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에서 건설 중인 가락시영아파트 재건축사업인 ‘송파헬리오시티’ 공사가 최근 일조권이 문제로 일부 동의 중단명령을 받았다. 공사현장 북쪽에 자리한 송파동부센트레빌아파트 주민들의 가처분신청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진 것이다. 법원은 1심에서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지만 2심은 일부 동에 대해 공사를 중지하라고 명령했다. 이처럼 재개발이나 재건축 현장에서 일조권 분쟁이 잦아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또 다시 일조권 분쟁이 일어나 시선을 받고 있다. 이번에는 도심 속 천년고찰인 서울 삼성동의 봉은사가 비슷한 문제를 제기했다. 과거 한국전력 본사 부지에 들어서게 될 105층 규모의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가 건립될 경우 일조권이 침해돼 일부 유물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나섰다. GBC는 서울시 강남구 영동대로변 7만9341.8㎡(약 2만4000평)의 면적에 들어서는 복합시설이다. 해당 부지는 현대자동차그룹이 지난 2014년 기존 감정가 3조3000억원의 3배에 달하는 10조5500억원에 낙찰돼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향후 국내에서 가장 높은 빌딩으로 기록될 현대자동차그룹 GBC와 봉은사 간의 일조권 침해 갈등을 현장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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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은사가 옛 한전부지에 지어질 105층(569m)규모의 국내 최고층 빌딩 현대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립에 제동을 걸었다. GBC가 들어서면 봉은사 일조권이 침해 당하고 문화재가 훼손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사진은 그늘이 진 봉은사 전경 [사진=박미나 기자] ⓒ스카이데일리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숙원사업인 GBC 건립에 새로운 걸림돌이 생겼다. 인근 500m 거리에 위치한 봉은사가 GBC의 층수를 105층에서 55층 이하로 낮출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인은 일조권이다. 예정대로 건물이 들어설 경우 봉은사 경내에 그늘이 짙어지고 이로 인해 각종 문화재가 훼손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현대차 측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행정절차 및 환경영향평가 상 봉은사에 일조피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GBC는 롯데월드타워(555m)보다 14m 높은 569m로 세워질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의 통합사옥 등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계획대로 완공된다면 국내 최고층 빌딩 자리를 차지할 전망이다.
봉은사 “일조권 침해에 당국이 불법적 편취한 땅 위에 GBC 세워지는 것” 제기
현재 봉은사 안팎에는 GBC를 규탄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내걸린 상태다. 현대차그룹을 향해 사옥개발을 당장 중지할 것을 촉구하며 서명운동도 동시에 진행되고 있었다. 봉은사 측에 따르면 현재까지 총 9만8000여명이 GBC건립에 반대의사를 피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곳에는 청동은입사향완 등 보물 4점과 대방광불화엄경수소연의초복판 등 서울시 유형문화재 3220점이 있다. 봉은사 측은 일조권이 감소할 경우 경내 유물 등에 습기가 높아지고 이끼가 쉬이 끼게 돼 훼손 우려가 높다는 점을 강조했다.
서명운동에 참여했다고 밝힌 송진이(54·여) 씨는 “외국인 관광객도 많이 찾는 곳인데 105층짜리 초고층건물이 경관을 흉하게 할 것 같다”면서 “더욱이 빛을 가려 문화재도 훼손 될 것 같아 걱정이다”고 전했다.
대한불교조계종 측은 ‘봉은사 역사문화환경 보존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일조권 침해와 관련해 GBC건립계획에 대한 대응을 펼쳐가고 있다.
전해준 조직팀장은 기자와 만나 일조권 침해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55층 이상 건립될 경우 봉은사가 소장한 문화재훼손이 불 보듯 뻔하다는 입장이었다. 전 팀장은 “GBC 개발 자체를 반대하는 건 아니다”며 “지난해 10월부터 105층이 아닌 55층 건립을 제안해왔다”고 말했다. 55층 제안은 무역센터빌딩을 기준으로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또 불교계는 애초부터 GBC부지가 봉은사 부지임을 주장하고 있기까지 하다. 애초부터 부당하게 당국에 빼앗긴 토지라는 것이다. 조계종은 지난해 3월 한전 부지 반환을 주장하며 한전부지 환수 기원법회를 갖기도 했다.
