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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정치적 위기 국면을 맞았다. 여당은 물론 야당 내에서도 한 전 대표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 수사에 백해룡 경정 투입을 직접 지시한 데 이어 채 상병 특검이 ‘호주대사 의혹’과 관련해 한 전 대표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당내에서는 그의 정치적 정체성을 문제 삼아 출당을 요구하는 연이어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은 필로폰 밀반입에 세관 공무원들이 연루됐다는 의혹을 수사하던 경찰 수사팀이 윗선으로부터 부당한 외압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백 경정은 ‘세관 마약수사 외압 의혹’ 최초 폭로자다. 한 전 대표와 마약수사 외압과의 연관성을 주장해 왔다.
한 전 대표는 ‘정치생명을 걸겠다’며 배수진을 친 가운데 ‘이 대통령이 마약으로 정치를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백 경정의 망상을 보증했다’며 연일 비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 전 대표는 15일 “‘한동훈이 윤석열 대통령 부부 외압받고 영등포 경찰서 마약사건 덮었다’는 이재명 대통령이 보증한 백해룡 망상, 이게 사실인지 허위인지 백해룡에게 근거 내놓으라 하고 밝히면 되는 것”이라며 “사실이 아니면 이 대통령, 백해룡 씨가 책임지면 된다”고 이 대통령과 백 경정을 싸잡아 비판했다.
또한 “검사라기보다 민주당 정치인에 가까운 임은정 검사가 4개월 동안 수사했고, 백해룡 씨가 언론에 떠들고 저에게 민·형사소송까지 당했는데, 털끝만 한 근거라도 있다면 이미 침소봉대해서 내놓았을 것”이라며 “그런데 아무것도 내놓는 게 없다”고 일갈했다.
그는 앞서서도 “대통령이 마약을 척결해야지 마약으로 정치하면 안 된다”“허위 의혹을 제기한 사람이 수사까지 하는 비정상적인 사태가 벌어지기 전에 백해룡 씨에 대한 형사고소 건을 신속하게 수사 진행할 것을 촉구한다” “저에 대한 백해룡 망상이 ‘깃털만큼이라도’ 사실이면 모든 걸 다 버리겠다”며 연일 날을 세우고 있다.
한 전 대표는 채 상병 특검의 피의자 신분 전환 검토와 관련해서도 “저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 이종섭 전 장관의 귀국을 공개적으로 강력히 촉구해서 대통령실과 충돌한 바 있다. 이후 국민의힘 당대표로서 대법원장 추천 방식 채 상병 특검을 수용하자고 주장한 바 있다”며 “온 국민이 다 봐서 아시는데, 이명현 특검이 저보고 채상병 사건의 피의자라니 황당한 소리”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한 전 대표에 대한 지원사격에 나섰지만, 소극적인 분위기가 감지된다. 특히 일각에선 이제 한 전 대표와 선을 그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박성훈 대변인은 13일 “심각한 것은, 대통령이 수사팀에 마약수사 외압 의혹 폭로 당사자인 백해룡 경정을 직접 파견하라고 지시했다는 점”이라며 “백 경정은 이 사건의 핵심 당사자이자, 대통령실과 검찰·관세청 고위 간부들이 외압을 행사했다고 주장한 인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런 인사를 수사팀에 포함시키겠다는 것은, 백 경정의 주장을 사실로 전제한 채 수사를 진행하겠다는 의미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며 “이러니 벌써부터 ‘권력 맞춤형 수사’ ‘정적 제거용 정치 수사’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당내 일각에선 한 전 대표의 출당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지방선거 공천 기준으로 ‘당성 평가’를 논의 중인 것과 관련 “좋은 정치는 당성보단 민심”이라고 말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김민수 최고위원은 15일 “당심이 곧 민심인데 당심보다 민심을 우선해야 한다는 건 우리 당원들을 무시하는 것”이라며 “한동훈의 시간은 끝나고 지금은 장동혁의 시간”이라며 사실상 탈당을 요구했다.
박민영 미디어 대변인은 “한동훈 하나 단죄 못 할 거면 보수 정당은 그대로 문 닫는 게 낫다”며 “계엄 옹호자, 극우로 모는 한동훈에 대한 냉혹하고 처절한 단죄가 있어야만, 무너진 당의 질서가 바로 설 수 있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선 한 전 대표가 현재의 정치적 파고를 넘을 수 있을지에 대한 전망이 엇갈린다. 정치권 관계자는 “한 전 대표가 여당은 물론 야당 내에서도 공격당하는 ‘사면초가’에 몰려 있다”며 “결국 한 전 대표의 정치력이 중요한데, 만약 위기를 돌파한다면 몰라도, 자칫 정치적 파산 상태로 몰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한 “현재 극우가 장악한 국민의힘 내에서 한 전 대표가 설 자리는 없을 것”이라며 “민주당으로 공격받고 국힘으로부터 공격받는 상황이어서 그의 정치생명이 외줄을 타고 있는 모양새”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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