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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현장진단]-2030세대 소비문화 부작용 실태
청년정신 좀먹는 ‘공포의 독버섯’ 한탕주의 YOLO
어렵다·힘들다 핑계 앞세워 무분별한 소비 만연, 국가미래 존폐기로
하보연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7-06-16 15:05:50
청년들은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가장 우울한 세대로 꼽힌다. 지난달 20세부터 29세 청년실업률은 9.6%를 기록했다. 구직단념자·취업준비생 등을 포함한 실질 실업률은 22.9%에 달한다. 10명 중 2명이 실업자다. 금전적 부담이 자연스럽게 뒤따랐다. 청년들은 기성세대들이 당연시 했을 것들을 하나하나 포기하기 시작한다. 연애를 포기했고 자연스레 결혼과 출산의 꿈을 접었다. 나아가 인간관계를 포기했으며 내집마련은 기대조차 안하게 됐다. 이른바 ‘5포현상’이다. 오늘을 포기한 이들에게 미래는 사치였다. 자연히 계획적인 미래 대신 ‘인생은 한 번 뿐이다’는 뜻의 욜로(YOLO·You only live once)가 사회적 현상으로 대두됐다. 인생 한번 뿐이니 오늘을 위해 살라는 의미였다. 소비 트렌드도 변했다. 미래가 없는 이들에게 ‘절약·아끼다’는 의미는 없었다. 나를 위한 소비가 높아졌다. 홧김에 돈을 쓴다는 속칭 ‘시발비용’이라는 욕설 섞인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방만한 소비행태가 마치 오늘날을 사는 젊은이의 특권처럼 비춰지면서 일각에서는 우려까지 제기되는 실정이다. 스카이데일리가 무기력한 세대들의 세태를 조명했다.


 ▲ 2030세대들의 소비문화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날로 커지고 있다. 오롯이 ‘자기 자신’과 ‘오늘’만을 위해 소비하고 생활한다는 ‘욜로라이프’와 홧김에 가진 돈을 몽땅 털어 넣는 ‘시발비용’ 등은 사회적인 병폐 현상이나 다름 없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스킨스쿠버를 즐기는 젊은이들(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계없음) ⓒ스카이데일리

#1. 직장인 김승준(28·가명·남) 씨는 평소 즐겨찾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욜로족’이란 말을 접하게 됐다. ‘욜로(YOLO)’란 ‘인생 한번 뿐이다’는 뜻을 지닌 ‘You only live once’의 앞 글자를 딴 단어다. 오늘을 위해 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김 씨는 불확실한 미래를 기대하기보다 오늘을 즐기는 것, 꿈만 꾸지 않고 곧바로 실행하는 것, 즐거운 인생을 영위하는 것을 지향한다는 욜로족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하고 싶은 것, 사고 싶은 것을 쫓기 시작했다. 지출이 눈덩이처럼 커져버린 김 씨의 지갑에는 어느새 세 장의 신용카드가 자리했다.
 
1년여가 흐른 뒤, 김 씨는 20대 나이에 2000만원의 카드빚을 지게 됐다. 교제 중인 연인에게 만큼은 이 사실을 숨기고 싶었던 김 씨는 우선 당장의 빚 독촉을 해결하고자 금융기관 대환대출(앞선 대출금·연체금 등을 금융기관 대출금으로 갚는 제도)을 신청하게 됐다.
 
#2. 홈쇼핑 콜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는 비정규직 서현재(23·가명·여) 씨는 매일 쌓여가는 스트레스가 이만 저만이 아니다. 특히 콜센터에 걸려오는 상담전화들 중 억지를 부리고 욕설을 내뱉는 고객들을 응대하느라 쌓인 스트레스였다.
 
이들에게 온 종일 시달린 서 씨는 홧김에 돈을 쓰는 빈도가 높아졌다. 홧김에 돈을 쓴다는 속칭 ‘시발비용’의 지출이 크게 늘게 된 것이다. 고객들과의 통화 중 멸시를 받았다고 느낀 서 씨는 기분전환 차 값비싼 목걸이·반지 등 귀금속 장신구들을 구입하기 시작했다.
 
