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과거 국가 주도의 경제 성장을 거듭하면서 ‘관치금융’ 논란에 끊임없이 휩싸여왔다. 관치금융은 정부가 금융기관의 인사, 정책 등을 장악하는 것을 뜻한다. 특히 지난 박근혜정부는 관치금융의 주범이라고 불릴 만큼 금융공공기관, 국책은행, 시중은행 등 금융권 요직 자리에 친박(친 박근혜) 인사들을 대거 앉혀 수차례 구설수에 올랐다. 이에 현재 금융권에는 옛 재무부 출신인 모피아, 관료 출신인 관피아, 박근혜정부 및 새누리당 관련 ‘보은’식 인사 등이 대거 포진돼 있다. 하지만 지난 9일 열린 제19대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금융권 친박 인사들의 자리가 위태롭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문 대통령이 ‘적폐청산’ 공약을 강력하게 내세운 만큼 친박계 보은 인사, 낙하산 인사, 관치 인사 등의 경우 조기 사퇴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또 새 정부의 이념·성향에 맞는 코드식 인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존재해 박근혜정부 막차에 올라탄 수장들의 경우 조기 교체될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스카이데일리가 최근 금융권 안팎에 포진된 친박계 금융수장들의 현황을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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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기관 핵심 요직에 오른 인사들 중 지난 정부와 밀접하게 연결된 이들의 거취 문제가 여론의 조명을 받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사진)이 적폐정산 의지를 강하게 내세우면서 낙하산인사, 관치인사, 보은인사 의혹이 짙은 인사들의 조기사퇴까지 점쳐지는 상황이다. ⓒ스카이데일리
최근 우리나라 금융계의 핵심 요직에 앉아 있는 인사들의 향후 거취 문제가 여론의 조명을 받고 있다. 특히 전임 박근혜정부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인사들, 그 중에서도 ‘친박(친 박근혜)’으로 분류된 인사들의 경우 우선적으로 교체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줄곧 적폐청산을 1호 공약으로 내세웠다.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에는 적폐청산을 국정 과제로 내걸고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문재인정부가 규정지은 ‘적폐’ 중에는 정부 낙하산 인사, 지나친 관치 등도 포함돼 있다.
금융공공기관, 시중은행 등 금융권의 경우 관치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대표적인 분야다. 관치금융이라는 단어까지 생겨날 정도였다.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후에도 전임 정권 시절부터 ‘정부 낙하산’ 논란에 휩싸였던 인물들이 핵심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 선 인물 대부분이 ‘친박’으로 분류됐다는 점이 특히 주목되는 대목으로 꼽힌다.
금융공공기관 친박계 낙하산 다수 포진…문재인정부 물갈이 대상 1호 거론
25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금융공공기관의 대표적인 친박계 인사로는 정찬우 한국거래소 이사장, 곽범국 예금보험공사(예보) 사장, 문창용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사장, 김규옥 기술보증기금(기보) 이사장, 황록 신용보증기금(신보) 이사장 등이 우선적으로 꼽힌다.
정찬우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친박 금융권 인사 중에서도 박근혜정부와 유독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인물로 거론된다. 정 이사장은 1963년생으로 전남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했다. 2006년 재정경제부 금융허브지원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2012년 제18대 대선 당시 박근혜 당시 후보 캠프에서 활동했다. 당선 후에는 대통령 인수위원회 전문위원을 지냈다. 제20대 총선 당시 새누리당 비례대표 탈락했지만 곧장 제5대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등에 발탁되며 금융권 실세로 급부상한다. 당시 그의 부위원장 선임을 두고 박근혜정부의 ‘보은인사’라는 지적이 상당했다.
정 이사장은 지난해 10월 또 다시 친박계 ‘낙하산 인사’라는 논란을 낳으며 제5대 한국거래소 이사장 자리에 올랐다. 임기는 2019년 9월까지다. 취임 초기부터 낙하산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정 이사장은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최근 들어 교체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인물 중 한 명으로 꼽히고 있다.
곽범국 예보 사장도 교체 물망에 오르내리는 인물 중 한 명이다. 박근혜정부 당시 조세 정책을 이끌었던 곽 사장은 1960년 충북 보은 출생으로 1984년 제28회 행정고시에 합격하며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1986년 국세청 행정사무관으로 입사한 뒤 재무부, 재정경제부, 기획재정부 등을 두루 거쳤다.
지난 2015년 10월 지금의 예보 사장 자리에 올랐다. 곽 사장은 취임 당시부터 ‘모피아’(옛 재무부 출신 금융권 인사) 논란에 휩싸이는 등 구설수가 끊이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온 과거의 전력 때문이다.
