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조권(日照權)’은 단어 그대로 햇빛을 받아 쬘 수 있는 권리를 일컫는 단어다. 지난 2008년 3월 ‘건축법’ 개정을 통해 법적으로 보장됐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오랫동안 햇볕을 쬐지 못하면 건강에 좋지 않고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일조권 보장은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유치원, 초등학교에 재학 중인 어린이들이 햇빛을 보고 지내지 못한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상당하다. 경기도 안산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전문가들의 우려하던 사안이 실제로 발생해 여론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초등학교 바로 앞에 건설 중인 아파트로 인해 초등학생들이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교정에 햇빛이 드리우지 않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스카이데일리가 일조권 침해와 관련해 분쟁을 겪고 있는 안산 고잔동 소재 재건축 아파트 공사현장을 현장취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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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안산시 고잔동에 위치한 안산중앙초등학교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인근 재건축 아파트 공사로 인한 조망권 침해 가능성에 대한 우려감이 일고 있다. 앞으로 아파트가 완공되면 학교에 빛이 들어오지 않아 학생들의 건강에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안산중앙초등학교 운동장서 바라 본 아파트 공사현장 전경 ⓒ스카이데일리
어린 초등학생들의 건강이 어른들의 욕심으로 인해 위협받을 위기에 처했다. 건강에 필수적인 요소로 꼽히는 ‘햇빛’을 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인근 아파트 공사로 인해 교정에 드리우던 햇빛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져 주변의 우려를 사고 있는 안산시 고잔동 소재 안산중앙초등학교 얘기다.
특히 시공을 맡은 건설사는 학교와 공사 주체인 조합 간에 문제라며 공사를 강행하고 있어 논란은 더해지고 있다. 한 학부모는 “학교 측이 아이들의 건강 때문에 공사 반대를 외치는 지금도 자신들의 브랜드를 내 건 시공사는 아랑곳 하지 않고 아파트를 쌓아 올리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스카이데일리는 경기도 안산시 고잔동에 위치한 안산중앙초등학교를 직접 찾았다. 안산중앙초등학교 바로 앞에는 대우건설이 공사를 진행 중인 ‘대우 센트럴 푸르지오’ 단지가 한창 건설 중이다. 대우 센트럴 푸르지오 단지는 안산 고잔 중앙주공2단지를 재건축하는 아파트 단지다.
현재 해당 아파트 건물은 약 20층까지 건설이 진행된 상태다. 낮 시간 아파트 그림자는 학교 운동장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었다. 앞으로 계획에 따라 아파트 단지가 완공된다면 학교 건물을 포함한 교정 전체에 그늘이 드리울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파악됐다. 대우 센트럴 푸르지오 단지는 29~37층짜리 아파트 7개 동으로 건립될 예정이다.
학교에서 만난 사람들은 우려를 표했다. 그 중에는 어린 학생들도 다수 포함돼 있었다. 안산 중앙초등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인 권소이(11) 양은 “저 아파트가 지어져서 학교에 그늘이 진다면 겨울에 매우 추울 것 같다”며 “식물들도 안자라고 우리들도 자라지 못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 학교에서 당직기사를 맡고 있는 이철규(80) 씨는 “아파트 건설로 인해 학교의 일조권이 침해된다면 환경적인 측면에서 상당한 피해를 입게될 것이다”며 “여름에 비가 와도 운동장이 마르지 않고, 학교 전체가 습하고 눅눅한 상태가 계속될 것이 분명하다”고 우려했다.
이어 “겨울에는 눈이 녹지 않아 학교 전체가 빙판길로 변해버릴 가능성도 크다”며 “계절에 상관없이 아이들이 매일 위험에 노출된 셈인데 지금 이 문제 때문에 학부모부터 교사, 학생에 이르기까지 난리가 난 상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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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관계자 및 학부모 등에 따르면 학교 내의 격앙된 분위기는 결국 법정으로까지 이어졌다. 앞서 일조권 침해에 대해 항의를 하기 위해 안산중앙초등학교 학부모들은 경기도교육청 안산교육지원청, 안산시청 등에 민원을 제기했다.
