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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육 풍향계<3>]-공무원 시험(공시족) 현장
넋 빠진 청춘열정, 신의직장 공무원에 17조 허비
편하고 안정된 직장 ‘몰빵인재’ 급증…수강생 유인 학원들 공시열풍 조장
서예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7-04-07 14:11:05
 ▲ 지난해 7월 발표된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및 고령층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같은 해 5월 기준으로 청년층 25만7000명이 일반직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들이 ‘공시족’이 된 이유는 고용안정성이 떨어진 불안한 상황에서 안정적인 직장을 찾고 싶어서다. 사진은 9급 국가직 공무원 시험을 앞둔 지난 6일 서울 노량진 학원가를 지나는 수험생들의 모습 ⓒ스카이데일리

오는 8일 9급 국가직 공무원 시험이 실시된다. 이번 시험의 경쟁률은 46.5대 1로 전국 17개 시·도에서 총 4910명의 9급 공무원을 선발한다. 이에 시험을 며칠 앞두고 찾은 서울 노량진 학원가는 무거운 분위기를 보였다.
 
지난해 7월 발표된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및 고령층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같은 해 5월 기준 청년층(15~29세) 비경제활동인구 중 취업시험 준비자는 65만2000명으로 이 중 39.4%인 25만7000명이 일반직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공시족’(공무원시험 준비생)으로 변신한 이유는 고용안정성이 떨어진 불안한 상황에서 ‘안정적인’ 직장을 찾고 싶어서로 꼽히고 있다. 스카이데일리는 업계 관계자를 만나 ‘바늘구멍’을 통과하려는 청년들과 왜 이들이 학원으로 달려갈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 취재했다.
 
‘공시족’들 지난해 26만명 육박…사상 최대 인원, 경제적 손실 17조원
 
지난 4일 현대경제연구원에서 발표한 ‘공시의 경제적 영향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청년층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함으로써 생기는 경제적 손실은 17조1429억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2016년 명목 GDP 대비 약 1.1% 규모다.
 
또한 청년층의 비경제활동인구는 2011년 537만4000명에서 지난해 498만명으로 7.3% 감소했지만 공시생은 같은 기간 18만5000명에서 25만7000명으로 38.9% 증가했다. 국가공무원 9급 응시자수는 2011년 약 14만3000명에서 2017년 약 22만8000명으로, 7급 응시자수는 같은 기간 약 5만7000명에서 약 6만7000명으로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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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경제활동인구 496만명 중 26만명에 가까운 청년들이 국가공무원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스카이데일리는 지난 6일 공시생들이 몰려있는 서울 노량진 학원가를 찾았다. 국가직 9급 공무원 시험을 이틀 앞두고 준비에 여념이 없는 공시생들은 그간 혼자 공부했던 것을 복습하거나 같이 모여 스터디를 진행하는 등 다양한 모습이었다.
 
강의실 앞자리를 맡기 위해 새벽 5시에 일어나 줄을 섰다던 김지영 씨(28·여·가명)는 “시험이 코앞으로 다가와서 불안한 마음에 잠도 잘 못 잔다”며 “어차피 일찍 일어나 줄을 서야 하기 때문에 새벽에 나와서 오답노트를 보고 있었다”고 말했다.
 
인근 카페에서는 각자 조용히 공부하거나 모여서 스터디를 하는 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이들은 막판 정리를 위해 틀린 문제를 다시 풀거나 문제에 대해 서로 설명해주고 있었다. 이틀 남은 시험에 대한 불안감을 토로하다가도 이내 다시 토론에 집중하는 모습도 보였다.
 
3년째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유진섭 씨(30·남)는 “합격 여부에 관계없이 이번 시험이 마지막이다. 시험 끝나면 고향으로 내려갈 것”이라며 “부모님은 별말 없으시지만 이번에 안 되면 다른 일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신 이번 시험에 최선을 다했다”고 했다.
 
유 씨는 “나는 시험을 준비하던 중 대학을 졸업했지만 주변에 공부하는 사람을 보면 석·박사 학위를 따고도 갈 곳이 없어 공부하러 오거나 직장을 다니다가 준비하러 오는 경우도 있다”며 “사실 청년들이 공무원 시험에 몰리는 현상이 긍정적이지 않다는 것은 공부하는 자신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노량진 학원가의 패스트푸드점, 카페 등은 공시족들의 공부 장소가 되기도 하고 스터디 모임 장소로도 활용된다. 사진은 노량진의 한 카페에서 공무원 시험 스터디를 진행하고 있는 수험생들의 모습 ⓒ스카이데일리
 
2년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공시족’이 된 이영현 씨(27·여·가명)는 “입사해보니 간부의 자녀, 사촌 등 인맥으로 들어온 선·후배가 몇 명 있더라. 그래도 나만 열심히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업무를 하다 보면 불공정한 경우가 너무 많아 그만두게 됐다”며 “적어도 공무원은 이런 ‘치트키’(게임 진행 중에 유리함을 위해 일종의 속임수로 사용하는 방법, 일상용어로도 사용)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 공부를 시작했다”고 했다.
 
