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반려동물 학대 수준이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다. ‘케어’는 반려동물 구호 활동을 벌이고 있는 민간단체다. 이들이 학대 제보를 받고 구조한 반려견의 수는 현재 기준, 약 100마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구로에서 구조된 아기 백구 ‘용천이’ ⓒ스카이데일리
▲ ⓒ스카이데일리
국내 반려동물 학대 문제는 종종 언론의 톱기사로 다뤄질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그러나 정부에는 이를 전담하는 전문 부서와 인력이 없어 대부분 민간 차원에서 구호 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 모든 동물을 대상으로 가장 적극적인 구조 활동을 하고 있는 곳은 ‘동물단체 케어’(이하 케어)다.
김은일(35) 케어 입양센터 팀장은 “활동 초기에는 1회 출동에 구조된 동물이 1∼2마리 수준이었다면 지금은 10마리 이상 구조할 정도로 구조 동물 숫자가 증가하고 있다”며 “문제는 학대 방법이 더 잔인해지고 있는데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팀장은 “방치로 인해 학대당하는 동물을 구조하다보면 인간이 얼마나 잔인한 동물인지 깨닫게 된다”며 구조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송곳 찌르고 펜치로 살점 도려내고 귀에 펀치구멍 뚫기까지…사이코패스 의심되는 가학성
케어의 학대 동물 구조 사례는 다양했다. 이들은 학대를 당한 유기동물을 구조하는 과정에서 사이코패스가 의심될 정도로 잔인한 주인들로부터 동물을 구조하기도 했다.
케어는 지난 6월 29일 구로에 위치한 A빌라 반지하에서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50대 여성으로부터 3∼4개월 된 아기 백구 ‘용천이’를 구출했다. 구조대가 문을 연 순간 용천이는 이 여성이 휘두른 칼로 인해 피를 흘리고 있었고, 한쪽 앞다리는 관절이 부러져 걸을 수 없는 상태였다.
용천이는 지속적인 학대로 온몸에 심각한 상해를 입은 상태였다. 학대자는 송곳으로 용천이를 깊이 찔렀으며, 펜치로는 살점을 도려내고 발톱을 뽑고 혈관을 잘랐다. 이 가해자의 침대에서는 백구를 학대할 때 사용한 펜치와 동물용 발톱 깎기가 발견됐다.
이웃 주민의 목격 진술에 따르면 이 여성은 평소 인근 유치원에 유리병을 던지고, 길고양이를 길바닥에 패대기치는 행위 등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주인과 함께 살아야 하는 반려동물들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받는다는 것이 동물보호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 케어의 구조 사례 중에는 도구 등으로 학대를 당한 반려견들이 많았다. 칼을 휘두르거나 송곳과 펜치 등으로 온몸에 상해를 입히는가 하면 각목이나 쇠파이프로 학대하는 사례도 발생했다.[사진=동물단체 케어]
또 지난 9월 23일 케어에는 다리에 깁스를 한 강아지를 강압적으로 다룬다는 동영상 제보가 들어왔다. 동영상에는 한 중년의 남성이 3∼4개월로 추정되는 강아지의 목덜미를 잡아서 들어올린 후 반복적으로 흔들었다.
익명의 제보자는 “강아지를 다루는 손놀림이 마치 사이코패스 같았다”며 “얼마 전에는 시추 한 마리를 길렀는데 갑자기 사라진 것으로 보아 폭력에 의해 희생된 것 같다”고 말했다.
케어는 강아지 구조를 위해 제보가 들어온 안산으로 달려갔다. 구조 당시 강아지는 온 몸이 흠뻑 젖어있고, 깁스는 아무렇게나 풀어진 상태였다. 학대자는 냄새를 제거하기 위해 몸이 젖을 정도로 ‘페브리즈’를 뿌린 상태였고, 배설물이 묻었다며 깁스를 풀어버렸다.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던 학대자는 강아지를 순순히 포기했다.
구조된 강아지는 ‘축복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병원 검진 결과, 다리에 핀이 박힌 채 오랜 기간 방치된 축복이는 치료시기를 놓쳐 평생 장애견으로 살게 됐다.
