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 2026-10-26 06:36
뉴스 > 富동산 > 건물
[이슈 포커스]-드라마틱 트렌디 ‘경리단길’[下-임대]
화려한 변신 뒤 임대료 5배 폭등 ‘눈물 원주민’
화려한 변신 뒤 임대료 5배 폭등 ‘눈물 원주민’
외지인, 골목골목까지 무차별 확산…일순간에 생업터전 잃은 생활편의 가게들
임현범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6-02-01 00:03:57
▲ 불과 2~3년 전만 해도 전형적인 주거지역에 불과했던 경리단길이 전국적으로 인기 있는 장소 중 한곳으로 급부상했다. 하지만 경리단길의 이러한 ‘화려한 변신’ 이면에는 거주민들과 기존 상인들의 남모를 고충이 숨겨져 있다고 당사자들은 전했다. 사진은 경리단길의 주거민을 대상으로 한 생활편의 가게들의 모습 ⓒ스카이데일리

 ▲ ⓒ스카이데일리
[특별 취재팀=민현배·정성문·임현범·신정연 기자] 불과 2~3년 전만 해도 전형적인 주거지역에 불과했던 ‘경리단길’은 최근 인기 있는 장소 중 한 곳으로 급부상했다. 이국적인 분위기와 독특한 개성을 가진 소규모 상점들이 인기를 끌면서 이른바 ‘뜨는 상권’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하지만 경리단길의 이러한 ‘화려한 변신’ 이면에는 기존의 원주민과 상인들의 남모를 고충이 숨겨져 있다. 경리단길 인근 거주민, 상인, 부동산 관계자 등에 따르면 상권 발전이라는 긍정적 모습 뒤에 상권이 발전하면서 피해를 호소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임대료·권리금’ 두고 임차인·임대인간 ‘갈등’ 첨예
 
경리단길에서 오랜 기간 장사를 해왔던 기존 상인들 중 대다수는 경리단길이 명소로 부상하면서 오히려 피해를 입고 있다고 호소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임대료 때문에 거리로 내몰리게 생겼다는 것이다.
 
20년 넘게 경리단길 대로변 인근에서 옷가게를 해왔다는 이모씨(여·55)는 최근 건물주가 바뀌면서 어쩔 수 없이 가게를 옮길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이씨는 “기존 임대료가 50만원이었는데 건물주가 250만원을 요구했다”며 “갑자기 5배 이상의 임대료를 부르는 건 사실상 나가라는 소리다”고 호소했다.
 
이씨는 가게를 대로변에서 골목 안쪽으로 옮겼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다행히 20년 넘게 장사한 덕에 찾아오는 단골을 상대로 장사하고 있지만 대로변에 위치했을 때와 비교하면 벌이가 시원찮다”며 “경리단길이 명소로 부상하면서 오히려 피해를 입고 있다”고 강조했다. 
 
▲ 경리단길이 명소로 부상하면서 유동인구가 급격히 늘기 시작했다. 상인들과 부동산 관계자에 따르면 일부 건물주들이 기존 임대료에 비해 과도하게 높은 임대료를 상인들에게 요구해 이전하는 상인들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카이데일리

실제로 이와 비슷한 사례로 피해를 호소하는 상인은 이모씨 뿐만이 아니다. 경리단길 초입에서 타이어대리점을 운영하는 이모씨(36)는 지난 2013년까지 임대료로 20평 기준 월 320만원을 냈다. 하지만 이듬해인 2014년 건물주가 임대료를 3배 가까이 인상해 월 900만원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광고
이씨는 “타이어 판매는 유동인구가 증가한다고해서 수익이 증가하는 업종이 아님에도 건물주는 무리한 임대료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며 “사실상 나가라는 말과 다름없는데 가게를 접고 어디로 가야할지 막막하다”고 털어놨다.
 
