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리스트 김어령(남·34) 씨는 지적장애 2급 판정을 받았고 소근육 손상으로 몸 오른쪽을 온전히 사용할 수 없다. 그럼에도 그는 세심한 운지법이 필요한 현악기 첼로를 연주한다. 또 전문 연주가로서 실력을 인정받아 문화체육부장관상을 수상하고 바리톤 김동규 등 유명 음악인들과도 협연했다.
어머니 송명애(여·57) 씨는 천부적 재능과 함께 부단한 연습 덕에 장애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어령이는 첼로를 연주하며 행복을 느끼고 있어요. 그 감정을 많은 이와 나누고 싶어하죠. 어령이가 첼리스트로서 주목받고 있는 만큼 열심히 활동해서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었으면 합니다.”
15일 서울시 강남구 소재 밀알복지재단에서 송 씨와 김 씨 모자를 만났다.
탬버린부터 첼로까지 악기 빠르게 마스터…초등학교 1학년 베토벤 섭렵
김 씨는 2살 때 뇌수종을 앓아 지적장애 판정을 받았다. 이때 소근육도 다쳐 몸 오른쪽을 온전히 움직일 수 없다. 소근육은 손가락 근육, 얼굴 근육 등 정교하게 움직일 때 사용하는 작은 근육을 일컫는다.
“어령이 두 돌을 맞았을 때 또래아이에 비해 발달이 느리다고 생각했어요. 여러 병원을 찾아다닌 끝에 뇌수종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죠. 수술했지만 지적장애 2급을 판정받았어요. 소근육도 손상돼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었죠.”
그럼에도 송 씨가 노래를 부르면 김 씨는 노래에 맞춰 불편한 몸을 움직이며 동작을 따라했다. 김 씨가 음악을 즐기고 있다고 판단한 송 씨는 김 씨에게 악기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계획에 맞춰 체계적으로 가르치지 않고 자연스럽게 음악을 즐길 수 있게 유도했다. 김 씨는 차근차근 악기를 섭렵해 나가다 현악기 연주에 관심을 가지며 첼리스트의 길에 들어섰다.
“어령이 4살 때 택시를 탔는데 가수 혜은이 씨가 부르는 ‘제3한강교’라는 노래가 흘러나왔어요. 목적지에 도착했지만 어령이가 노래를 다 듣겠다며 내리지 않았죠. 그때 음악에 지속적으로 노출해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탬버린 같은 쉬운 악기부터 가르쳤죠. 지속적으로 음악을 접하게 해주니까 초등학교 1학년 때 베토벤을 섭렵했어요.”
첼로를 연주한다고 하니깐 처음엔 회의적 시각도 많았다. 세밀한 운지법이 필요하다보니 몸이 온전한 사람도 쉽지 않은 첼로를 몸이 불편한 김 씨가 연주할 수 있을 지 의문이었다. 그러나 어머니 송 씨는 김 씨의 성공을 확신했다.
“선생님이 어령이가 첼로를 연주할 있을지 의문을 가졌어요. 시간이 지나 여러 선생님이 어령이의 음감을 칭찬했어요. 현악기는 음 찾기가 어려워요. 어령이는 탁월한 음 찾기 능력을 갖고 있다고 하네요.”
연주 실력이 어느 정도 수준에 올랐지만 지금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김 씨는 실력을 유지하려면 1년 내내 첼로를 손에서 떼지 말아야 한다. 공연을 앞두고는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기도 한다.
“하루만 연습하지 않아도 티가 많이 나요. 몸 불편하다보니 남보다 더 연습해야죠. 공연 앞두고 연주곡을 선곡하는데 한 달 이상 걸려요. 겉보기도 중요하니 의상, 스타일 등도 세심히 살핍니다.”
“밀앙앙상블 장애우와 함께 활동 계획…레슨비 부담 커 후원 절실”
김 씨는 이달과 내달, 2회 공연을 앞두고 있다. 내년 초부턴 밀알앙상블이라는 장애우 단체를 중심으로 활동할 계획이다.
“11월과 12월 공연을 준비하고 있어요. 공연을 앞두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어요. 특히 어령이가 연주의 질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다보니 쉽게 만족하지 않아요. 앞으로 독주회를 비롯해 다양한 공연을 개최할겁니다. 밀알복지재단 소속 장애우들과 밀알앙상블이라는 단체도 만들었어요. 내년초 태국에서 함께 공연합니다.”
송 씨는 김 씨가 음악 활동을 지속하려면 재정적 후원이 절실하다고 말한다.
“전문가에게 레슨을 받아야 하는데 비용이 많이 들어 어령이는 혼자 연습하고 있어요. 공연을 앞두고 잠깐 레슨을 받는 정도죠. 후원을 받을 수 있으면 좋은 레슨을 받고 좋은 연주로 관객에게 되돌려 드리고 싶습니다.”
김 씨는 떠듬거리지만 확신에 찬 말투로 “내 연주를 듣고 많은 이들이 행복과 긍정의 에너지를 얻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송 씨도 “어령이를 롤모델로 생각하는 분들도 있어 책임감도 느껴요”라며 “어령이가 화려하지 않지만 파급력 큰 연주를 통해 사람들 마음을 움직인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조성우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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