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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포커스]-롯데그룹 영빈관 진실은[上-역사]
이완용 일가 친일 옛터에 ‘신동빈 영빈관’ 논란
이완용 일가 친일 옛터에 ‘신동빈 영빈관’ 논란
굴종의 역사 산교육 증거할 자리에…국적 논란 재벌기업 총수 ‘安家’ 시선
김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6-03-07 00:07:41
영빈관(迎賓館)은 ‘아주 귀한 손님을 맞는 장소’를 지칭하는 말이다. 영빈관은 서울 장충동에 위치한 국빈(國賓) 전용의 숙소 이름으로도 쓰이기도 했다. 지금은 ‘영빈관’이라는 단어 자체가 고유명사처럼 쓰이게 돼 앞머리에 기관·단체·기업 등의 이름을 함께 쓰는 게 일반적이다. ‘청와대 영빈관’ 등이 바로 그 예다. 또한 삼성그룹의 영빈관으로 불리는 이태원동 ‘승지원’(承志園)도 이병철 창업주가 국내·외 유력 인사들을 초빙하거나 만나는 장소는 물론 그의 집무실로도 많이 쓰였다. 과거 영빈관은 내포한 의미 그대로 손님을 맞이하는 장소로만 쓰였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영빈관은 그 용도가 점차 확대됐다. 손님맞이 외에 중요한 사안의 논의나 결정 혹은 비밀스러운 회동이 필요할 때도 종종 이용됐다. 최근에 이르러서는 기존과 전혀 다른 용도로도 쓰이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재벌그룹 소유의 영빈관이 총수의 자택처럼 사용되는 경우다. 불리는 명칭만 영빈관일 뿐 실상은 ‘주인댁’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영빈관’이란 단어의 뜻을 감안하면 아이러니한 변천이다. 이런 방식으로 영빈관을 이용하는 대표적 기업은 바로 형제간에 경영권 다툼이 한창 진행 중인 롯데그룹이 꼽힌다. ‘롯데그룹 영빈관’은 소유주 자체가 기업이 아닌 그룹 총수인 신동빈 회장 명의로 돼 있어 눈에 띈다. 엄밀히 따지면 롯데그룹 영빈관이 아닌 이른바 ‘신동빈 영빈관’에 더욱 가까운 셈이다. 그런데 최근 롯데그룹 영빈관을 두고 국민 정서상 상당히 불편해 할 만한 사실이 드러났다. 롯데그룹 영빈관의 터가 친일파의 거두로 불리는 인물의 소유였던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더불어 “문화재적 가치가 상당히 뛰어난 건물이 놓여있었지만 이를 허물고 새로운 건물을 지었다”는 전문가의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또 이런 내력과 논란이 일고 있는 영빈관의 용도가 베일에 가려져 있어 궁금증을 키우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롯데그룹 영빈관이 지닌 진실이 무엇인지를 이슈 포커스 시리즈로 조명하며, 그 첫 번째로 영빈관 터의 내력과 역사에 대해 취재했다.

 ▲ 최근 롯데그룹 영빈관으로 불리는 고급주택의 터가 우리나라 국민 정서상 상당히 불편해 할 만한 내력을 지닌 것으로 드러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신동빈 회장 개인 소유인 롯데그룹 영빈관이 친일파의 거두로 불리는 이완용 일가 소유의 집터였던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최근 롯데그룹을 두고 일본기업이라는 국적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롯데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여전히 따갑다. 사진은 신동빈 회장 소유의 롯데그룹 영빈관 ⓒ스카이데일리

 ▲ ⓒ스카이데일리
[특별 취재팀=김신·김도현·유은주 기자] 한옥마을로 유명한 종로구 가회동에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 롯데그룹의 ‘영빈관’이 자리 잡고 있다. 주변의 다른 집들과 마찬가지로 전통 한옥 형태로 지어진 롯데그룹 영빈관은 규모 면에서 다른 한옥에 비해 더욱 웅장해 한옥마을을 찾는 많은 관광객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그런데 최근 롯데그룹 영빈관이 우리나라 국민 정서상 상당히 불편해 할 만한 내력을 지닌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일고 있다. 우선 롯데그룹 영빈관은 이름만 ‘롯데그룹’을 붙였을 뿐 사실상 그룹 총수인 신동빈 회장 개인 소유인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그룹 영빈관이 아닌 신동빈 회장의 영빈관인 것이다.
 
더욱 주목되는 사실은 롯데그룹 영빈관이 들어선 터가 과거 친일파 소유였다가 수차례 주인이 바뀌어 신 회장에게로 넘어갔다는 점이다. 최근 일본 기업의 지배를 받는다는 이유로 롯데그룹을 둘러싼 국적 논란이 일고 있어 이 같은 사실은 더욱 안타깝게 다가온다는 게 롯데그룹 안팎의 시각이다.
 
