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자상거래업체 쿠팡의 안일한 화재사고 대처가 논란이 되고 있다. 쿠팡이 운영하는 물류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했지만 현장 직원들에 대피는커녕 업무를 강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규모 인명피해로 번질 수 있는 화재사고에 직원들을 무방비 노출시켰다는 지적이다.
최근 충북 제천, 경북 밀양 등에서 인명피해를 낳은 화재참사가 발생해 화재 사고에 대한 안전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은 상황에서 쿠팡의 이러한 행태는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주목되는 사실은 당시 업무를 강요받은 근로자 중에는 일용직근로자(아르바이트)가 상당수 존재했다는 점이다. 게다가 일용직근로자를 상대로 안전교육 실시 근거를 허위로 작성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밝혀져 사태의 심각성은 더해진다. 쿠팡 측이 일용직근로자의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는 상황에서도 갑질 만행을 저질렀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화재발생 후 연기와 탄내 자욱한 물류센터 내에서 “가만히 있으라” 강요
쿠팡 현장 관계자 등에 따르면 지난 17일 오후 4시 30분께 경기도 이천시 소재 쿠팡 덕평물류센터 3층에서 담배꽁초로 인한 화재가 발생했다. 물류센터의 넓은 공간 안에서도 근로자 대다수가 감지할 정도의 연기와 탄내가 발생했지만 대피 명령은 없었다. 심지어 일부 근로자들이 대피하자 매니저직함을 가진 감독관은 직원들에게 현장으로 돌아가 일하라고 강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화재 현장에서 근무 중이었던 함소윤(30·가명) 씨는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함 씨는 “4시30분쯤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는데 20분이 지나도 안내방송이나 대피하라는 지시가 없었다”며 “불안한 마음에 직접 사무실로 찾아가 상황을 설명했지만 자리로 돌아가 일하라는 지시만 받았다”고 밝혔다.
함 씨는 쿠팡 덕평물류센터 직원들의 안일한 모습에 불안감을 느껴 오후 5시30분께 조기퇴근을 신청했다. 정시퇴근을 한 시간도 채 남기지 않은 상태였다. 그는 화재가 발생한 사실도 문제지만 그보다 쿠팡 측의 불성실한 근무 자세와 안일한 대처가 문제였다고 회상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또 다른 근로자 김영(24·여) 씨도 쿠팡 센터담당직원들의 안일한 대처를 지적했다. 김 씨는 “바코드 찍는 일을 맡아 하고 있었는데 탄내가 강해지고 눈이 따가울 정도로 사태가 심각했다”며 “시간이 갈수록 상황은 더욱 심해지는데 매니저나 관리자들은 어떤 지시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너무 불안해 대피하는 사람들을 따라 대피했더니 밖에 있던 센터 담당자가 나오라는 말도 안 했는데 나오면 어떡하냐고 호통쳤다”며 “다시 연기가 나는 안쪽으로 들어가라고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현장에서 일하던 근로자들 대부분은 희뿌연 연기가 한 시간 이상 지속됐음에도 회사 측에서 마스크와 보호장비 지급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사실상 화재 예방은 물론 화재가 발생한 이후 안전사고 대처에도 안일한 태도로 일관했다는 지적이다.
일용직근로자 무시하나…“안전교육 받았다고 허위서명 안하면 일 못한다”
스카이데일리 취재 결과, 더욱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났다. 이번 화재 발생 이전에 쿠팡 측은 계약직 직원들에 대한 안전교육을 하지 않고 허위로 근거자료 작성하도록 강요했다는 사실이다. 쿠팡 측의 안전불감증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물류센터에서 단기계약직으로 근무해 온 함소윤 씨는 “사전 안전교육 확인서명란에 서명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며 “안전교육을 받지도 않았는데 서명해야하냐는 질문에 회사 측은 ‘서명을 하지 않으면 일을 할 수 없다’고 답했다”고 귀띔했다. 이어 “대피로나 소화기 등 위치는 잠깐의 언급도 없었다”고 말했다.
안전에 대한 우려는 이뿐만이 아니다. 쿠팡 측이 근무시간 전 근로자들의 휴대폰을 압수해 화재 발생 시 신고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함 씨는 “특히 핸드폰도 근무시작 전에 알바생(일용직근로자)을 대상으로 다 걷어가 버려 화재가 발생했을 때 어떤 조치도 취할 수 없었다”고 당시 아찔했던 상황을 회상했다.
이와 관련, 이천소방서 관계자는 “쿠팡 물류센터 화재는 자체적 진압해 큰 재산피해나 인명피해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면서도 “실내에 연기가 가득 찬 상태로 방치되면 호흡기 등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물류센터 창고의 경우 플라스틱 재질과 같은 물건들이 많다보니 일부 물류센터 화재로 인한 연기는 건강에 더욱 치명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안전불감증 논란에 대해 쿠팡 관계자는 “당시 일용직근로자(아르바이트)을 대응하던 직원들은 쿠팡직원이 아닌 인력모집대행업체 직원들이다”며 “해당 관계자가 일용직근로자에게 다소 쌀쌀맞게 대한 건 소통 상의 문제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센터 외부의 금연구역에서 흡연으로 발생한 소규모화재였는데 근무자들에게 자세히 알리지 못한 점이 있다”며 “재발 방지를 위해 흡연구역 안내 및 관리자 교육, 시설점검 등을 더욱 강화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명종원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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