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인근 유해업소 관리에 대한 허술한 대처가 도마 위에 올랐다. 교문과 불과 5분 거리에서 버젓이 성매매가 이뤄진다는 주민들의 지적에도 관할 지자체는 일손부족 등을 이유로 해법조차 제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교육환경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사회 풍속을 저해하는 업종으로 분류되는 숙박·유흥업소 등은 학교 담장으로부터 200미터 내에 들어설 수 없게 돼 있다. 하지만 교육환경보호구역 내 불법 금지시설은 지난 상반기 말 기준 전국에 247곳이나 된다. 직전 년도 238곳에 비해 9곳 증가한 수치다.
학교 코앞 숙박업소·유흥주점 즐비…단속에도 아랑곳 않는 퇴폐영업
서울 강동구 천호동 동신중학교 학생들은 등·하굣길에 어렵지 않게 유흥주점·숙박업소 밀집지를 거닐게 된다. 교문에서 도보로 불과 1분 거리에 이 같은 영업시설들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일부 업소는 법정 제한선인 200미터 내에 위치했다.
암암리에 불법성매매도 이뤄진다고 증언한 주민들은 “사정이 이렇다보니 일부 남학생들이 업소의 영업형태에 대해 꿰고 있다”며 “주변 친구들에게까지 이야기를 전파하는 등 서로의 성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실정이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스카이데일리가 하교시간에 맞춰 해당 지역을 직접 찾아봤다. 실제로 학교와 횡단보도 하나를 사이에 두고 모텔·유흥주점들이 즐비했다. 해가 짧아진 탓에 오후 4시를 기해 일부 업소들의 간판 불이 하나 둘 켜지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동신중학교 재학생 강태윤(15) 군은 “학교를 오갈 때마다 이곳을 지나친다”면서 “부모님이 ‘웬만하면 큰 길로 다니고 이쪽 길로 다니지 말라’고 하는 등 주의를 주곤 한다”고 말했다. 강 군과 동행하던 성현종(15) 군도 “보기에 좋지 않지만 평소 학교에서도 이곳에 대해 별 다른 말이 없어 통학로로 자주 이용한다”고 말했다.
여학생들의 경우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동신중학교 재학생 김소영(16·가명) 양은 “어쩔 수 없이 지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면서 “부모님은 왜 학교 주변에 이런 시설들이 있고 단속은 제대로 이뤄지는지 의아해 하신다”고 전했다.
학교에 입학하지도 않은 자녀를 둔 학부모는 향후 유흥업소 밀집지역 바로 옆 학교로 배정 받을까 걱정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유치원생 자녀를 둔 김지원(가명·여) 씨는 “요즘 학생들은 업소만 지나쳐도 어떤 영업을 하는지 다 알지 않느냐”며 “단속도 철저하게 이뤄져야 하고 교육환경보호구역을 더 넓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불법 성매매가 버젓이 이뤄진다는 주민들의 증언이 곳곳에서 감지됐음에도 관할 지자체는 일손부족을 이유로 적극적인 단속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자세를 보였다.
강동구청 관계자는 “현재 해당 지역 단속인원은 1명이다”면서 “경찰 쪽에서 통보가 오면 영업정지·과징금 등의 처분을 할 뿐이다”고 말했다. 이어 “2개월에 한 번씩 교육지원청 주관으로 구청·경찰서 합동 단속에 나서기도 하지만 평상시에는 경찰의 통보가 있어야만 움직이는 편이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보광초등학교 정문에서 도보로 2~3분 거리의 한 골목길 초입에는 ‘청소년 통행제한구역’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인근 지역 주민들로부터 과거 미군 등을 상대로 한 집창촌이 자리하고 있던 이곳에서 여전히 암암리에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다는 증언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었다.
보광초등학교 인근에 거주하는 김영민(가명·남) 씨는 “평소 이곳은 환락가라는 이미지가 있는데, 초등학교가 바로 옆에 떡하니 있어 의아하긴 하다”면서 “평소 아이들이 학교 앞 길을 오가면서 ‘대체 무엇을 보고 자라는 건가’라는 생각도 들면서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용산구청 관계자는 “매달 1회 이상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민원여부와 관계없이 특별·수시단속을 항시 시행하고 있다”며 “올 들어서만 3~4곳 적발했으며 영업정지와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부분 업소가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돼 있어 꾸준히 주시하고 있는 상태다”고 덧붙였다.
