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 승차거부 삼진아웃제도가 실효성 논란에 휩싸였다. 2015년 1월 국토교통부가 택시업계의 승차거부 관행을 근절하겠다는 취지로 도입한 후 적극적인 이행을 위해 지자체에 행정처분 권한을 이양했지만 정작 효과는 미비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승차거부로 인한 불편은 여전하다는 게 대다수 시민들의 반응이다.
제도 시행 3년 동안 처분 사례 고작 3건…“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정책”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택시 승차거부와 관련해 접수된 민원은 6909건이었다. 삼진아웃제가 도입된 2015년 7760건, 2016년 7340건 등에 비해 별다른 변동이 없었다. 민원은 늘었지만 제도가 실시된 2015년 이후 승차거부로 자격정지 처분을 받은 사례는 3건에 불과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12월 각 자치구의 처벌권한을 서울시로 이관하는 등 제도의 실효성 제고에 나섰다. 그러나 민원 접수 건수의 90%이상이 무혐의 처분을 받은 등 ‘혐의 입증이 어렵다’는 제도의 한계점은 아직까지 극복이 요원한 상황이다. 복잡한 신고 절차가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승차거부한 택시기사를 처벌하기 위해서는 △차량번호 △기사 성함 △회사명(고유번호) △날짜·시간 등을 확보해야 한다. 승차거부가 판명되면 △1차 과태료 20만원과 경고 △2차 과태료 40만원과 30일 자격정지 △3차 60만원 과태료와 영업정지 1년 등의 처분을 내린다.
택시 승차거부 근절 제도의 실효성 논란은 시민들의 불편으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직장인 이성동 (28·남)씨는 “서울 성수동에서 구의동까지 가기 위해 택시를 잡았지만 택시기사가 ‘가까운 곳은 걸어가라’는 말을 남기고 승차를 거부했다”며 “어처구니가 없어 다산콜센터에 전화해 신고 접수를 했지만 증거불충분이라는 이유로 신고가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이어 “택시기사 이름과 회사명은 택시를 타야 알 수 있는데 타기도 전에 승차거부하고 가 버리면 어떻게 알 수 있겠느냐”며 “승차거부는 5~10초 내에 이뤄지는데 택시 차량번호를 확보한다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권오훈 계명대학교 교통공학과 교수는 “현재의 승차거부 삼진아웃제는 취지는 좋지만 신고절차가 까다로운 편이라 실제 처벌이 되는 사례는 적다”며 “절차 및 증빙이 어려운 지금의 제도로는 승차거부 줄이기가 사실상 불가능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승차거부에 대한 증거가 불충분 하더라도 잦은 신고를 당하는 택시기사들을 대상으로 별도의 교육 실시하는 등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며 “현실적으로 증거확보가 어려운 만큼, 택시업계의 자정 노력 등 다양한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병욱 서울시 교통지도과 주무관은 “작년에 행정처분 권한을 서울시가 넘겨받은 것을 비롯해 승차거부 관행을 근절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납금 낼 라면 원거리 운행 불가피…택시업계 생태계 문제 해결부터 선행돼야”
승차거부 규제의 실효성 부족으로 오히려 부작용만 속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승차거부’ 여부를 둘러싼 손님과 택시기사와의 다툼이 대표적이다.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한 법인택시 기사인 송재경 (58·남) 씨는 “서울까지 손님을 태워주고 다시 고양시로 돌아가는 길에 신호등에 걸려 잠시 멈춘 상황에서 젊은 사람 몇몇이 택시 안으로 담배꽁초를 던지는 등의 행패를 부렸다”며 “경기도 택시라 서울 손님을 태울 수 없어 그냥 지나쳤는데 사람들은 내가 승차거부 했다고 오해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너무 화가나 결국 차를 멈추고 항의를 했지만 오히려 ‘승차거부로 신고하겠다’고 팔을 붙잡더니 놔주려 하지 않았다”며 “결국 경찰까지 출동하고 나서야 사과를 받을 수 있었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승차거부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의 해결 없이는 문제가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택시기사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을 개선하지 않은 채 택시문화가 성숙해지길 원하는 것은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교통연구원 박상욱 박사는 “승차거부는 심야시간대, 사납금을 내는 법인택시에서 많이 발생한다”며 “하루 수입의 상당부분을 사납금으로 회사에 내야하는 만큼, 단거리 고객만 태울 경우 하루 수입은 물론 택시 기사 생계도 영향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업계 상황에 대한 이해 없이 기사에게만 책임을 묻는 정책은 잘못됐다”며 “승차거부의 원인을 운수업계의 구조적인 측면에서 파악하고 해결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택시기사들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승차거부 경험이 있는 A운수 김기석(45·남) 씨는 “택시기사는 하루 2교대로 한 달 26일 정도 일 하는 등 강도가 높은 직업이다”며 “그러나 사납금을 내고 나면 월 200만원도 쥐기 어려워 장거리 위주로 손님을 태울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김 기사는 “지금과 같은 근무환경은 택시기사에게 승차거부를 하도록 강요하는 환경이다”며 “정부가 택시업계에 대한 실태파악도 하지 않고 삼진아웃제를 실시하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보여주기 식 정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국회 고위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삼진아웃제는 결국 ‘손님과 택시기사 간 싸움을 붙이는 정책’으로 볼 수 있다”며 “승차거부에 대한 단속과 처벌조치는 택시기사들의 근무환경을 개선하는 것과 병행돼야 실효성을 거둘 수 있다”고 밝혔다.
[배태용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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