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기업들은 문재인정부의 근로시간 단축 정책에 적극 동참하는 분위기다. LG전자 역시 올 하반기 주당 52시간 근무제 도입을 앞두고 지난달 26일부터 사무직을 대상으로 주 40시간 근무 시범운영에 돌입했다. 법적 기준인 52시간보다 더 줄여서 근로시간을 운영해 하반기에 본격 시행할 때의 시행착오를 줄이자는 취지다. 하지만 LG전자 내부에는 친노동과는 거리가 먼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사업부서가 존재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이목이 쏠리고 있다. 문제의 부서는 바로 MC사업본부다. 이곳에 소속된 일부 직원들은 신제품 출시 전 ‘스마트원’이라는 근무 시스템에 돌입한다. 스마트원에 돌입하게 되면 직원들은 수 개월간 24시간 대기상태로 합숙 근무를 실시하게 된다. 직원들은 ‘스마트원’시스템은 주 40시간은커녕 주 52시간조차 지켜지기 어려운 시스템이라고 입을 모았다. 24시간 내내 근무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친노동은 고사하고 사실상 인권탄압에 가까운 근무 시스템이라는 지적이다. 화살은 LG전자 수장인 조성진 부회장을 향하는 분위기다. 스카이데일리가 근로시간 단축 움직임과 맞물려 폐지 여론이 일고 있는 LG전자 ‘스마트원’의 실태와 이에 대한 내부 직원들의 반응을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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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문재인 정부의 근로시간 단축 움직임에 적극 동참 의지를 내비친 LG전자 내부에서 반노동 행위에 대한 불만 여론이 불거져 나와 여론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주당 52시간 근무제 도입을 앞두고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파격적으로 사무직을 대상으로 40시간 근로제를 도입했지만 일부 부서의 경우 사실상 24시간 노동이나 다름없는 근무 시스템을 적용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책임의 화살은 수장인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을 향하는 분위기다.
논란의 중심에는 LG전자 MC(모바일)사업부 소속 개발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시행 중인 ‘스마트원’이 자리하고 있었다. ‘스마트원’은 2010년 당시 MC연구소장이었던 박종석 부사장(이노텍 사장)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 ‘스마트원’이라는 곳에서 합숙을 하면서 근무하는 것을 일컫는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스마트폰 개발·연구 인력이 신제품 시험이 진행되는 생산라인(평택공장)에 왕래하면서 각종 오류에 대응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직원들의 출·퇴근 시간을 줄여 업무처리의 효율을 높이자는 것이었다.
LG전자 직원들에 따르면 스마트원은 평택공장 옆에 있는 복합동 러닝센터 건물 내에 자리하고 있다. 4~5층은 사무실, 6~10층은 숙소로 사용된다. 스마트원 내부에는 식당, 매점 등 각종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다. 1~3개월 가량 스마트폰 개발진들이 이곳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전략 모델 개발에 매진하게 된다. 가장 최근에는 G7 개발팀이 입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무효율성 내세운 스마트원, 실상은 24시간 대기근무”…건강악화·가정불화 부작용
현재 LG전자 내부 직원들은 “스마트원의 본질은 퇴색됐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직원들의 업무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복지가 아닌 노동력 착취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스마트원을 다녀온 직원들은 그곳에서의 생활에 대해 “최악이다”고 짧게 표현했다.
밤낮없이 주말까지 일해야 되는 상황에 내몰리기 일쑤라며 강제로 24시간 붙잡아 놓는 규정은 없지만 그렇게 업무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단 스마트원에 들어가게 되면 고된 노역을 당연시 여기는 분위기가 만들어진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한 연구원은 “팀장급들이 보통 1~2시까지 있으니 밤 10시에 숙소를 들어가는 것도 눈치를 보게 된다”며 “신제품 개발 과정에서 각종 문제점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새벽까지도 대기상태가 이어지는데 심한 경우 새벽 3~4시에 호출을 받을 때도 있다”고 증언했다.