포천에서 구조된 검정색 푸들 ‘럭키’ 역시 정신질환을 의심하게 하는 사람으로부터 구조됐다. 발견 당시 럭키의 귀에는 펀치자국으로 추정되는 구멍이 4개가 있었으며, 이빨은 전부 갈라져 있었다. 당시 검진 의사는 “학대자가 펀치로 귀에 구멍을 뚫고 고무줄로 묶으려고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해 관계자들을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
쓰레기 봉투 강아지, 망치로 머리 맞아 두개골 함몰…쇠파이프·각목 무자비한 매질 사례도
대전시에서 발견된 ‘동동이’는 구조 당시 4∼5개월밖에 되지 않은 강아지였다. 동동이가 발견된 곳은 쓰레기 봉지였다. 길을 지나던 주민이 봉지 안에서 나는 강아지 신음소리를 듣고 구조 신고해 동동이는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동동이는 발견 당시 두개골이 심각하게 함몰돼 있었다. 담당 의사는 동동이의 오른쪽 뇌 손상으로 시력과 청력이 모두 약해진 상태라고 진단했다. 의사는 망치와 같은 둔기로 머리를 맞은 것으로 추정했다. 현재 동동이는 퇴계로 케어 입양센터에 입소돼 회복중이다.
기자가 케어 입양센터를 찾았을 때에는 ‘호동이’라는 이름의 백구가 힘없이 엎드려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자 소스라치게 놀라며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호동이는 주인으로부터 심한 구타를 당해 시력을 잃었다. 당시 받은 정신적인 충격으로 인해 우리 안의 밀폐된 공간에 있지 못한다.

▲ 케어가 구조해 병원으로 옮겨진 ‘동동이’(사진 위)는 두개골이 심각하게 함몰돼 있었다. 담당 의사는 동동이의 오른쪽 뇌 손상으로 시력과 청력이 모두 약해진 상태라고 전했다. 또 경기도 광주에서 구조된 ‘호동이’ (사진 중간·아래)는 당시 어렸을 때 매달았던 목줄이 목을 파고들어 심한 상처가 생겼다. 호동이는 학대자로부터 심한 구타를 당해 시력까지 잃었다. [사진=동물단체 케어]
호동이가 구출된 곳은 경기도 광주의 H마트였다. H마트의 사장 B씨는 고객들이 마트에 발길을 끊을 정도로 잔인하고 난폭한 성격의 소유자로 소문이 자자했던 인물이다. B씨는 마트 건물 뒤 야산에서 3마리 개를 키우며 폭행을 일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폭행 현장을 실제 목격한 주민들에 따르면 그는 안 좋은 일이 있는 날이면 3마리의 개를 향해 쇠파이프와 각목을 휘두르거나 발길질을 하는 등 무자비한 폭행을 가했다. 이웃 상인이 끙끙 앓는 개들에게 먹이를 주면 남이 주는 밥을 먹는다는 이유로 또다시 각목을 휘둘렀다. 심지어 개를 산에서 굴러 떨어지게 하는 행동을 서슴지 않고 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 번은 개들의 비명 소리가 너무 커서 인근 주민들이 마트 뒤 개들을 찾아갔더니 2마리의 개가 죽어 있었다. 다른 개들이 맞아죽는 것을 지켜보던 호동이는 결국 구조 후에도 우울증을 앓을 정도로 큰 정신적인 충격을 받았다.
강아지 1주일 굶기고 막걸리 먹여 고통 즐긴 ‘개막걸리녀’ 논란…“반려인 자격 심사를”
지난 7월 SNS에 올라온 사진 한 장에 많은 네티즌들이 분노했다. 일명 ‘개막걸리녀’로 불렸던 해당 게시물에는 1주일 동안 굶긴 강아지에게 막걸리를 먹인 후 괴로워하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학대자는 게시물에 “먹순이랑 복돌이 일주일 굶겼더니 그릇도 먹겠다”라고 글을 올렸다. 반려견이 토하는 모습을 담은 다른 사진에는 “막걸리 마시고 비틀비틀 토하고 난리다. 먹순아 우리 술 끊자”라는 내용을 올렸다.
케어 구조대는 해당 SNS를 보고 바로 구조에 나섰다. 두 마리 중에 시추종은 이미 죽었고, 구조된 페키니즈 종 ‘찌니’의 건강 상태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동물단체 케어에서 환경관리 및 입양상담을 맡고 있는 최준우(26)씨는 “일부 반려동물을 물건 취급하는 사람들은 동물이 아프거나 죽어도 상관을 하지 않는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김은일 팀장은 현재 심각한 동물 학대 사례와 관련, “구조를 위해서는 경찰관과 동행하는 것이 유리한데, 범죄 사실을 명백하게 증명하지 못하면 협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관련 기관들의 협조 및 관심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학대와 관련한 강력한 법 제재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주인이 동물의 소유권을 가진 상태에서 명백한 학대가 인정된다면 ‘강제 분리’에서 나아가 소유권을 박탈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람들이 생명을 존중하지 않는 것이 가장 심각한 문제”며 “반려동물을 키우기 앞서 기본적인 정신적, 심리적 검사를 통해 자격이 주어지는 반려동물 자격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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