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PC게임 ‘플레이어 언노운 배틀그라운드’(이하·배틀그라운드)의 이용 실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미성년자이용불가 등급임에도 어린 학생들이 PC방 등에서 공공연하게 게임을 즐기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게임업체 블루홀이 제작한 배틀그라운드는 지난 3월 시범출시를 시작한 이후 본격적으로 서비스되기 시작했다. 지난달 초 누적 판매량 1000만 건을 돌파하는 등 올해 PC게임 시장에서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그동안은 청소년들이 미성년자이용불가 등급 게임을 이용할 때 부모·친인척 또는 타인의 개인정보를 활용해 성인인증 ID를 확보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배틀그라운드의 경우 인기가 높아지자 일부 PC방들 업주들이 자체적으로 성인인증 ID를 확보해 청소년들에 대여해 주고 있는 것으로 스카이데일리 취재 결과 확인됐다.
해당 아이디의 경우 별도의 성인인증 과정을 거치지 않다보니 청소년들이 이용하는데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돈벌이를 위해 미성년자들에 미성년자이용불가 게임을 부추긴 어른들의 이기심과 게임업체 측의 미흡한 대처 탓에 아이들이 유해한 게임에 노출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성인인증 아이디 학생에게 대여하는 PC방 업주들… “돈에 눈멀어 아이들 미래 저버렸다”
스카이데일리가 서울 및 수도권 지역 PC방 등을 탐문한 결과 상당수 업주들은 배틀그라운드 불법 계정대여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일부 업주들은 구체적인 지역명을 언급하며 “미성년자에 배틀그라운드 ID를 제공하는 PC방이 많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주들은 동종업계라는 이유로 상호명을 알려주는 것을 한사코 거부했다. 대신 한 업주로부터 불법으로 계정을 대여해주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입수할 수 있었다. 해당 동영상에는 배틀그라운드를 실행 후 ‘매장계정 이용자’로 로그인해 게임을 이용할 수 있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이 동영상을 제공한 업주는 “PC방을 운영하는 비슷한 처지지만 해도 너무한 것이 아니냐”며 “같은 업주로서, 같은 어른으로서 참으로 한심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상도덕을 어겨도 이런 식으로 어겨선 안된다”고 질타했다. 그가 상도덕을 운운한데에는 그만한 사정이 있었다.
PC방에서 제공받은 성인인증 계정으로 게임을 즐긴 청소년들이 다른 PC방에 가서도 똑같은 대우를 요구하기 때문이었다. 적법하게 운영을 이어오고 있는 업주들로선 손님을 잃을 뿐 아니라 짜증내는 청소년들을 일일이 타일러야 하기에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취재 중 만난 한 업주는 “동네 PC방 중 한 곳이 불법으로 청소년에 계정대여를 실시하면 인근 업주들 간 감정싸움으로 불거지기 십상이다”며 “일부 지역에서는 참다못한 적법한 업주가 불법 계정대여를 일삼는 PC방을 신고하는 상황도 벌어지곤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허술한 관리·감독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PC방을 운영하는 황준연(34·남) 씨는 “30번 가까이 미성년자들이 게임을 이용하도록 하는 PC방이 있다는 민원을 넣었지만 소용 없었다”고 지적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18세 이용가 게임을 미성년자에 제공한 자는 징역 1년 이하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게 돼 있다. 불법적으로 계정을 대여하는 경우 형사 처벌대상이 되는 셈이다.
단속이 소홀했다는 지적에 대해 경찰청 생활질서계 관계자는 “관련법 상 미성년자가 불법적으로 PC방으로부터 계정을 제공받아 게임을 한다면 경찰 단속대상이지만 부모님 명의로 게임을 할 경우 이는 지자체의 행정처분 대상으로 분류된다”며 “단속 때마다 해당 계정의 신원을 일일이 파악해야 하다 보니 단속에 애로점이 많다”고 말했다.
배틀그라운드 제작사 블루홀, 미성년자이용불가 게임 성인인증 없이 버젓이 판매
청소년들의 배틀그라운드 무분별한 이용은 게임 제작사의 도 넘은 이익 추구 행태 때문에 비롯된 결과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제작사는 이용 등급을 정해 놓고도 유료 결제를 통해 게임을 판매하는 과정에서는 별도의 성인인증을 요구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용하지 못하는 이들에게도 우선은 팔고 보자식의 행태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서울 관악구 소재 한 PC방에서 만난 중학생 홍성학(남·16·가명) 군은 “계정을 만들 때 생년월일을 요구하긴 하지만 무작위로 입력해도 관계없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또 다른 학생은 “게임가격은 3만2000원인데 문화상품권을 통해서도 구입이 가능하다”며 말을 보탰다.
청소년 명의로 된 체크카드로도 게임 구입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서초구 소재 한 PC방에서 만난 최준석(남·19·가명) 군은 “반에서 게임을 하는 아이들 중 80%는 배틀그라운드를 게임을 한다”며 “게임 구매는 내 명의로 된 체크카드로 결제 했는데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런 사태가 발생한 배경에는 해당 게임의 유통을 맡고 있는 업체가 해외업체라는 점이 자리하고 있었다. 배틀그라운드의 유통은 미국의 게임전문유통업체 ‘스팀’이 일임하고 있다. 해외를 기반으로 서비스 해 온 이곳 업체는 별도의 성인인증절차를 두지 않고 있다. 게임을 구입해 이용하는 청소년들을 제어할만한 장치가 전무한 상황인 것이다.
화살은 최종수혜자인 블루홀에 돌아가는 분위기다. 상황이야 어찌됐던 간에 해외 유통사를 통해 게임을 판매하는 블루홀이 막대한 이득을 보고 있다는 사실은 변함없다는 이유에서다. 중학생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막대한 수익을 올리면서도 정작 미성년자 이용불가 등에 구체적인 해결책 마련에는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은주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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