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 대학로에는 170여개의 연극 극장이 있다. 이들은 대학로가 ‘공연 예술 문화’의 거리가 되는데 일조했다. 하지만 최근 대학로에 대관료가 치솟고 대기업들까지 진출하면서 소극단들 사이에서 대학로 이탈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특별취재팀=김인희·한우리 기자/김혁 전문기자] 대학로 동숭동 소극장들이 상상을 초월하는 대관료와 대기업 자본의 등쌀에 다른 지역으로 쫓겨나다시피 하고 있다.
대학로가 연극의 메카가 된 것은 지난 1975년 서울대학교 캠퍼스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해 서울대학교는 의과대학을 제외하고 모든 기관을 관악구 신림동 관악캠퍼스로 이전시켰다. 대신 캠퍼스가 있던 자리에는 공원과 문화예술기관이 들어왔다.
옛 서울대 부지에는 마로니에 공원이 조성됐다. 본관 건물은 1976년 10월 한국문화예술위원회(구·한국문화예술진흥원)로 리모델링 됐다. 이어 1979년 아르코미술관(구·문예진흥원 마로니에미술관)과 1981년 아르코예술극장(구· 문예진흥원 예술극장)이 연달아 개관했다.
기관이 움직이자 개인이 뒤따랐다. 1980년대 들어서 명동, 신촌의 임대료가 상승하자 이 지역 소극장들은 다른 지역으로 이동했다. 상당수가 임대료가 싼 동숭동으로 눈길을 돌렸다. 젊음과 낭만의 거리 대학로는 점차 문화예술의 거리로 거듭났다.
대학로가 비약적으로 발전한 계지는 1985년에 있었다. 지하철 4호선 혜화역이 개통되자 대학로는 일일 10만명 이상 유동인구를 확보한 대형 상권으로 거듭났다. 유동인구가 늘자 대학로에는 대기업이 진출했다. 소극장들은 자본력이 우수한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밀려 관객을 빼앗겼다. 극장 대관료가 치솟으면서 소극장들이 폐관하거나 대학로 이면으로 빠져나갔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 대관료만 ‘월 1500만원’
한국소극장협회 주지선 기획팀장은 “많은 연극단들이 한성대 입구나 성신여대, 성균관대 쪽으로 빠지고 있다”며 “한성대 입구는 연습실이 대학로에 비해 저렴하기 때문에 극장이 많이 생기는 추세다”고 말했다.
대학로 대관료는 상상을 초월한다. 대로변에 위치한 ‘공간아울’(170석)의 6개월 기준 대관료는 84000만원이다. 월 대관료가 1400만원인 셈이다. 지금 있는 공연팀은 월 1500만원에 대관하고 있다는 말을 공연 관계자로부터 들을 수 있었다.
부동산 관계자에 의하면 ‘세익스피어 극장’(100석)은 1년 임대료는 △권리금 1억8000만원 △보증금 5000만원 △월세 350만원이다.
건물주가 직접 관리하지 않고 전전대 방식이 많아 정확한 대관료를 알기 어려운 극장도 많다. 현재 비어있는 ‘정보소극장’(100석)은 부동산에서 계약할 경우 △6개월 대관료 4000만원, △1년 대관료 8000만원이다. 월 666만원 꼴이다.
그러나 대관 관리 사무실 관계자는 “1년간 대관만 가능하며 대관료는 월 880만원이다”고 설명했다. 같은 극장을 두고 부동산과 관리소의 대관료 체계가 달랐다.
임대료 문제가 심각해지자 서울시는 올해부터 1년간 최대 5000만원 범위 내에서 극장의 임차료를 지원하는 ‘서울형 창작극장’ 사업을 실시했다. 한국소극장협회 관계자에 따라면 올해는 총 12곳이 선정됐다. 단 이중지원은 불가능해 다른 기금을 받는 경우 지원을 받을 수 없다.
대학로 문화발전위원회 측은 이 사업에도 문제가 많다는 것을 지적했다. 정확한 대관료 기준이 없기 때문에 건물주가 이를 이용해 이득을 취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관계자는 “대관료는 전전대가 많고 위치나 평수 등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며 “정확한 기준이 없어 건물주가 부르는 대로 임대료가 책정된다. 결국 건물주만 배가 부르는 형국이다”고 꼬집었다.