월급으로 충당이 안 될 땐 신용카드 할부로 구매했다. 하지만 이 같은 지속적인 소비성향으로 인해 카드 값이 월급을 앞지르게 됐다. 결국 카드 값에 허덕였던 그녀는 최근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해 급한 불부터 끄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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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위해 그리고 나를 위해 ‘욜로(YOLO)족’…한순간에 ‘골로족’ 될까 우려
  

 ▲ 욜로족은 미래를 위한 저축보다 당장의 즐거움을 위한 쇼핑·여행·혼술·취미생활 등에 돈을 투자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본인이 버는 금액보다 과도한 지출을 일삼는데 있다. 젊은 나이에 빚더미에 오른 사례까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사진은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진열된 음향기기 ⓒ스카이데일리
 
나를 위한 소비가 20~30대 젊은층, 소위 2030세대라 불리는 이들을 중심으로 유행처럼 번져지면서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내일은 없다’는 신조 아래 본인의 지불능력보다 과한 지출로 인해 빚의 수렁에 빠지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미래 세대의 주역인 청년들이 내일이 없는 삶을 살고 있는데 대해서는 국가의 존폐를 위협할 만한 심각한 사안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욜로족’은 내 집을 마련하고 노후를 위해 저축을 했던 기성세대들과 다른 소비양상을 지향한다. 당장의 삶의 질을 높여줄 취미생활·자기계발 등에 아낌없이 돈을 소비한다. 단순히 물욕을 채우는 충동구매를 넘어 오래도록 꿈꿔왔던 이상을 실현한다. 가령 망설였던 해외여행을 감행한다거나, 당장 갖고 싶은 물건을 구매하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최근 1인가구의 증가는 이 같은 소비문화가 확산되는데 결정적인 것으로 평가됐다. 스스로를 독신주의자로 부르는 황지연(32·여) 씨는 “결혼에 들어가는 자금을 모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저금 대신 나를 위해 옷, 가방, 생활용품을 사면서 만족하고 있다”며 “어차피 한 푼 두 푼 모아봐야 큰돈이 모일 것이라곤 생각을 안 하기 때문에 욜로 라이프로 사는 것에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름의 철학을 갖고 소비하는 욜로족의 문제는 바로 ‘돈’ 이다. 당장의 행복을 위해 지출하다보니 저축대신 소비하는 습관이 자리 잡게 됐고, 이는 무분별한 과소비로 이어져 각종 부작용을 초래하기 시작했다.
 
특히 신용카드를 발급받은 사회초년생들의 경우 빚을 지면서까지 당장의 행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을 일컬어 ‘골로족’이라 부른다. 골로족이란 ‘욜로를 즐기다 골로 간다(죽는다)’는 의미를 지닌 신조어다. 무분별한 과소비적 행태를 지적한 단어다.
 
이슬(여·25) 씨는 해외여행을 떠나기 위해 카드 한도를 기존 15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늘렸다가 매달 카드빚에 허덕이고 있다. 그녀의 급여는 세금을 제하고 135만원 수준이지만 “한 번 사는 인생 가고 싶은 데나 실컷 가보자”는 그릇된 마음에 카드한도를 늘려 항공권과 숙박예약까지 서슴지 않았다.
 
이 씨는 “여행까지는 좋았으나 다녀온 후 월급은 카드 값으로 다 빠져나가고 그마저도 다 갚지 못해 연체가 이어졌다”며 “결국 고금리의 카드론(장기카드대출)을 신청해 카드 값을 낸 후 대출 원금·이자를 계속 갚아가는 중이다”고 털어놨다.
 
