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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경제 명암<781>-농협중앙회·농협금융지주
文대통령 반기든 김병원…“회장님 출근이 두려워요”
상호금융 직원 설연휴 마트 무급 출근…끝없는 앱 팔이 “악몽 같아”
이기욱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8-03-06 00:03:15
최근 금융권에는 친노동 열풍이 한창이다. 출범 전부터 노동자의 가치를 강조한 문재인정부의 정책 기조에 발맞춘 결과로 분석된다. 국책은행 IBK기업은행은 지난 김정훈 민주금융발전네트워크(민금넷) 전문위원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김정훈 신임 사외이사는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한국금융연수원지부 위원장 출신으로 대표적인 ‘친 노동계’ 인사로 평가된다. 문재인 대통령의 주요 공약 중 하나인 노조 추천 사외이사를 위한 움직임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KB금융노조협의회(KB노조)다. KB노조는 현재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한 상황으로 이달 주주총회에서의 표대결을 남겨놓고 있다. KB노조가 추천한 인물은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다. 권 교수는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공익위원으로 활동한 이력을 지녔다. 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대표의 사위기도 하다. 하지만 이러한 분위기 속에 농민들의 자금을 운용하는 농협중앙회와 농협금융지주 등은 업무 외 차출과 실적 압박 등 ‘친노동’과는 거리가 먼 행보를 보여 논란이 되고 있다. 정부 정책에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스카이데일리가 NH농협을 중심으로 불거져 나온 ‘직원 쥐어짜기’ 논란과 이에 대한 주변의 반응 등에 대해 취재했다.

▲ 일부 지역농협과 NH농협은행의 ‘직원 쥐어짜기’ 행태로 인한 직원들의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다. 일부 지역농협과 농협은행이 행하고 있는 업무 외 차출과 실적 압박 등의 문제가 불거져 나오자 일각에서는 농협중앙회 김병원 회장에 대한 ‘책임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농협중앙회 중앙본부 본관 ⓒ스카이데일리
  
농협중앙회 및 농협금융지주의 ‘직원 쥐어짜기’ 행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문재인정부의 기조에 따라 금융권에 친노동 바람이 불고 있는 가운데 농협의 경우 직원들을 상대로 한 과도한 인력차출, 실적압박 등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협의 이러한 행태는 친노동을 기치로 내 건 문재인정부의 정책기조와 크게 어긋나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더해진다는 지적이 많다. 농민들의 자금을 운용해 공공적 성격이 짙은 농협이 국민투표로 당선된 대통령의 정책 기조를 정면으로 거스르고 있는 것은 사실상 근간인 농민들의 의지에도 반하는 행위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명절연휴, 퇴근 이후 등 수시로 무임금 노동착취 강요…“창구 직원을 마트 짐꾼으로”
 
인천에 위치한 한 지역농협의 상호금융 부문에서 근무 중인 박수현(29·남·가명) 씨는 지난달 설 연휴를 앞두고 당혹스러운 지시를 받았다. 연휴 기간 업무량이 늘어나는 유통부문 ‘하나로 마트’에 인력 차출을 실시한다는 내용이었다.
 
박 씨에 따르면 명절 연휴 기간 인력 차출은 입사 연차가 오래되지 않은 남성 직원들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임의의 조를 편성한 후 특별 근무 날짜를 정하고 해당 일에 출근해서 일을 하는 방식이었다. 설 연휴 이틀 전인 2월 13일 화요일부터 14일, 15일까지 업무가 배정됐다.
 
그는 설날 하루 전인 목요일에 출근을 했다. 업무 시간은 약 6시간이었다. 박 씨는 “연휴 기간 출근으로 연휴 계획이 모두 엉망이 됐다”며 “신입급 남성이라는 특정 직원들만 특별 근무를 하는 것도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생각한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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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되는 사실은 휴일 출근에도 불구하고 별도의 수당을 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노동착취가 의심되는 대목이다. 박 씨는 “당직 근무와 비슷하게 여겨 별도의 급여를 주지 않는다”며 “주변에 문의를 해봤지만 과거부터 수차례 있었던 관행이라는 답변만 돌아왔을 뿐 이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아무리 같은 지역 농협에 속한 직원이라도 휴일 날 다른 부문에 차출을 하면서 별도 수당을 주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한다”며 “오히려 거꾸로 상호금융 부문 인력이 부족하다고 다른 부문 인력이 보충되는 일은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 인천 소재 한 지역 농협은 지난 설연휴 기간 동안 상호금융 부문 직원들을 유통부문 ‘하나로마트’에 차출해 논란이 되고 있다. 차출 대상 직원은 입사 연차가 낮은 남성직원들이며 별도의 수당은 주어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사진은 서울 지역 내 하나로마트 매장의 모습(기사의 특정내용과 관련 없음) ⓒ스카이데일리
 
일부 지역 농협의 경우 상호 금융 부문 직원의 인력 차출이 수시로 이뤄지고 있어 직원들은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었다. 심지어 제주 소재 한 지역농협의 경우 퇴근 후 순번을 정해 마트에서 야근을 실시하는 사례도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제주의 경우 교통이 불편해 아르바이트 직원 대신 지역 농협의 정직원들을 동원하는 것 같다”며 “퇴근 후 본인의 주 업무와 관련 없는 일을 할 수밖에 없어 많은 이들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꼬집었다.
 