이에 기자는 학원에서 공무원 시험 강의를 하고 있는 남연우 씨(42·남·가명)를 만나 현실에 대해 질문했다. 남 씨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청년에 국한되지 않는다고 제시했다.
 
그는 “청년층이 다수지만 점점 나이대가 다양해지고 있다. 40~50대도 종종 찾아볼 수 있다”며 “정년퇴직이라는 게 사실상 없어지고 사회가 불안정하다보니 안정적인 직업을 찾아 몰려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무원 시험 직급, 직렬별 경쟁률을 묻자 남 씨는 “경쟁률은 모든 직종이 높다. 사람이 많이 몰렸기 때문”이라며 “어쩌다가 한두 명 뽑는 등 선발 인원이 적은 경우엔 300대 1까지 올라가는 걸 보기는 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학원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입장이긴 하지만 이렇게까지 수험생이 몰리는 것은 비정상적인 상황이 맞다”면서도 “고용안정성이 떨어지고, 사기업의 대우가 좋지 못한 상황에서 청년들이 공무원 시험공부를 하겠다고 몰려오는 것을 비난할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사회가 공시족들 ‘학원 앞으로’ 이끌어”
 
앞서 살핀 현대경제연구소 보고서는 공시생이 증가한 근본 원인에 대해 ‘질 좋은 일자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며, 그 책임은 전적으로 고용창출력을 확보하지 못한 한국 사회에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특히 “사회 전체적인 관점에서 우수한 인재들이 시험 준비에 그 능력을 집중하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같은 상황을 개선하는 방법으로 △경제의 일자리 창출력 회복 △고용조건 개선 및 고용취약계층에 대한 지원 확대 △노동시장 내 미스매치 해소 등을 들었다. 
 
 ▲ 지난 4일 현대경제연구원에서 발표한 ‘공시의 경제적 영향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청년층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함으로써 생기는 경제적 손실은 17조1429억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2016년 명목 GDP 대비 약 1.1% 규모다. 사진은 지하철 노량진역 인근에서 바라본 노량진 학원가의 모습 ⓒ스카이데일리

남연우 씨도 “공무원이라는 직업 자체에 대한 적합도는 차치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공무원 시험에만 매달려 있다 보면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다른 경제활동, 창의적 활동을 하지 못하고 시험에만 ‘몰빵’하는데, ‘이 사람들이 그 시간에 다른 창의적인 활동을 한다면 어떻게 될까’하는 생각이 든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남 씨는 “한국 사회는 사회 안전망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아 한번 미끄러지면 끝이 없다. 그러다 보니 청년들은 높은 급여보다 ‘안정적인’ 직장을 찾는 것”이라며 “창업도 마찬가지다. 정부에서 청년에게 창업을 하라고 독려하지만 한국같이 고용안정성이 떨어지고 창업환경이 좋지 않은 곳에서 창업을 하면 결국 빚더미에 앉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공시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연령층이 다양하지만 대다수는 청년이다. 이들의 부모가 현재 은퇴를 앞두거나 은퇴한 50대”라며 “부모들도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자식들이 안정적인 환경에서 직장을 다니길 원하고, 경제적 여건이 되니 도와주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 씨는 학원가에 학생들이 대거 몰릴 수밖에 없는 이유로 학원이 조장하는 ‘불안감’을 들었다. 그는 “PSAT(공직적격성평가)나 NCS(국가직무능력표준) 같은 것은 무조건적인 스펙 쌓기나 사교육 방지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지만 학생들은 불안해하기 때문에 뭘 만들어도 사교육으로 연결된다”며 “학원에서는 학생들의 이런 불안감을 이용해 수익을 올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학생들도 어느 정도 강의를 들었으면 스스로 정리하고, 표를 만드는 등 주도적으로 공부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강사가 만든 노트를 구매해서 그걸로 공부한다”며 학생들이 학원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학원은 수강생들에게 어디서 만든 것인지 알 수도 없는 모의고사를 들고 와 시험을 보게 하고, 점수가 안 좋으니 특강이 필요하다고 은근히 몰아간다”며 “그러면 학생들은 ‘공부를 했는데도 모의고사 점수가 안 좋구나. 그러면 특강을 들어야겠다’고 생각하기 일쑤”라고 꼬집었다.
 
그는 학생들이 강의실 앞자리를 맡기 위해 어둠 속에서 가로등에 의지해 노트를 보고 있는 실태에 대해서도 “공시를 통과하려면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지만 이렇게 줄을 서가며 공부하는 것은 그 이면에 불안감이 숨어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남 씨는 청년들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이유로 ‘안정적인 직장’과 ‘일정한 출퇴근 시간’을 꼽았다. 아울러 최근 몇 년 간 노동환경은 개선되지 않는데 예전처럼 돈을 모은다고 해서 집을 살 정도의 여유가 생기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안정적이면서도 저녁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 직업을 선호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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