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남양주의 한 농장 케이지에 갇힌 개들의 모습이다. 전문가 등에 따르면 해당 견종들은 도사견 간 교배를 통해 의도적으로 몸집이 큰 개를 사육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이처럼 의도적으로 몸집이 키워진 개들은 식용개로 팔려나간다. ⓒ스카이데일리
▲ ⓒ스카이데일리
성남 모란시장은 수도권 인근의 대표적인 개고기 도·소매 밀집 지역이다. 5일 장이 서는 4, 9일 외에도 모란시장은 연중 영업이 이뤄지는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폭염 속에서도 많은 방문객들이 모란시장을 찾았지만 개고기 업체들이 밀집한 곳에는 인적이 상대적으로 드물었다. 철창에 갇힌 개들이 풍기는 악취도 매우 심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개고기 판매 상인들은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날선 반응 상인들 “스마트폰 왜 꺼내”…창업 상담 중에도 경계심 늦추지 않아
취재에 앞서 개고기 판매 업체들이 밀집한 지역 일대를 서성거리자 대뜸 “왜 방문했느냐”, “정체가 뭐냐”는 식의 날선 질문을 곧바로 던졌다.
9일 방문에 이어 14일 재방문 때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매대 마다 눈에 잘 띄는 곳에 ‘사진촬영 금지’를 써 붙이는 등 ‘외부인’을 경계하는 눈초리가 매서웠다.
인근 상인은 “동물 보호단체들의 항의성 시위가 계속되고 있고 그들이 했을 것으로 보이는 신고로 인해 시청, 구청의 각종 점검이 빈번하다보니 경계심이 고조된 것으로 보인다”며 “실제 개고기를 사러 온 손님 일행이 사진을 찍는 것까지 제재하다 종종 다툼을 벌이기도 한다”고 전했다.
스카이데일리 취재진은 신분을 감추고 접근했다. 9일에는 고객 입장에서 실제로 개고기를 구입했다. 14일에는 개고기 유통과 관련된 ‘창업설명’을 듣기 위해 방문했다.
▲ 복날을 앞둔 지난 14일 장날 당시 한 고객이 모란시장에서 개고기를 구매하는 모습(사진 왼쪽)이다. 모란시장 역시 좁은 곳에서 개들을 ‘쌓아놓고’ 판매 중이다. 이곳에서는 사진촬영을 엄금하고 있었다. 언론 등에 노출되는 것에 대해 상당히 예민하게 반응했다. ⓒ스카이데일리
지난 9일 성남의 낮 최고기온 35도였다. 대전과 대구, 광주 등과 함께 전국 최고 수준이었다. 14일 날씨는 34도였다. 하지만 시장 주차장에서 측정한 온도는 40도였다. 많은 인파가 몰린 시장 내부의 온도는 이보다 웃돌 것으로 보였는데 낮 한때 달궈진 지표면의 상승기류로 인해 소나기가 내리기도 했다.
개들도 지칠만한 날씨였다. 좁은 케이지 안의 개들은 옹기종기 자신들에게 허락된 최소한의 면적을 차지한 채 죽을 날을 기다리며 배를 깔고 누워있었다. 힘이 없는 듯 짖지조차 않는 개들 사이에서 종종 신음소리가 들릴 뿐이었다. 한번은 외부인의 출입이 엄격히 통제된 매장 내부에서 짤막한 개 비명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모란시장에서 판매하는 개고기 1근은 400g이다. 본래 600g이지만 조리하기 편하게 뼈 등을 손질하고 남은 400g 단위로 판매한다. 기웃거리는 기자들을 상인들은 대번에 알아차렸다. “여기서 기웃거리면 안된다”는 상인들의 협박성 발언이 들리기도 했다. 결국 “수술 받은 할아버지를 위해 개고기를 사러왔다”는 말과 함께 구입을 시도했다.
가격은 1근에 3만9000원이었다. 간단한 조리법과 함께 채소류와 갖은 양념 등을 함께 포장해줬다. 판매자는 “전라도에 있는 전용 농장에서 안전하게 길러진 개”라고 귀띔했다.
최근 개고기 식용을 반대하는 이들로 인해 어려움이 많다고 밝힌 업주는 “특히 초·중·말복 ‘3복더위’ 철이 되면 반대하는 쪽의 움직임이 활발해져 더욱 신경이 쓰인다”고 말하며 포장한 개고기를 건넸다.
14일 방문 때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이 날은 창업상담을 하겠다며 접근했다. 실제 모란시장 개고기 판매점 곳곳에는 ‘창업상담’이란 글귀가 붙어 있다. 해당 글귀가 있는 업체로 곧바로 발길을 옮겼다.
경계는 여전했다. 나이가 몇살인지 등을 물었다. ‘젊은 사람이 왜 보신탕집을 하려 하느냐’는 의심 섞인 질문에 기자는 “닭·오리 고깃집을 운영 하시는 부모님 가게에서 메뉴를 늘리려 한다”고 대답했다. 매장과 한 발 가까워졌지만 내부 진입은 불가능했다.
설명은 지난번 개고기 구매 때와 비슷했다. 경상도에 위치한 농장에서 개를 공급받는다고 했다. 사육 환경은 물론 도살 환경도 걱정 말라는 식이었다. 창업자 입장에서 어떻게 도축되는지 작업장을 보고 싶다고 질문하자 대뜸 “안된다”는 짧은 대답이 나왔다.
