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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진단]-KCC문막공장 악취 논란
공포의 하얀연기…수십년 악취 고통 ‘살려주세요’
전문가 “글라스울 제조공정서 악취 발생”…KCC “악취는 공단전체가 원인”
길해성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7-05-31 13:33:00
지난 1991년 강원도 원주시는 지역경제개발을 위해 문막읍 일대에 원주문막일반산업단지를 조성했다. 해당 산업 단지는 원주시의 지원과 더불어 영동고속도로를 통한 서울·인천 등 수도권과의 접근성 덕분에 어느 정도 호응을 얻었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기업들이 속속 입주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곳은 KCC다. 1997년 2월 KCC는 이곳 산업단지에 KCC문막공장을 준공했다. 산업단지 내 최대 규모다. 유리로 만든 무기질섬유질을 이용해 단열재 글라스울(유리섬유)을 이곳에서 생산냈다. 하지만 KCC공장이 들어선 후 인근 주민들의 원성이 높게 일었다. 악취 때문이었다. 약 20여년이 흐른 지금도 상황은 변하지 않고 있다. 주민들은 20년 넘게 악취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하했다. 스카이데일리가 KCC문막공장을 둘러싼 악취 논란에 대해 현장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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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원도 원주시 문막읍 일대에는 원주문막일반산업단지가 조성돼 있다. KCC문막공장(사진)은 해당 산업단지 내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KCC는 이곳 공장에서 유리를 가공해 제작하는 글라스울(유리섬유)을 만든다. 공정과정에서 발생하는 연기가 4개의 굴뚝을 통해 뿜어져 나온다. ⓒ스카이데일리
 
[강원 원주=길해성 기자] 스카이데일리는 최근 악취 문제로 주민들의 원성이 자자한 강원도 원주시 문막읍 소재 문막일반산업단지를 찾았다. 잘 포장된 길을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대규모 공장들이 늘어서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주민들은 한 명의 예외 없이 공단이 조성된 후부터 악취가 나기 시작했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산업단지 초입에서부터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냄새는 공단 안쪽으로 진입할수록 더욱 심해졌다. 두통과 메스꺼움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냄새에 고통스러워하는 표정을 본 주민들은 “이렇게 20년도 살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주민들은 냄새의 원인으로 거대한 공장의 우뚝 솟아 있는 굴뚝을 가리켰다.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높게 뻗은 4개의 굴뚝이 시야에 들어와다. 굴뚝에는 ‘KCC’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적혀 있었다. 그 위로는 연신 흰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연기는 바람을 타고 주변으로 뻗어갔다.
 
주민들 “매일 연기 뿜는 KCC공장에서 악취 진동…”KCC 측 “주민들의 오해일 뿐”
 
이곳 주민들은 마을에서 나는 악취의 원인으로 ‘KCC문막공장(이하·KCC공장)’을 지목했다. 나름의 타당한 이유도 늘어놨다. 마을 전체를 뒤덮은 악취는 KCC공장과 가까워질수록 점점 심각해진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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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을 운영하는 마을주민 이경식(45·남·가명) 씨는 “평상시에도 악취가 심각하지만 날이 조금이라도 흐리거나 비가 올 경우 악취는 더욱 심각해진다”며 “KCC공장 부근으로 갈수록 냄새가 심해지는 탓에 그쪽 근처는 얼씬도 하지 못할뿐더러 그곳을 냄새의 근원지로 기정사실화 한 상태다”고 설명했다.
 
주민은 김철진(54·남·가명)은 “굴뚝에서 새 하얀 연기가 매일같이 나오는 곳은 KCC공장 뿐이다”며 “비가 오거나 흐린 날 공기가 낮게 깔리면 악취는 유독 심각해진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주민들 사이에서는 KCC측이 비오는 날은 저감장치를 틀지 않아 악취가 더욱 심해진다는 이야기까지 암암리에 돌고 있다”며 “제발 악취 고통 없이 좀 살았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정의섭] ⓒ스카이데일리
 
주민 서영철(50·남) 씨는 공단 옆을 흐르는 섬강에서 뛰놀던 어린 시절 추억을 들려주며 달라진 현실에 대해 안타까운 모습을 보였다. 서 씨는 “섬강은 어렸을 적 놀이터나 다름없던 곳이었다”며 “하지만 이제는 잠깐 수영만 하고 나와도 몸에 하얀 가루가 묻어 나오고 머리도 빳빳해진다”고 전했다. 이어 “이제는 물에서도 악취까지 나는 탓에 수영은 다 옛말이 됐다”고 한탄했다.
 
