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르면 복합쇼핑몰은 현대적 판매·오락·엔터테인먼트 시설이 결합된 사업장으로 매장면적의 합계가 3000㎡(약 908평) 이상인 쇼핑몰을 일컫는다. 개발·관리·운영의 주체는 1개 업체가 맡도록 돼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복합쇼핑몰로 급부상한 스타필드의 운영사는 신세계그룹 계열사인 신세계프라퍼티다. 그런데 최근 신세계 스타필드고양 내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여론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한 입점브랜드 직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사건을 계기로 입점브랜드 직원들에 대한 처우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자살의 원인으로 직원 처우 문제를 꼽는 목소리가 적지 않아서다. 스카이데일리가 스타필드고양을 찾아 입점브랜드 직원들의 고충과 이들의 노동환경 등을 현장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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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권익증대를 이유로 연중무휴 운영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복합쇼핑몰 내 입점브랜드 직원들의 처우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강도 높은 운영방식 때문에 입점브랜드 직원들이 받는 압박의 강도가 상당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이 심혈을 기울여 출범시킨 복합쇼핑몰 스타필드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스타필드 측은 최근 입점브랜드 직원 처우 문제가 불거졌는데도 개선은커녕 이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입점브랜드들과의 계약을 맺고 그들에게 공간을 내어주기만 하는 ‘임대업자’를 자처하면서도 사실상 입점브랜드 업주들을 압박해 그 여파가 직원에게 전가되는 상황을 만들었다는 주장이 일부 입점브랜드 직원들 사이에서 제기됐다.
입점브랜드 직원 비보 후에도 소통 부재 여전…“직원 동선 쓰지 마라”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스타필드고양에 입점한 한 아동복브랜드 점포 매니저가 재고창고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쓰러진 채 발견된 매니저는 곧바로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결국 숨졌다. 고인은 평소 연중무휴 운영되는 복합쇼핑몰 탓에 쉬지 못한다며 만성피로를 호소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스카이데일리는 해당 사건이 발생한 스타필드고양을 찾아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는 입점브랜드 직원들을 직접 만나봤다. 실제 그들의 업무 강도와 처우 등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전체적으로 해당 직원의 죽음을 두고 쉬쉬하는 분위기가 주를 이뤘다. 같은 층에서 근무하는 직원들도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모른다고 답하는 이들이 상당했다.
그러나 이곳 직원들은 만성피로의 원인으로 꼽힌 연중무휴 운영에 대해서는 불만 섞인 반응을 내비쳤다. 패션잡화브랜드 직원 남문주(49·여·가명) 씨는 “아무리 그래도 사람이 죽었는데 입단속이든 동요하지 말라든 어떻게 된 사건인지 언급하거나 설명할 줄 알았는데 그와 관련된 별다른 메시지가 없었다”면서 “벌써 사건이 일어난 지 보름이 넘었는데 신세계 측은 아랑곳 않게 행동하면서 애써 잠잠해지길 바라는 모습을 내비치고 있다”고 말했다.
스타필드 입점브랜드 매장에서 근무하는 직원들 상당수는 이곳에 매장을 여는 것은 단순한 입점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고 귀띔했다. 신세계의 갖은 요구에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특히 점검차원에서 수시로 사업장을 둘러본다는 정용진 부회장이 방문이라도 할 경우 휴무일 등 직원들의 스케줄에도 변화가 생긴다는 답변도 있었다.
한 엔터테인먼트 브랜드 소속 성주원(26·남·가명) 씨는 지난 5일 당초 휴무일로 계획했으나 쉴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정 부회장이 스타필드고양을 찾은 날이었기 때문이다. 성 씨는 “브랜드 매니저가 ‘높은 사람이 온다고 하니 출근하고 휴무일을 조정하라’고 지시했다”며 “이유를 물어봐도 매니저도 ‘딱히 들은 게 없다’고 할 뿐이었다”고 밝혔다.
모 입점브랜드 직원 박승희(24·여·가명) 씨는 4층에 위치한 직원식당을 이용하기 위해 버젓이 있는 4층 주차장 옆으로 난 직원 동선을 두고 3층으로 내려가 이동해야 했다. 사전에 동선 이용을 자제할 것을 지시받았기 때문이다.
박 씨는 “개장 초기 누구라도 높은 사람이 오는 날에는 스타필드 운영매니저들이 매장을 돌며 이유를 설명하고 적재물이 보이지 않게 잘 치워달라는 등 양해를 구하는 편이었다”며 “직원들이 불편하게 이동해야 하는데도 브랜드 매니저가 운영매니저로부터 들은 것은 이유 설명을 쏙 뺀 전화 통보가 전부였다고 하더라”고 털어놨다.
