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기준 전국 편의점 점포수는 3만7539개다. 올해는 이보다 많은 4만개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상 과포화 상태에 다다른 편의점 업계는 점포 간 경쟁 역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별다른 기술력을 요하지 않아 타 업종보다 진입장벽이 낮은 편의점은 24시간 영업이 다른 유통채널과의 가장 큰 차별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은퇴 후 또는 생계를 위해 편의점 창업에 야심차게 나선 이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극심한 피로감을 토로하곤 한다. 경영 상황이 좋지 않은 편의점의 경우 알바생 고용조차 어려워 점주들의 고충은 더해진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3개월 간 오전 0시부터 6시 사이 영업 손실을 본 점주들이 편의점 본사에 심야영업 중지를 요청할 수 있는 법안을 마련했다. 업주들 부담을 줄여주자는 취지다. 하지만 법안의 후폭풍을 문제 삼는 목소리가 적지 않아 주목된다. 고객 불편이 예상되는데다 고용위축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무리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편의점 경영악화의 책임을 업주들이 떠안고 있는 셈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스카이데일리가 내년 1월부터 본격 시행 예정인 편의점 심야영업 제한을 둘러싼 업계 전반의 이야기를 현장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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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추진 중인 편의점 심야영업 자율운영 법안이 도마 위에 올랐다. 법안의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 높게 일고 있다. 편의점 업주의 매출 및 일자리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반응이다. 고객들의 불편 역시 부작용으로 지목된다.
주목되는 점은 이번 법안이 등장하게 된 배경이다. 정부는 심야시간 대 영업손실이 불가피한 편의점 점주들의 고충을 덜어주자는 취지지만 결국 그 배경에는 무리하게 추진한 최저임금 인상이 자리하고 있다는 반응이 상당하다. 결국 정부의 무리한 정책 추진으로 업주들이 그 책임을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는 게 관련업계의 중론이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울상 짓는 편의점주들…정부 “힘들면 문 닫아라”
공정거래위원회(이하·공정위)에 따르면 편의점 심야영업을 제한하는 가맹사업법 개정안이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를 통과했다. 현재 법제처 심사에 들어간 가맹사업법 개정안은 시행 공포가 되면 내년 1월 1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에 들어가게 된다.
심야영업 제한은 정부가 편의점 점주들의 생활권 보장과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부담감을 완화시켜주기 위해 지난 2014년 최초 도입됐다. 하지만 중단을 신청한 점포비율은 전체 편의점의 2~3% 수준인 1100여 곳에 불과하다.
당초 6개월 간 야간시간대 영업비용이 매출을 초과할 경우 영업중단 요청이 가능했다. 시간대는 오전 0시부터 7시, 1시부터 8시 등 7시간이다. 개정안은 6개월을 3개월로 단축하고 영업시간대 역시 0시부터 6시까지 조정했다.
심야영업 제한 문턱을 낮추고 출근시간대 영업을 보장해 줬지만 점주들은 여전히 신청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부작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고객불편, 편의점 매출감소, 일자리감소 등이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꼽혔다.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서 6년째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은봉(51·남) 씨는 “특히 원룸이나 오피스텔이 많은 곳은 야간 매출이 꽤 많은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심야영업 제한 신청은 꿈도 못 꾼다”며 “어차피 야간은 알바생이 일을 하기 때문에 점주가 쉬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다”고 말했다.
이 씨는 “편의점 수명은 보통 3.8년이라고 할 정도로 굉장히 짧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달에 몇 개씩 생기는 추세다”며 “내가 쉬면 다른 경쟁 편의점에서 고객들을 다 뺏어갈 뿐만 아니라 매출 급감에 본사 지원금마저 끊기는 데 부담감을 완화시키는 게 아니라 오히려 가중 시키는 처사다”고 지적했다.
관악구 낙성대동에서 편의점 부점장으로 일하고 있는 원진수(27·남) 씨는 매장에서 일하는 알바생 및 재고관리를 담당하고 있다. 원 씨 역시 심야영업 제한은 영업점 입장에서 보면 손실이 더 크다는 의견을 냈다.