▲ 대한불교조계종은 봉은사 소유였던 옛 한전부지가 1970년대 당시 정부에 의해 강탈당했다며 부지 환수를 주장하기도 했다. 현재 조계종 측은 GBC를 105층에서 55층 이하로 낮춰 지을 것을 요구하면서 다방면으로 반대활동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GBC 건립 부지 ⓒ스카이데일리
조계종 측은 1971년 총선과 1972년 대선을 앞둔 시점(1970년 1월)에 정부가 남서울개발계획에 필요하다는 이유로 부당한 공권력을 행사해 봉은사 소유였던 부지를 강탈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불교재산관리법에 따라 사찰 재산을 매각할 권리를 가진 봉은사 측이 계약서에 서명해야 했지만 당시 조계종 총무원장이었던 청담스님이 서명을 했다는 것을 이유로 들며 매각 자체가 법적 효력이 없음을 강조했다.
현재 조계종은 GBC건립 반대를 위해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는 상황이다. 박영수 특검팀 측에 박근혜 대통령과 정몽구 회장을 GBC건립과 관련해 특혜비리가 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또 GBC 최종인허가가 날 경우 인허가권자인 서울시 박원순 시장을 상대로 주민소환을 추진할 계획이다.
현대차 “오전 8시부터 오전 9시까지 약 44분 동안만 그늘 생겨 문제없다” 입장
조계종은 GBC가 완공될 경우 오전 9시부터 정오까지 3시간가량 일조권을 침해받게 될 것이라 주장했다. 이는 오전 8시부터 약 44분간 그늘이 지게 될 것이란 GBC 환경영향평가서와 상반된 내용이다.
현대차의 외주를 받아 GBC 환경영향평가서를 작성한 한국 GB파트너스 측은 일조분석 전문 프로그램인 새널리스트와 도면 취합 및 배치를 할 수 있는 오토캐드, 건물모델링 프로그램 스케치업 등을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 조계종 측은 GBC 건립으로 인해 오전 9시부터 오후 12시까지 1년 내내 봉은사에 그늘이 질 것이라면서 일조권 침해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 측은 오전 8시부터 오전 9시까지 약 44분 동안만 그늘이 생길 것이라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봉은사에서 바라본 서울 강남구 삼성동 빌딩 전경 ⓒ스카이데일리
조계종은 불교문화재연구소 측 분석결과를 근거로 들었다. 불교문화재연구소는 오토캐드와 스케치업만으로 일조분석을 진행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용 프로그램에 다소 차이가 있더라도 결과에 있어 이렇게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부 전문가들은 조계종 측이 주장하는 시간 자체가 일조권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판례에 따르면 동지일 기준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사이에 연속 2시간 이상 일조가 확보되거나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총 4시간 이상 일조가 확보될 경우 일조권 침해가 아니다.
이와 관련해 조계종 전해준 팀장은 “판례를 운운하면 사실 할 말은 없다”면서 “법적 논리로만 따질 게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그는 “프랑스의 라데팡스는 40년이 걸리고 제2롯데월드타워는 29년이 걸렸다”며 “GBC 개발 정도라면 15년, 20년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피해가 최소화 되도록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전 팀장은 “역사문화의 랜드마크인 봉은사가 주변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난개발이 졸속으로 진행되고 있다”면서 “국가 랜드마크가 아닌 한 기업의 사옥일 뿐인 GBC를 짓겠다며 문화재를 훼손하고 주변 주민들에 피해를 주는 것이 옳은 일인가”라고 반문했다. 따라서 이는 법을 초월한 문제제기임을 재차 강조한 전 팀장은 포크레인이라도 막아 설 것이란 입장을 피력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는 “일조권 침해는 봉은사의 주장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공사주체인 현대차 측도 “인허가를 받기 위한 행정절차대로 최선을 다해 진행하고 있을 뿐”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GBC사업의 총 사업비는 약 17조3130억원에 달한다. 이는 기존에 예상된 14조8595억원보다 2조4434억원 증가한 규모다. 이 중 옛 한국전력공사 부지를 매입하는데 사용한 돈이 10조5500억이다. 지난 2014년 부지매입 당시 현대차는 감정가(3조3346억원) 3배 이상의 돈을 지불하면서 ‘고가매입’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당시 예상 낙찰 금액은 약 5조원 안팎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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