학생 상대 호객행위 일삼는 업소 다수…학교 주변 200미터 내 유해업소 오히려 증가
서울 송파구 가락동의 경우 사정은 더욱 심각했다. 지하철 3·8호선 가락시장역 3·4번 출구 인근에는 여성접객원 고용이 가능한 유흥업소들이 밀집해 있다. 일대 오피스지구에서 근무하는 넥타이부대와 이른 새벽 경매를 마친 시장상인 등을 주 고객으로 삼은 까닭에 24시간 영업이 이뤄지고 있는 이곳에서는 불법성매매가 동반된 영업이 공공연하게 이뤄진다.
문제는 이곳 주변으로 중학교(가원·석촌·가락·송파중학교) 4곳, 고등학교(가락·문정·잠실여·일신여자상업고등학교) 4곳 등이 각각 자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학교와 200미터를 갓 넘긴 거리에 위치해 있긴 했지만 학생들의 통학로로 이용되고 있었다. 타 유흥가와 달리 24시간 영업하는 이곳은 학생들 등교시간이 피크타임으로 전해진다.
문정고등학교 재학생이라 소개한 박정환(19) 군은 “평소 친구들과 모일 때 이곳을 종종 찾곤 했다”며 “이곳 업소에서 이뤄지는 영업 행태에 대해서는 익히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박 군에 따르면 이곳 유흥주점 등에서 호객행위를 하는 업소 직원들이 거리를 지나는 학생을 붙잡아 호객행위를 하며 업소를 이용하도록 부추기는 경우도 왕왕 발생한다.
이종명(19) 군도 “평소 그냥 지나치기만 했다면 어떤 곳인지 모를 수 있겠으나 호객꾼들에게 영업 행태를 듣다 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며 “학생들을 상대로 너무 심한 영업을 일삼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인근 주민 이선미(가명·여) 씨는 “여기서 몇 분만 걸어가면 학교가 바로 나오는데 교육환경보호구역이라는 게 무슨 소용이냐”면서 “최근 한 방송사에서 이곳 영업행태에 대한 보도가 나간 뒤에야 부랴부랴 단속에 나섰는데, 여긴 평소 24시간 유흥 문화로 널리 알려진데다 그동안 학생들도 많이 오갔기 때문에 이미 볼 것 못 볼 것 다 본 실정이다”고 성토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학교주변 200미터 이내에 신설되지 말아야 할 업소들은 올 상반기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더불어민주당 유은혜 의원이 공개한 ‘2017 전국 교육환경보호구역 내 불법 금지시설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말 238곳으로 집계된 불법시설이 올 6월 말 247곳으로 증가했다.
특히 불특정 이성과 신체 접촉이 이뤄지는 이른바 ‘키스방’ 등과 같은 신·변종 업소는 131곳에서 151곳으로 증가했다. 단속된 업소들이 여전히 영업을 이어오는 점은 특히 심각한 문제로 지적됐다.
유은혜 의원은 “실제로 서울·경기·부산 지역에서 지난해 적발된 신·변종업소가 올해에도 계속 영업하는지 확인한 결과 서울의 경우 총 38곳 중 32곳이 여전히 영업 중이었다”며 “경기의 경우는 36곳 중 31, 부산의 경우는 41곳 중 22곳 등이 영업을 계속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유해지역 인근 거주 주민들은 “학교를 중심으로 한 유흥업소들에 대해 보다 강력한 단속을 실시하고 타 유흥가에 앞서 우선적으로 단속이 실시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얼마나 단속이 미비했으면 학교인근 퇴폐업소 수가 늘어났겠느냐”고 꼬집기도 했다.
교육부는 이달 초 ‘제1차 교육환경보호기본계획’을 발표하고 2022년까지 교육청과 지자체 간 합동점검 및 유해시설에 대한 신속한 조치를 내리고 학교 인근의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교육부 학생건강정책과 김태환 사무관은 “당장 내년에도 바로 없앨 수 있지만 신·변종 업소의 경우 음성적으로 운영되는 측면이 있어 지속적으로 단속하고 없애가면서 2022년까지 모두 없앨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주에게 ‘교육환경보호구역에는 들어서면 안 되는구나’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할 계획이다”고 강조했다.
‘현행 200미터 보호구역을 확대하자’는 학부모들의 주장에 대해서는 “이미 250미터·300미터로 넓히자는 법안이 발의돼 있는 것으로 안다”며 “거리를 늘린다 하더라도 여전히 반복될 문제기에 확대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성은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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