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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포커스]-드라마틱 트렌디 ‘경리단길’[上-개괄]
땅값 2~3배 폭등한 재벌촌 이웃 서민촌 뜨겁다
땅값 2~3배 폭등한 재벌촌 이웃 서민촌 뜨겁다
예술·생업 넘나든 ‘실험적 가게들’ 성업…유명 연예인들 수십억씩 시세차
정성문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6-02-01 00:07:25
서울 용산구 경리단길이 전국적인 핫플레이스로 부각됐다. 상권분석전문가, 부동산 업계는 2011년 회나무로에 생긴 장진우 식당이 경리단길의 시초로 보고 있다. 당시만 해도 회나무로를 포함한 경리단길은 조용한 주택가였다. 연예인들이 몇 개 없는 조그마한 가게들에서 어울리는 모습이 SNS를 통해 퍼지면서 급격한 호감의 대상이 됐다. 2016년 1월 기준 경리단길은 5년전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변신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경리단길의 성공은 셰프, 요리 등 쿡방(먹는 요리하는 방송) 열풍과 맞물렸다. 또 이국적이고 소소하며 아기자기한 여성 취향의 가게들은 2030 여성의 식욕, 글로벌한 문화적 욕구, 해외여행에 대한 감성을 자극하며 그들의 소비를 이끌어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경리단길 수요층은 젊은 여성들이 주를 이룬다. 거기에 인근 이태원, 미군부대에서 넘어온 외국인들이 수요의 한켠을 차지했다. 조금씩 주목받던 경리단길은 최근 2~3년 새 순식간에 급부상했다. 남산 산자락의 평범하고 서민적인 주택가가 갑자기 전국적인 주목을 받게 되면서 그림자도 생겼다. 상권이 활발해지자 지가와 임대료가 상승했고 그 과정에서 기존 상인들과 원주민들은 높아진 임대료와 주거환경이 불편해지면서 동네를 떠났다. 외견상은 핫플레이스(Hotplace)이지만 이면에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젠트리피케이션은 도심의 낙후된 지역이 고급화되면서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을 말한다. 스카이데일리가 ‘이슈 포커스’ 시리즈로 명과 암이 공존하는 경리단길 상권, 부동산, 임대료 등의 내면에 서린 빛과 그림자를 3편에 걸쳐 심층·취재했다.


▲ 전국적으로 ‘핫’한 상권인 경리단길 상권은 내·외국인을 가리지 않고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이곳은 최근 몇 년 동안 유동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임대료와 지가가 급격히 상승했다. 그러면서 경리단길은 명과 암이 공존하는 거리가 됐다.  ⓒ스카이데일리

 ▲ ⓒ스카이데일리 
[특별 취재팀=민현배·정성문·임현범·신정연 기자] 경리단길은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에 위치했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을 비롯한 일가 등 이른바 대한민국 원조 재벌기업들의 오너와 가족들이 둥지를 튼 바로 이웃 동네길이다. 
 
경리단이란 이름은 국군재정관리단의 옛 이름인 육군중앙경리단에서 따 왔다. 경리단길 입구에는 국군재정관리단이 위치했다. 경리단길은 회나무로를 따라 하얏트호텔까지 이어져있다.
 
경리단길을 찾는 유입인구는 내·외국인들이 많았다. 상인들에 따르면 주말이 많고 주중이 적은 편이다. 주중이라해도 웬만한 다른 상권보다는 손님이 있다고 상인들은 전했다.
 
인근 부동산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 일대 지가는 2~3년 전에 비해 2배 이상 껑충 뛰어 올랐다. 빠른 시간에 지가가 상승하면서 부동산에 거품이 끼어있다는 지적도 나오는 상황이다.
 
