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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살리는 일자리 정책에 청년들 죽는다
스카이데일리 사설(社說)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18-04-09 00:32:01
일자리는 개인의 삶에 가장 근간이 되는 생명수와 같기에 그 직업의 귀천도 없어야 할 당위성이 존중돼 왔지만 지금 우리 사회는 마치 신 계급주의 사회처럼 이른바 신의 직장들이 지나치게 옹립되면서 역주행을 하고 있다. 그 중심에 공직이 있다. 일자리가 아무리 많아도 부족한 현상이 가중되고 있는 것은 공직을 중심으로 일자리 선택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기 때문임이 자명함에도 정부는 근본처방 없이 땜질처방을 계속해 실업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
 
청년 일자리 문제는 특히 청년들을 살린다는 일자리 정책이 오히려 청년들을 죽이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신의 직장 중에서도 단연 최고로 꼽히는 공무원 직군에 지나치게 몰리는 현상은 이제 신 적폐라고 할 정도로 심각해졌다. 귀한 일자리의 대명사처럼 꼽히는 공무원으로 인해 대기업조차 헌신짝처럼 버리고 떠나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소위 공시족 인구가 통계상으로 잡힌 것만 25만명에 달한다. 하지만 통계에 잡히지 않는 준비생들까지 합치면 무려 1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계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이들 대부분이 청년층이라는 점에서 일반 민간기업들은 크고 작고를 떠나 청년들로부터 외면당하거나 천대받는 일자리로 변했다. 청년들의 1년 내 이직률이 나날이 높아가고 있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최근 치러진 2018년 국가공무원 9급 공채 필기시험만 해도 41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불과 4953명을 모집하는데 20만명이 넘게 원서를 냈다. 이들 중에는 명문대 출신은 물론 우수한 스펙의 취준생과 대기업을 그만둔 청년들이 많았다. 과거 같으면 쳐다보지도 않던 소위 동사무소 직원이 국가 미래를 책임질 청년들에게 최고로 선망하는 직장이 됐으니 개탄스럽다 못해 씁쓸하고 안타깝기 그지없다.
 
청년들은 지금 정부의 공무원 일자리 정책에 편승해 삶이 편하게 보장된 공무원을 지나치게 선호하고 있다. 이는 아무리 생각해도 국가적으로 보면 비운의 전주곡이다. 청년정신은 성공할 가능성이 적고 심신의 고통이 따르더라도 위험에 도전하는 당당한 기풍이다. 실패해도 재기가 가능한 젊음의 특권이 바로 청년정신이다. 이 정신이 살아 있을 때 국가도 국민도 희망을 이야기 할 수 있다.
 
하지만 공시족 열풍과 공무원 지상주의가 확산되고 있는 우리의 자화상을 보면 청년의 희망과 행복의 기준이 달라졌다. 도전을 통한 성취감이나 성공은 더 이상 행복의 기준이 아닌 풍조로 나아가고 있다. 적지 않은 청년층들 사이에서는 심지어 열심히 살아야 할 태도가 지옥으로 취급되기까지 한다. 편안함과 안락함 그리고 여가문화에 방점이 찍힌 행복의 기준이 일자리의 전제조건이 된지 오래됐다. 공무원·공기업은 그 상징적 깃발로 펄럭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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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의 과도한 공직 편식현상은 실업률 통계까지 흔들 정도가 됐다. 올해 2월 15~29세 사이의 청년 실업률은 9.8%로 여전히 높은 수치이기는 해도 전년 12.3%에 비해 상당폭 떨어졌을 뿐만 아니라 2월 기준으로도 2013년 이후 8년만에 가장 낮았다. 숫자만 보면 청년 실업률이 크게 개선된 것처럼 착시효과를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이는 올해의 경우 예년과 달리 시험기간을 조정한데 따른 실업률 조사기간과의 일치현상 때문에 벌어진 일시적 현상이다. 공무원 시험 응시생은 실업통계에서 빠지기 때문이다.
 
각급 지자체의 난립하는 선심성 일자리 정책도 청년정신을 흔들기는 마찬가지다. 청년들의 수십년 삶을 감안한 장기적 플랜이 아닌 즉흥적이고 일시적인 일자리 정책이 난무하고 있다. 당장은 효과가 있는 듯 하지만 결국 청년들에게 실망감만 주거나 좌절감을 안기는 정책들이 지자체마다 즐비하다.
 