곽 사장과 박 전 대통령과의 관계는 박근혜정부가 막 출범한 2013년부터 시작됐다. 곽 사장은 2013년 4월 국가 경제정책을 이끄는 기획재정부 국고국장을 맡았고 2014년 8월에는 새누리당 기획재정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을 역임하며 박 전 대통령과 직접적인 인연을 맺었다.
최근 곽 사장은 문재인정부의 정책 방향에 선제적으로 대처해나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 그의 거취에 더욱 많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친박 인사로 분류됐던 예보는 바로 어제(25일) 정부의 정규직 전환 정책 기조에 맞춰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을 조기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를 두고 금융권 안팎에서는 새 정부의 기조에 맞춰나가겠다는 곽 사장의 의중이 엿보이는 대목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곽 사장과 제28회 행정고시 동기인 문창용 캠코 사장은 옛 재무부 소득세제과와 재정경제부 국고과 등을 거친 30년 경력의 조세 전문 관료 출신이다. 문 사장은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졌던 지난해 11월 공석인 캠코 사장 자리에 공식 취임했지만, 그 역시도 ‘관피아’(관료 출신 금융권 인사)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문 사장은 박근혜정부 시절이던 2014년 8월부터 약 2년간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을 역임하며 박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당시 기업소득환류세 도입, 담뱃값 인상 등 박근혜정부의 핵심 조세 정책을 성공적으로 추진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친박 인사로 분류되는 문 사장은 최근 관피아 논란과 더불어 최순실게이트로 정국이 혼란스러운 틈을 타 요직을 꿰찼다는 비판까지 받고 있어 조기 교체 가능성에 높게 점쳐지고 있다는 게 금융권 안팎의 시각이다. 정권이 바뀐 후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다’는 기조에 따라 오히려 조기 자진 사퇴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MB·박근혜 정권과 모두 인연을 맺은 김규옥 기보 이사장은 1983년 제27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기획재정부 출신 관료 인사다. 2008년 MB정권 당시 기획재정부 대변인으로 활동했다. 2013년 박근혜정부 출범 초기에는 새누리당 수석 전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올해 1월 기보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김 이사장은 임기가 2020년 1월에 만료되는 만큼 문 사장과 더불어 조기 사퇴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황록 신보 이사장 역시 금융권 내에서 친이·친박계 인사로 통한다. 황 이사장은 1979년 고려대 경영학과를 나왔다. 이 전 대통령의 직속 후배다. MB정권 당시 우리금융지주 부사장을 역임해 대표적 MB계 금융인으로 꼽혔다. 박근혜정부 때는 우리파이낸셜 사장을 1년간 역임했다.

▲ 금융권 등에 따르면 금융공공기관장과 국책은행장은 통상 정부의 ‘코드’ 인사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박근혜정부 당시 기관장과 은행장에 오른 인사들은 임기 전 조기 사퇴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사진은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곽범국 예금보험공사 사장, 황록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정찬우 한국거래소 이사장 [사진=ⓒ스카이데일리, 뉴시스]
지난해 10월 지금의 자리에 오른 황 이사장은 취임 초기부터 각종 구설수에 시달렸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친이·친박 라인으로 줄대기를 했다는 논란이 불거져 나오면서 ‘자격론’에 까지 휩싸였다.
박근혜정부 당시 임명된 공공기관장들의 향후 거취 또한 주목받고 있다. 이병래 예탁결제원 사장은 전 금융위 금융정책과장 출신으로 지난해 12월 예탁결제원 21대 사장으로 선임됐다. 김재천 한국주택금융공사 사장은 1977년 한국은행에 입사한 후 30년 넘게 줄곧 한은에서 주요 직책을 맡다가 지난 2014년 한국주택금융공사 사장에 올랐다.
은성수 한국투자공사 사장은 1983년 제27회 행정고시를 합격한 뒤 옛 재무부, 재정경제원을 두루 거친 관료 출신이다. MB정권 당시 기재부 국제금융정책국 국장을 맡은 바 있다. 지난해 1월 제6대 한국투자공사 사장 자리에 올랐다. 이들 세 사람은 모두 박근혜정부 시절 ‘관치금융의 상징’으로 인식됐던 관료 출신이라는 이유로 적지 않은 비판을 받았다.