SNS·쿡방 열풍 통해 경리단길 각광…젊은이들 발길 이어지며 핫플레이스 떠올라
 
이태원동 일대 부동산 관계자에 따르면 이태원의 높은 임대료를 견디지 못한 젊은 창업자들이 이태원 배후상권격인 경리단길로 들어오면서 상권이 커지기 시작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경리단 상권이 활성화 되면서 경리단길 초입에는 호가기준 3.3㎡(약 1평)당 1억원이 넘는 건물 매물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한 부동산 관계자에 따르면 경리단길 초입의 모 건물은 2009년 매매당시 3.3㎡당 약 3200만원였는데 현재는 3.3㎡당 1억원을 달했다. 약 6년 새 3배 가량 뛰었고 2년전과 비교하면 2배 가량 상승했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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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중개인들은 유동인구가 증가와 외부자본 유입이 임대료와 지가를 상승시켰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가격이 올라도 너무 올라 거품이 끼게 됐다는 의견이 심심찮게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한 관계자는 “3.3㎡당 1억원 수준이면, 테헤란로, 강남대로 이면도로에 있는 수준이다”며 “경리단이 유동인구가 많아도 강남의 대로만큼은 안되며 경리단은 지하철역에서 멀어 접근성 또한 떨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부동산 투자를 할 경우 보증금을 제외하고 연평균 수익률이 4%를 적절한 수준으로 본다”며 “경리단 임대료가 올랐다고 하더라도 연평균 수익률이 아직 2~3% 수준밖에 안된다”고 덧붙였다.
 
접근성, 수익률이 모두 강남보다 떨어지는데 부동산 가격은 강남대로 이면도로 수준이라는 것이다. 또 경리단길의 지가 시세에 비해 임대료가 아직 뒷받침 되지 못하기 때문에 경리단길의 인기를 타고 부동산 거품이 끼어있다는 것이 부동산 일각의 주장이다.
 
길 초입 3000만원 땅값 1억원 치솟아…상권도 2000만원서 6000만원까지 올라
 
경리단길의 시초는 사진작가이자 셰프인 장진우씨가 조성한 ‘장진우 거리’라고 할 수 있다. 장씨는 2011년 회나무로13길에 ‘장진우 식당’ 문을 열었다. 한적한 동네에 ‘장진우 식당’과 함께 ‘마틸다’, ‘그랑블루’, ‘문오리’ 등이 연달아 들어서면서 맛집 거리로 변모하며 사람들이 찾기 시작했다.
 
회나무로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장진우 거리가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할 때인 2013년에 이 동네 3.3㎡당 2000만원 초반에 거래가 됐다”며 “1년이 지난 2014년 3.3㎡당 4000만원, 현재 3.3㎡당 5000만~6000만원선에 거래가 된다”고 말했다.
 
 ▲ 자료:서울시청 ⓒ스카이데일리

그는 이어 “장진우 식당에서 연예인들이 소규모 파티를 여는 모습이 SNS를 통해 급속도로 확산됐다”며 “그 덕분에 장진우 거리를 찾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인근으로 상권이 발달되면서 지가가 3년 만에 3배 가까이 올랐다”고 덧붙였다.
 
부동산 관계자와 상권전문가들은 SNS에 인기에 힘입은 창업 열풍이 인근의 경리단길로 퍼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리단이 새로운 상권으로 각광받자 몇몇 연예인들은 경리단길에 부동산을 매입하기도 했다. 지난 2012년 배우 조인성은 경리단길의 건물 한 채를 30억5000만원에 매입했다. 부동산 관계자에 따르면 카페로 이용되고 있는 이 건물은 현재 약 60억원으로 4년 만에 30억원 가까운 시세차익을 얻었다.
 
조인성 소유 카페와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배우 길용우도 지난 2014년 건물 한 채를 구입했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매매가는 54억6000만원이다. 길용우 건물의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리모델링을 마친 길용우 건물이 현재 100억원에 매물로 나왔다는 소문이 있다”고 덧붙였다.
 
임대료 높고 소음피해 원주민·원상인들 떠나…전통시장도 대부분 철수하며 썰렁
 
경리단 상권이 장진우 거리가 있는 회나무로를 중심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대로변 상권이 포화가 되자 상권은 주택가 안쪽으로 침투했다. 주택을 개조한 상가 건물이 늘었고, 군데군데 건물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이다.
 
외부인의 유입이 커지자 이곳에 살던 거주민들은 불편을 겪기 시작했다. 거주민은 장년층, 노인층이 많았다.
 
주민들에 따르면 외부인의 유입이 많아지자 노인들은 바깥 활동도 꺼리게 됐다. 또한, 소음문제도 발생하기 시작했다. 주중·주말을 가리지 않고 밀려오는 외부인의 소음 때문에 원주민들은 주말에 편히 쉬지도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게다가 주택을 상가로 개조하면서 공사 소음도 무시 못했다.
 
