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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진단]현대건설 무단철거 논란
아픈 아이들 나몰라라…“정주영정신 내팽개친 박동욱”
방진·방음막 없이 건물철거 강행…“두통·피부질환 호소하는 학생 늘어”
길해성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8-05-14 16:12:19
전국 재건축·재개발 사업장 곳곳에서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특히 철거과정에서 공사현장 인근 많은 주민들은 소음·분진 등에 대한 고통을 호소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대부분의 건설사들은 이러한 사정을 잘 알기 때문에 사전에 방음·방진 등의 조치를 마련한다. 하지만 서울의 한 재개발 현장에서는 이러한 사항이 잘 지켜지지 않아 파장이 일고 있다. 철거를 진행하고 있는 현장 바로 앞에는 초등학교가 위치해 있다. 그 거리는 약 6m에 불과하다. 시공사인 대형건설사는 유독 이 앞에만 가림막을 해놓지 않았다. 차량을 이동해야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철거를 진행하는 동안 이곳에서 발생하는 먼지는 학교로 고스란히 넘어갔다. 아픈 아이들이 하나 둘 생겨나기 시작했다. 학부모들의 반발이 이어졌고 구청의 행정조치로 현재 공사는 중단됐다. 하지만 건설폐기물이 쌓인 공사현장은 일주일이 되도록 그대로 방치돼 있다. 학부모와 학교 측은 공사가 중단된 이후에도 걱정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스카이데일리가 논란이 되고 있는 재개발 현장을 찾아 안일한 건설사의 태도와 학부모들의 반응을 취재했다.

▲ 현대건설이 시공을 맡은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의 재개발 공사현장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공사현장 앞 초등학교 학부모들이 어린 학생들의 건강을 해치는 공사 행위를 중단해달라고 촉구하고 나서면서 부터다. 사진은 초등학교 담과 바로 앞 공사현장 모습 ⓒ스카이데일리
 
현대건설이 시공을 맡은 한 서울의 재개발 사업 현장에서 파열음이 일고 있다. 인근에 위치한 초등학교 학부모들은 시공사인 현대건설이 철거를 진행하면서 아무런 안전조치를 해놓지 않아 학생들의 건강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약속한 시간에 공사를 진행하지 않아 현대건설의 무단철거라는 입장도 보이고 있다.
 
주민들은 현대건설의 이러한 행태에 대해 설립자인 정주영 회장의 기업가 정신 밑바탕에 깔린 ‘친애(親愛)’에 위배되는 행위라고 지적하고 있다. 어린 아이들의 건강을 크게 위협하는 공사를 단행하면서도 아무렇지 않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대건설과 박동욱 사장이 왕회장의 정신에 먹칠을 하고 있다는 강도 높은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문제가 된 재개발 현장은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 북아현뉴타운 내 ‘신촌 힐스테이트’ 단지 인근이다. 이달 분양을 앞둔 이곳은 15개동, 1226세대 규모의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현장은 기존 건물을 제거하기 위한 철거작업이 진행되다가 잠시 중단된 상태다. 3~4월 2개월 동안 건물 철거작업이 진행돼오다 공사현장 앞 추계초등학교 학부모들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공사를 멈춘 상태다.
 
서대문구청 중지요청 했지만 철거강행…“피부질환 학생들 급증”
 
▲ 학부모 측이 제공한 영상(사진)에 따르면 철거공사는 아무런 가림막 없이 진행됐다. 이곳에서 날리는 먼지들은 오른쪽에 있는 학교로 고스란히 넘어왔다. [사진=학부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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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음은 지난 3월 13일 철거공사가 진행되면서 불거져 나오기 시작했다. 철거 예정인 건물은 9개 동 중 첫 번째 건물이었다. 학부모들은 이날 철거가 외벽은커녕 가림막 하나 없이 진행됐다고 입을 모았다. 학무모인 김선형 씨는 “철거현장과 초등학교의 거리가 3m인데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게 말이 되나”며 “살수작업은 물줄기가 너무 약했고 먼지가 학교 쪽으로 날아가는 게 보일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학부모들의 반발에도 멈추지 않았던 공사는 다음날 장숙이 구의원과 구청 도시정비과 직원들까지 나선 뒤에야 중단됐다. 하지만 공사는 이틀 뒤 다시 진행됐다. 학부모들의 반발에도 철거는 기습적이고 치밀하게 반복됐다.
 
