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쟁사들에 시장점유율을 뺏기면서 ‘라면왕국’ 수장으로서 체면을 지키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 박준 농심 대표가 지난 7월 매입한 아파트는 서울 서초동 현대슈퍼빌(사진)의 한 호실이다. 공급면적 204.96㎡(약 62평), 전용면적 147.86㎡(약 45평) 등이며 매입가는 12억6500만원이다. ⓒ스카이데일리
최근 국내 라면시장의 절대강자 자리를 굳건히 지켜 온 농심을 둘러싼 우려의 목소리가 높게 일고 있는 가운데 수장인 박준 대표의 부동산 매입 행보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식품업계 등에 따르면 농심은 그동안 국내 라면시장에서 70%대 점유율을 고수하며 명실상부 국내 라면업계 왕좌 자리를 놓치지 않았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오뚜기 등 경쟁사들의 거센 추격으로 시장점유율이 60% 밑으로 떨어져 라면시장의 판도 변화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현재 농심의 수장이자 농심에서만 무려 30년 넘게 임원을 지내 온 박준 대표가 얼마 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위치한 고급 아파트를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교롭게도 박 대표가 부동산을 매입한 시기는 농심이 국내 라면시장 점유율이 60% 밑으로 떨어진 직후였다. 농심의 점유율은 이후 올 상반기 54.1%까지 떨어지고 오뚜기는 10%대에서 20%를 돌파했다.
이런 상황을 두고 그룹 안팎에서는 ‘박 대표가 기업의 상황과는 다른 행보을 했다’는 시선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익명을 요구한 동종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국내라면시장 2위 기업인 오뚜기의 맹추격으로 인해 농심의 독점적 아성이 흔들리면서 그 우려감을 수장인 박 대표에게 묻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며 “이런 시기에 굳이 고가의 아파트를 매입했다는 것은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은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35년 재직기간 중 32년 임원 지낸 입지전적 인물, 대표이사 등극 후 연이은 부침
농심 및 동종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1981년 입사한 박 대표는 사내에서 입지전적인 인물로 평가받는다. 입사 3년 만에 농심 미국지사장으로 발령되는 등 35년 재직기간 중 무려 32년 동안이나 임원직을 역임했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일반 사원이 기업에 입사한 후 퇴직까지의 재직기간이 30여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재직기간 내내 임원을 지낸 것과 다름없다는 게 농심 안팎의 평가다.
박 대표는 ‘해외통’으로 정평이 나 있는 인물이다. 해외사업 담당 임원을 주로 거쳤다는 게 그 이유다. 그는 1980년대 초반 농심이 미국 수출을 본격화하던 시점에 맞춰 미국지사장을 역임했다. 1991년 국제담당이사로 승진한 박 대표는 2005년부터 2011년까지 국제사업총괄사장을 맡았다. 현재 박 대표는 오너일가를 제외한 유일한 사내등기이사며 신춘호 회장의 장남 신동원 부회장과 함께 농심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 박준 대표(사진, 인물)는 농심 입사 후 35년 재직기간 중 32년을 임원으로 재직했다. 그는 이 기간 동안 농심의 해외진출에 매진했다. 하지만 대표이사에 오른 뒤부터 농심의 라면시장 점유율은 급락했다. 철옹성으로 불렸던 60% 선이 무너지기까지 했다. ⓒ스카이데일리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가 농심의 대표이사를 맡은 후부터 최근까지 농심에 크고 작은 부침이 끊이지 않아 우려의 목소리가 상당한 수준에 달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그 정도가 남다른 것으로 회자되고 있다. 국내 라면시장 내에서 농심의 입지가 쪼그라드는가 하면 박 대표를 둘러싼 낙하산 논란까지 일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박 대표가 대표이사에 취임한 후 농심은 라면 등 주력사업에서 고전을 겪어 온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에는 ‘철옹성’으로 불렸던 라면시장 점유율 60%대 벽이 깨지면서 심리적 마지노선이 무너졌다는 평가와 함께 개인적으로는 농심 터줏대감의 체면을 구겼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농심 및 금감원 등에 따르면 박 대표의 취임 직전인 2011년 말 기준 농심의 라면시장 점유율은 67.5%였다. 그러나 AC닐슨의 자료를 바탕으로 농심이 반기보고서를 통해 공개한 지난 상반기 라면시장점유율은 54.1%다. 취임 후 무려 13.4%p의 점유율 하락을 맛 본 셈이다.
