기업은행이 설립취지와 본연의 역할을 저버리는 행태를 일삼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여론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기업은행은 다른 시중은행들에 비해 중소기업 신용대출에 인색한 태도를 보였다. 김도진 기업은행장 취임 후 그 정도가 더 심각해졌다는 점에서 논란은 더해졌다. 김 행장은 한 평생 기업은행인으로 살아오며 ‘기업은행’의 역할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는 만큼 비판에서 자유롭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스카이데일리가 기업은행을 둘러싼 각종 논란과 이에 대한 주변의 반응 등에 대해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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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행은 현재 7개 주요 은행 중 중소기업 신용대출에서 가장 높은 평균 금리를 기록하고 있다. 반대로 물적담보대출에 있어서는 가장 낮은 평균금리를 기록해 중소기업을 상대로 ‘안전제일주의’ 영업에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기업은행이 문재인정부 경제 정책에 반하는 행보를 보이는 행태는 김도진 은행장 취임 후 심각성이 더해졌다는 점은 특히 주목됐다.
문재인정부 경제정책 핵심요소 중소기업…생산적 금융 호흡 맞추는 ‘첨병’ 기업은행
전문가들에 따르면 중소기업은 문재인정부 경제정책의 핵심 요소로 꼽히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 중심의 ‘혁신성장’을 강조했다. 당선 이후에 문 대통령은 산업통상자원부 외청이었던 중소기업청을 중소벤처기업부로 승격·독립시켰다. 중소기업의 불합리한 처우 개선을 위해 대기업 저격수로 불리는 김상조 교수를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임명해 불공정 시장구조 개선을 추진했다.
‘생산적 금융’은 이러한 문재인정부의 정책 방향을 가장 잘 드러내주는 단어로 꼽힌다. 생산적 금융은 가계대출, 부동산 투자 등을 통한 단순한 수익 창출보다 생산적 부문에 돈이 흘러들어가도록 해 선순환을 이뤄내는 것에 그 목적이 있다. 금융권으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은 중소·벤처 기업들이 일자리를 늘리고 경제성장을 이뤄내는 방식이다.
중소기업에 대한 각종 금융지원을 위해 설립된 기업은행은 ‘생산적 금융’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첨병’ 역할을 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국책은행으로서 중소기업에게 가장 많은 자금 대출을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상반기 기준 기업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138조1147억원을 기록했다. 6개 시중은행(국민, 신한, 우리, 하나, 농협, 기업) 중 가장 높은 수치다. 기업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점유율(6개 은행 대상)은 27.54%에 달한다.
기업은행 역시 문재인정부의 정책방향에 부합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지난 10일 김도진 기업은행장은 “중소기업지원이라는 우리 본연의 역할이 과거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며 “일자리를 창출하고 신성장동력을 발굴하는 중소기업에 총 3조5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공급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기업은행은 ‘동반성장협력대출’을 ‘IBK일자리 Plus대출’로 변경 출시할 예정이다. 대기업 협력업체 중심의 자금지원 상품을 일자리 창출형 동반성장 모델로 바꿔 5000억원을 지원한다. 또한 기업은행은 경상북도,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 5개 지자체, 기업 등과 협약을 맺어 3350억원 규모의 대출을 지원할 계획이다. 향후 협약 지자체, 기업은 지속적으로 확대시킬 예정이다.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취업에 성공한 고객에게 취업성공 수당 10만원을 지급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대상은 △IBK잡월드를 통한 취업자 △기업은행과 취업활성화 협약을 체결한 특성화고 재학생 △IBK나라사랑카드를 보유 고객 등이다. 중소기업 고용시장 활성화가 그 목적이다.
중소기업 신용대출 금리 ‘최고’ 담보대출 ‘최저’…중소기업 상대 ‘안전빵 영업’ 눈총
하지만 기업은행의 이러한 움직임과는 반대로 기업은행은 정작 뒤로는 중소기업을 상대로 고금리 대출을 일삼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대출 과정에서 인색한 행태를 보여 논란은 증폭됐다. 겉으로는 문재인 정부 대책에 부합하는 척 하지만 정작 뒤로는 반기를 드는 것과 다름없는 행태를 일삼고 있다는 게 기업은행 안팎의 지적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기업은행의 중소기업 신용대출 평균금리는 5.97%를 기록했다. 6대 시중은행 중 가장 높은 수치다. 평균치인 5.12%보다 0.8%p 이상 높다. 이처럼 높은 평균금리의 원인은 가산금리다.
가산금리는 대출 기준금리에 가산돼 대출금리를 구성하는 요소로 은행의 △업무원가 △법적비용 △위험도 △목표이익률 등에 의해 결정된다. 기업은행의 중소기업 신용대출 평균 가산금리는 4.53%로 6대 시중은행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6개 은행 평균은 3.69%다.
기업은행의 중소기업 신용대출 가산금리는 올해 들어 6개 은행 중 증가세가 가장 두드러졌다. 지난 1월 4.49%였던 기업은행의 평균 가산금리는 8개월만에 0.04%p 증가했다. 타 은행의 경우 우리은행을 제외한 모든 은행들이 같은 기간 평균 가산금리가 감소했다.
우리은행 역시 0.02%p 오르는 것에 그쳤다. 1월 당시만 하더라도 기업은행의 중소기업 신용대출 평균 가산금리 수치는 국민은행(4.55%)에 이은 2위였으나 9월에는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공교롭게도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물적담보대출의 경우 현재 업계 최하위 수준의 대출금리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기준 기업은행의 물적담보대출 평균금리는 3.18%를 기록했다. 6개 은행 평균은 3.40%다. 평균 가산금리 역시 6개 은행 평균 1.95%보다 0.2%p 낮은 1.71%를 기록했다. 역시 6개 은행 중 가장 낮은 수치다.
물적담보대출은 부동산, 유가증권, 동산 등을 담보로 취급되는 대출이다. 신용대출에 비해 부채 위험이 낮기 때문에 낮은 금리로 책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기업은행처럼 신용대출과의 금리 차이가 과도하게 나는 것은 안전자산인 담보대출만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게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연이어 시행한 정책과는 달리 담보와 창업자본 등이 부족한 중소기업을 지원해야 하는 국책은행으로서 본연의 역할에 소홀히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무엇보다 자금 사정이 열악한 중소기업을 상대로 ‘안전빵 영업’에만 소홀히 하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기업은행은 문재인정부의 경제정책뿐 아니라 일자리정책에 대해서도 역행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자리 체질개선 문제에서도 미흡한 측면이 여럿 존재했기 때문이다. 기업은행의 정규직과 비정규직 숫자는 정부 정책에 어느 정도 부합하는 측면이 있었다. 지난 2분기 기준 정규직 숫자는 전년 말 대비 255명 증가했다. 같은 기간 비정규직은 21.81명 감소했다.
하지만 파견, 용역, 사내하도급직 등 ‘소속 외 인력’에서는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1660명이었던 소속 외 인력은 2분기 만에 105명이나 증가했다. 같은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은 3명 증가에 그쳤으며 산업은행은 오히려 34명 감소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공공기관 내 소속 외 인력 문제는 국정감사에서도 빈번하게 지적될 정도로 문제의 소지가 많은 사항이다”며 “중소기업은행은 문재인정부의 경제 정책의 핵심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만큼 그에 걸맞은 영업행태, 일자리 정책 등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고 꼬집었다.
[이기욱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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