▲ 대학로 대로변에 위치한 극장은 대관료만 월 1500만원에 육박한다. 안쪽에 위치한 극장의 경우 권리금이 1억원이 넘는 곳이 대부분이다. 제작비에서 대관료가 차지하는 비율이 30%가 넘으면서 극단들이 공연 제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은 세익스피어극장(왼쪽)과 정보소극장 ⓒ스카이데일리
소극장의 대학로 이탈 현상에는 상업자본의 영향도 있었다. CJ 그룹은 지난 4월 ‘CJ아지트 대학로’를 개관했다. 2층 규모의 CJ아지트는 최대 190석까지 가능하다. ‘공모, 쇼케이스, 공연까지 한곳에서 이뤄지는 완결형 공간’이라고 소개돼 있다.
지난 2013년에는 유니플렉스가 개관했다. 유니플렉스는 서미경씨가 대표로 있는 롯데 계열사다. 600석·300석·200석의 공연장이 마련돼 있다. 현재 배우 박철민이 출연하는 ‘늘근도둑이야기’, 가수 이기찬 등이 출연하는 뮤지컬 ‘고래고래’, 연극 ‘안녕 여름’ 등이 공연되고 있다.
소극장 연극 관계자는 “대기업의 중대형 극장은 소규모 극장에 비해 시설이 깔끔하다”며 “전문 제작진 투입, 대대적인 홍보, 스타 마케팅 등으로 관람객이 몰리는 경향이 크다”고 했다. 이어 “대기업이 들어오면서 소극장이 많이 죽었다” “특히 스타를 기용한 뮤지컬이나 대형 연극은 한 공연을 계속 관람하는 소위 ‘회전문관객’도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초대권 남발, 1+1티켓, 쇼셜커머스 할인…제작비 회수 못하는 극단 부지기수
소규모 연극 ‘우리집에 왜 왔니’를 기획한 오세민 사무국장에 의하면 2~3명이 출연하는 소규모 연극의 경우 제작비가 1000만~1200만원가량이다. 대관료까지 포함하면 최소 1500만원에서 최대 2000만원 정도다. 극단 입장에서 1500만원은 감당하기가 어려운 금액이다.
오 국장은 “평일에 20~30명, 주말에는 50~60명의 관람객이 찾고 있지만 이들은 주로 초대권으로 온 관람객이다”고 말했다.
극단은 관객석 비어있는 것보다는 꽉 차있는 것이 낫기 때문에 초대권을 뿌리는 것이다. 홍보가 목적이지만 관객들에게 ‘소극장 연극은 무료’라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는 폐해가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1+1 제도’나 ‘소셜커머스 할인’으로 티켓을 구매하는 관객이 늘면서 극단은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관객들의 평향된 취향도 문제다. 연극보다는 뮤지컬, 소규모 연극보다는 스타가 동원된 대형 연극, 예술성 있는 연극보다는 개그물에 관람객이 편중됐다. 의미있는 연극을 하는 극단 입장에서는 반값 할인을 하지 않으면 유지되기 어려운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 대학로 문화발전위원회나 소극장협회 측은 서울시와 문화부의 임대료 지원 사업에도 문제점이 많다고 꼬집었다. 정확한 대관료가 정해진 것이 없기 때문에 건물주가 지원금을 부풀려 가져가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서울에 있는 300여개의 극단 중 45개만 지원을 받는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스카이데일리
연극을 보기 위해 대학로를 찾았다는 이정은(26)씨는 “소셜커머스를 통해 연극티켓을 구입했다”며 “소셜커머스 통해 할인받을 수 있는데 굳이 제 값을 내고 봐야할 필요성까지는 못느꼈다”고 말했다.
최형림(19)·염아영(19) 커플은 “요즘 고등학생들도 연극을 많이 보는 편이다”며 “월 4~5회 정도 보는데 대부분 지인들에게 초대권을 받아서 본다. 평소 무료로 보다보니 사실 돈을 내고 보는 것은 아깝다”고 말했다.
애인과 연극을 보기 위해 대학로를 찾았다는 이동훈(23)씨는 “여자 친구랑 일주일에 한 번은 대학로에 와서 연극을 본다”며 “보통은 티켓 가격이 2~3만원인데 오늘은 ‘문화의 날’(매주 수요일)이라서 만원에 연극티켓을 구매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연극 관계자들은 “결국 극단들은 할인티켓, 초대권 등으로 관람객을 불러 모으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번 돈은 결국 제작비와 대관료로 사용된다”며 “우리는 열심히 연극해서 건물주만 배불리는 것 같다. 버티지 못하고 대학로를 떠나는 연극인들을 많이 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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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권분석=김영갑 교수|김혁 연구원, 한양사이버대 외식MBA, 자료· NICE지니데이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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