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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솔 시인의 첫 시집 ‘아몰퍼스’가 출간됐다. 그는 ‘쾨니히스베르크의 다리’ ‘아우또노미아’에 드러나는 사랑의 밀도, 무정형의 감각으로 일찍이 “습작의 축적과 역량에서 큰 기대를 모으는 시인”이라는 평을 들었다.
‘아몰퍼스’는 비결정성 또는 비정질 고체라는 뜻으로 원자나 분자가 무질서하게 흩어져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시는 언어의 불안정성과 동시에 그것이 지닌 무한한 가능성을 실험한다. 단단히 응고되거나 투명하게 가시화된 세계 대신 파열과 균열, 붕괴와 복제, 오류와 변형을 통해 고정되지 못한 언어와 존재를 드러낸다.” (출판사 서평에서)
시들은 구체적인 이미지와 문장의 연쇄를 끊임없이 흔들어 놓는다. 독자는 언어의 지층이 기울어지고 무너지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마음을 도려내기 위해 심장을 파냈는데 마음이 심장은 아니었던 거야. 그래서 마음은 살고 사람은 죽었는데, 사람에게 초능력이 있었던 거야. 시공을 초월하는 초능력이. 그래서 사람은 다시 살았는데, 그럼 어디를 도려내야 하나, 고민하던 사람은 뇌를 파냈는데, 뇌가 마음은 아니었던 거야. 그래서 마음은 살고 사람은 다시 죽었는데, 사람이 또 초능력을 발동시킨 탓에 다시, 무한하게 반복되는 루트의 영상이 있다면 너, 뭐라 부를래?” (‘너무 강한 마음을 갖고 태어난 사람은’ 부분)
시 속 화자들은 고통 속에서 말을 반복하고, 부정과 긍정을 오가며 언어의 파열 속에서 애도의 자리를 유지한다. 그러나 시는 잦은 실패와 파괴 속에서도 끝내 언어의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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