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동물 학대 사건들이 잇따라 언론을 통해 이슈화되면서 사회적 공분을 산 바 있다. 창원시 마산 합포구에 사는 김모(45)씨는 지난달 26일 길고양이가 쓰레기 봉지를 뜯고 있는 것을 보고 홧김에 양궁용 활로 5m 앞에서 고양이의 몸통을 관통시켰다. 지난 8월에는 불법 투견장을 개설한 일당이 검거됐다. 투견장에서 패한 개들은 주인에게 맞아죽거나 보신탕집으로 팔려가는 신세를 면치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학대 사실에 분노한 시민 1만7765명이 서명을 통해 투견현장 용의자들을 엄벌에 처할 것을 법원에 요구했다. 개 사육농장을 운영하는 신모(65)씨는 2012년부터 약 2년반 동안 개들을 전기로 실신시킨 뒤 도살하는 방법으로 총 840마리의 개를 죽였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철창에 갇힌 개들이 보는 앞에서 이런 만행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학대보다 만연한 반려동물 관련 현안은 ‘유기’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 4년간 무려 37만3866마리의 반려동물이 버려졌다. ‘반려동물 인구 1000만명 시대’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날로 성장하고 있는 반려동물 시장에 비해 인간과 동물의 윤리적 공존의식은 여전히 부족한 상태다. 특히 동물을 ‘물건’으로 보는 현행법 때문에 동물의 생명보호, 안전보장 및 복지증진이 어려운 실정이다. 스카이데일리가 반려동물 유기 및 학대 실태와 해결책에 대해 취재했다.
|
▲ 유기견은 로드킬이나 불법도축 등 2차 피해를 입게 될 확률이 높다. 특히 유기견의 경우 개농장에 팔려가 보신탕용으로 도축되는 경우가 많다. 사진은 개농장에서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유기견들 [사진=박미나 기자] ⓒ스카이데일리
▲ ⓒ스카이데일리
홍연정 웨스턴동물의료센터 원장은 최근 주인에게 둔기로 머리를 맞아 두개골이 함몰된 셰퍼드를 급박하게 수술했던 상황을 전했다. 2차 동물의료기관인 이곳은 동물보호단체 카라와 케어 등에서 부상당한 유기견이나 사고견 등의 치료를 의뢰해 이처럼 안타까운 사연을 가진 반려동물이 많다.
이 사건은 전형적인 동물 학대 사례였다. 셰퍼드를 공격한 40대 남성은 경찰 출동 때까지 1시간 가량 개를 폭행했는데, 이유는 고작 개가 주인을 몰라본다는 것이었다. 당시 학대자인 남성의 부모가 셰퍼드의 소유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개를 병원에 와서 데려가 학대자와 한집에 살게 할 수도 있었다.
인간으로 치면 가해자와 피해자가 한집에 살면서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는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현행 법에서 반려동물을 사람이 아닌 ‘물건’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적으로 반려동물은 물건이기 때문에 동물을 학대하는 소유자의 동물을 제3자가 보호 내지 보호하려 했을 때 재산권 침해 문제가 발생한다.
▲ 동물보호단체 카라와 케어 등은 학대 받는 동물에 대한 제보가 들어오면 이들을 구출한 뒤 적절한 치료 후 일반인들에게 분양한다. 사진은 동물보호 단체와 연계해 부상당한 유기견이나 사고견을 치료하는 웨스턴동물의료센터 진료팀 ⓒ스카이데일리
민병주 의원(새누리당·대전 유성 당협위원장)은 지난해 5월 동물학대의 범위를 확대하고, 처벌을 강화하는 한편, 피학대동물에 대해서는 법원의 판단에 따라 동물소유자의 소유권을 제한·양도할 수 있는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여전히 계류중이다.
반려동물 관련 현재 국회에는 동물학대 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긴 동물보호법 일부개정안 20여건이 있으나 전부 계류중이다. 이종배 의원(새누리당·충주) 역시 최근 관련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의원은 동물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동반하는 교육이나 조련을 금지하고 투견도박 행위 적발시 개의 소유권을 박탈하며, 동물을 학대하거나 유기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들 개정안에는 동물학대 행위에 대한 벌칙을 현행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서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상향하는 방안 등이 담겨있다.