관피아·낙하산·코드인사 등 논란의 중심에 선 국책은행 수장들 ‘향후 거취’ 어떻게
금융권 안팎에서는 국책은행(국가 정책에 의해 설립·운영되는 은행)수장들 역시 교체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국책은행장의 경우 전임 정부가 선임한 ‘코드인사’(정치·이념 성향이나 사고 체계 등이 같은 사람을 임명하는 것)로 인식돼 왔기 때문이다. 국책은행의 대표적인 친박 인사로는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최종구 수출입은행장, 김도진 기업은행장 등이 꼽힌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1948년 경북 대구 출생으로 영남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이 회장은 1987년 신한은행에 입사해 신한은행 부행장, 신한금융투자 대표이사 등을 역임했다. 그는 지난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 후보캠프에서 금융인 1365명의 박 전 대통령지지 선언을 이끌어내 박근혜정부 출범 주역으로 꼽혔다.
박근혜정부 출범 후인 2013년에는 박 전 대통령이 재단 이사로 재직했던 영남대에서 경제학과 특임 석좌교수를 역임했다. 지난해 2월 KDB산업은행 회장 자리에 올랐다. 당시 금융권 안팎에서는 그간 산업은행장 자리는 정부의 코드식 인사가 빈번했다는 이유로 이 회장의 선임 역시 박 전 대통령의 ‘보은인사’라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이 행장은 취임 기간 동안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무분별한 지원과 부실한 관리로 상당한 비판을 받았다. 특히 산업은행이 대우조선의 최대주주라는 점 때문에 국책은행의 부실한 자회사 관리로 인해 국민들의 혈세가 낭비됐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이 행장이 재임 기간 내내 ‘교체설’에 휩싸였던 배경이다.
그동안 친박 인사로 분류돼 온 최종구 한국수출입은행장과 김도진 기업은행장 등도 교체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특히 두 사람은 박근혜정부 시절 최순실게이트로 정국이 혼란할 때 황교안 전 대통령 권한대행(국무총리)이 임명한 인사들이라는 점에서 졸속 인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 ⓒ스카이데일리
올 3월 취임한 최 은행장은 1982년 제25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후 재무부에 입사했다. 이후 재정경제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의 요직을 거쳐 대표적 ‘관피아’(관료출신 금융권 인사) 인사로 분류됐다. 지난 2013년 박근혜정부 당시에는 약 1년 8개월간 금감원 수석부원장을 맡았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김도진 기업은행장은 기업은행이 낙하산 외풍을 막기 위해 내부에서 발탁한 내부 출신 인사다. 하지만 경북 의성 출생으로 대표적 영남권(TK) 친박 인사로 분류돼 교체 여부를 안심할 수 없다는 관측이 금융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대한민국 병폐 관치금융…정권교체 후 민간 금융·은행 수장도 ‘코드 인사’ 가능성
금융권 등에 따르면 임기 만료가 다가오는 금융지주회장 및 시중은행장들 역시 ‘새 정부 코드 맞추기’ 인사의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윤종규 KB지주회장 겸 국민은행장, 이광구 우리은행장 등은 교체 가능성이 높은 인물로 거론되고 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한국외환은행, 삼일회계법인 등을 거친 외부인사 출신으로 지난 2014년 11월부터 KB금융 회장직과 KB국민은행장을 겸임하고 있다. 임기는 오는 11월까지다.
윤 회장은 그동안 KB금융 내에서 꾸준히 지배력을 강화하며 그룹을 안정적으로 경영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특히 리딩뱅크인 신한금융지주와의 격차를 계속 좁혀가는 만큼 연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새 정부 출범 이후 금융지주회사의 막강한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지주회장과 은행장을 분리해야 한다는 여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윤 회장 역시 지주 회장 자리를 계속 이어가더라도 은행장을 겸임할 가능성은 적다는 관측이 주를 이루고 있다.
금융권 내부에서는 이광구 우리은행장도 자리 보존을 안심할 수 없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이 은행장은 1957년생으로 1980년 서강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1974년 서강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박 전 대통령과 대학 선·후배 사이로 엮이며 대표적인 ‘서금회’(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 인사로 꼽혔다.
지난 2014년 12월 우리은행장에 취임한 이 은행장은 민영화 이후인 올해 초 민간주주들의 동의를 얻어 한 차례 연임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 은행장은 최순실게이트와 관련해 인사 청탁으로 은행장 자리를 지켰다는 의혹에 휩싸이기도 했다.
우리은행의 최대주주는 국가 소유인 예금보험공사(21.4%)다. 예보 및 금융당국은 당초 우리은행의 지분을 갖고 있지만, 민영화했기 때문에 자율적 경영을 보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이 은행장이 서금회 출신인데다 정권 교체 후 바뀐 정부 기조에 따라 ‘코드 인사’의 타겟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이 금융권 안팎에서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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