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와 강남구의 갈등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양 기관은 관련된 사안마다 매번 갈등을 겪어왔다. 지난 2012년 박 시장이 서울시장에 취임한 이후 양 기관은 구룡마을 재개발, 한전부지, 영동대교 지하공간 개발 등 소송전을 불사하면서까지 정면 충돌했다. 가장 최근에는 제2시민청 개관 계획을 둘러싸고 강남구와 부딪쳤다. 서울시가 서울무역전시장(SETEC) 부지에 제2시민청을 설립한다고 발표하자 강남구가 즉각 반발했고 행정소송까지 벌인 끝에 결국 서울시가 철회 의사를 밝혔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신연희 강남구청장 사이를 두고 견원지간이라고 부르는 여론이 적지않은 이유다. 일각에서는 박 시장과 신 청장이 대립각을 세우는 이유가 각자의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구민과 시민을 위한 행정이 아니라 정치적 대립관계로 인해 서로 반대를 위한 반대에 나서고 있다는 지적이다. 스카이데일리가 제2시민청 건립 철회를 둘러싼 이들의 주장과 주변의 반응 등에 대해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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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청은 2012년 박원순 서울시장이 취임한 후 서울시청 지하 1~2층에 건립된 공공시설이다. 하루 평균 5441명의 시민들이 다녀갔으며, 최근에는 적은 예산으로 ‘스몰웨딩’을 치르려는 젊은 예비부부들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기존 시민청의 모델을 50% 정도 따라 건립 추진 중인 제2시민청은 동남권역의 수요에 맞게 현재 지역을 물색중이다. ⓒ스카이데일리
박원순 서울시장과 신연희 강남구청장이 매번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며 갈등을 빚자 이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새어 나온다. 타협할 수 있는 여지가 있음에도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반대를 위한 반대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최근 서울시와 강남구의 공방으로 무산된 제2시민청 건립을 두고 잡음이 무성하다. 서울시는 2015년부터 서울무역전시장(SETEC, 세텍) 내 산업진흥원 센터를 제2시민청으로 활용하기 위한 방안을 추진해왔다.
제2시민청은 기존 시민청이 호응을 얻자 서울시가 추가 설립중인 사업이다. 시민청은 시민들이 토론, 전시, 공연, 강좌, 놀이 등 각종 활동을 즐길 수 있도록 마련한 공간이다. 서울시청 내 지하 1, 2층에 연면적 8150㎡ 규모로 마련됐다.
강남구는 지난 2년간 지속적으로 제2시민청 건립을 반대해왔다. 행정 및 법적 조치까지 동원됐다. 소모적인 대립양상이 이어지자 결국 서울시는 지난해 말 세텍 제2시민청 건립 계획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서울시가 한발짝 물러난 셈이다. 하지만 정작 시민과 구민은 뒷전으로 밀려난 채 논의가 이뤄졌다는 비판어린 목소리가 나온다.
입장차 극명한 강남구와 서울시의 공방일색 ‘빈축’
강남구가 세텍 부지에 시민청 설립을 반대하는 이유는 중소기업 육성을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라 공공성을 띤 시민청의 목적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이 내세워졌다. 강남구 관계자는 “서울시가 선택한 부지는 가설전람회장인데 건축법상 그 용도를 엄격히 해야 한다”며 “중소기업을 위해 쓰이고 있고 사용계획도 있다”고 주장했다.
▲ 최근 기존 시민청에 노숙인들이 대거 몰리면서 시설의 효용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일반 시민들은 이용할 공간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시설용도도 제한적인 상황이라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사진은 노숙자들이 있는 시민청 내부 모습 ⓒ스카이데일리
하지만 강남구측의 주장과 달리 현재 세택 부지는 유휴시설이었다. 건물 관리자에 따르면 5개월 넘게 1층과 2층은 거의 이용되지 않고 있어 거의 방치된 상태였다. 이에 대해 강남구측은 스카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안전상의 문제로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변명했다. 강남구 관계자는 “10년 가까이 사용한 가설건축물이라 화재, 지진 등에 취약하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시는 강남구의 주장이 사실과 전혀 다르다고 강조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안전 관련 검사는 사전에 끝냈다, 서울시가 시민을 위한 행정업무를 담당하는데 설마 위험성을 감수하고 계획을 진행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철골구조로 지어진 해당 가설건물은 튼튼할 뿐더러 시민청과 용도도 비슷해 행정적으로 정당하게 적격 판정을 받았다”며 “서울시가 다섯번의 행정소송에서 강남구를 상대로 승소했는데, 안전 문제를 이유로 드는 것은 억지 명분이다”고 반박했다.