민원을 받은 경기도교육청 산하 안산교육지원청은 지난 3월 일조권 침해에 관련해 경기도교육청에 소송을 제기해 줄 것을 신청했다. 지난달 11일 안산중앙초등학교의 운영 주체인 경기도교육청은 일조권 문제와 관련해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에 아파트 공사 중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서울지방법원 민사10부는 지난 19일 경기도교육청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재까지 건설된 높이만으로는 일조권이 침해 되는 중이거나 현재 높이를 보전해야만 하는 특별한 이유를 찾아 볼 수는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학교 측은 반발했다. 학교 관계자들은 “앞으로 더 높이 올라가면 문제가 생길 것이 분명해서 현재 상태에서라도 건설을 멈춰달라고 신청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데 현재 높이가 충분치 않다는 이유로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황당하다”고 말했다.
박영훈 안산중앙초등학교 행정실장은 “이제 겨우 가처분 신청이 기각된 것에 불과하며 본 소송은 아직 진행 중이다”며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이어서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학교 측에서는 할 수 있는 것을 최대한 해 볼 계획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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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조권 침해 논란이 불거져 나오자 공사주체인 고덕 중앙주공2단지 재건축 조합 측은 문제 해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조합 예산으로 학교에 필요한 시설 몇 개를 지어주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학교는 일조권 확보가 우선시되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양측의 갈등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사진은 안산중앙초등학교 ⓒ스카이데일리
전문가들은 사람이 햇볕을 쬐지 못하면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김준식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일조권의 침해로 인해 햇볕을 쬐지 못할 경우 신체 내에서 비타민D를 제대로 합성할 수 없게 된다”며 “이 경우 칼슘을 제대로 생산하지 못해 뼈에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이어 “햇빛을 쪼지 못하면 심리적으로 우울해져서 우울증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며 “일조권 침해로 인해 초등학생들이 햇빛을 쬐지 못한다면 어린 나이부터 우울증에 걸리거나 혹은 칼슘이 부족해 성장에 방해를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처럼 일조권 침해에 따른 어린 학생들의 건강 문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게 일고 있지만 정작 공사 관련자들은 한 발 물러서는 태도를 보여 논란은 더해지고 있다. 우선 이 아파트 단지에 대한 건설 허가를 내준 안산시청은 법대로 했을 뿐 책임은 없다는 입장이다.
장한신 안산시청 주택과 주무관은 “재건축 사업에 대해서 규정하고 있는 ‘도정법’에 따라 모든 인허가 절차는 합법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현재의 도정법에는 특별히 일조권 침해 여부에 대해서 따로 검토하라는 조항은 없어서 안산중앙초등학교에 대한 일조권 침해에 대해 특별히 검토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아파트 시공을 맡은 대우건설 역시 마찬가지다. 자신들이 짓고 있는 아파트로 인해 어린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반발 여론이 무성한데도 불구하고 관계가 없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홍수진 대우건설 홍보팀 과장은 “일조권 침해와 관련된 문제는 아파트 시공을 부탁한 조합과 학교 간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다”며 “양자 협의 과정에 있어 도의적인 측면에서 참석을 하고는 있지만 단지 양자 협의 사이에 끼인 상태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일조권 침해 문제의 당사자로 지목된 안산 고잔 중앙주공2단지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그동안 일조권 침해 문제 때문에 우리 조합 측과 학교 측이 지속적으로 대화를 해왔다”며 “금액과 시설의 종류·양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조합 측에서 학교에 시설물을 설치해주는 방향으로 가자는 것 까진 이야기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런데 갑자기 학교 측에서 소송을 걸어와 당황스럽던 차였다”라고 덧붙였다.
학교 관계자는 “일조권 침해로 입게 되는 피해를 알량한 돈으로 환산하려고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아이들의 건강이 달린 문제이니 만큼 계속해서 일조권 침해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방안을 찾을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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