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문제로 인한 각종 부작용 우려가 높아지면서 정부는 2006년부터 관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려 126조원에 달하는 예산을 쏟아부었으나 이렇다 할 효과를 보지 못했다. 출산율은 속절없이 추락했다. 지난해 3분기 출생아 수도 전년 같은 기간보다 10% 감소하며 집계 이래 최저치로 떨어졌다.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보는 자녀의 수인 합계출산율도 2017년 1.05명에서 지난해 3분기에는 0.95명으로 낮아졌다. 인구 유지를 위해 필요한 합계출산율 2.1명에 크게 못 미칠 뿐 아니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1.68명보다 훨씬 낮은 수치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저출산 문제에 접근하는 정부의 태도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단순히 출산율을 임의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스테로이드를 주입하는 대신 포괄적인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문재인정부는 단순한 예산지원으로는 출산율을 끌어올리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이 명백해졌음에도 또 다시 250만원에 달하는 지원금을 지급한다고 밝혀 논란에 휩싸였다. 사회보장제도를 확대하고 출산과 양육에 있어서 성차별이 해소되는 게 ‘인구절벽’을 극복하는 전제조건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스카이데일리가 날로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는 저출산 문제와 정부 대책,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반응 등을 취재했다.
|
정부의 저출산 대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을 외면한 땜질 처방만 내놓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땜질 처방을 위해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붓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이 더한다는 시각이 많다. 지지율 상승 등 인기몰이 목적의 선심성 정책에 국민 혈세를 낭비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다수의 전문가들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총인구가 줄어드는 인구감소가 예상보다 빨리 시작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고용과 성장전망에도 잔뜩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우리나라 총인구 감소는 당초 예상 시점인 2028년보다 더 앞당겨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고용과 성장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한 대응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인구절벽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저출산’이 꼽힌다. 저출산의 원인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심리적 요인 등을 망라해야 할 만큼 다양하다. 각각의 요인이 얽히고설켜 보다 넓은 관점에서 문제의 접근이 필요하다. 특히 우리나라는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 감소율이 빠른 편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지금껏 무려 126조원에 가까운 예산을 쏟아붓고도 이렇다 할 효과를 보지 못하는 이유다.
정부의 저출산 대책이 효과를 보지 못한 결정적 이유로는 문제를 접근하는 방식이 꼽힌다. 복합적인 요인을 고려하지 않고 단편적인 문제를 덮고 보자 식으로 접근하다 보니 돈은 돈 대로 쓰고 효과는 보지 못하는 결과가 나온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것이 현금 지원이다. 지난해 문재인정부는 올해 10월부터 모든 산모에게 출산장려금 250만원을 주기로 결정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저출산 현상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 없이 ‘단기 처방식’으로 막대한 예산을 편성했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논란이 거세져 최종 예산안에는 반영되지 않았지만 저출산 대책의 필요성을 촉구하는 목소리는 점차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출산율을 늘리려면 주거, 일자리, 교육 등 중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한데 이처럼 단순히 지원금 방식으로 접근하면 실질적인 효과가 없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합계출산율 1.0명 이하인 유일한 나라…개인에게 ‘저출산’ 책임 떠넘기는 한국사회
우리나라 총인구가 줄어드는 인구감소 시점이 앞당겨진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인구전문가들은 그 시점이 5년 내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놓고 있다. 출산율 하락세가 심각 수준을 보이고 있어서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97명, 출생아 수는 32만5000명으로 잠정 추됐다. 합계출산율이 1.0명 이하인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합계출산율은 15~49세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나타낸 지표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35만8000명이 출생해 역대 최저치인 1.05명을 기록했던 2017년보다도 낮은 수치다. 출산율이 이대로 확정될 경우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출산율 0명대 국가가 된다. 이미 우리나라는 2016년 합계출산율 1.172명을 기록하며 2017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에 머물렀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합계출산율 1.0명 붕괴는 이미 예정된 수순이라는 시각이 주를 이룬다. 1983년 출산율은 2.06명으로 우리나라는 이때부터 저출산 국가에 진입했다. 2002년에는 1.13명으로 하락해 초저출산 국가로 분류됐다. 1일 평균 출생아 숫자도 2017년 980명을 기록해 처음으로 1000명 이하로 떨어졌다.
출산율이 빠르게 감소하면서 그동안 ‘규모의 경제’를 이끌어왔던 소비층도 크게 줄고 있다. 이로 인해 ‘저출산 세대’의 성장과정에 따라 의료부터 교육, 관광 등의 연관 산업이 잇따라 무너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노동력 감소 역시 심각한 문제로 지목되고 있다.
저출산으로 인한 부작용 우려가 커지자 역대 정부는 꾸준히 저출산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효과는 미비했다. 다수의 국민들은 저출산 정책 방향의 전환이 시급하다는 지적을 내놓았다. 단순히 출산만 장려하는 근시안적 대책 대신 출산·육아가 가능한 사회적 인프라 구축 등의 포괄적인 접근 방식이 요구된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12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만 19~69세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저출산·고령사회 관련 국민인식조사’ 발표에 따르면 저출산 정책의 방향을 기존의 출산율 목표의 출산장려 정책에서 국민의 삶의 질 제고 정책으로 전환하는 것에 대한 찬성 의견은 93.0%(매우 33.7%, 찬성하는 편 59.4%)에 달했다. 반대 의견은 7.0%에 불과했다.
