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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운상가아파트는 건축가 김수근에 의해 주상복합아파트로 지어졌다. 지어질 당시만 하더라도 1층부터 4층까지는 상가, 그 나머지 층은 주거공간으로 이용됐다. 현재에는 많은 주민이 떠나고 10여세대만 남아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으며, 아파트 대부분이 상가로 이용되고 있다. 사진은 세운상가아파트 ⓒ스카이데일리
지하철 1호선 종로3가역 12번 출구로 나와 약 300m를 직진하면 우측으로 세운초록띠공원(구 현대상가 자리)이 나온다. 이 공원 뒤쪽으로 세운상가아파트가 위치한다.
8층짜리 건물인 세운상가아파트는 1968년 완공될 당시에는 1층~4층은 상가, 나머지 층들은 주거용이었다. 그러나 현재는 단 10여 세대만 주거하고 있을 뿐이며 사실상 건물 전체가 상가로 이용되고 있다.
한국 근현대사에 기념비적인 건물…최초의 주상복합아파트
세운상가아파트는 한국 근현대사에 기념비적인 건축물이다. 건축가 김수근이 설계를 맡은 이 건물은 1~4층까지는 상가, 5층 이상은 아파트로 된 주상복합아파트 구조다. 아파트에서는 보기 드문 ‘ㅁ’자 형태의 중정구조, 투명한 천장 설치, 건물 안 엘리베이터 도입 등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으며 당시 국회의원, 장관 등을 역임하던 저명한 인사들이 입주했다.
그러나 민간투자로 건설되다 보니 시공을 맡은 건설사들의 ‘잇속 챙기기’로 인해 설계가 변경됐다. 설계를 수정한 탓에 최초 설계와는 다른 건물이 완성됐는데 3층 공중보행교는 중간에서 끊겨 절반의 성공만을 거뒀고, 건물의 유리덮개와 옥상의 인공정원 설치 계획도 없던 일이 됐다.
반세기의 시간이 지나면서 세운상가아파트 외부는 매우 낡고 허름해졌으나 최근 5층부터 8층까지의 내부는 새롭게 단장했다. 서울시의 정책 방향이 ‘개발’에서 ‘보존’으로 바뀌자 아파트 입주민들이 내부 페인트칠 등 리모델링을 한 것이다. 아파트 관계자는 “2012년 11월부터 시작해 지난해 6월까지 내부 페인트칠을 마쳤다”고 전했다.
1980년대 전자부품의 요람… ‘빨간 비디오’ 본산이라는 오명 얻기도
▲ 건물이 지어질 당시만 하더라도 세운상가와 청계상가를 잇는 구름다리가 있었으나 현재는 청계천 복원을 하면서 다리는 끊어진 상태다. 서울시는 세운상가복원사업의 일환으로 구름다리(보행교)를 설치할 예정이다. 사진은 청계상가에서 세운상가 사이 옛 구름다리가 있던 자리다. 현재는 그 흔적을 찾아 볼 수 없다. ⓒ스카이데일리
세운상가는 용산전자상가가 생기기 전까지 대한민국 전자부품의 요람이었다. ‘세운상가 사람들이 모이면 미사일이나 잠수함도 만들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만큼 다양한 물품들이 취급됐다.
1980년대 말 개인용 PC가 도입되면서 세운상가는 전성기를 맞이한다. 한국의 8비트, 16비트 컴퓨터는 대부분 세운상가에서 거래됐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 이 무렵 고려시스템과 삼보컴퓨터 등의 회사가 세운상가에서 설립됐다.
세운상가는 1987년 저작권법이 시행되기 전 불법 복제의 천국이었다. 1980년대 인터넷이 없었던 시절, 성적 호기심을 참지 못했던 일부 청소년들은 속칭 ‘빨간색테이프’라 불렸던 포르노비디오를 구하기 위해서 세운상가를 찾았다. 세운상가의 한 업주는 “청소년들이 세운상가 주위를 서성거리고 있으면, 동네 건달들이 나타나 야한 비디오를 살 것을 강요했다”고 옛일을 회상했다.
