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중국학을 전공하던 시절 수업을 들었던 교수님을 20여 년 만에 만났다. 기억보다 많이 늙으신 모습을 보니 세월이 새삼스러웠다. 대만에서 유학하고 학위를 받은 뒤 중국과 중화권을 연구해온 교수님은 요즘 한국 사회의 반중 정서가 너무 깊어져 안타깝다고 했다.
그 말을 들으며 공감하면서도 다른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중국이나 중국인을 경계하게 된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특히 정부 정책에서 “우리 국민보다 외국인이 더 유리한 것 아니냐”는 인식이 반복된다면 그 감정만 탓하기도 어렵다. 정책은 내용 못지않게 국민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최근 외국인 국민연금 추후납부 논란이 대표적이다. 올해 상반기 외국인 추납 신청 가운데 중국 국적자 비중이 70%를 훌쩍 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논란은 빠르게 중국인 문제로 번졌다.
국민연금은 가입기간 10년을 채워야 노령연금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짧게 보험료를 낸 뒤 과거 적용제외 기간 등을 활용해 최대 119개월을 추납하고, 수급권을 확보한 뒤 해외에서도 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형평성 논란이 커졌다. 추납은 한국인도 요건을 갖추면 이용할 수 있지만, 제도를 잘 모르는 국민에게는 “나는 오랫동안 보험료를 내는데 외국인은 상대적으로 쉽게 혜택을 받는 것 아니냐”는 인상을 줄 수 있다.
사회보험에서 이런 인식은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실제 차별 여부와 별개로 가입자가 제도를 공정하지 않다고 느끼기 시작하면 신뢰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처럼 장기간 보험료를 내고 미래의 급여를 약속받는 제도일수록 이런 신뢰는 더욱 중요하다.
정부도 외국인의 추납 요건을 강화하고 있다. 외국인등록뿐 아니라 실제 국내 체류기간을 확인하고 일정 기간 이상 국내에 머문 달만 추납 대상으로 인정하도록 심사를 강화했다. 상호주의 도입과 추납 한도 조정, 실제 보험료 납부기간과 추납기간을 연계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방향은 맞다. 국적에 따라 허들을 세우기 보다는 같은 기여에는 같은 권리를, 실제 거주와 기여가 부족하면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아울러 상대국이 우리 국민에게 같은 권리를 보장하는지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 외국인에 대한 권리 보장과 자국민 보호를 함께 가져갈 수 있다.
교수님 말씀처럼 반중 정서가 지나치게 깊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다만 사회보험을 둘러싼 불신을 줄이려면 정부가 기여와 수급의 원칙을 명확히 하고 내·외국인에게 적용하는 기준을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국민이 “왜 우리보다 외국인이 더 유리하지?”라는 의문을 갖지 않게 하는 것이 제도 신뢰의 출발점이다.
그 과정에서 외국인을 배척할 필요는 없다. 다만 자국민의 권익과 제도에 대한 신뢰는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반중 정서를 완화하는 데도 구호보다 공정한 제도가 더 중요하다. 누구에게나 합리적인 권리를 보장하되 자국민이 역차별받는다는 인식이 생기지 않도록 만드는 것, 그것이 정부가 챙겨야 할 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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