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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진단]-김영철 北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방남 갈등
피눈물만 8년째…“나라 위해 목숨 잃은 내 아들아”
천안함 폭침 유가족 성명 발표…“한반도 평화 좋지만 이건 아니다”
이성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8-02-26 16:30:19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지난 25일 방남했다.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식에 북한 고위급 대표단장 자격으로 참석해 한반도 평화 분위기 조성에 동참하겠다는 취지다. 김 부위원장은 지난 1989년 남북 고위당국자회담 예비접촉 때부터 북측을 대표해 온 인물이다. 이후 대남 관련 주요 직책을 두루 맡으며 북한의 ‘대남통’ 역할을 해 왔다. 2009년에는 대남공작사령탑으로 알려진 총참모부 정찰총국장에 임명됐다. 그는 대남 강경파로 분류된다. 2013년 3월에는 조선중앙TV에 나와 ‘정전 협정 백지화’를 발표하며 불바다 발언을 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김 부위원장이 총참모부 정찰총국장에 임명된 지 1년 뒤 ‘천안함 폭침’이 일어났다. 이후에도 연평도 포격, 목함 지뢰 등 국지도발 사건이 발생했다. 국방부는 장병 정신교육 교재를 통해 그를 대남도발의 배후로 지목한다. 김 부위원장의 방남이 논란이 되고 있는 이유다. 특히 그의 대남도발로 가족을 잃게 된 천안함 유가족들은 그의 방남에 격양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도 김영철 방남 저지를 위해 시위에 나섰다. 스카이데일리가 천안함 폭침 유가족을 만나 그간에 입었던 정신적 고통과 김영철 방남에 대한 견해 등을 직접 들어봤다.

▲ 지난 25일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방남했다. 한반도 평화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는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방남이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을 시작으로 천안함 폭침의 주범으로 지목된 김 부위원장까지 이어지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사진은 24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김영철 부위원장 사진에 ‘X’자가 그려진 피켓을 들고 반발에 나선 천안함 장병 유가족 ⓒ스카이데일리
 
“문재인정부가 국가를 위해 헌신하다 가족을 잃은 우리를 하찮게 여기는 것입니다”
 
천안함 유가족들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식 북한 측 고위급 대표단장 자격으로 방한한 김영철 노동장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을 상대로 울분을 토해냈다. 김 부위원장은 지난 2010년 천안함 폭침사고의 배후로 지목된 인물이다.
 
유족들은 현 정부가 남북화해무드 조성이란 명분아래 고귀한 우리 젊은 병사들의 목숨을 앗아간 주범의 방한을 묵인하는 것에 대해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북한의 이번 올림픽 목적이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기 위함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인 가운데 우리 정부가 공을 들인 남북화해무드가 과연 비핵화 메시지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든다는 반응을 보였다.
 
北 고위급대표단 방남…가족의 생명 앗아간 원수 보며 눈물 흘린 천안함 유족들
 
김 부위원장의 방남 소식이 알려진 직후 지난 23일 천안함46용사 유족회와 천안함 예비역 전우회, 천안함재단 등은 성명서를 발표했다. 천안함 폭침의 아픔을 직접 겪은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김영철은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주범이다”며 “평창 올림픽 폐막식 참석 수용을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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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김영철은 지난 2010년 당시 정찰총국장으로서 3월 26일 천안함을 폭침시켜 승조원 46명을 숨지게 하고, 11월 23일 연평도 포격 도발을 진두지휘한 장본인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시에 △김 부위원장의 방남 반대 △폐막식 참석 수용 즉각 철회 △북한의 천안함 폭침 소행 인정과 사죄 △정부의 유가족 입장 고려 등을 촉구했다.
 
이튿날에도 유족들의 시위는 계속됐다. 이들은 24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항의시위를 벌였다. 김 부위원장의 방남에 대한 거부 의사를 표현하는 시위였다. 60여명의 유족들은 이날 광화문광장에 모여 시위를 벌인 뒤 항의서한을 전달하기 위해 청와대 분수대까지 행진했다.
 
