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아주 어린 시절의 이야기다. 교사로 근무하신 부친의 월급으로 근근이 생활하는 우리 가족은 늘 배가 고팠다. 형제들 등록금도 많이 들었고, 옷은 늘 외사촌 형의 헌 옷 얻어다가 입혔다. 오죽하면 소원이 ‘새 옷 한 번 입어보는 것’이었다. 아무튼 그런 시절에 어머니는 어렵게 절약하여 금반지 계를 들었는데, 한밤중에 계주(?)가 곗돈을 가지고 사라져 버렸다. 그래서 우리는 ‘야밤도주했다’고 하면서 나쁜 놈을 꼭 잡아야 한다고 하면 흥분한 적이 있다.
한밤중에 달아났으니 야밤도주가 맞는 말인 줄 알았다. 그런데, 어머니는 계속해서 ‘야반도주’라고 표현하셨다. 묻고 싶었지만 당시에는 어머니가 틀리게(사투리로) 발음하시는 줄 알았다.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밤중에 달아났으니 ‘야밤’이 아니고 야반(夜半)이라고 하는 것이 맞는 말이었다. ‘밤의 중간쯤 되는 시간’이라는 말이다.
야반도주(夜半逃走)는 ‘남의 눈을 피하여 밤 사이에 도망함’을 이르는 말이다. 유사어로 ‘밤도망’ 혹은 ‘야간도주(夜間逃走)’라고도 한다.
예문을 보자. “그릇부의 성심이가 돈을 떼먹고 야반도주를 한 후, 계주이자 다음 순번이었던 미란 아줌마에게 어머니가 계원들을 대표해 책임을 물었다는 것이었다” “태식이는 별당 아씨와 불륜의 관계를 맺고 야반도주했다”와 같이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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