이어 그는 “직원들의 99%는 스마트원을 싫어한다”며 “시대를 역행하는 말도 안 되는 짓거리다”고 성토했다. 이어 “오후 7~8시 문제가 터졌을 때 다음 날 아침까지 보고하라는 것은 사실상 밤을 새워 일하라는 소리나 마찬가지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계속적인 심리적 압박감 때문에 어떤 직원은 우울증으로 정신과 상담을 받고 결국 육아휴직을 쓰기도 했다”며 “다른 조직으로 옮겨달라고 요청하는 경우가 다반사고 일부 직원들은 이직을 선택하기도 한다”며 “이직한 직원들 중 상당수는 ‘스마트원만 아니면 계속 LG전자를 다니겠다’는 말을 남기곤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LG전자 연구원은 “문제가 생겼을 때 밤새도록 일해 빠른 대응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관리자급 에서는 스마트원이 좋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며 “하지만 실무급 직원들 입장에서는 다음날 해야 하는 업무를 계속해서 당겨서 하는 느낌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주변에는 집에 가고 싶을 때 마음대로 가지 못하니 가정불화를 겪는 분들도 있다”며 “모든 인원이 대기해야 하는 상황은 비효율적이므로 인원을 나눠 대응하는 등 방법 전환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스마트원’을 겪고 난 후 퇴사를 한 LG전자 직원도 비슷한 주장을 펼쳤다. 그는 “스마트원에 연속해서 들어가다 보니 삶이 망가지는 것 같았다”며 “주말에 약속이 있든 말든 취소하고 나와야 한다는 식이라 친구 생일파티, 여자친구와의 약속, 미팅·소개팅 등이 전부 불가능했다”고 성토했다.
이어 “심지어 추석 같은 명절 연휴에도 호출하면 다시 스마트원으로 달려가야 했다”며 “당시 20대였는데도 업무 스트레스로 아토피피부염, 목관절 이상 등으로 병원신세 져야 했고 주변 동료들도 책상 위에 약봉지를 두고 먹으면서 일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고 말했다.
친노동 발맞춘 주 40시간 근무제 도입…살인적 근무제 ‘스마트원’ 존폐여부 관심
LG전자 내부 직원들에 따르면 스마트원에 투입되는 직원들은 소프트웨어 팀과 하드웨어 팀으로 각각 나뉜다. 두 팀 모두 밤새 일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처해진다. 소프트웨어팀의 경우 보통 오후3시까지 각 팀마다 만든 프로그래밍 코드를 형상관리팀에 넘긴다. 형상관리팀은 코드를 받아서 빌드(Build)를 시작한다.
‘빌드’란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코드로 된 소스파일을 스마트폰이 이해하고 실행할 수 있는 코드로 변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빌드가 완료되면 그 버전을 스마트폰에 적용해 전체테스트를 한다. 일반적으로 이 작업을 거치면 오후 7~8시가 된다.
만약 여기서 오류 발생 시 코드를 수정해야 한다. 코드 수정까지는 3~4시간이 소요된다. 그럼 오후 10~11시가 된다. 이후 다시 빌드에 돌입하는데 작업 완료 시간은 보통 새벽 3~4시다. 더 이상 오류가 발생하지 않으면 해당 빌드는 공장 테스트팀에 전달된다. 하지만 전달 전 관련 문서를 작성하는 데 2~3시간이 소요되므로 오전 6~7시가 돼야 업무가 마무리 된다.
하드웨어팀의 경우 아침 미팅이 있는 경우 오전 8시부터 업무가 시작된다. 미팅을 마치고 보통 오전 8시 30분부터 본격적으로 하드웨어 제품인증 및 생산 대응 업무를 시작해 보통 오후 7시 30분께 업무가 마무리 된다. 오후 7시30분 부터는 그날 나온 이슈사항을 분석해야 한다. 결국 최종적으로 일과가 마무리되는 시점은 대부분 새벽 시간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LG전자 내부에서는 최근 시범운영 중인 주 40시간 근무제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반응이 적지 않았다. 업무량는 그대로 인데 근무시간을 줄이는 것은 결국 업무의 강도를 높이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친노동을 앞세우면서 직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것은 사실상 ‘모순’이나 다름없다는 주장이다.
한 LG전자 연구원은 “최근 언론을 통해 좋은 기사만 내보내고 있지만 내부에서는 불만 여론이 팽배하다”며 “퇴근 후 카카오톡으로 업무를 지시하지 않는 것도 최근 트렌드지만 ‘일찍 퇴근하더라도 전화는 바로 받아 즉각 대응하라’는 공지 메일을 최근에도 받았다”고 귀띔했다.
LG전자 MC사업부 내부에서는 주 40시간 근무제 도입 후 스마트원 존폐여부가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스마트원은 주 40시간 근무가 불가능한 구조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가장 많이 연속으로 일했던 시간을 묻는 질문에 한 연구원은 “32시간 동안 일했다”고 답하기도 했다.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 회사 측의 반노동 행위에 대한 불만 여론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지만 사 측은 다소 원론적인 입장만 밝히며 스마트원 폐지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오히려 전혀 다른 대답을 내놓으며 질문의 논조를 흐리기도 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스카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신제품 개발 및 생산 효율을 높이기 위해 마곡과 평택 등 사업장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스마트원’도 그 중 하나다”며 “임직원들이 효율적으로 일하고 업무시간 외 충분히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지난달 26일부터 사무직을 대상으로 주 40시간 근무제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은주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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