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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진단]-서울시 사고위험아파트 관리 실태
노후아파트 서민들 “비 보다 서울시 외면 더 무섭다”
깨지고 금간 노후건물 방치 심각…서울시 “규정대로 점검·순찰할 뿐”
강주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8-09-05 16:31:57
지난달 31일 서울 금천구 가산동의 한 공사현장에서 대규모 땅 꺼짐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주 연거푸 내린 장대비와 함께 건설사의 안일한 안전관리가 사고의 요인으로 지목됐다. 고의 징조가 수차례 나타나 주민들의 민원이 이어진 것으로 확인됐지만 구청 등의 안일한 대응으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민들의 목숨까지 위협할만한 대규모 땅 꺼짐 현상이 발생하면서 많은 양의 비로 인한 건축물 안전사고에 대한 위험성이 대두되고 있다. 특히 서울시내에 위치한 노후 아파트들의 경우 폭우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나 시민들의 우려감을 더욱 높게 일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서울 시내에 위치한 노후 아파트들의 관리 상태와 서울시의 사고 예방 및 대책 등에 대해 취재했다.

▲ 가산동에 발생한 땅 꺼짐 사고 이후 노후 주택물들의 안전관리 실태에 대한 관심이 높게 일고 있다. 지자체의 적극적인 대응도 부족한 상황이라 시민들의 시름은 날로 깊어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시가 재난위험시설 D등급으로 지정한 영등포구 대신 아파트 ⓒ스카이데일리
 
지난주 호우경보와 함께 쏟아진 많은 양의 비로 인해 서울 시내 곳곳에서 각종 사건·사고가 연이어 발생했다. 그 중에는 시민들의 목숨을 위협할만한 사고도 포함돼 있었다. 금천구 가산동에서 발생한 땅 꺼짐 현상이 대표적이다. 인근 공사 현장의 흙막이 시설이 붕괴되면서 아파트 단지 바로 앞 지반이 푹 꺼지는 아찔한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집 앞 도로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후 건물 붕괴 위험을 감지한 아파트 입주민들은 황급히 대피했다. 입주민들은 사고 발생 후 수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상황이다. 앞서 이상 징후가 수차례 발생했음에도 지자체와 건설사의 안일한 대처로 일관했다는 점에서 입주민들은 더욱 격양된 모습이다.
 
특히 해당 사고의 여파는 서울시내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많은 양의 비로 인해 발생한 사고라는 점에서 타 지역에서도 비슷한 사고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노후 건축물에 거주하는 이들의 경우 많은 양의 비가 내리면 최악의 경우엔 건물 붕괴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 없다며 상당한 불안감을 내비치고 있다.
 
“내 집 앞에 지반 침하라니”…예고된 참사 외면한 지자체·건설사
 
지난달 31일 오후 4시 38분경 서울 금천구 가산동 두산위브 아파트 단지 앞 도로에서 땅 꺼짐 현상이 발생했다. 사고로 발생한 구멍의 크기는 가로 30m, 세로 10m, 깊이 6m 등에 달했다. 사고 발생지 앞에 자리한 두산 위브 아파트 113동에 거주하는 76가구 입주민들은 황급히 대피했고 건물이 붕괴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아직까지 집 밖을 전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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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가 발생한지 수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입주민들의 얼굴엔 불안감이 가득한 상황이다. 한 입주민은 “입주민들은 땅이 또 꺼지지 않을까 불안한 마음에 잠을 못 이루고 있는데 방송사들이 특종에 혈안이 돼서 방송차량을 사고 현장 근처에 세워두고 있다”며 “차량들 때문에 지반에 무리가 와서 다시 사고가 나면 이는 누가 보상해줄 것이냐”고 원망 섞인 소리를 내뱉었다.
 
해당 사고에 대한 정확인 원인은 한국지반공학회의 정밀진단이 끝난 후인 10월 경 발표될 예정이다. 다만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의하면 아파트 인근에 진행 중인 대우건설의 오피스텔 공사현장에서 세워둔 핀이 함몰되고 토사가 유출돼 땅이 꺼지며 사고가 발생했다. 태풍 ‘솔릭’과 장대비 등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 땅 꺼짐 사고가 발생한 이후 현재 해당 지역에서는 뚫린 구멍을 메우는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인근 주민들은 사고 당시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사고 재발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사진은 땅 꺼짐 사고 현장 ⓒ스카이데일리
 
입주민들은 사고의 징조는 사고가 발생하기 열흘 전인 지난달 21일부터 나타났다고 이블 모았다. 땅에 크랙(틈새)이 나타난 것을 확인한 입주민들이 관리사무실에 통보했고 이를 구청 측에 공문을 보냈다고 한다. 그러나 구청 측에선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입주민들은 주장했다. 사고 당일 오전엔 땅이 내려앉아 성인 남성의 주먹이 들어갈 정도로 틈이 벌어져 있었다. 그때서야 소방서가 출동해 거리를 통제했지만 이미 사고를 되돌리기엔 늦은 시기였다.
 