또한 과거 신동빈 회장이 영빈관을 짓기 위해 허문 건축물이 바로 옆 서울시 지정 민속문화재의 일부였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토지 분할 과정에서 개인 소유로 넘어가긴 했지만 이를 허문 것은 심각한 문화재 훼손 행위나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친일巨頭 이완용 일가 한상용, 친일 행각 막대한 부(富) 축적 후 ‘가회동 대토지’ 매입
 
서울시 및 자향헌 건축사무소, 부동산등기부 등본 등에 따르면 현재 롯데그룹 영빈관이 들어선 가회동 93-3, 4필지의 소유주는 롯데그룹 총수 신동빈 회장이다. 신 회장은 지난 2011년 12월, 2개의 필지를 각각 45억원씩 총 90억원에 매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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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료:서울시, 자향헌 건축사사무소 ⓒ스카이데일리

대지면적은 각각 482.6㎡(약 146평), 376.9㎡(약 114평) 등 총 859.5㎡(약 260평)에 달한다. 평당 3460만원을 치른 셈이다. 신 회장은 지난 2012년 3월 기존 건물을 허물고 영빈관을 신축했다. 새롭게 지어진 영빈관은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돼 있다.
 
신 회장 소유의 영빈관이 들어선 곳은 독특한 내력을 지녔다. 무엇보다 과거 친일파 소유의 대저택이 들어서 있던 장소의 일부라는 사실이 주목된다. 영빈관 터는 바로 옆 서울시 민속 문화재로 지정돼 있는 ‘백인제 가옥’의 일부였다가 분리됐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신 회장 소유 영빈관과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백인제가옥은 지난 100여년간 한상룡(1913)→한성은행(1928)→최선익(1935)→백인제 및 가족(1944)→서울시(2009)로 수차례 주인이 바뀌었다. 현재 명칭은 ‘백인제가옥이’지만 사실상 최초 건물을 지은 인물은 친일의 거두(巨頭) 한상룡인 셈이다.
 
눈에 띄는 점은 한상룡은 과거 일제시대 각종 친일 행각을 일삼던 친일파라는 사실이다. 한상룡은 행보 하나하나가 친일파, 그중에서도 상당히 ‘악질’에 가까웠던 인물로 꼽힌다. 그는 친일파 거두인 이완용과 이윤용(대원군의 사위)의 외조카다. 이완용 형제가 한상룡에게 외숙인 셈이어서 당시 막강한 권력을 휘둘렀다. 그는 민족자본으로 설립된 한성은행과 일본에 자금과 물자를 대주던 동양척식주식회사의 임원을 지냈고, 경성부협의회·일본적십자사·경기도평의원·애국부인회 등 각종 정치·사회단체의 임원을 역임했다.
 
한상룡은 또 조선총독부의 자문기관인 중추원 참의 및 고문 등을 역임하며 각종 친일행사를 직접 주도하는 역할도 맡았다. 일제 말기에는 국민총력조선연맹 사무국 총장으로 선출됐으며, 각종 친일 행각으로 일본정부로부터 한국병합기념장 외에 수 많은 훈장과 표창을 받았다.
 
친일파 한상룡은 이 같은 친일 행각을 일삼으며 부를 축적했고, 이를 바탕으로 1913년 지금의 백인제가옥이 들어선 가회동 93번지 일대 부지를 매입해 건물을 지었다. 과거 토지대장에 따르면 최초 건물을 지을 당시 토지 규모는 908평에 달했다. 한상룡은 건물 신축 후에도 주변의 토지까지 매입해 소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상룡은 15년 동안 자신이 지은 건물에 거주하다가 1928년 당시 전무취체(현·전무이사)를 역임하던 한성은행의 경영악화에 대한 책임을 지고 5만원 상당의 사재와 함께 건물 부지(93번지 일대)를 한성은행에 제공했다. 한상룡이 사재를 선뜻 내놓은 배경에는 총독부의 압박이 작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친일파 대저택, 토지 분할 거치며 별개 행보…서울시 민속문화제와 신동빈 영빈관으로
 
 ▲ 자료:서울시 ⓒ스카이데일리

한성은행은 1935년 한상룡으로부터 넘겨 받은 93번지 일대 토지를 개성 출신의 청년 갑부인 최선익에게 넘겼다. 최선익은 어린 나이에 막대한 재산을 상속 받아 일제 강점기 경성을 무대로 민족주의적 계몽 활동을 펼치던 인물이다. 1927년 항일운동 단체인 신간회의 발기인으로 참여했고, 민족주의 신문인 조선중앙일보에서 1935년까지 편집·부사장 등으로 활동했다.
 