주민들의 지적에 KCC 측은 “공단 전체에서 악취를 발생시키는 것이지 꼭 KCC공장에서만 나는 것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예전부터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가 냄새가 난다는 민원이 제기돼 굴뚝을 더욱 높인 바 있다”며 “굴뚝이 높아지다 보니 눈에 더 잘 띄게 돼 주민들이 더 오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KCC측의 주장을 반박하는 한편, 주민들과 같은 주장을 내놨다. 익명을 요구한 모 대학 교수는 “유리로 만든 섬유인 글라스울은 제조 과정에 유리를 열로 녹이는 과정이 포함돼 있다”며 “이 때 화학물질을 다량 첨가하기 때문에 악취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반적으로 글라스울 생산공장에서는 이 때 발생하는 악취를 빨아들여 습식세정기라는 저감장치를 통해 외부로 내보낸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하지만 아무리 좋은 저감장치를 쓴다해도 장비라는 게 쓰다보면 사용 효율이 떨어지기 마련이다”며 “특히 저감장치 청소를 주기적으로 하지 않을 경우 내부의 악취가 그대로 외부로 유출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고 부연했다.
 
흐리거나 비오는 날 냄새가 더욱 심각하다는 주민들의 주장에 대해서는 “흐리거나 비가 오면 공기가 순환되지 않고 정체되는 ‘역전층현상’이 발생해 악취가 분산되지 않고 특정 지역으로 가라 앉는다”며 “이럴 경우 공기중에 확산된 악취가 심화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KCC공장 관계자는 “다른 공장에서 날 수도 있는 악취를 마치 우리공장에서만 나는 것처럼 일방적으로 몰고 가는 것은 억울하다”며 “주기적으로 청소를 하는 등 나름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얀 연기 속에 오염물질 섞여 있을까 걱정…지난 2013년 환경부에 적발되기도
 
 
 ▲ 주민들은 악취뿐만 아니라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KCC 문막공장은 지난 2013년 대기오염물질인 염화수소·페놀 등을 배출했다가 환경부로부터 행정처분을 받은 전력을 가지고 있다. 이에 대해 KCC 측은 “현재는 기준을 잘 지키고 있으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스카이데일리
 
주민들이 우려하는 것은 악취뿐이 아니었다. 상당수 주민들이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에 대해서도 우려감을 나타냈다. 앞서 KCC공장은 대기환경보전법 위반 사실이 드러나 환경부로부터 행정처분을 받은 전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3년 환경부는 강원도 내 4곳의 대기배출사업장을 상대로 운영 실태 점검을 실시했다. 당시 KCC 문막공장은 대기오염물질인 염화수소(HCL)와 페놀 등을 공기에 희석시켜 배출하는 등 대기환경보전법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는 이 같은 위반 내용을 검찰에 고발했고 관할 지자체에는 행정처분 지침을 내렸다. 대기오염물질을 공기에 희석시켜 배출하면 관련법에 따라 조업정지 10일과 7년 이하의 징역, 1억원 이하의 벌금 등이 부과될 수 있다.
 
과거의 행태를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는 KCC공장 인근 주민들은 굴뚝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기를 지켜보면서 안심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자세한 점검을 하기 전까지는 연기의 성분을 정확히 알 수 없다는 사실에도 적지 않은 우려감을 나타냈다.
 
KCC공장 인근에서 거주하는 이연정(42·여·가명) 씨는 “배출기준에 충족하더라도 오염물질이 나오지 않으리란 법은 없지 않느냐”며 “우리 같은 인근 주민들은 매일 같이 이 연기를 마셔야 하니 걱정이 이 만 저 만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KCC측이 환경단체의 연기배출 관련 기록 공개를 거부한 사실이 밝혀져 사안은 우려를 넘어 의혹 수준으로까지 치닫고 있다.
 
김준영 원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KCC 측에 TMS기록을 요구한 적이 있었는데 거부당한 걸로 알고 있다”며 “당시 특별한 이유 없이 공개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TMS’란 오염물질 배출시설에서 나오는 연기에 오염물질이 섞여 있는지 관공서나 기타 위탁업체가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이다.
 
이에 대해 KCC 관계자는 “4년 전 환경부에 적발 된 이후 많이 개선했으며, 현재는 기준치 보다 30% 더 낮게 저감을 하고 있는 상태다”며 “앞으로도 꾸준히 설비를 개선해 인근 주민분들이 걱정하시지 않도록 더욱 신경 쓸 방침이고, 굴뚝도 4개에서 2개로 축소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환경관련 학계 한 관계자는 “KCC 측에서는 안심하라는 말만 되풀이하지만 악취가 나고 또 굴뚝에서 끊임없이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주민들에게 크나 큰 스트레스가 될 수 있어 향후 정신적인 피해보상 문제로까지 갈 법한 사안이다”며 “다른 공장들과 달리 유독 KCC공장에 대해서만 이 같은 민원이 제기된다면 회사 내부에서도 심각한 고민을 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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