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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진단]-장기미집행 도시공원 논란
“정부가 뺏어 방치한 국민땅, 첫 삽 뜨면 황금땅”
도시공원 조성 명분 강제수용 후 무방비 방치, 서울만 여의도 14배 규모
이경엽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7-12-12 16:51:56
도시공원은 △소공원 △어린이공원 △근린공원 △역사공원 △문화공원 △수변공원 △묘지공원 △체육공원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과거 정부는 도시공원 부지를 지정하는 과정에서 사유지 여부와 관계없이 강제로 지정했다. 녹지공간을 확보한다는 대의명분아래 재산권 침해를 당연시 여겼던 것이다. 그 때마다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더욱 큰 문제는 이런 과정을 거쳐 지정된 도시공원 용지가 무방비로 방치된 사례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공원 개발이 완료됐더라도 사람들이 찾지 않아 사실상 방치된 것과 마찬가지인 경우도 적지 않았다. 사태의 심각성을 공감한 정부는 오는 2020년부터 개인소유로 돼 있는 ‘장기미집행 도시공원’의 개발제한을 철회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잡음이 만만치 않아 주목된다. 2020년도 기한이 많이 남았다며 더 이상 방치하지 않고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방치된 도시공원의 실태와 이를 둘러싼 주변의 반응 등에 대해 취재했다.

  
 
▲ 서울 서초구 신원동에 위치한 인능산 도시자연공원(사진)은 이름과는 전혀 다르게 공원이라고 볼 수 있는 시설이 단 하나도 갖춰져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스카이데일리
  
개인소유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에 강제 수용됐던 도시공원부지에 대해 재산권 행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게 일고 있다. 정부는 2020년부터 ‘장기미집행 공원용지’에 한해 재산권 행사를 가능하게 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장기미집행 공원용지’란 정부가 공원 조성을 위해 강제수용을 진행했으나 현재까지 별다른 개발이 이뤄지지 않은 용지를 일컫는다. 공원용지에 지정될 경우 광장·화단·분수·조각 등 조경시설과 벤치·매점 등 휴게시설의 설치만 가능하다.
 
재산권 행사 3년 남은 공원용지…휑한 공터로 버젓이 방치
 
서울 서초구 신원동 인능산 도시자연공원은 지난 1989년 11월 도시자연공원으로 지정됐다. 전체면적 132만717㎡(약 40만평) 중 22%에 달하는 29만918㎡(약 8만8000평)은 개인 사유지임에도 불구하고 강제로 공원으로 수용된 부지다.
 
해당 부지는 신분당선 청계산입구역에서 1km, 청계산 등산로와는 500m 거리에 불과했지만 접근이 까다롭다. 콘크리트로 된 길을 따라 다다를 수 있었으나 그 길이 좁고 험하다. 어렵사리 도착한 공원은 수풀로 덮혀 사실상 무방비로 방치된 상태다. 일반적인 공원들이 갖추고 있는 산책로·벤치 등은 전혀 찾아볼 수조차 없었다. 인근 주민들 역시 이곳이 공원임을 처음 듣는다고 짐짓 놀라는 눈치였다.
 
공원 인근에 자리한 성화산교회 관계자는 “야산으로만 여겼지 공원이라는 말은 처음 들었다”며 “공원으로서 홍보가 이뤄지지 않았고 등산로 등도 마련돼 있지 않아 찾아오는 사람은 사실상 전무한 수준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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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재산까지 몰수당하며 지정됐지만 당초 목적을 잃은 채 방치된 공원부지를 두고 인근 부동산 관계자들은 “개발제한에서 풀릴 경우 막대한 시세차익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고 입을 모았다.
 
▲ [도표=배현정] ⓒ스카이데일리
 
인근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청계산입구역을 중심으로 이명박정부 당시 개발제한구역에서 해제된 곳이 일부 있다”면서 “대표적인 곳이 서초포레스타 6·7단지 등과 같은 곳인데 아파트단지와 부대 상업지구가 동시에 들어섰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현재까지 추가적으로 주변 개발제한구역이 해제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만약 장기미집행 공원용지들 중 개인소유의 땅들의 개발이 가능해진다면 시세상승이 불 보듯 뻔하다”고 해석했다.
 
이 곤계자는 “현재 청계산입구역 인근 상업용지의 3.3㎡(약 1평) 당 가격은 4000만원 선이다”고 부연했다. 다소 거리가 있긴 하지만 청계산입구역 일대의 시세를 인능산 도시자연공원 사유지면적에 적용하면 약 3조5200억원의 시세를 지닌 것으로 추산됐다.
 