이씨는 “더군다나 건물주가 주변 시세보다 높은 900만원을 임대료로 줄 수 있는 임차인을 구해오라고 요구해와 권리금 회수마저 요원한 상황이다”며 “들어오려던 사람들도 높은 임대료 얘기를 듣고는 연락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현행 상가임대차보호법은 계약 만료 3개월전부터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권리금 회수 기회를 보장하게 돼있다. 인근 부동산 전문가는 “이는 달리 말해 3개월 안에 다음 임차인을 구하지 못하면 권리금 회수 기회마저 박탈당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그는 “상가임대차보호법에 대한 실효성 논란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고 덧붙였다.
 
경리단길의 일부 건물주는 임대료 인상 요구에 이어 대놓고 나가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있어 임차인과 건물주 간 법적 공방으로까지 비화된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경리단길 중턱에서 40년 넘게 페인트가게를 운영해왔다는 우모씨(63)는 “가게 특성상 동네 주민을 상대로 장사하기 때문에 외부 유입인구가 늘어난다고 해서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며 “오히려 경리단길이 상권으로 뜨자 건물주가 자신이 직접 장사를 하겠다는 이유로 나가달라고 요구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매년 임대료를 인상해온 것도 모자라 아예 거리로 내몰리게 생겼다”고 토로했다.
 
현재 우씨는 이 문제로 건물주와 법적소송을 진행중이라고 전했다. 이밖에도 장기간 경리단길에서 장사를 해왔던 상인들은 높은 임대료 때문에 이전하는 경우가 빈번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맘상모(맘 편히 장사하고픈 상인모임) 관계자에 따르면 경리단길이 상권으로 부상하기 전부터 한 태국식당을 운영하며 사람들의 발길을 끌었던 가게가 건물주와의 갈등 끝에 가게에서 쫒겨나는 상황에 처해있다고 전했다.
 
맘상모 관계자는 “건물주가 임대료를 급격하게 올리는 바람에 거리로 내몰리게된 가게주인은 건물주를 상대로 재판까지 진행했다”며 “하지만 오히려 재판에서 패소하는 바람에 권리금은 권리금대로 못받고 재판 진행과정에서 발생한 피해보상액까지 물어주게 생겨 임차인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적제도가 부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 상권 분석가는 화려한 상권으로 변신한 경리단길의 이면에는 급격하게 오른 임대료 때문에 거리로 내몰리는 상인들의 눈물이 있다고 표현했다. 주거지역에 불과했던 거리를 화려한 상권으로 만드는 데 일조했던 새로운 식당 상인들의 노력이 오히려 자신의 터전을 잃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겪는 것으로 덧붙였다.
 
경리단길 인근 H부동산컨설팅 대표는 “상가의 위치와 규모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상가의 평균 임대료가 적게는 2배부터 많게는 5배이상 올랐다”며 “12~15평 소규모 평수에서 기존 50만~70만원이던 임대료가 200만원 가까이 오른 곳도 있고, 70만~80만원이던 곳이 300만원 이상으로 오른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 뜨는 상권으로 부상한 경리단길에는 새로운 상가들이 대로변을 넘어 주택 골목 곳곳까지 침투해 있다. 주민 생활편의시설이 밀려 나가고 까페, 맛집 등이 들어서면서 기존에 거주하고 있던 원주민들은 소음 및 생활편의 시설 부족 등 거주환경이 오히려 악화됐다고 호소했다. ⓒ스카이데일리

상인뿐 아니라 거주민들 역시 상권이 뜨면서 주거환경은 더 악화됐다고 토로했다. 주요 대로변이 아닌 주택가에도 상가들이 들어서면서 공사 소음은 물론 관광객들로 인해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것이다.
 
경리단길 인근에서 36년간 거주중인 이영선(여·61)씨는 “하루도 빠짐없이 들려오는 공사소음으로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라며 “대로변이 아닌 주택가까지 상가들이 들어서면서 관광객들의 쓰레기 무단투기와 소음 때문에 이사 가는 이웃들이 많다”고 말했다.
 