최선익은 908평에 달하던 건물 부지(93번지)를 1931년과 1939년, 두 차례에 걸쳐 분할했다. 1931년 기존 93번지를 93-1(880평)과 93-2(28평)로 나눴다. 이후 1939년 기존 93-1번지에서 별도의 건물이 위치한 93-3(250평)을 분리시켰다. 토지는 분할됐지만 그 때만 해도 이들 필지의 소유주는 최선익이었다.
 
백병원 설립자로 유명한 백인제 박사는 1944년 최선익 보유 토지 중 사랑채와 안채가 위치한 93-1번지 등을 매입했다. 백인제 박사는 가족과 함께 이들 필지 위에 지어진 가옥에 거주했다. 1950년 백인제 박사는 납북됐고, 남은 가족들은 2009년 서울시에 매각될 때까지 그 곳에서 거주했다. 현재 해당 가옥은 ‘백인제 가옥’으로 불리며, 서울시 지정 민속 문화재로 지정돼 일반인 관람객들에게 공개된 상태다.
 
93-1번지는 현재 서울시 소유가 됐지만 거기서 분리된 93-3번지는 별도의 행보를 보였다. 최선익은 토지 분할 후 93-3번지를 윤교승에게 팔았다. 윤교승은 93-3번지 위에 가옥이 세워진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토지를 93-4번지로 분할했다.
 
이후 93-3번지는 윤교승의 자녀로 추정되는 윤택선에게 소유권이 넘어갔고, 93-4번지는 계성(주)에 매각됐다. 그 후 이들 두 필지는 각각 수차례 소유권이 변경되는 과정을 거쳤고, 최종적으로 두 필지 모두 신동빈 회장 소유가 됐다.
 
일련의 과정을 정리 하면, 우선 최초 친일파가 지은 대저택은 토지 분할 과정 등을 거치면서 각각의 건물로 분리됐다. 과거 가옥 한 채의 구조가 한 울타리 내 사랑채·안채 등 여러 채의 건물로 구성돼 있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한 채의 가옥을 구성했던 건물들이 울타리로 나뉘어 별개의 건물로 나눠졌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들 중 93-1번지에 세워진 사랑채, 안채 등의 건물은 원형이 보존된 채로 ‘백인제가옥’이라는 이름의 서울시 민속 문화재로 남아있다. 반면 93-3번지와 93-4번지 등에 세워졌던 건물은 허물어지고 롯데그룹 영빈관으로 새롭게 재탄생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문화재급 가치 한옥건물 “개인(신동빈) 소유로 방치되다 결국 소멸돼 안타깝다” 분분
 
 ▲ 전문가 일각에서는 “신동빈 회장(사진)이 영빈관을 짓기 위해 허문 기존의 건축물이 바로 옆 백인제가옥의 일부이며, 문화재적 가치가 충분할 가능성이 짙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이런 주장이 사실이라면 신 회장이 심각한 문화재 훼손 행위를 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이런 가운데 여론 일각에서는 “일련의 사실로 비춰볼 때, 신 회장이 영빈관을 짓기 위해 허문 건물도 함께 지어진 백인제가옥과 마찬가지로 문화재적 가치가 충분하지 않겠느냐. 신 회장이 영빈관을 짓기 위해 심각한 문화재 훼손 행위를 한 것으로 보인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박상욱 자향헌 건축사사무소 대표가 발표한 ‘한상룡 가옥(현 가회동 백인제 가옥)의 원형과 조영개념’ 논문에 따르면 현재 롯데그룹 영빈관이 들어서기 직전에 있던 건물, 즉 93-3번지 토지 위에 지어져 있던 가옥은 백인제가옥이 최초 지어질 당시 건축된 건물 일부일 가능성이 크다.
 
논문에 따르면 과거 91-1번지 위에 세워진 건물, 즉 현재 ‘백인제가옥’으로 불리는 건물은 과거 한상룡 가옥의 사랑채와 안채이며, 93-3번지 위에 있다가 신 회장에 의해 허물어진 건물은 한상룡 가옥의 손님채로 추정되고 있다. 과거 93-3번지 위에 있던 건물의 형태로 볼 때, 단일 가옥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분석되기 때문이다. 이는 박상욱 대표 뿐 아니라 한국건축학계의 주장이다.
 
국내 유명 대학의 문화재 관련 학과 교수는 “박 대표의 논문과 더불어 일련의 사실로 비춰볼 때, 신 회장이 허문 건축물도 한상룡이 최초 지은 가옥과 함께 지어졌을 가능성이 크다”며 “만약 그렇다면 신 회장이 허문 건물 또한 문화재적 가치가 크다고 볼 수 있는데, 굴종의 역사 산교육을 증거할 자리에 있던 문화재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한 개인에 의해 허물어진 점은 상당히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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