 
 ▲ 스카이데일리 취재 결과, 욜로족 중에는 빚을 지면서 해외여행을 떠나는 이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들은 당장의 즐거움을 추구한 대가는 컸다고 입을 모았다. 월급을 넘는 카드 값에 허덕이다 또 다른 대출상품으로 빚을 갚았다며 후회하는 모습을 보이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사진은 필리핀 보라카이 화이트비치 ⓒ스카이데일리
 
욜로라이프를 추구했다는 오희선(31·가명) 씨는 “매월 250여만원의 월급을 받고 있는 가운데 나를 위한 선물 개념으로 명품백을 구입하기 시작했다”며 “월에 한 번 가량 구매하던 것이 두 번, 세 번으로 늘어나더니 신용카드 대금이 쌓여갔고 결국 여기저기 손을 벌리고 나서야 겨우 다 갚을 수 있었다”고 귀띔했다.
 
이어 그는 “처음에는 은행에 저금해봤자 이자가 몇 만원도 채 되지 않아 모아서 뭐 하나 하는 생각으로 욜로라이프를 실현했다”며 “하지만 이제 빚더미에 내몰리다보니 너무 고민 없이 살았나 싶어 후회가 된다”고 말했다.
 
홧김에 소비하는 ‘시발비용’…수입보다 지출 많아지면 악순환
 
욜로족과 함께 2030세대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시발비용’ 역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단어 자체에 비속어가 섞여있어 최근에는 ‘홧김비용’이라고도 불린다. 이는 엄밀히 말해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면 굳이 쓰지 않아도 됐을 비용을 일컫는다.
 
가령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 하던 직장인이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를 받은 후 퇴근길에 ‘내가 힘들게 돈 벌어서 택시 한 번 못타나’는 심리로 택시를 잡는 행위도 ‘시발비용’의 한 사례다. 돈을 아끼려 참아왔던 치킨·피자 등을 시키는 것도 마찬가지다.
 
한성구(26·남) 씨는 야구배팅장에서 홧김비용을 지불한다. 그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게임 당 1000원 하는 야구배팅장에서 꼬박꼬박 소비하곤 한다”며 “적은 비용이지만 쌓인 스트레스를 날리기엔 제격이다”고 말했다.
 
 ▲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홧김에 소비하는 ‘시발비용’은 때때로 과소비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시발비용을 소비하면 일시적인 스트레스 해소에는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과소비로 이어져 경제적 부담을 떠안게 된다면 더 큰 스트레스에 직면할 수 있다. 사진은 시발비용으로 구입한 쇼핑 상품 ⓒ스카이데일리
 
송재정(21·여) 씨는 “아르바이트가 끝난 후 인형뽑기방이나 코인노래방에서 주로 현금을 소진하곤 한다”며 “내가 번 돈 내가 쓰겠다는 마음으로 홧김에 소비하는 돈이라 그런지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전했다.
 
한 씨나 송 씨의 사례는 적은 돈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시발비용의 긍정적인 사례들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시발비용을 소비하는 사람들 중 욜로족과 마찬가지로 과소비에 빠져 막대한 경제적 부담을 떠안게 된 이들도 적지 않다. 이들은 경제적 부담이 더 큰 스트레스로 다가온다고 토로한다.
 
디자인 회사에서 근무 중인 김선아(25·여) 씨는 “디자인 회사는 박봉이지만, 매달 야근과 주말 근무를 종용당해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보통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많이 사먹는 편인데 퇴근 후 홧김에 시발비용이나 써 보잔 생각으로 소고기, 호텔 뷔페, 스테이크 등 고가 음식들을 주로 찾는다”고 말했다.
 
이어 “일시적으론 스트레스가 해소되지만 신용카드를 긁다 보니 매달 고지서 때문에 또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내가 왜 이렇게 허덕이면서 살아가야 하나 싶어서 또 시발비용이 발생하고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젊은층을 중심으로 욜로족, 시발시용 등의 신조어가 생겨나고 이를 이해하는 세태에 대해 한 심리 전문가는 “장기불황 시대에 떠오른 욜로는 겉으로 보기에 현재를 소중히 여기는 자세로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미래가 보이지 않는 어두운 우리 사회의 씁쓸한 자화상이라고도 볼 수 있다”며 “현재 2030 세대들 사이에서는 전반적으로 아무리 아끼고 모아도 부모님 세대만큼 성공할 수 없다는 인식이 팽배해져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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