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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9년간 기업에 부과한 과징금 중 6천억 원 이상을 환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급 사유 대부분이 행정소송 패소와 직권 취소에 따른 것으로 확인되면서 과징금 집행 과정 전반에 대한 점검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징수율도 크게 하락해 제재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15일 더불어민주당 허영 의원에 따르면 공정위가 2017년부터 2025년 8월까지 기업에 환급한 과징금 총액은 6247억 원이다. 이 가운데 4436억 원은 법원이 공정위 처분을 위법·부당하다고 판단해 취소한 행정소송 패소로 발생했다. 공정위가 스스로 처분을 감면한 직권 취소에 따른 환급액은 1천389억 원으로 집계됐다. 두 사유가 전체 환급액의 93.2%를 차지했다.
공정위는 환급 시 가산금도 지급했다. 2017년부터 2025년 8월까지 지급된 환급 가산금은 474억 원으로 확인됐다. 이는 과징금 처분 이후 소송 단계에서 취소되거나 직권 취소되는 사례가 누적되면서 추가 재정 부담으로 이어진 결과다. 환급 규모와 가산금 부담이 커질수록 집행 단계에서의 행정력 한계가 드러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징수 실적도 하락세를 보인다. 2024년 공정위의 과징금 징수결정액은 7351억 원이었으나 실제 수납액은 1696억 원으로 수납률은 23.1%에 불과했다. 이는 2017년 수납률 89.1%와 비교해 8년 사이 66%포인트 떨어진 수치다. 올해 8월 기준 미수납액은 5천933억 원으로 확인됐다. 징수율 하락과 미수납액 증가는 과징금 제재 집행의 실효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공정위 과징금 제재는 공정거래법 위반에 대한 행정적 대응 수단이지만 부과 이후 행정소송에서 취소되는 사례가 누적되면서 제도의 실질적 집행력이 약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국회에서 제기돼 왔다. 특히 환급 과정에서 가산금 지급이 불가피하다는 점은 행정 처분의 오류가 재정 부담으로 전가되는 구조적 문제로 연결된다.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는 공정위의 제재 적정성, 소송 대응 역량, 징수 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점검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과징금이 부과된 이후 상당액이 환급되는 구조가 반복되는 상황에서 조사와 처분 단계의 정밀성 강화, 내부 심사 절차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요구도 함께 나오고 있다.
허영 의원은 “무리한 법 집행으로 소송에서 패소하고 이자와 소송 비용 등을 국민 세금으로 메우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며 “부과한 과징금마저 제대로 걷지 못하는 것이 공정위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년 대규모 인력 증원을 계획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업무 프로세스 개선과 전문성 강화 없이는 조직만 비대해질 수 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내년 조직 개편 및 인력 확충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환급과 미수납 규모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제재 집행 체계의 구조적 점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에서는 조사와 제재 단계의 정밀도 강화와 소송 대응 역량 보강을 병행해야 한다는 기류가 확산하고 있다.
과징금 제재 실적은 행정 집행의 신뢰와 직결된다. 환급 및 미수납 규모 증가가 지속될 경우 제재의 실효성은 더욱 약화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국회와 정부 차원의 제도 개선 논의와 행정 집행 점검이 향후 국정감사와 입법 과정에서 주요 쟁점으로 다뤄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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