“왜 보려고 하느냐”, “가게 하려는 사람 맞냐”며 언성을 높였다. 상당시간 높아진 언성이 오고갔고 결국 상담은 거기서 중단됐다. 인근 상인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으며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 통상 개고기는 근단위로 판매됐다. 뼈가 포함된 고기 한 근의 무게는 600그램이었다. 발골된 개고기 1근의 무게는 400g에 거래됐다. 사진은 모란시장에서 구입한 개고기 400g이다. 조리에 도움이 되는 갖은 양념이 포함돼 있다. 가격은 3만9000원이다. 하지만 이 개고기가 손님에게 전달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스카이데일리
좁고 더러운 ‘사육 농장’…“개 잡는 곳” 가보니 도사견 곳곳 배치
개고기가 식탁 위에 올라가는 보신탕 업체 등을 통해 개 농장을 역추적해보기로 했다. 개농장이 밀집한 것으로 알려진 경기도 남양주시를 찾았다. 대개 그린벨트 등 인적이 드문 곳에 위치하고 있는데다 사람들에게 알릴 필요가 없는 개농장의 특성상 수소문은 쉽지 않았다.
보신탕집들 역시 취재를 달가워하지 않았다. 결국 시·군 경계를 넘어 경기도 가평군까지 넘어가게 됐다. 북한강 지류인 구운천을 따라 각종 물놀이시설과 펜션이나 방가로, 캠핑장 등이 밀집한 지역에서 개농장에 대한 단서를 하나 얻었다. 한 방가로 업주가 개농장 위치를 알려주었다.
그는 방가로 여럿을 운영하면서 동시에 슈퍼를 운영하고 있었다. 손님들로부터 식사 주문을 받아 제공한다. 백숙 등이 주 메뉴이며 보신탕의 경우 주문이 들어올 경우 농장으로부터 필요한 만큼만 공급받아 손님상에 내간다고 설명했다.
정확한 주소지는 알려주지는 않았다. 그가 말한 특정지역으로 무작정 이동해 수소문했다. 한 주민으로부터 ‘개 잡는 곳’과 함께 도살장을 운영하는 사람의 전화번호도 받았다. 일단 주민이 일러준 현장을 찾았다.
초등학교 앞이었다. 낡은 집 한 채가 있었고 마당에는 개 몇 마리가 케이지에 갇혀 있었다. 그 중 한 마리는 달마시안으로 보였다. 다른 개 역시 흔히 식용견으로 보이는 개들과는 거리가 멀었다.
결국 전화통화를 시도했다. 단체 야유회에 앞서 개 한 마리를 사고 싶다고 했다. 약속된 장소에서 그를 만나 개고기 구입과 관련해 다양한 질문을 이어갔다. 개고기가 필요한 날, 하루 전에만 주문하라는 식이었다. 가격은 모란시장보다 다소 저렴한 3만원대 초반이었다. 이곳에서는 뼈를 포함해 600g 한 근 단위로 판매했다.
구입과 관련해 이것저것 물어본 후 개가 어떤 환경에서 도축되는지를 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건넸다. 눈빛이 돌변했다. “왜 그 것까지 봐야하느냐”는 질문이 되돌아왔고 “내가 먹게 될 음식이 깨끗한 환경에서 오는 것인지 궁금할 뿐”이라고 되받아쳤다. 하지만 취재는 거기까지였다. 그는 “나한테 안사도 된다. 살 마음이 있으면 하루 전 연락하라”며 돌아섰다.
▲ 사진 속 건물은 언뜻 보면 폐허로 보이지만 이곳은 경기도 남양주에 위치한 불법 개농장으로 추정된다. 이 개농장은 야산이 아닌 국도변에 위치했다는 것이 시선을 끌었다. ⓒ스카이데일리
수소문 끝에 인근의 다른 개농장을 방문했다. 이곳은 경춘로 변 야산에 자리한 곳이었다. 주변에 주거단지와 학교, 가구단지 등이 지척에 있지만 도보로 접근하기에는 어려워 보이는 곳이었다. 과거 뼈우거지탕을 팔던 식당으로 보였으나 마당에는 수백여마리의 개들이 밀집해 있었다.
이른바 불법 개농장으로 보이는 곳으로 접근했다. 주로 도사견 교배종들이 많은 것으로 보였다. 악취가 풍겼다. 큰 몸집의 개들이 좁은 케이지 속을 가득 채웠다. 무더위 속에서도 낯선 사람이 접근하자 크게 짖어댔다.
먹이통은 도저히 음식으로 볼 수 없는 음식물 쓰레기들로 차 있었다. 심각하게 부패돼 있었다. 케이지 내에서 새끼를 낳은 듯 어미 개 옆으로는 죽은 강아지 사체가 그대로 방치된 상태였다.
식당으로 쓰였을 건물 입구에는 트럭 한 대가 세워져 있었다. 접근은 불가능했다. 긴 목줄을 목에 건 도사견들을 곳곳에 배치했다. 더위에 지친 상황에서도 도사견들은 맹렬히 짖어댔다. 수 십 마리의 개들이 짖어대는 가운데서도 건물 내부에서는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
역겨운 악취가 진동하고 개들의 성난 울음소리 속에서 30분 이상 기다렸으나 트럭 주인은 끝내 바깥으로 나오지 않았다. 무반응으로 일관하는 듯 했다. 이 농장에서 촬영한 사진과 영상을 인근 동물병원 수의사에게 보여줬다.
수의사 김모씨는 “보통 각종 도사견 등을 교배해 대형견으로 키우고 이를 보신탕 업체 등에 파는 것으로 보인다”며 “사진 속에 등장하는 개들은 전형적인 보신탕집 고깃감으로 사육되는 개들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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