중앙정부도 이에 부응해 주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으니 심히 우려스럽다. 행안부는 전국 자치단체의 2018년 공무원 신규 충원게획이 지난해 보다 무려 28% 증가했다고 자랑스럽게 발표했다. 행안부 차관은 이를 두고 청년 일자리 창출이 기대된다고 자랑하듯 말했다. 이에 따라 올해 지방직 신규채용 공무원은 전년보다 약 5689명이나 증가한 총 2만5692명에 달한다.
 
공무원이 불필요하게 비대한 나라는 다른 여러 나라의 경험을 보면 국가적으로 반드시 비운이 닥친다. 그리스는 대표적인 사례다. 신들의 나라로 불리며 선진국 진입의 팡파르를 울렸던 그리스는 정치인들의 공무원 증원 포퓰리즘으로 인해 망국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 생각보다 국민 혈세인 재정만으로 공무원 일자리 정책을 펼친데 따른 결과였다.
 
비단 그리스만이 아니라 재정을 통한 일자리 복지정책을 편 나라의 대부분은 늘 비극적 운명을 마주했다. 우리가 그것을 똑똑히 목도했으면서도 그대로 따라가는 것은 차라리 공포적이다. 세계 여러 나라를 보면 공무원을 통한 일자리 정책은 절대적으로 지양돼야 할 금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민들은 공무원 일자리 정책이 국운의 위기로 간주하는 냉철한 판단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에 취업한 청년에게 정부가 수천만원의 목돈을 만들어 대기업과 유사한 수준의 연봉지위를 주는 것 또한 공무원 일자리 정책과 다르지 않다. 수없이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른 이 같은 정책이 당장의 불을 끄기 위해 강행되는 것은 지금의 위기를 훗날 감당하지 못할 큰 위기로 키우는 것과 다르지 않다.
 
현대경제연구원원은 25만명 기준 공시생들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연간 17조원에 이른다고 추계했다. 이는 민간기업에 취업해 일하면 벌 수 있는 공시족들로 인해 우리 국민 모두에게 돌아갈 17조원이 매년 허공에 휴지조각으로 뿌려진다는 얘기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공시족까지 100만명으로 확대해 추계하면 무려 50~60조원의 부가가치가 사라진다.
 
퍼주기식 땜질성 청년 일자리 정책은 결국 청년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청년을 죽이는 것과 다름이 없다. 청년들의 미래를 담금질할 희망의 가교를 놓아주고 청년들이 스스로 건너게끔 하는 정책들이 정말 아쉽다. 가능성의 희망을 던져주는 것은 고통스러운 현실일수록 큰 행복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신념을 심어주는 일이다. 잘 사는 부국일수록 대부분 예외 없이 이 과정을 거쳤다.
 
청년들에게 희망은 자본시장 관리자가 아니라 자본시장에 있다. 우리는 시장에서 청년들의 미래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자유시장은 혼돈과 위기의 연속이지만 그것 때문에 희망과 비전도 크다. 누구나 성공할 수 있고 부자가 될 수 있는 희망의 길이 자유시장에 있다는 것을 냉철하게 가르치는 일이 긴요하다. 이는 인기를 얻지도 못하고 티도 나지 않는 정책이겠지만 청년들의 삶을 살리고 국가의 명운을 희망적으로 가꾸어 가는 피할 수 없는 노정이다.
 
국가의 혈세를 굳이 쓰고자 한다면 청년들이 시장에서 희망을 가질 기초과학과 기초산업에 과감히 예산을 편성하면 된다. 수학, 의료, 생물, 바이오, 물리, 소재, 천문·우주, 심리학, 철학 등 민간산업에 직·간접적으로 주춧돌이 될 연구분야에 현재 쏟아 붓는 일자리 정책의 예산만 쏟아도 빛을 발할 수 있다. 반면 먹거리나 소상공인 창업에 혈세를 퍼붓는 정책은 독약 중에서도 맹독이다. 청년 인재들을 키우는 것만이 국운과 함께 일자리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유일한 대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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