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롯데손해보험이 직원들에게 전달한 미사용 연차 관련 공문을 두고 잡음이 일고 있다. 회사 측의 미사용연차에 대한 무보상 방침을 두고 직원들 사이에서 근로기준법 위반 목소리가 불거져 나왔다. 그룹 총수인 신동빈 회장이 새해부터 강조했던 도덕성, 상생 등과 대비된다는 게 롯데손보 안팎의 여론이다. 사진은 롯데손해보험 본사 ⓒ스카이데일리
최근 롯데그룹 금융계열사인 롯데손해보험(이하·롯데손보)이 근로기준법 위반 논란에 휩싸였다. 회사 측의 미사용연차에 대한 무보상 방침을 두고 일부 직원들 사이에서 ‘불법 행위’ 여론이 일고 있다.
실제로 스카이데일리 취재 결과 위법으로 비춰질 만한 소지가 있어 당분간 이 같은 논란이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이 롯데손보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신동빈 신년사 ‘상생’ 강조 불구 직원들 ‘뒷전’…연차 강제소멸 두고 위법 논란
지난해 형제 간 경영권 다툼, 뇌물공여 의혹 등의 문제들로 곤욕을 치렀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2일 신년사에서 기업의 도덕성과 윤리성, 상생의 가치 등을 강조하는 발언을 남겨 그룹 안팎의 이목을 끌었다.
당시 신 회장은 “도덕성과 윤리성을 갖춘 기업만이 100년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며 “건전한 기업철학에 기반한 준법경영을 실천하자”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속적인 일자리 창출과 미래 투자, 사회공헌활동 등으로 지역사회와 국가경제에 이바지하는 기업이 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런데 신 회장이 상생의 가치를 강조하는 발언을 남긴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롯데손보의 행보가 물의를 빚고 있다. 롯데손보는 신 회장이 강조한 상생의 가치와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인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노동단체 및 롯데손보 등에 따르면 최근 롯데손보 HR부서(인사부)는 각 부서에 새롭게 결정된 인사 관련 방침을 공문을 통해 통보했다. 공문의 주요 내용은 올해부터 각 부서 직원들은 자신들의 연차를 남김없이 사용해야 하며 만약 사용하지 못한 연차는 보상 없이 자동으로 소멸된다는 것이었다.
공문 내용을 접한 대다수의 롯데손보 직원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손보 노동조합 게시판에는 사측의 일반적이 결정을 비판하는 글과 노조 차원의 행동을 촉구하는 의견들이 상당수 존재했다. 일부 직원들은 특히 사측의 이번 결정이 근로기준법에 위배되는 ‘불법 행위’라며 태도 변화를 촉구하기도 했다.
▲ 사측의 미사용연차 무보상 소멸 방침에 대해 롯데손해보험 직원들은 강한 반발을 보이고 있다. 한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롯데손해보험의 이번 방침은 노사 간 단체협약을 무시하는 행위며 동시에 근로기준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사진은 롯데손해보험 노동조합 게시판 캡처화면 ⓒ스카이데일리
실제로 근로기준법 제4장 60조(연차 유급휴가)에 따르면 지난 1년간 80%이상 출근한 근로자는 15일의 유급휴가를 사용할 수 있다. 1년 미만의 근로자 또는 1년간 80% 미만 출근한 근로자는 1개월 개근 시 1일의 유급휴가를 보장 받는다.
사용자(고용자)는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휴가를 주는 것이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연차 사용을 보장할 의무가 있다. 만약 1년 간 주어진 연차를 근로자가 사용하지 않을 경우 해당 연차는 소멸된다.(사용자의 귀책으로 인해 사용하지 않은 경우는 제외)
대신 해당 근로자에게는 ‘연차유급휴가 미사용수당 청구권’(이하 청구권)이 주어진다. 청구권은 기존 대법원 판례와 행정해석 및 ‘고용노동부 지침’에 의해 보장받는 근로자의 권리다. 근로자가 청구권을 사용하게 되면 연차휴가를 사용하지 않고 근로를 제공한 일수에 대해 사용자는 취업규칙 등에서 정하는 통상임금 또는 평균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롯데손보 일부 직원들은 “근로기준법 제4장 60조에 따라 사측이 공문 내용을 그대로 이행해 보상 없이 연차유급휴가를 소멸시킬 경우 이는 명백한 ‘위법행위’다”고 주장했다.
롯데손보 측 “법적문제 없다” 해명…그러나 법령 내용과 달라 ‘위법소지’ 지적
롯데손보 측은 일부 직원들의 위법 행위 지적에 대해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롯데손보 관계자는 스카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연차사용과 소멸에 대한 공문 내용은 사실이다”며 “근로기준법 제4장 61조(연차 유급휴가의 사용촉진)에 따라 직원들이 실질적으로 연차를 사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연초에 직원들로부터 연차 사용 계획을 받을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직원들의 실질적이고 적극적인 연차 사용이 그 목적이다”고 밝혔다.
