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공연 라인업 유출됐습니다. 레드벨벳, 태연, 워너원 출연합니다. 아카라카 VIP 티켓 15만원에 팝니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 중고장터 게시판에 등록된 게시물의 제목이다. 5월에 접어들면서 전국 각 대학교들의 축제 열기가 한창인 가운데 일부 학교의 축제 티켓 암표판매 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젊음과 열정의 상징인 대학교 축제가 ‘돈의 향연’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이다.
5월 각 대학교 연예인 섭외 전쟁…축제 티켓 웃돈거래 성행
대학생들에게 5월은 축제의 달이다. 이달에만 수도권 주요 20곳 이상의 대학교에서 축제가 열린다. 해당 기간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각 대학교별 축제 기간과 초청 연예인 라인업을 정리한 게시물들이 다수 게재된다. 팬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을 직접 관람하기 위해 정리한 스케쥴들이다. 대학교 축제에서 연예인 공연이 빠지지 않는 필수요소로 자리매김하게 되면서 생겨난 현상들이다.
축제를 주최하는 각 대학 총학생회 측은 연예인 공연이 축제의 흥행을 좌지우지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어떤 연예인이 출연하느냐에 따라 대학 축제의 규모나 퀄리티가 결정되는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 각 대학 총학생회 측에서는 마치 경쟁이라도하듯 인기 연예인 섭외에 열을 올리고 있고 자연스레 전체 축제예산 중 연예인 섭외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늘고 있다.
교육부 조사에 따르면 각 대학들은 매 축제 때마다 전체 축제 예산 중 평균 43%, 3천400만원을 연예인 섭외비로 사용했다. 축제 예산은 학생회비, 등록금 등의 교비로 충당된다. 결국 학생들이 낸 돈이 연예인 섭외비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주목되는 사실은 인기 연예인 섭외 목적이 단순히 축제의 흥행을 넘어 돈벌이를 위한 수단으로도 이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학교 축제의 경우 연예인 공연 티켓이 유료로 판매되고 있었으며 인기 연예인을 섭외한 경우에는 암표까지 등장하는 사례도 있었다. 일례로 오는 19일 열리는 연세대 ‘아카라카’ 공연티켓은 일주일 전부터 각종 온라인커뮤니티와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웃돈거래가 성행하고 있었다. 25일 진행되는 고려대 ‘입실렌티’ 공연티켓 또한 학생들이 웃돈을 얹어 온라인에서 판매 중이었다.
연세대 재학생 이현정(27‧여‧가명)씨는 “5월 축제 시즌만 되면 인터넷에서 우리 학교 축제 입장권을 구하는 사람이 수두룩해 부르는 게 값이다”며 “잘하면 큰 노력을 들이지 않고 목돈을 벌 수 있다”고 귀띔했다.
못 쓰는 티켓 교묘히 속여 사기 판매…해당 학교 이미지 실추 불가피
스카이데일리는 실제로 학생들 사이에서 ‘암표부업’이 존재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건국대학교 축제 현장을 직접 방문했다. 본격적으로 공연이 시작하기 3시간 전임에도 불구하고 당일 인기 아이돌 트와이스 등이 공연한다는 사실 때문에 공연장 앞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대기줄은 두 줄로 돼 있었다. 하나는 외부인 줄, 다른 하나는 건국대 재학생 줄이었다.
건국대학교 총학생회는 학생회관 1층에서 학생증 검사 후 ‘재학생 우선 입장권’을 발급했다. 건국대학교 총학생회장 김유진(22‧남) 씨는 “작년에는 재학생 우선권을 배부 하지 않아 외부에서 몰려온 사람들을 제대로 통제하기 못해 작은 사고들이 발생했다”며 “올해부턴 재학생 우선 입장권 배부해 재학생에게 혜택을 제공하고 안정한 축제 진행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 총학생회가 원활한 축제 진행과 재학생 배려, 관람객 안전 등의 목적으로 배부한 ‘재학생 우선 입장권’을 악용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재학생 우선 입장권을 받은 후 일반인들에게 웃돈을 받고 되파는 방식으로 용돈벌이를 하는 학생들이 존재했다.
스카이데일리는 축제 시작 전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재학생 우선 입장권’의 웃돈거래를 시도 중인 한 건국대생과 접촉했다. 해당 학생은 “오늘 트와이스가 공연을 보러 사람들이 많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데 ‘재학생 우선 입장권’이 있으면 빨리 입장해 좋은 자리를 잡을 수 있다”며 “2만원에 티켓을 판매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런 식으로 구매하더라도 정작 재학생 신분이 확인되지 않으면 입장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이었다. 결국 학생들의 꼬임에 넘어가 ‘재학생 우선 입장권’을 구매한 사람들만 피해를 입는 식이었다. 정보가 부족한 외부인들을 상대로 버젓이 ‘사기 행각’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스카이데일리는 실제 축제 현장에서 ‘암표 사기’ 피해를 당했다는 두 명의 피해자를 만날 수 있었다. 이진호(26‧남‧대학생) 씨는 “좋아하는 아이돌가수를 보기위해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암표를 구매했는데 현장에 와서 보니 공연장 입장 전 학생증과 얼굴을 확인해 입장 하지 못했다”며 “사기 당한 것 같아 기분이 안 좋다”고 밝혔다.
또 다른 암표 피해자 방승현(28‧남‧취준생)씨도 “오랜만에 기분전환 하기위해 표를 구매했지만 입장하지 못해 기분이 좋지 않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각 대학의 연예인 공연을 축제의 성패 기준으로 판단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생겨난 하나의 부작용이라고 진단했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대학들이 천편일률적으로 인기가수 중심으로 축제를 기획하다보니 상업적인 문제가 많이 발생하는 것 같다”며 “대학들이 차별화된 기획으로 대학생들이 직접 즐기고 느낄 수 있는 축제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나광국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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