▲ 천안함 폭침으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은 지난 24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김영철 부위원장의 방남을 반대하고 나섰다. 유가족들은 천안함 폭침의 주범 김 부위원장의 방남은 나라 위해 일하다 목숨 잃은 사람들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사진은 2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김영철 방한 규탄 기자회견을 갖는 천안함 유가족들(위)과 광화문광장에서 청와대 분수대까지 행진하고 하며 김영철 방남 규탄 피켓을 든 유가족 ⓒ스카이데일리
 
스카이데일리가 만난 유가족들은 김 부위원장의 방남에 대해 하나같이 울분 섞인 반응을 보였다. 유가족들은 문재인정부가 유가족들과 대화 한 번 없이 김 부위원장의 방남을 수용한 데 대해 반감을 드러냈다. 유가족들의 아픔을 보듬어 주지 못할지언정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천안함 폭침의 주범으로 거론된 인물의 방남을 수용해야만 했느냐고 성토하기도 했다.
 
폭침희생자 고(故) 안동혁 병장의 어머니 김영란(61·여) 씨는 “이번 설 명절이 명절 같지 않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다른 이들에게는 이번 설이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이 겹쳐 즐거운 설을 보낼 수 있었지만 김 씨가 느끼는 감정은 달랐다. 북한 고위급대표단의 방남이 그 이유였다.
 
김 씨는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으로 내려오는 북한 사람들이 다 보기 싫었다”며 “(천안함 폭침을 주도한 김 부위원장의 방문의 경우)문재인 대통령이 수용하지 않았으면 될 일인데 왜 우리를 여기까지 나와 시위를 하게 만드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평소 교회를 다니는데, 북한을 위해 기도를 많이 한다”면서 “북한 주민들이 무슨 죄가 있나, 지도자들 잘못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 주민들은 안타깝지만 북한 지도자들이 눈에 띄게 판치고 다니는 건 용납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고(故) 서대호 중사의 아버지 서영희(62·남) 씨는 한반도 평화를 위해 김여정 제1부부장의 방남까지 지켜볼 수 있지만 김 부위원장의 방남은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서 씨는 “(북한이)1차로 김여정을 보내놓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까지는 (한반도 평화를 위해)이해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천안함 폭침 주범인 김영철의 전력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유가족에 대한 배려 없이 그런 독단적인 결정을 내리는 정부의 행태에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동안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며 “정권이 바뀌기 전에는 그나마 정부가 신경 써 주기도 했는데 문재인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천안함 유족들을 더 아프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 천안함 폭침으로 가족을 잃은 유족들은 24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김영철 부위원장 방남에 대한 반대 기자회견을 갖고 청와대 분수대 앞까지 행진했다. 유가족들은 이날 기자회견과 함께 청와대 관계자에게 항의 서한을 전달하기 위해 모였다. 사진은 청와대 분수대 앞 천안함 유가족들이 청와대 관계자가 나오길 기다리는 모습 ⓒ스카이데일리
 
이어 “아들이 나라를 지키다가 목숨을 잃었는데 사회에서 사고를 당해 숨진 일보다 더 못한 취급을 한다면 그 어느 누가 군대에 가서 나라를 지키겠는가”라며 “한 마디로 (군인들의)자부심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문재인정부가 유가족들의 마음을 헤아려 줄 것을 요구했다.
 