NH농협은행 ‘스마트 고지서’ 줄 세우기 공지에 본인 서명까지…“출근 두려워”
 
농협의 과도한 ‘직원 쥐어짜기’ 행태는 지역 농협뿐 아니라 농협중앙회 산하 NH농협은행(이하·농협은행) 내에서도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농협은행 직원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스마트 고지서 어플리케이션’ 실적 압박이 그것이다.
 
NH스마트고지서는 지난해 3월 출시된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이다. 자동차세와 재산세, 주민세 등 각종 청구서와 고지서를 스마트폰으로 자동알림 받고 즉시 납부 할 수 있는 서비스다. 출시 1년째를 맞이하고 있는 NH스마트고지서는 지난달 26일 기존 서비스에 아파트 관리비, 국세 및 범칙금 알림·납부 서비스가 추가됐다. 농협은행은 최근 어플리케이션 확산을 위해 대대적인 홍보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어플리케이션의 대대적인 홍보로 인한 부담은 고스란히 직원들에게 전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객들이 해당 어플리케이션을 다운 받은 후 로그인 하는 횟수가 실적으로 계산되다 보니 직원들에게 이른바 ‘홍보 할당’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일부 직원들의 경우 실적을 채우기 위해 가족 및 지인들에게 다운로드부터 로그인, 직원검색, 직원등록 등의 철차를 상세히 안내하는 사진을 만들어 배포하고 있는 실정이다.
 
농협은행에서 근무 중인 임승환(30·남·가명) 씨는 “출근을 하면 메일함에 실적과 순위가 첨부된 메일이 와 있다”며 “매일 아침 내 등수를 확인하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하기 때문에 요즘에는 출근하기가 무서워진다”고 토로했다.
 
▲ NH농협은행 내 직원들은 최근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스마트 고지서’로 인한 실적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일부 지점은 직원들의 실적을 매일 줄세우기식으로 공지하며 실적 할당을 강요하고 있다. 사진은 일부 직원들이 지인들을 대상으로 스마트고지서 영업을 요구하는 모습 ⓒ스카이데일리
 
이어 그는 “타 지점의 경우 출근하면서 자신의 이름과 실적 옆에 서명을 해야 하는 곳도 있다고 들었다”며 “지인들에게 부탁하는 것도 한 두 번이지 은행 공식 앱 뿐만 아니라 각종 앱을 출시할 때마다 같은 일이 반복되니 업무 외적인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화살은 지역 농협의 대표격인 농협중앙회를 향하는 분위기다. 지역 농협 개별적으로 이뤄지는 조치이긴 하지만 농협중앙회는 이들을 관리·감독할 의무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및 지역농협 관계자에 따르면 농협중앙회는 각 지역단위 농협에 존재하는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설립됐다. 농협중앙회는 가입한 조합들의 공통의 이익을 위해 활동하며 지역 별로 존재하는 지역본부들을 통해 각 지역농협과 일선 지점들을 지도, 관리, 지원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동시에 농협중앙회는 농협금융지주의 최대 주주(100%)기도 하다. 농협금융과 지역 농협 모두에 대한 관리 의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 지역 농협 소속 관계자는 “농협중앙회의 주요 임무 중 하나가 지역 농협에 대한 관리·감독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직원들에 대한 무노동 강요가 무분별하게 이뤄지는 것을 보면 농협중앙회가 본연의 임무를 소홀히 하고 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문재인정부 들어 ‘노동자’의 가치가 중요시되고 있지만 농협은 아직까지 개선될 모습을 보이고 있지 않다”며 “업무 외 지시나 과도한 실적 압박은 농협 전체적인 차원에서 근절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논란들에 대해 농협중앙회 측은 “단위 농협과 농협은행 등은 하나의 독립법인으로 각각의 내부 규정에 따라 인력을 운영하고 있다”며 “내부 규정에 어긋나지 않을 경우 농협중앙회는 인력 순환 등의 단위 농협 경영에 대한 간섭을 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농협중앙회의 관리, 감독 역할은 사후 감사 등에 국한된다”고 선을 그었다.
 
[이기욱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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