경리단길에서 만난 김모 할머니는 “옛날에는 조용하고 살기 좋은 동네였는데, 요즘에는 낮밤도 없이 들리는 소음 때문에 살기가 너무 불편하다”며 “슈퍼나, 야채 가게 등 거주에 필요한 시설을 거의 사라지고 음식점만 다 들어서고 있어서 거주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다른 거주민은 “이 동네 40년 가까이 살았다”며 “최근 들어 주민들이 살기가 불편해지니깐, 하나둘씩 동네를 떠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리단 상권에는 ‘제일시장’이라는 전통시장이 있다. 이곳은 시장을 알리는 간판만 덩그러니 남아있을 뿐 시장 내부에는 유동인구가 거의 없었다. 시장 내부의 거의 대부분 업소가 문을 닫아 썰렁함마저 감돌았다.
 
▲ 경리단길이 인기를 끌자 배우 조인성과 길용우는 이곳에 부동산을 직접 투자했다. 조인성은 건물 매입 4년 만에 약 30억원의 시세차익을 얻었다. 길용우 역시 빌딩 매입 2년 만에 약 21억원의 시세차익을 얻었다. 사진 위는 조인성 소유 건물, 아래는 길용우 소유 건물. ⓒ스카이데일리

시장의 한 상인은 “사람도 하나도 없는데, 왜 사진을 찍냐”며 기자를 경계했다. 이어 그는 “옛날에는 시장에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며 “경리단길에만 사람이 가고 시장에는 사람 한 명 안 들어온다”고 하소연했다.
 
한낮의 경리단길 대로변 상권과 시장은 극명하게 대조를 이뤘다. 대로변의 젊은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휴대폰 검색을 통해 맛집을 찾아다니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터줏대감 격인 제일시장은 사람하나 찾지 않은 유령시장처럼 변모했다.
 
주민, 상인, 부동산 중개인에 따르면 경리단 상권이 발달하자 원주민들은 임대료 상승과 함께 동네를 떠나거나 집을 매물로 내 놓은 경우가 일어나고 있다. 이 때문에 원주민을 대상으로 장사를 하는 전통시장이 죽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외부인을 위한 식당, 커피숍, 레스토랑 등은 상대적으로 사람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고 상인들은 전했다.
 
 ▲ 경리단길 인근에 있는 전통시장 제일시장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 상태다. 사람들이 시장을 찾지 않다보니 비어있는 가게가 많았다. 회나무로의 많은 유동인구와 대비되고 있는 상황을 보였다. ⓒ스카이데일리

길거리에서 만난 한 미국인은 “경리단에 10년 정도 살았는데, 그 당시 임대료가 싸서 살기 시작했다”며 “지금은 너무 비싸져 다른 곳으로 이사 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회나무 부동산의 노상국 대표는 “상권이 커지면서 과거에는 이면도로에 있는 주택가도 3.3㎡당 2000만원도 많다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제는 3.3㎡당 시세가 4000만원에서 시작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상황이 이렇다보니 상대적으로 월세 가격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가격이 높다보니 집을 구하러 오는 발길도 뜸하다”고 덧붙였다.
 
서울시, 작년 11월 ‘젠트리피케이션 종합대책’ 내놨지만 경리단길은 선정서 빠져
   
서울시는 지난해 11월 ‘젠트리피케이션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대책의 골자는 시의 정책과 자원을 동원해 젠트리피케이션 지역에 선도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는 젠트리피케이션의 움직임이 있는 대학로, 인사동, 신촌·홍대·합정, 북촌, 서촌, 성미산마을, 해방촌, 세운상가, 성수동 지역을 선정했다. 시는 해당지역을 우선적으로 지원하고, 모범사례를 도출해 시 전역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젠트리피케이션이 현상이 심각한 경리단길은 이번 종합대책에 빠져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스카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문화적 가치가 있는 순으로 선정하면서 상대적으로 문화적 가치가 덜한 경리단길은 이번 종합대책 우선지역 선정에 빠져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선적으로 몇 군데를 선정하고 향후 추가할 계획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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