두산위브 아파트 입주민 최우석(남·43)씨는 “입주민들이 사고가 발생하기 이전부터 구청 측에 민원을 넣었지만 구청의 점검은 이뤄지지 않았다”며 “구청 측의 대응이 부족했고 사고 발생 및 사후 처리 등도 주민들의 제보로만 진행되는 상황이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금천구청 관계자는 “민원이 많이 들어온 것이 확인됐지만 민원을 접수한 부서와 민원에 대응할 수 있는 부서가 달라 인수인계과정에서 미흡한 점이 있었다”며 “현재 정황을 조사 중이고 적절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사고 대응과 사후 처리와 관련해서는 “사고 현장 입주민들은 구내 호텔 등에 대피시켜놓은 상태다”며 “비가 많이 온 관계로 5일까지 사고 현장을 메우는 작업을 완료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2일에 입주가 가능하다고 통지했지만 아직 많은 주민들이 입주하고 있지는 않은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가산동 땅 꺼짐 사태로 드러난 비 피해 위협…서울시 노후아파트 곳곳에 위기 산재
 
금천구 가산동에 발생한 땅 꺼짐의 여파는 타 지역으로까지 확산되는 분위기다. 특히 서울 시내에 위치한 노후아파트 등이 가진 붕괴 위험성이 환기되는 상황이다. 많은 양의 비가 내리게 되면 최악의 경우엔 건물 붕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내에 자리한 안전등급 D이하의 특정관리대상시설물(재난위험시설)은 총 155개에 이른다. 이 중 D등급의 시설물은 146곳, E등급 시설물은 9곳 등이었다. 구 별로는 관악구 18곳, 영등포구 17곳, 구로구 16곳 등이었다. 위험 시설물 중에는 붕괴 위험에 놓인 아파트도 포함돼 있었다.
 
안정등급 기준은 건물의 상태에 의해 결정된다. D등급의 경우 주요부재에 진전된 침하, 콘크리트 전단균열 등 노후화 또는 구조적 결함상태가 확인될 경우 매겨진다. 결함사항의 진전이 우려돼 사용제한 등의 안전조치 검토가 필요한 시설로 나눠지며 긴급 보수·보강 및 사용제한 여부 판단이 필요한 것으로 서울시는 규정짓고 있다.
 
E등급의 경우엔 주요 부자재의 심각한 노후화 또는 단면손실이 발생, 안전성 위험 등이 있는 상태일 때 매겨진다. 보통 붕괴사고 예방을 위해 긴급 보강 등 응급조치와 사용제한·금지조치가 필요한 시설이다. 이들 시설의 경우 사용금지 및 개축이 필요한 것으로 서울시는 판단한다.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그래픽=김해인] ⓒ스카이데일리
 
하지만 이들 건축물들은 아직까지 제대로 된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재난위험시설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하루하루를 불안에 휩싸이며 살아가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직접 찾은 영등포구 ‘대신 아파트’의 경우가 그랬다.
 
1971년 준공된 대신아파트는 2001년에 재난위험시설로 지정됐다. 안전등급 D등급을 받았다. 무려 17년 넘게 지났지만 여전히 건물 곳곳에는 붕괴 신호를 알리는 결함이 곳곳에 존재한다. 건물 외벽의 부식 현상은 물론 균열 등의 결함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곳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안전등급이 낮은 건축물이라 항상 불안한 느낌이 든다”며 “요즘 같이 비가 많이 오는 날에는 건물이 붕괴되지 않을까하는 걱정을 하곤 한다”고 밝혔다.
 
안전등급 D등급에 해당하며 붕괴위험이 있다고 지정된 영등포구 ‘남서울아파트’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1974년에 준공된 남서울아파트는 1997년에 재난위험시설로 지정됐다. 사고위험이 눈앞에 보이는 이 아파트는 이미 많은 주민들이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 떠나 적막함까지 자아낸다.
 
상황이 이런데도 서울시는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등급 아파트들에 대해 서울시는 안전점검 정도만 진행할 뿐 적극적으로 사고를 예방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었다. 서울시와 각 구청 관계자들 역시 “재난위험시설에 대한 순찰과 관리만 진행할 뿐 문제가 확인된다고 해서 보수 등의 계획을 마련하는 것은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건축물의 안전등급에 맞게 매월 점검과 순찰을 실시하고 있지만 그 결과를 토대로 보수공사 등 특별한 조치를 취하는 것은 아니다”며 “해당 안전등급에 대한 규정은 올해 1월 17일자로 없어졌고 올해 말에 발표되는 결과를 토대로 새로운 규정이 발표될 예정이다”고 밝혔다.
 
영등포구청 관계자는 “재난위험시설에 대한 점검을 매월 실시하며 사전에 문제가 없도록 예방하는 데 힘쓰고 있다”며 “다만 건물이 붕괴됐을 때 재난위험시설이라고 해서 따로 대책 가이드라인 등이 마련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강주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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