2014년과 지난해 각해 말 기준 시장점유율은 64.3%, 61.5%였음을 감안하면 올 상반기의 하락세는 유독 더한 것으로 평가됐다. 지난해 프리미엄 짜장라면 열풍을 몰고 온 ‘짜왕’이 아니었다면 더 큰 낙폭을 기록했을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현재 농심 점유율 하락의 배경으로는 경쟁업체들의 추격을 저지할 만한 신제품의 부재가 우선적으로 꼽히고 있다. 신라면·너구리·짜파게티·육개장사발면 등 소위 ‘스테디셀러’로 불리는 제품들을 다수 보유한 상황에서 추가적으로 시장점유율을 확대할 만한 제품은 커녕 오히려 경쟁사 제품에 밀려 시장점유율을 내주고 있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AC닐슨 ⓒ스카이데일리
지난해 창립 50주년을 맞아 농심은 우육탕면과 짜왕을 호기롭게 출시했으나 절반의 성공에 그쳐야 했다. 잠시나마 ‘짜왕’으로 인기를 끄는 듯 했으나 라면업계 트렌드가 ‘짬뽕라면’으로 뒤바뀌면서 도로 주춤하고 있다. 최근에는 단종 됐던 ‘부대찌개라면’을 재출시하며 분위기 전환에 나서는듯 했으나 경쟁사 오뚜기의 역공에 밀려 그 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농심 입사 한 ‘왕실장’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의 경남고 학맥 조명
라면시장 점유율 하락세 속에서 지난해 3월 연임에 성공한 박 대표의 ‘학연 인맥’이 최근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2013년 8월부터 2015년 2월까지 청와대 비서실장을 역임하다 야인으로 지냈던 이른바 ‘왕실장’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최근 농심에 취업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박 대표와 김 전 실장은 경남고 동문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김 전 실장의 재취업에 박 대표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았겠느냐”며 소위 말하는 ‘낙하산 논란’이 일고 있다.
동종업계 및 경제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는 지난 1일 김 전 실장을 포함해 총 55건을 심사한 ‘8월 퇴직공직자 취업심사’를 발표했다. 김 전 실장은 53명의 승인대상자에 이름을 올렸다. 김 전 실장은 농심에서 비상임법률고문을 맡을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실장은 앞서 2008년부터 2013년 청와대 입성 전까지 농심에서 법률고문으로 재직한 바 있다.
김 전 실장은 유명한 바둑 마니아다. 과거 한국기원 부이사장과 고문직 등을 역임했으며 17대 국회의원 재임 당시에는 ‘바둑진흥법’을 발의한 바 있다. 신춘호 농심 회장과도 바둑으로 인한 인연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신 회장이 지난 1999년부터 한국기원과 함께 ‘농심신라면배 세계최강전’을 개최하면서 두 사람 사이가 더욱 돈독해졌다는 후문이다. 일각에서는 이들 사이의 다리를 놓은 것이 박준 대표일 것이라는 시선이 적지 않다. 두 사람이 명실상부 국내 최고수준의 명문 고등학교 경남고 동문이라는 이유에서다.
▲ 사진은 故 김영삼 대통령 빈소를 방문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모습. 고인과 김 전 실장은 경남고 동문이다. 경남고는 대통령·국회의장·대법원장 등 입법·사법·행정부 수장을 모두 배출한 국내에 단 세 곳뿐인 명문이다. 박준 대표도 경남고 출신이다. 과거 법률고문으로 재직했던 김 전 실장이 최근 농심에 재입사 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뉴시스]
특히 입법·사법·행정부 수장을 모두 배출한 경남고 동문들이 유별난 결속력을 자랑한다는 점에서 박 대표의 인맥에 대해 농심 안팎으로 궁금증을 갖는 분위기가 높다. 대통령·국회의장·대법원장을 모두 배출한 고등학교는 국내에 단 세 곳뿐이다. 경기고, 경북고 그리고 경남고다.
3회 졸업생인 故 김영삼 전 대통령을 비롯해 양승태 대법원장(20회)이 경남고 출신이다. 또한 ‘골프장 캐디 성추문’ 논란에 이어 최근에는 ‘스폰서 검사’로 도마 위에 오른 김형준 부장검사로 인해 조명 받는 장인 박희태 전 국회의장(11회) 등 3부요인이 모두 같은 학교 출신이다.
여·야 정치인들 중에서도 경남고 출신을 여럿 찾아볼 수 있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24회), 서병수 부산시장(25회) 등이 대표적인 경남고 출신 여권인사다. 야권에서는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가 서병수 시장과 동기생이다. 또한 정홍원 전 국무총리 역시 경남고 출신이다. 경남고 출신의 재계 인사로는 허창수 GS그룹 회장(21회),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21회), 정철길 SK이노베이션 부회장(27회) 등이 있다.
각종 논란 속 육로교통 허브 남부터미널 인근 고급아파트 호실 매입 행보 시선
시장점유율 하락, 낙하산 논란 등으로 조명을 받고 있는 박 대표는 지난 7월 서울 서초구 서초동 아파트 한 호실을 매입했다. 공교롭게도 박 대표가 부동산을 매입한 시기는 최근 불거져 나온 논란이 막 고개를 드는 시점과 맞물려 있었다.
부동산등기부등본 등에 따르면 박 대표가 얼마 전 매입한 호실이 위치한 서초동 현대슈퍼빌은 육로교통의 허브 중 한곳인 남부터미널 바로 옆에 위치해 있어 입지적으로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 대표가 매입한 호실의 규모는 공급면적 204.96㎡(약 62평), 전용면적 147.86㎡(약 45평) 등이며 매입가는 12억650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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