학부모들은 현대건설이 약속했던 철거 시간을 어기고 무단으로 철거를 강행했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실제 현대건설과 공동시행자인 조합측이 서대문구청 측에 보낸 공문에는 철거는 하교시간인 평일 오후 4시부터 6시, 등교하지 않는 주말을 이용해 공사를 진행하겠다고 적혀 있다. 하지만 공사는 수업 중에도 반복해서 이뤄졌다는 게 학부모들의 주장이다. 
 
▲ 학부모들은 무리한 철거공사가 학생들의 건강에 악영향을 끼쳤다고 주장했다. 학교 역시 공사를 시작한 이후 비염, 두통, 피부질환 등을 호소하는 학생들이 지난해 보다 확연히 늘어났다는 입장이다. 사진은 공사이후 피부질환이 생긴 한 학생의 모습 ⓒ스카이데일리
 
학부모들과 학교 측은 철거가 진행되는 동안 학생들의 건강이 크게 악화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학부모 김선형 씨는 “지난해 보다 비염을 앉고 있었던 학생들의 증상이 더욱 심해졌고 두통·피부질환 등을 호소하는 아이들이 많아졌다”며 “9살인 우리 아이의 경우 철거공사가 진행된 이후 입 주변에 피부질환이 생겼다”고 호소했다.
 
거듭된 민원에도 불구하고 철거업체 측이 공사시간을 지키지 않자 급기야 지자체가 나섰다. 서대문구청은 지난달 26일 공사 중지 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지난 2일 학부모와 서대문구청, 추계초등학교, 현대건설 관계자 등이 모여 철거공사를 아이들 방학 기간 중에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그럼에도 학부모들은 여전히 의심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한 학부모는 “상황이 이렇게까지 온 것에 대해 철거업체를 관리해야할 현대건설과 조합은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바빴다”며 “거기다가 지금까지의 행태로 볼 때 이 합의도 제대로 지켜질지 의문이다”고 의구심을 나타냈다.
 
합의 후 먼지 풀풀 날리는 공사현장 그대로 방치…“2차 피해 우려 된다”
 
합의가 끝났지만 학부모들과 학교 측은 여전히 안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건물 잔해가 쌓인 공사현장이 그대로 방치돼 있기 때문이다. 현재 공사현장은 1.5m 높이의 가림막 넘어로 반쯤 남은 건물과 공사 잔해물들이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는 상태다. 바람이 불면 먼지들이 충분히 건너편 초등학교로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다.
 
▲ 공사가 중지된 이후 철거현장은 그대로 방치된 상태다. 1.5m 가량 되는 가림막 너머로 반쯤 남은 건물 잔해물(사진)이 흉물스럽게 널부러져 있다. 바람으로 인한 2차 피해가 예상되는 상황이지만 현대건설 측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추계초등학교 이은아 교감은 “현재 건물을 3채 정도 부셔놨는데 잔해물을 그대로 방치해 놓은 상태라 바람이 불면 비산먼지가 날리니 2차 피해가 예상된다”며 “덮개를 빨리 해달라고 했는데 합의한지 일주일이 지났는데 차일피일 늦어지고 있어 답답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시공사인 현대건설 측은 말 뿐인 대처에만 급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스카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공사 중지 이후에 방진망이나 가림막이 왜 설치되지 않았나’라는 질문에 “현장에 확인한 결과 오늘 먼지가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곳에 가림망을 씌웠다고 전달받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확인 결과 한 곳에만 방진망이 덮여있을 뿐 다른 두 곳은 여전히 잔해물들이 방치된 상태였다. 이에 대해 이은아 교감은 “나가서 확인해봤지만 여전히 현장에는 안 덮은 부분이 많다”며 “현장을 관리해야할 현대건설이 강 건너 불구경을 하는 것 같아 화가 난다”고 말했다.
 
학무모들과 학교측은 2차 피해를 방치하기 위해 조합과 현대건설 측에 학교 앞 공사현장에 7M 가량의 가림막을 요청한 상태다. 조합측은 회의를 거친 후 자세한 가림막 설치 날짜를 통보하기로 했다. 현대건설 측은 현장에 대해 지속적인 확인을 하고 학부모들과 이야기하고 조율을 하겠다고 밝혔다.
 
[길해성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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