원 씨는 “술을 한 잔 하거나 늦게 퇴근하는 사람들은 주로 밤 시간대 편의점을 자주 찾는데 그때 고정적으로 나가는 물품들이 일부 정해져 있다”며 “심야영업 제한을 신청할 경우 해당 물품들은 악성재고로 남게 될 테고 물건이 다 팔려야 발주를 더 할 수 있는데 그 기간이 길어지게 되면 결국 가맹점주들은 본사 눈치를 볼 수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여성 고객들 같은 경우는 약국이 문을 닫고 나면 편의점을 찾아와 타이레놀이나 소화제·감기약 등을 급하게 사러 오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고객 입장에서는 언제든 찾을 수 있는 편리한 곳이 편의점이고 업주들은 심야시간대 한두 명의 고객으로도 매출에 도움을 얻는 상황인데 ‘돈 안 되면 영업하지 마라’ 식의 법안은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다”고 덧붙였다.
밤 시간대 일할 수밖에 없는 아르바이트생들 “결국 우리 밥그릇만 뺏기게 생겼다”
심야시간대 문을 닫는 편의점이 늘어나면 아르바이트생들의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반응도 상당하다. 대부분 낮 시간대 학업 또는 다른 근무를 병행하는 이들은 심야시간대 편의점이 문을 닫게 되면 그만큼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편의점에서 야간 알바를 하고 있는 장현수(35·남) 씨는 “굳이 힘든데도 야간에 알바를 하는 이유는 낮에 다른 일을 병행하면서 다른 시간대 보다 높은 시급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며 “이런 상황에서 심야시간 대 문을 닫는 편의점이 늘어나게 되면 우리 같은 아르바이트생들은 밥그릇 뺏길 위기에 놓이게 된다”고 말했다.
결국 업주들의 인건비 상승 부담을 경감시켜주겠다는 취지로 마련된 심야영업 제한은 당초 목적과 달리 일자리를 없앰으로써 그 부담감을 낮춰주는 모양새가 됐다. 현실과 맞지 않는 제도상의 허점을 놓고 점주들은 결국 정부의 무리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부작용을 덮기 위한 무리수 법안이 남발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사당에서 편의점을 5년째 운영하고 있는 송연자(58·여·가명) 씨는 “편의점이 과포화 상태라고 해도 살아남기 힘든 근본적인 이유는 최저임금 인상 때문이다”고 말문을 열었다. 송 씨는 “원래 매장을 안 지켰는데 올해 들어오고 나서 알바생들을 많이 내보냈다”며 “한달 꼬박 장사해도 인건비로 500만~600만원이 나가는데 부담스러워서 어떻게 알바생을 쓰겠냐”고 말했다.
신림동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박영민(47·남·가명) 씨는 “내 단골 뺏겨 가면서도 심야영업을 그만하겠다는 곳은 사실상 본인 건물에 편의점을 들여놓은 건물주들이나 가능한 소리다”며 “야간에 문을 닫으면 본사 지원금도 끊기는 데 이런 문제들을 전적으로 해결해주지 않으면 결국 야간에 문을 열 수밖에 없고 임금 인상으로 인한 부담을 계속 떠안고 가야한다”고 말했다.
박 씨는 “보기엔 그럴 듯해 보이지만 밤낮없이 돌아가는 편의점에 헛바람만 들게 하는 정책이 될 수도 있다”며 “약국이 순번을 정해서 심야약국을 운영하는 것처럼 편의점도 그런 유동적인 대책이 필요한 거지 필요한 사람은 신청해서 문을 닫으라는 건 현실을 모르니까 하는 말이다”고 질타했다.
공정위 가맹거래과 김대영 팀장은 “누구 하나를 구제하려면 반대편에서 일자리 감소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지만 이는 고용안정자금 등 다른 제도적인 보완책이 있다”며 “게다가 3년 동안 이를 신청한 점포가 1100여개 정도니까 엄청나게 일자리가 줄어든다고는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팀장은 “무조건 심야영업을 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각자의 판단에 맡겨 신청을 받아서 하는 것이다”며 “본사 지원분이 없어지더라도 쉬는 게 나을 거라는 점주들도 있을 수 있고 반대로 심야영업을 지속하는 점주들도 있을 테니까 소비자 불편이 가중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배수람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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