젠트리피케이션, 사회 문제 ‘대두’…서울시, 조례지정 둘러싸고 ‘실효성’ 분분
 
경리단길에서 벌어지는 현상을 일컬어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라고 부르는데 이 현상은 최근 서울뿐 아니라 각 지방 대도시를 중심으로 심화되고 있다. 거리를 지키던 원주민과 기존 상인들은 폭등한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자신들이 일군 지역에서 오히려 쫒겨 나게 된다.
 
젠트리피케이션은 노후된 거리가 발전하게 되고 상권이 활성화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많지만 그 이면에는 임대료 상승 등 부작용으로 피해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현상이 심화되면서 당초 해당 거리가 갖고 있던 특색들이 사라져 획일화되는 현상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급등한 임대료 때문에 밀려난 상인들의 자리에는 어김없이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가 자리 잡는다고 전문가들은 전했다.
 
이는 결국 그 지역만의 특색이 사라져 사람들의 발길이 줄어드는 악순환에 빠질 우려가 있다는 비관적 전망을 불러왔다.
 
한 상권 전문가는 “젠트리피케이션은 지역을 획일화시켜 애초 그 지역이 갖고 있던 특색을 희석시킨다”며 “이러한 지역 정체성이 사라지면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져 자산 가치의 거품 붕괴로 지역 경기가 침체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6일 서울시는 임대인과 임차인들이 안정적인 영업 활동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내용을 골자로 ‘상가임차인 보호를 위한 조례’를 제정했다. 지난해 11월 젠트리피케이션을 방지하기 위해 내놓은 종합대책의 일환이다.
 
임차인 보호 및 지원을 위한 법적 근거와 장기안심상가, 상생협약체결, 법률 상담 지원 등이 골자다. 하지만 젠트리피케이션으로 피해를 입고 있는 소상공인들을 중심으로 해당 조례에 대해 실효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심심찮게 들려온다고 전문가들은 전했다.
 
서울시 조례에는 분쟁당사자 일방이 조정을 거부할 경우 조정위원회를 중지할 수밖에 없다는 문구가 적혀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조례에 담긴 상생협약을 건물주가 거부할 경우 이를 강제할 수단은 없다”며 “이를 강제할 경우 재산권 침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어 여러모로 복잡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후원하기
  • 정기 후원
  • 일반 후원
  • 무통장입금: 하나은행 158-910019-39504 스카이데일리
  • 스카이데일리는 공공성에 기반해 독자가 만들어 가는 언론을 지향합니다. 정기 또는 일반 후원시 맞춤형 뉴스, 독자에게 할당하는 지면 서비스, 동행하는 홍보, 유상증자시 참여기회 제공(법인에 한함)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0
좋아요
0
감동이에요
0
화나요
0
슬퍼요
0
댓글 : 0
방문수(PC&모바일)
오늘(실시간) 36,721 ▶
어제 157,010 ▶
최근 7일 ▶
대한민국 명사들
대면 기회를 가져보세요.
팬클럽 가기
오늘자 스카이데일리



주요 섹션 기사
주소 : 서울시 서초구 방배천로2안길 82(방배동 463-18) 청송빌딩 3,4층 | 전화 : 02-522-6595~6 | 팩스 : 02-522-6597
종합일간지 등록번호 : 서울시 가50131,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시 아01703, 등록일 : 2011년 7월 18일
발행·편집인: 민경두, 편집국장 : 주경준, 사업자 번호 : 214-88-81099 후원계좌 : 158-910019-39504(하나은행)
copyrightⓒ2011, All rights reserved. Contact : skyedaily@skyedaily.com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진강
본지는 한국신문윤리위원회의 서약사로서 신문윤리강령을 준수합니다.
[뉴스패드]
이 기사의
연관뉴스
땅값 건물 2~3배 폭등한 대한민국 재벌촌 이웃 서민촌 뜨겁다
[이슈 포커스]-드라마틱 트렌디 ‘경리단길’[上-개괄] ~~ 예술·생업 넘나든 ‘실험적 가게들’ 성업…유명 연예인들 수십억씩 시세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