직원 이용불가 화장실 존재, 직원 휴게실도 영업시간엔 이용불가 “비참하다”
스타필드고양 위치안내도에 따르면 4층에 개방된 화장실은 5곳이다. 그 중 메가박스·스포츠몬스터·브릭라이브 등 엔터테인먼트 공간이 위치한 동 내에 개방된 화장실은 메가박스 매장 내 화장실 1곳 뿐이다. 해당 화장실 앞에는 ‘스타필드 상주직원 고객화장실 이용 지양안내’라는 내용의 안내게시판이 비치돼 있다.
안내문에는 ‘고객이 항상 청결하게 이용할 수 있게 상주직원들은 건물 내에 위치한 직원 화장실을 이용하시기 바랍니다’고 적혀있다. 4층 직원들에 따르면 해당 화장실은 메가박스가 운영·관리하고 있는데 당초 스타필드 측의 지원이 이뤄지지 않아 고민하다가 결국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메가박스 이용객 뿐 아니라 4층을 이용하는 전 고객이 이곳을 들르는데다 직원전용 화장실은 너무 멀어 직원들도 급할 때 찾을 수밖에 없다는 증언이다. 이용객이 이렇게 몰리는 데도 휴지 등의 소모품은 메가박스 측이 전부 충당하고 있어 이는 직원들 사이에서 꾸준히 부당한 사례로 꼽혀왔다.
패션의류 입점브랜드 직원 박선영(22·여·가명) 씨는 “4층 입점브랜드 직원들은 먼 곳에 있는 화장실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며 “이용하면서도 같은층에 근무하는 메가박스 직원들의 고충을 알기 때문에 눈치가 보이기 일쑤다”고 귀띔했다. 이어 그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 스타필드는 ‘나 몰라라’ 식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세계 측에서 근무 중에도 쉬지 않고 일하도록 종용한다는 불만도 제기됐다. 한 입점 브랜드매장 직원에 따르면 스타필드에는 각 층에는 직원휴게실이 있다. 그러나 직원휴게실로 통하는 철문에는 ‘스타필드 영업시간 중에는 잠겨있다’는 안내문이 부착돼있다. 기자가 문을 열어본 결과, 실제로 문은 잠겨있었다. 입점브랜드 직원들이 힘들어도 직원휴게실을 이용하기 어려운 상황인 셈이다.
E 패션잡화 입점브랜드 직원 강선정(50·여·가명) 씨는 “스타필드와 계약 시 정한 수칙을 지키는 것은 중요하다고 보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따른다”며 “매장 옆에 버젓이 휴게공간이 있지만 우리는 이용할 수 없고 직원전용 휴게실은 접근이 힘든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입점브랜드 직원들끼리는 서로가 직원인 줄 알지만 명찰·목걸이를 빼고 서로 눈감아주면서 고객 휴게실에서 잠깐씩 고객인 척 짬짬이 쉬는 편이다”며 “그럴 때 마다 비참한 감정을 느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고 호소했다.
이와 관련,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스타필드 고양점은 규모로 보나 타 복합쇼핑몰·백화점 등과 비교해 직원휴게공간이 많이 마련돼 있는 편이라 본다”며 “스타필드는 임대업이기 때문에 직원 휴게 시간 등 구체적인 방침은 입점브랜드 본사와 직원들이 조정하는 것이다”고 선을 그었다.
반면 직원들의 반응은 상반된 것으로 나타났다. 스타필드 고양점 개장 때부터 일했다는 F 레스토랑&카페 브랜드 직원은 “개장 초반 오픈 시간에는 사람이 직접 ‘오늘도 힘내달라’고 방송했는데 언젠가부터 기계음으로 ‘고객에 피해가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안내방송이 나온다”며 “아침부터 위협적으로 경고를 하는 셈인데 이래도 ‘갑질’하지 않는다 할 수 있겠냐”고 비판했다.
“임대업자일 뿐이다” vs “압박 심하다”…복합쇼핑몰 규제 여론 대두
복합쇼핑몰 운영사의 운영방식을 두고 이런저런 잡음이 끊이지 않지만 정작 운영사들은 임대업자일 뿐이라고 선을 긋고 있어 논란은 더해지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을 중심으로 복합쇼핑몰 역시 일반 유통채널과 같은 규제가 적용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대두돼 주목된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고객이 오래 머물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 복합쇼핑몰은 ‘진화된 백화점’이라 불린다. 그러나 스타필드를 포함한 롯데몰·여의도 IFC몰 등의 복합쇼핑몰은 유통업이 아닌 임대업으로 규정돼 있다. 소비자들에게는 유통채널로 여겨지지만 여느 백화점·마트처럼 ‘의무 휴업’ 등의 규제를 받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더불어민주당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통합한 법안을 발의하고 최근에는 세부 시행령 마련에 들어갔다. 해당 법안은 대기업 계열의 복합쇼핑몰에도 ‘월 2회 의무 휴업제’, ‘영업시간 제한’ 등의 규제를 적용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슬비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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