연간 버려지는 9만여 마리 반려동물, 매년 100억원대 사회적 비용 발생
농협경제연구원은 우리나라 반려동물 시장이 2020년 약 6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2012년 기준 국내에서 개나 고양이 등을 키우는 반려동물가구는 359만가구였다. 전체가구의 17.9%에서 총 1000만 마리 이상의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었다. 인구 5명중 1명꼴로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관련 시장이 커지면서 부작용 역시 커졌다. 가장 큰 문제는 반려동물 유기다. 2008년 7개 시도 53개 시군구에서 반려동물의 유기와 유실 방지를 위한 동물등록제가 시행됐다. 이 제도는 2014년 1월부터 전국적으로 의무시행 됐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8만 마리의 유기동물이 발생했다.
지난 4월 농림축산검역본부의 발표에 따르면 2014년 유기동물은 8만1147마리였다. 비록 지난해보다 줄어든 수치이긴 하지만 2011년부터 2014년까지 4년간 연평균 9만3467마리의 반려동물이 버려졌다.
▲ 자료: 농림축산검역본부 ⓒ스카이데일리
가장 많이 유기된 동물은 개였다. 전체 유기 동물 중 72.9%에 해당하는 5만9180마리가 유기됐다. 유기 고양이는 25.8%인 2만966마리였다. 반려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개와 고양이의 유기 동물 전체의 99%를 차지했다. 많이 키우는 만큼 많이 버려지고 있었다.
유기된 동물은 자연사하거나 안락사로 죽게 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유기 동물 중 원주인에게 반환(13%)되거나 개인에게 분양(31.4%)된 것보다 많은 숫자의 반려동물들이 자연사(23%)와 안락사(22.7%)했다. 유기동물 처리비용도 문제다.
지난해 관련 처리비용은 104억원이다. 2013년 111억원, 2012년 106억원 등 매년 100억 이상의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
반려동물이 유기되면 로드킬이나 불법도축 등 2차 피해를 당할 위험성이 높아진다. 올해 5월에는 600여마리의 길고양이를 포획해, 산 채로 뜨거운 물에 넣어 죽인 엽기적인 일이 있었다. 정모(54)씨는 지난해 2월부터 최근까지 부산·경남 일대에서 닭고기 등을 넣은 포획틀로 길고양이를 잡은 뒤 도살해 마리당 1만5000원을 받고 건강원에 팔아넘겼다.
보신탕 재료로 사용되는 개의 경우 고양이보다 불법도축이 더 만연하다. 박모(70)씨 등 2명은 2011년 1월부터 지난 7월까지 부산 금정구 야산에 무허가 도축장을 차려놓고 염소와 개 등 3200마리를 도축한 뒤 염소 1마리당 35만원, 개 1마리당 15만원을 받고 부산시 일대 건강원 200여 곳에 판매해 약 6억원의 부당이익을 챙긴 혐의를 받았다.
개농장이나 개도살장은 관련법이 없다. 따라서 불법으로 개도살장을 운영해도 처벌할 수가 없다. 때문에 동물학대 행위에 대한 명백한 증거가 확보되지 않는 이상 시설 자체를 규제하지 못하고, 오물처리장 등 관련 시설 미비나 불법 건축물 등 다른 불법적 요소를 찾아서 고발하는 상황이다.

▲ 이찬종 이삭애견훈련소 소장에 따르면 개나 고양이들이 인간에게 버림받은 상태에서 가장 손쉽게 음식을 얻는 방법은 인간의 음식 쓰레기에 접근하는 방식이지만 이런 음식을 먹는 순간 이들 신체가 처리하지 못하는 기능으로 인해 수명에 치명적인 영향을 받는다. 그는 “개는 가축이 아니다. 개는 공장과 같은 사육에 어울리지 않는 생물”이라고 주장했다. [사진=이삭애견훈련소 제공]
도박에 사용될 예정인 투견…현행법 한계로 몰수해도 주인에게 되돌려 줘야
동물 유기보다 심각한 것은 동물 학대다. 동물 학대는 둔기로 맞은 세퍼드 사례처럼 주인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일부 몰지각한 견주들은 개를 오로지 상업적 목적을 위해 키우기도 한다.
지난 8월 31일 함양경찰서는 불법 투견 도박장을 급습해 29명의 투견 도박범을 체포한 뒤 6명을 추가 체포했다. 현장에는 총 17마리의 투견이 있었고 이중 도박에 이용된 6마리는 법적 근거에 따라 몰수했으나, 나머지 11마리는 도박이 일어나기 전에 발견됐다는 경찰 해석으로 다시 도박범들에게 돌아갔다.