하지만 스카이데일리가 법제처를 통해 확인한 결과, 롯데손보 측의 해명은 법적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롯데손보 측의 근거로 제시한 근로기준법 제4장 61조에 따르면 사용자(고용자)가 유급휴가의 사용을 촉진하기 위해 사전에 사용하지 않은 휴가 일수를 알려주고 근로자로부터 사용 시기(계획)를 통보 하도록 ‘서면’으로 촉구할 수 있다.
서면 촉구를 받은 근로자는 10일 이내에 사용하지 않은 휴가 전부 혹은 일부에 대한 사용 시기를 사용자에게 통보해야 한다. 만약 근로자가 통보하지 않을 경우 사용자는 연차 사용 시기를 임의로 정해서 사용자에게 연차 소멸 2개월 전까지 서면으로 통보해야 한다.
일련의 과정을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근로자가 연차를 사용하지 않아 연차가 소멸될 경우 사용자는 미사용 휴가에 대한 보상의무가 면제 된다. 롯데손보 측에서 해당 과정을 전 직원들을 상대로 거칠 경우 무보상 연차소멸은 위법이 아니게 된다.
직원들의 실질적인 연차 사용을 위해 연초에 연차 사용 계획을 받겠다던 롯데손보 측의 해명은 실제로는 연차수당을 지급하지 않기 위한 일종의 법적 안정장치의 마련과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 자료: 법제처 [도표=최은숙] ⓒ스카이데일리
주목되는 사실은 롯데손보 측의 법적 안정장치 역시 연차수당 미지급에 대한 위법 논란을 완벽하게 피해나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꼽히고 있다. 사측의 연차사용 촉구 시기가 법적으로 정해진 시기와 다르기 때문이다. 연차휴가 사용촉구는 근로자의 연차소멸일 6개월 전을 기준으로 10일 이내에 이뤄져야 한다.
예를 들어 회계연도가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인 회사의 경우 연차휴가 사용촉구는 7월 1일부터 10일 사이에 이뤄져야 법적 효력을 갖는다. 이전에도 사용 촉구를 할 수는 있으나 그 경우에는 보상의무가 면제되지 않는다. 즉, 연초에 연차사용 계획을 요구하고 사용을 촉구하는 롯데 손보의 지침은 법적효력을 갖지 못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잔여 연차 사용 강요는 노사 간 단체협약 미이행, 근로기준법 1장 제5조 위반”
롯데손보 측의 연차사용 촉구는 또 다른 근로기준법 항목에 위배 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사측의 행위에 대해 근로기준법 1장 제5조에 해당하는 ‘근로조건 준수’ 규정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롯데손보 일부 직원들 사이에서 나왔다. 근로기준법 1장 제5조에 따르면 근로자와 사용자는 각자 단체협약을 준수할 의무가 있다.
지난 2014년 롯데손보 노사는 단체협약을 체결하면서 ‘연차휴가 의무사용’ 조항을 신설했다. 해당 조항에 따르면 직원들은 직급에 따라 각각 10~20일까지 정해진 일수만큼 연차휴가를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이 조항에는 의무사용 범위를 초과하는 연차휴가 사용여부는 직원들의 선택에 달려있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대리직급의 의무사용이 12일이라면 연차일수 15일 중 12일은 의무적으로 사용하는 식이다. 나머지 3일에 대해서는 직원 개인이 사용유무를 판단할 수 있다. 만약 사용하지 않는다면 연차수당으로 대신 보상받을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말 롯데손보가 직원들에게 12월 30일까지 잔여 연차 사용을 권고하자 노조 측은 노무사 자문을 통한 해석을 근거로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당시 노조는 “의무일수에 대해서만 노사가 의무적으로 사용하고, 그 이외에 대해서는 자유롭게 사용하기로 하는 내용을 합의함이 명백하다”는 노무사의 검토의견을 바탕으로 “그 범위를 초과하는 연차휴가일수에 대해 사용촉진을 하는 것은 단체협약의 취지에 반하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조 측은 또 이러한 근거를 바탕으로 조합원들에게 ‘연차휴가 사용 거부 지침’을 내리기도 했다.
롯데손보 한 직원은 “만약 회사 측이 직원들을 대상으로 의무 사용일 이상의 연차사용을 촉구한다면 이는 명백히 단체협약을 무시하는 행위다”며 “도덕성과 윤리성을 새해부터 강조하고 있는 만큼 회사는 직원들이 연차를 사용하지 않고 노동을 할 경우 그에 맞는 보상 조치를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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