일산 킨텍스 ‘맘앤베이비엑스포’에서 만난 김지현(32·여) 씨는 출산장려 정책은 저출산 문제를 개인에게 떠넘기는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올해 8월 출산을 앞두고 있는데 결혼을 하고 아기를 가질 때까지 주변에서 언제 결혼하는지, 언제 아기를 낳을 것인지 물어보곤 했다”며 “마치 일정한 나이에 결혼과 출산을 안 하면 개인에게 모든 문제가 있다고 몰아세우는 사회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근 스카이캐슬에도 나왔지만 지금 20·30대도 치열한 입시경쟁을 뚫고 대학에 진학한 후 취업준비를 하고 또 취업을 하고 나서는 일에 집중하다보니 결혼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어떤 이유에서 결혼이 늦어지는지, 결혼한 남녀가 어떤 걱정 때문에 아기를 낳기를 꺼려하는지 등에 대해 정부와 사회가 먼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올해 결혼 3년차인 박솔(31·여) 씨도 결혼과 출산에 대한 사회전반적인 인식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씨는 “올해 결혼 3년차가 됐고 이제는 아기를 가져야겠다고 생각해 회사에 유가 휴직을 냈다”며 “사실상 경력단절을 감수하고 내린 결정이다”고 말했다.
이어 “젊은 층이 결혼과 출산을 꺼려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경제적인 문제일 것이다”며 “요즘 같이 먹고 살기 힘든 시기에 맞벌이는 필수인데 솔직히 대기업이 아닌 이상 남녀가 출산휴가를 마음 놓고 쓸 수 없는 분위기가 있어서 마음 놓고 출산계획을 세우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신혼부부 통계’에 따르면 결혼 1년차에 맞벌이를 하던 신혼부부 비중이 2·3년차에 접어들면서 점차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신혼부부들의 결혼 1년차 맞벌이 비중은 46.8%였지만 2년차와 3년차에 접어들면서 각각 42.2%, 41.1%로 감소했다. 통계청이 2014년 11월 1일부터 2015년 10월 31일 사이 혼인신고를 한 신혼부부 27만8000쌍의 경제활동 변화를 지난해까지 추적한 결과다.
특히 맞벌이 신혼부부의 비중이 감소하는 것은 출산과 양육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조사 대상 신혼부부 중 결혼 1년차에 출산한 비중은 32.2%였지만 2년차와 3년차에는 각각 59.4%, 71.5% 등으로 급증했다.
근시안적 저출산 대책에 126조 혈세 퍼부은 정부…“문제는 삶의 질”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16~2020년)’ 재구조화를 위해 사회복지학·경제학 교수 등 전문가들로 꾸린 ‘재구조화 비전팀(이하·비전팀)’은 지난해 10월 문재인정부 저출산 대채고가 관련된 내용을 담은 자료집을 공개했다.
비전팀은 “저출산 정책이 실시된 지 10여년이 흘렀지만 출산율은 크게 개선되지 않고 오히려 최근에는 역대 최저 출산율이 나타나고 있다”며 “출산율 제고를 목표로 설정했다는 점에서 결과적으로 정책 실패다”고 평가했다.
비전팀에 따르면 5년 단위로 목표 출산율을 설정하면 정부는 단기적 실현이 가능한 복지 지원 정책에 집중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정책효과와 무관하거나 연관성이 낮은 사업들까지 기본계획에 포함된다. 첫 기본계획 발표 이후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11년간 126조4720억원이 투입됐지만 ‘백화점식 나열’이란 비판을 받는 이유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단순히 예산 퍼주기식 대책이 아닌 삶의 질 개선과 성차별 해소 등과 같은 보다 포괄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프랑스는 여성 고용률이 60%를 넘어가면서 합계출산율이 올라가기 시작했으며 영국은 65%, 스웨덴은 60% 전후 떨어졌던 출산율이 올라가는 현상을 보였다. 반면 한국은 2001년 이후 1.3명 이하 수준 출산율을 유지하는 가운데 여성 고용률은 50%대에 그치고 있다.
실제 성 격차지수(GGI)와 합계출산율는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다. 인구대체 출산율 2.1에 가까운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덴마크,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등은 성 격차지수가 20위권 안에 있다. 13위인데도 합계출산율이 1.5명인 독일의 경우에도 2000년대 들어 순위가 상승하고 있다. 반면 초저출산 국가로 꼽히는 한국과 일본은 성 격차지수 순위가 100위권 밖에 머물러 있다.
김종훈 보건사회연구원 저출산고령화대책기획단장은 “국민들도 인구절벽의 심각성을 알지만 삶의 질을 포기하면서까지 출산을 바라지는 않는다”며 “저출산 대책은 일자리와 주거 대책으로 이어지는 장기 사안이기 때문에 현재 5년 단위의 저출산 대책을 다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안정된 취업활동과 주거 상황, 돌봄부담 및 교육비용을 분담해주는 사회보장제도의 확대를 통한 객관적 삶의 조건 향상과 성차별 해소에 따른 사회적 상황에 대한 주관적 만족도(행복) 수준이 높을 때 저출산의 늪에서 헤어날 수 있을 것이다”고 조언했다.
[나광국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후원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