1987년 용산전자상가가 생기자 세운상가에 있던 많은 점포들은 용산전자상가로 이전했다. 일부는 이에 반발하고 남았지만 이후 세운상가는 쇠락의 길에 접어들었다.
서울특별시장 당선인에 따라 달라진 세운상가의 운명
세운상가와 청계상가 앞을 흐르던 청계천은 이승만 정권 당시 복개 공사가 시작됐다. 1958년 6월에 시작해 1978년에 마무리됐다. 그러나 청계천 복개도로는 시간이 흐르면서 환경오염이나 노후에 따른 안전 문제가 발생했다.
복개된 청계천 내부에서 악취가 나면서 아파트주민들은 하나둘 이사를 갔다. 40년 넘게 세운상가아파트에서 일했다는 한 관리인은 “청계천 복개 이후 냄새 때문에 주민들이 많이 떠났지만 복개천 복원공사가 완료된 뒤로는 공기가 좋아져 살기가 편해졌다”고 말했다.
강남 개발이 이루어지고 도심이 정비되자 세운상가를 철거하고 공원을 만들자는 여론이 형성됐다. 서울시는 1995년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세운상가를 철거하고 그 부지를 공원화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막대한 보상비 문제로 입주민과 마찰이 일어나면서 세운상가를 공원화하겠다는 계획은 무산됐다.
▲ 김수근의 세운상가 초안에 건물내부는 유리지붕과 옥상정원을 만들 계획이었다. 그러나 옥상정원은 없던 이야기가 되고, 현재에는 유리지붕이 아닌 철재 빔 위에 투명슬레이트를 얹어 놓았다. 사진은 세운상가(왼쪽)와 청계상가 ⓒ스카이데일리
2002년 서울특별시장에 당선된 이명박 전 대통령에 의해 2003년 청계천 복원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면서 청계천 상인들은 송파구의 가든파이브로 이전했고 이곳 상권은 쇠퇴의 길을 걷는다. 또한 청계천 복원과정에서 세운상가와 청계상가를 잇던 공중보행교(구름다리)가 철거가 됐고, 이어 을지로를 지나던 공중보행교도 철거됐다.
세운상가보다 1년 먼저 지어졌던 현대상가는 2008년 당시 서울시장이었던 오세훈 전 시장에 의해 철거됐다. 오 시장은 현대상가를 시작으로 나머지 상가도 모두 철거할 계획이었으나 보상비 문제가 얽히며 철거계획은 또 다시 수포로 돌아갔다.
현재 현대상가 부지에는 폭 50m, 길이 70m, 면적 3748㎡(약 1133평)의 세운초록띠공원이 들어섰다. 시민단체에서는 이 공원에 대해 “1400억원의 예산이 소요돼 1평당 1억원이 넘는 혈세가 낭비됐다”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에 따르면 현대상가에 살던 입주민들의 보상비만 900억원에 이르고 여기에 현대상가 철거비용과 공원 조성비용을 더하면 약 1000억원이 된다. 현대상가에서 장사하던 상인들을 위한 임시상가인 세운스퀘어 건설비용까지 더하면 ‘세운초록띠공원’에 들어간 비용은 1400억원에 이른다.
▲ 구름다리가 끊어진 이후로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지고, 인근에는 문을 닫은 가게들이 상가를 지키고 있다. 사진은 세운상가 ⓒ스카이데일리
서울시는 세운상가 활성화 방안의 일환으로 청계천 복원 과정 중 없어진 공중보행교 설립을 추진 중이다. 이와 관련 서울시 도심활성화팀 이창구 팀장은 “현재 중앙대학교에 용역을 맡긴 상태이며 2016년 12월까지 세운상가와 청계상가를 잇는 보행교를 설치 예정 중이다”며 “2018년까지 순차적으로 보행교를 더 늘려나갈 계획이다”고 밝혔다.
세운상가 3층에서 20년째 전파상을 운영하고 있는 한 점주는 “구름다리가 있을 때만 해도 지나가는 사람도 많고 장사도 잘 됐는데, 구름다리가 없어지고 나서부터는 문을 닫는 가게가 일부 생겨났다”면서도 “서울시에서 구름다리를 이으려는 계획이 생겨 그나마 다행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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