서울 은평구 갈현동 백련근린공원 역시 사정은 비슷했다. 지난 1966년 2월 근린공원으로 지정된 이곳의 면적은 134만9499㎡(약 41만평)다. 이중 사유지의 면적은 90만1328㎡(약 27만평)로 전체의 66%에 달한다.
 
이곳의 접근성은 인능산 도시자연공원보다 더욱 우수한 것으로 평가된다. 지하철 3호선 홍제역, 6호선 세절·응암역 등과 인접한 야산 중턱에 자리하고 있어서다. 공원 인근에는 주거지역과 상업지역이 골고루 형성돼 있다.
 
다만 공원을 향하는 등산로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각종 건물들이 주택가와 공원 간 선명한 경계를 나타내는 모습이었다. 간신히 골목어귀에서 찾은 등산로 진입로를 따라 능선을 탈 수 있었으나 이곳을 이용하는 시민들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백련산에 오르는 주민들 역시 다른 등산로를 이용하지 이곳 백련근린공원을 이용하진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대 부동산 관계자는 이용이 저조한 백련근린공원 개발이 이뤄질 경우 상당한 부가가치가 창출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백련산 근린공원 서쪽의 서울시립은평병원과 인접한 지상 5층, 대지면적 119㎡(약 60평), 연면적 360㎡(약 109평)의 건물이 13억5000만원에 매물이 나왔다”며 “토지면적당 가격으로 환산할 경우 3.3㎡(약 1평)당 2250만원꼴이다”면서 공원개발이 이뤄질 경우 더불어 가치상승을 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2020년 7월부터 규제완화…“어차피 풀어줄 거라면 일찍 풀어 경기활성화 꾀해야”
 
▲ 서울 시내 공원부지 중 귀속된 사유지 전체 면적은 여의도 면적의 14배에 달한다. 서울 은평구 응암동 백련근린공원(사진)의 토지 일부를 소유한 김모 씨는 부친이 매입한 토지가 공원부지로 지정되면서 반세기 넘게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지만 상속세·재산세 등을 매년 납부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스카이데일리 ⓒ스카이데일리
 
김모 씨(70·남)의 부친은 1963년 3300㎡(약 100평) 상당의 부지를 매입했으나 이내 백련근린공원 부지로 귀속되면서 재산권을 사실 상 박탈당했다. 반세기 넘게 국가에 헌납되다 시피 해 왔음에도 재산세는 물론 상속세도 치러야 했다.
 
김 씨는 “통행이 거의 없는 등산로로 방치된 땅을 보고 있으면 갑갑한 기분을 감출 수 없다”면서 “언젠간 풀리겠지 하는 마음으로 보유했지만 정작 공원으로도 사용하지 않으면서 왜 귀속 시켰나 하는 마음이 동시에 든다”고 설명했다.
 
그의 땅은 오는 2020년 7월이 돼서야 공원용지 지정이 해제된다. 헌법재판소가 지난 1999년 공원부지에 관한 법률에 대해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리면서 앞서 지정된 공원부지에 대해 20년 내에 보상 또는 사업시행이 이뤄지지 않으면 지정을 무효화한다는 법안이 신설됐기 때문이다. 2000년 이전 지정된 공원 부지 내 사유지의 경우 2020년 7월 해제 대상이다.
 
서울시의회가 2015년 작성한 ‘장기미집행 도시공원 특별위원회 구성결의안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시내에 위치한 장기미집행 도시공원은 총 71곳이다. 서울시내 전체 장기미집행 공원 면적은 40.3㎢에 달한다. 박 씨 소유의 토지와 같이 권리를 귀속·박탈당한 서울시내 전체 토지의 규모는 여의도 면적의 14배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10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박완주(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내 도시숲 전체면적은 4411ha에 달한다. 서울시 전체 면적인 6만520ha라는 것을 고려하면 전체 도시 면적 중 도시숲이 차지하는 면적은 7.28%에 해당된다.
 
7.29%는 전국의 모든 시·도중에서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다. 서울에 이어 도시숲 면적률이 높은 지역은 인천과 대구 순이었는데 각각 3.47%와 3.43%에 불과했다. 서울의 절반 수준이다.. 부동산 관계자들 사이에서 장기미집행 도시공원의 지정해제 시기가 앞당겨져야하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관계자는 “일부 도시공원의 경우 아무런 관리 없이 방치된 채 제대로 된 공원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지 않는 지역에 위치한 장기미집행 도시공원부터라도 절차를 거쳐 일찌감치 지정해제가 이뤄져 주인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경엽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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