현행법으로는 개 주인에게 학대를 당해도 투견으로서 현장 적발을 못하면 견주에게 권리가 있다. 이것이 각종 동물보호 단체에서 현행 동물보호법으로는 제대로 동물들을 위법으로부터 보호할 수 없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투견에 이용되는 개들은 공격성을 알아보기 위해 야생 멧돼지 우리에 강제로 집어넣는데, 이때 개들은 크게 다치기도 하고 심한 경우 죽게 된다. 선발된 개들은 공격성을 높인다는 이유로 약한 개체와 싸움을 붙여 물어뜯는 연습을 시키기도 하고, 지구력을 기른다는 명목으로 목줄을 한 채 러닝머신을 달리게 한다.
이런 지독한 연습을 거친 투견들은 도박장에서 경기 중에 다치는데, 도박 중 피부가 찢어져도 마취나 진정제 없이 견주들이 그냥 봉합한다. 이긴 투견은 다시 가혹한 경기를 하게 되고, 진 투견은 견주에게 맞아 죽거나 도살장에 팔린다.
구조된 6마리 중 3마리를 보관하고 있는 이삭애견훈련소의 이웅종 천안연암대학교수는 “구조된 투견들이 훈련소에 처음 왔을 때는 사람을 경계하고 같이 있는 개들을 공격하는 등 적대적인 행동을 보였다”며 “극도의 스트레스와 함께 정신적인 문제를 겪고 있는 동물을 원상태로 돌려놓기까지 많은 시간과 정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이런 식의 동물 학대는 사후 처방이 아닌 사전 예방이 중요하다”며 “말 못하는 동물을 상대로 투견을 하거나 학대를 하는 등 문제가 있는 사람들은 동물을 키울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이종배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10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투견도박 근절 및 동물학대 방지를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투견 도박은 동물보호법상 명백한 동물학대 행위임에도 불구, 음지에서 조직적으로 발생해 현장 단속이 어려운 상황이다. ⓒ스카이데일리
반복되는 반려동물 관련 범죄, “솜방망이 처벌 대신 관련법 강화해야”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동물보호법’을 강화해야 이런 비윤리적인 문제를 예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현재까지는 법 위반으로 실제 처벌되는 경우가 적고, 처벌이 되더라도 양형이 너무 낮다고 지적했다.
최근 대법원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형 이상이 선고된 사건은 16건에 불과했다. 혐의자 대부분은 벌금형 처벌을 받았다.
대검찰청의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년간 동물보호법위반 접수 및 처리현황을 봐도 2009년과 2011년을 제외하고는 불기소가 더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기소율이 낮은 이유는 학대를 목격한 사람이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어도 학대로 인정되는 법적 증거가 드러나지 않으면 증거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1991년 동물보호법을 제정한 이래 반려동물의 학대 행위 처벌 수준을 강화하고, 유기 방지를 위해 노력해왔지만 많은 관계자들은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또한 관련 예산의 확보 보다 궁극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어려서부터 인성교육을 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 자료: 대검찰청
이종배 의원은 최근 주최한 동물학대 방지 토론회에서 농식품부에 동물복지과를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농식품부 내 동물복지 업무담당자는 2명이고, 방역업무를 수행하는 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보호과 역시 9명 인원이 있다”며 “2개 부처를 통합해 농식품부에 동물복지과를 신설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과가 신설돼야 관련 예산을 편성받기 유리하고, 예산이 있어야 동물보호 관련 사업을 할 수 있다”며 예산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한 민병주 의원은 “더 이상 방치로 인한 동물학대가 일어나선 안 된다고 생각하고, 이제 우리 사회가 방치로 죽어가는 동물을 신속하게 구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웅종 교수는 “대부분은 깊은 고민없이 경솔하게 반려동물을 구입했다가 애정이 식거나 부양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유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반려동물을 분양받을 때부터 신중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버려진 동물은 마음의 상처로 인해 쉽게 사람에게 마음을 열지 않기 때문에 유기 동물을 단순히 보호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의 마음까지 치유할 수 있는 센터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홍연정 원장은 “동물학대가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동네 동물병원에서는 수술이 힘든 심각한 상태의 동물을 치료할 때가 많다”며 “동물 구조 핫라인은 물론이고 일원화된 출동 체계를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홍 원장은 “반려동물이 학대 당하거나 버려지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려서부터 생명체를 존중하는 마음을 갖도록 교육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후원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