고(故) 이창기 준위의 형인 이성기(54·남) 씨는 김 부위원장의 방남에 대해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고 목소리 높였다. 이 씨는 “천안함 폭침이 일어난 지 채 10년도 되지 않았다”면서 “그런데 천안함 용사 유가족들을 무시하고 서해를 수호하다가 목숨 바친 장병들의 넋을 이렇게 내팽겨 쳐도 되는 건지 문재인 대통령에게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 씨는 “김여정이 방남할 때도 많이 속상하고 분노가 치밀었지만 그나마 참을만 했다”며 “하지만 김영철까지 온다는 건 말이 안 되지 않느냐, 김영철은 천안함 폭침의 주범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천안함 폭침은 당시 정부가 북한의 소행이라고 못을 박았고 8년이 지난 지금까지 북한으로부터 어떠한 사과도 받지 못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천안함 폭침의 주범인 김영철이 대한민국 땅을 밟는다는 것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김영철 방남에 커지는 南-南 갈등…“안 오는 게 당연하다”
 
김 부위원장의 방남은 대한민국 내부의 갈등으로 번지는 분위기다. 유가족들은 물론 정치권에서도 김 부위원장의 방남 반대 목소리가 거세게 일고 있다. 미국 행정부도 김 부위원장의 방남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보이면서 논란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지난 25일 경기 파주시 통일대교 남단에서 김 부위원장의 방남을 막기 위해 시위를 벌였다. 24일 저녁부터 시작된 시위에서 자유한국당 지도부와 소속 의원 80여명은 김 부위원장 일행의 이동경로로 예측된 이곳에서 태극기를 펼쳐 보이는 등 김 부위원장 방남을 저지하기 위해 나섰다.
 
‘김영철 방한저지 투쟁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김무성 의원은 “대오에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천안함 폭침 주범, 연평도 도발 주범인 김영철을 단호하게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문재인정부는 끝내 대한민국 국민이 부여한 권력으로 살인마 전범 김영철에게 그들만이 아는 샛문을 열어줬다”고 비난했다.
 
▲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는 ‘북한산 CHT-02D 어뢰 추진 동력 장치 모형’이 전시 돼 있다. 사진은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북한산 CHT-02D 어뢰 추진 동력 장치 모형’을 보고 있는 한 관람객 ⓒ스카이데일리
 
미국에서도 김영철 방남에 대해 비판하는 논조의 발언이 나왔다. 헤더 노어트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22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김영철 방남과 관련해 “그가 (천안함)기념관에 가서 그에게 책임이 있다고 여겨진 것을 보는 기회로 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후 노어트 대변인은 구체적인 찬반 입장을 내놓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브리핑 논조에 대해 미국이 김영철 부위원장을 콕 집어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경기 평택시 해군2함대 안보공원에는 천안함 기념관이 마련돼 있다. 앞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 참석을 위해 방한했을 때 이곳을 찾기도 했다.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도 ‘북한산 CHT-02D 어뢰 추진 동력 장치 모형’이 전시돼 있다. 해당 장치는 천안함 폭침 당시 발견된 북한 어뢰의 잔해이며 결정적 증거물로 판단되고 있다.
 
전쟁 기념관을 찾아 어뢰 추진 동력 장치 모형 앞에서 천안함 폭침 내용을 보던 방문객들은 김영철의 방남에 대해 “한반도 평화도 좋지만 김영철은 아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곳을 찾은 전병기(가명·남) 씨는 “국가적으로 통일을 위한 대화가 좋은 일인 건 맞다”면서도 “하지만 김영철은 천안함 폭침의 주범으로 지목돼 있고 그의 방남으로 인해 사회적 갈등이 더욱 고조 되는 것 같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조훈민(22·남) 씨도 “김영철은 안 오는 게 당연한 거 아니냐”면서 “남북관계가 복잡한 문제이고 화해를 해야 하는 건 맞지만 김영철이 온다는 건 반대하는 입장이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특히 여기서 천안함 폭침 관련 내용을 보니 김영철에 대해 좋은 생각을 가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국가정보원은 김 부위원장의 방남에 대해 “명확하게 김 부위원장이 지시한 것은 아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국회 정보위원장인 강석호 자유한국당 의원은 23일 언론 브리핑을 통해 “김상균 국정원 대북담당 제2차장이 천안함 폭침 주범 김영철과 관련해 ‘추측은 가능하지만 명확하게 김영철이 지시한 것은 아니다’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이성은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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