특히 강남구가 매번 서울시 추진사업에 제동을 거는 이유가 따로 있다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가 추진하는 사업이 시장님의 성과로 치부되는만큼 정치적으로 반대 성향에 있는 신 청장이 억지로 맹공을 펼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진보 성향의 시민단체들이 강남구를 침범한다는 식의 어처구니없는 주장도 들어봤다”고 덧붙였다.
시민청 효용성두고 엇갈린 반응, 시민·구민 의견 뒷전
▲ 서울시는 지난 2015년부터 제2시민청을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세텍부지에 건립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었다. 그러나 강남구의 반발로 현재는 무산된 상황이다. 강남구는 사전에 서울시가 협의하지 않은 점, 세텍부지에 있는 산업진흥원이 가설건축물이라 화재의 위험성이 다분하다는 점 등을 이유로 강력하게 반대했다. ⓒ스카이데일리
이처럼 제2시민청 건립이 무산됐음에도 여전히 서울시와 강남구가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정작 시민과 구민은 뒷전으로 밀렸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세텍 부지내 건립 철회 비상대책위원회장은 “강남구민은 시민청을 원하지 않는데 서울시가 강제로 만들려고 한다”며 “제 1시민청은 벌써 노숙자의 공간으로 전락했다고 들었는데 박원순 서울시장의 제2 시민청 계획에 신뢰가 가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실제로 기자가 직접 방문해본 시민청은 노숙자들이 즐비했고 관광객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시민청을 방문한 시민들은 기대와 달리 전시나 볼거리가 적어 굳이 시민청이 필요한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5살 자녀와 함께 방문한 이화숙(여·50) 씨는 “이벤트홀이나 태평홀, 책방 등 좌석마다 노숙들이 차지하고 있어서 아이도 있는데 불편하다”며 “시민발언대나 소리갤러리 등은 있으나 마나한 것 같아보여 거의 버려진 공간 같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대학생 이철용(남·26) 씨도 효용성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멀리서 방문했는데 카페와 조선시대 유물 전시관인 군기시유적 전시실 말고는 볼 것이 없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중소기업 제품을 파는 다누리라는 가게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기념품을 파는 것도 아닌데 국민의 세금으로 뭘 만든건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시민청 한 관계자는 “최근 스몰웨딩을 추구하는 신혼부부, 자녀를 키우는 학부모, 신진작가 등 다양한 시민층이 참여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꾸며놨다”면서도 “모든 시민들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힘든 만큼 볼 게 없다고 주장하는 시민도 많다”고 말했다.
시민 빠진 시민 위한 공공시설 “머리 맞대고 소통 노력해야”
▲ 서울시민과 강남구민들은 시장과 구청장이 정치적인 대립각을 세웠기 때문에 제2시민청 건립 논의에 정작 본인들은 배제됐다고지적한다. 이는 지금까지 구룡마을, 한전부지, 영동대교 지하공간 개발 등 여러 사안에 대해 소송전을 불사하며 대립을 해왔던 배경이 됐다는 주장이다. 사진은 제2시민청 건립이 논의됐던 서울산업진흥원 전경 ⓒ스카이데일리
제2시민청은 본래 하반기 개관을 목적으로 건립이 추진됐으나 현재 무산된 이후 시설 부지도 결정하지 못해 표류하고 있는 상태다.
대치동 은마아파트에 거주하는 이경민(남·45)씨는 “시민청 설립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았다”며 “서울시는 강남구에 이미 15개가 넘는 주민자치센터가 있다는 걸 간과했다. 골프, 수영장 등 서울시가 우리지역민들이 필요로 하는 것에 귀기울이려고 노력하고 강남구도 구민의 요구사항을 수집해 서울시에 제시했다면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초등학생 자녀를 키우고 있는 김하윤(여·40)씨는 “강남구와 서울시 수장들의 정치적 다툼으로 시민을 위한 공간을 만든다는 논의는 쏙 빠졌다”고 꼬집었다.
서울시는 제2시민청이 기존 시민청 모델을 50% 정도 반영하고 나머지는 지역 수요에 맞춘 프로그램으로 구성할 계획이었다고 밝혔다. 이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서울시와 강남구가 협의가 가장 중요한데 타협없이 갈등만 키우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동완 가천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시민을 위한 공공시설을 만드는 공간에 대한 명령인데 강남구의 반대는 공공성을 해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며 “서울시민과 강남구민의 수요를 충족시켜주기 위해 서로의 요구대로 타협을 하는 방안도 있었는데 아쉽다”고 지적했다.
이영성 행정사도 “행정적으로 서울시의 명령이 구보다 위에 있다”며 “강남구는 서울시의 추진안이 부족하다고 느꼈다면 머리를 맞대고 개선할 의지라도 보여줬어야 했는데 무작정 반대만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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