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가들은 아이가 반려동물과 함께 자랄 경우 자아 존중감이 높아지고 상대에 대한 책임감도 커진다고 말한다. 이러한 동물의 역할은 ‘동물매개 치료’로 활용될 정도로 그 효과가 매우 크다. 하지만 섣불리 아이들을 위한다며 충분한 복종훈련 없는 반려동물을 입양했다가는 더 큰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사진은 길유미 씨의 9개월 된 아들과 우리 안에서 키우고 있는 불도그 모습 ⓒ스카이데일리
“강아지와 아이를 같이 키우고 싶다고요? 저는 말릴래요”
부천에 살고 있는 길유미(27·여) 씨는 아이에게 반려동물을 선물해 주고 싶은 부모가 있다면 ‘결사반대’라며 고개를 내저었다. 강아지를 싫어해서가 아니다. 길 씨는 2년 전부터 15kg이나 나가는 프렌치 불도그 3마리를 키우고 있다.
하지만 7개월 전 아이를 낳은 이후 젖먹이와 반려동물은 함께 키워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대·소변을 못 가리는 강아지들이 여기저기 볼일을 보고 온갖 냄새를 풍겼다. 길 씨는 아이 돌보랴, 청소하랴 정신이 없었고 냄새는 집안 곳곳에 뱄다. 날리는 털과 텁텁한 공기 탓에 아기가 콧물을 주욱주욱 뽑아 비염을 의심케 했다.
길 씨는 따르면 아무리 강아지들이 예쁜 짓을 해도 어린 아기에게 손이 먼저 가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런데 강아지들의 질투는 그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한눈 판 사이에 아이에게 해코지하는 행동을 저질렀기 때문이다.
애견 훈련을 통해 교정할 수 있다고 하지만 그가 감당하기엔 버거웠다. 온라인에 ‘반려동물과 아기’라는 키워드를 치면 귀여운 사진들이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예쁜 ‘투 컷’이 마냥 아름답지 않다는 사실을 길 씨는 이제야 알게 됐다.
번동에 사는 박효정(27·여) 씨도 요즘 마음이 편하지 않다. 6년 간 기르던 푸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9개월 전 아들 준후를 낳고 나서 아끼던 강아지에 대한 태도는 바뀔 수밖에 없었다.
박 씨는 반려동물과 함께 자라면 면역력이 강해진다는 말을 듣고 아이와 강아지가 함께 지내면 좋겠다고 확신했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다. 문제는 박 씨가 아이를 키우느라 강아지에게 소홀해진데서 비롯됐다.
집안 일이 바빠 강아지와 산책도 자주 못나갔고 2~3일 간격으로 시켜주던 목욕도 건너뛰기 일쑤였다. 아이 목욕을 시키고 나면 진이 다 빠졌다. 육아와 살림으로 지쳐 있는데 강아지는 대·소변을 싸 놓거나 털을 날리고, 또 새벽에 짖어댔다.
게다가 아이의 잠을 깨우는 등 손이 가는 행동을 멈추지 않자 강아지가 미워졌다. 박 씨는 “원래는 아낌없이 사랑을 주던 자식 같은 강아지였는데…”라며 안타까워했다.
외동 자녀 정서 발달 돕는 반려동물…서로 교감할 수 있는 환경부터 조성해야
최근 1인 가구나 한 자녀 가정, 홀로 사는 노인이 늘고 있는 가운데 반려동물은 심리적 안정감뿐 아니라 사회적 교감에 대한 욕구까지 채워주는 역할을 한다. 심리 치료 기법인 ‘동물매개 치료’ 효과가 이를 방증하고 있다.
특히 육아를 하며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은 방송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KBS 예능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개그맨 샘 해밍턴이나 아이돌 그룹 유키스 멤버 동호 등이 아이와 강아지를 함께 키우고 있다. 또 많은 연예인이 자녀를 위해 반려동물 입양을 고민하고 있는 모습도 나온다.
그만큼 반려동물과 아이가 잘 어울릴 것이라는 인식이 일반적이다. 실제로 아이들은 반려동물과의 교감을 통해 사회성을 키울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 최인영 수의사는 반려동물을 아이와 함께 키울 때 아이가 ‘동물은 때려도 된다’라는 식의 잘못된 인식을 가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경우 반려동물 또한 아이를 물거나 해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박봉열 민애견훈련소 소장은 발톱으로 눈을 다치게 하는 큰 사고를 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사진은 박효정 씨의 7개월 된 아이와 반려동물 ⓒ스카이데일리
이형구 평택대학교 동물매개치료 전공 교수는 그러나 반려동물을 준비 없이 식구로 받아들이면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외동 자녀를 기르면서 친구를 만들어 준다는 뜻에서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례가 많다”며 “아이와 동물이 서로 교감할 수 있는 환경부터 조성해야 사회성이나 공감 능력이 발달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아이가 존중 받지 못하면 아무리 반려동물을 키운다 해도 정서지능 발달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개 위생상태 나쁘면 피부질환, 개털 알레르기 질병 걸릴 확률 높아져
육아를 하며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에서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위생이다. 수의사인 최인영 러브펫코리아 대표는 위생에 대해 세세하게 신경 쓰지 않는다면 아이에게 좋을 리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애견 위생상태가 좋지 않으면 피부질환이나 개털 알레르기 위험에 노출될 확률이 높아지지 않겠나”라며 “최근 배우 구혜선 씨가 아나필락시스 알레르기 쇼크로 위험할 뻔했다. 상황이 안 좋으면 그런 질병에 쉽게 걸릴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전신 알레르기 반응인 아나필락시스 쇼크란 식품, 약물, 곤충 등으로 인해 호흡기, 순환기, 소화기, 피부 등에 나타난다. 심할 경우 호흡 곤란이나 혈압 수축으로 인해 정신을 잃게 되고 목숨까지 위태로울 수 있다.
최 수의사는 자기 말을 따르는 반려동물을 통해 수동적이었던 아이가 능동적으로 변하는 사회화 과정을 겪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반려동물을 통해 아이에게 사회화 과정을 겪게 하려면 부모들이 알아야 할 게 있다”고 설명했다.
아이가 ‘동물은 때려도 된다’라는 식의 잘못된 인식을 가질 경우 반려동물을 학대할 수 있고 반려동물 또한 아이를 물거나 해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애견의 경우 젖먹이를 맞을 준비가 필요하며 그 전까지는 어린 아이와 절대 둘만 방치해선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박봉열 민애견훈련소 소장은 “기본적으로 복종 훈련이 된 개의 경우 어린 아이와 둘만 남겨둘 수 있다. 훈련 받지 않은 개는 그러나 발톱으로 눈을 다치게 하는 등 사고를 일으킬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박 소장은 “반려동물과 생활할 수 있는 연령대가 따로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성격상 장난이 심한 아이들이 있고 동물과 금세 어울리지 못하는 아이도 있다”며 “사람보다는 반려동물의 복종 훈련 여부가 가장 중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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