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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진단]-특정기업 제품 불매운동 논란
정치성향 짙은 보복성 불매협박 ‘현대판 마녀사냥’
새정부 출범 후 특정기업 죽이기 과열…“피해 심각, 법적 제재장치 시급”
서예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7-06-27 16:20:03
최근 ‘불매운동’이라는 단어가 유독 빈번하게 들려온다. 수년 전 남양유업 본사 측이 대리점에 대해 ‘갑(甲)의 횡포’를 일삼은 사실이 밝혀지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 자발적으로 해당 기업 제품의 불매운동이 불거져 나왔었다. 가장 최근에는 ‘호식이 두 마리 치킨’의 최호식 회장이 성추문 사건에 연관되자 “해당 업체 치킨을 사 먹지 말자”는 여론이 들끓기도 했다. ‘불매운동’의 사전적 의미는 ‘노동조합 그 밖의 근로자단체의 통제 아래 사용자 또는 그와 거래 관계가 있는 자의 상품이나 서비스의 구입을 거부하는 쟁의행위’다. 조직적으로 벌어지는 제품 구입 거부 행위와 같은 맥락이다. 통상적으로 불매운동은 해당 기업이 사회 구성원 전체의 이익에 반하거나 혹은 도덕적으로 심각한 결함이 있는 등 어떤 결정적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 하지만 최근 전혀 다른 원인에 의한 불매운동이 불거져 나와 사회적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바로 정치적 보복에 의한 불매운동이다.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 지난 박근혜정부와 연관돼 있거나 촛불집회를 비판했던 기업 제품에 대해 불매운동을 실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대두되고 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정치적 판단에 따라 한 기업의 존폐와 직결된 불매운동을 선동하는 행위는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정치적 보복 성격을 지닌 불매운동의 문제점에 대해 짚어봤다.

 ▲ ‘불매운동’은 어떤 원인에 의해 소비자층들이 특정 기업 제품의 구매를 거부하는 행위를 말한다. 하지만 최근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정치적 보복 성격이 짙은 불매운동이 불거져 나와 사회적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소재 한 대형마트(기사의 내용과 관련 없음) ⓒ스카이데일리

최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정치적 보복 성격의 불매운동 선동 행위가 빈번히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새정부 출범 후 지난 박근혜정부와 연관돼 있거나 촛불집회를 비판했던 기업의 목록을 작성해 제품 불매운동을 벌이는 행위가 비일비재해 사회적인 문제로까지 확산되는 분위기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기업 자체의 문제가 아닌 정치적인 이유로 제품 불매활동을 벌이는 것은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심할 경우 사회분열로 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스카이데일리가 만난 대다수의 소비자들 역시 ‘다소 과하다’는 반응을 내비쳤다.
 
정치 성향 앞세운 기업 죽이기 만연…“마녀사냥식 불매운동 문제 심각”
 
27일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불매운동’의 정의는 소비자층이 특정 목적을 관철하기 위해 특정 상품의 구매를 거부하는 행위다. 지난 몇 년간 남양유업, 옥시 등 해당 기업이 상식에 반하는 행보를 보였거나 혹은 도덕적으로 하지 말아야 할 행위를 했을 때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불매운동을 벌이는 일이 간혹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기존과는 전혀 다른 성격의 불매운동이 불거져 나와 사회적 문제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정치적 보복 성격을 띤 마녀사냥식의 불매운동이 그것이다. 현재 불매운동 대상 기업 명단과 그 이유가 적인 게시물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명단 속 기업은 삼성, 농심, 팔도, 굽네치킨, 천호식품, 제너시스BBQ, 티켓몬스터 등이다.
 
이들 기업이 명단에 오른 이유 대부분은 ‘보수적 성향에 대한 반감’ 성격이 짙은 것으로 펑가됐다. 우선 삼성의 경우는 ‘최순실 게이트’에 연관됐다는 게 이유로 꼽혔다. 천호식품 같은 경우는 김영식 대표가 촛불집회에 대해 “뉴스 보기가 싫어졌다. 촛불시위 데모 등 옛날이야기 파헤치는 언론들 왜 이런지 모르겠다. 국정이 흔들리면 나라가 위험해진다”며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과 언론을 비방했다는 게 이유였다.
 
 ▲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돌고 있는 불매 기업 리스트를 살펴보면 삼성, 농심, 팔도, 굽네치킨, 천호식품, BBQ, 티켓몬스터 등이 있다. 사진은 온라인상에서 떠돌고 있는 불매운동 기업 리스트 [사진=트위터, 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농심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법률고문으로 근무했던 사실이 알려지며 불매운동 리스트에 들어갔다. 김 전 실장은 2015년 2월 청와대 비서실장을 사임한 후 지난해 9월부터 농심 비상임 법률고문을 맡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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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도(한국야쿠르트)는 회장이 5·16재단에 후원했다는 이유로, 티켓몬스터는 신현성 대표의 조부가 박정희 대통령 정권 시절 중앙정보부장을 지냈던 신직수 씨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각각 불매운동 리스트에 포함됐다. 굽네치킨은 홍철호 바른정당 의원이 사주라는 이유로, 제너시스BBQ는 오너가 태극기집회 주도단체 회장이라는 이유로 각각 명단에 등재됐다.
 
“도대체 불매를 왜…국민도 모르는 불매운동, 법적인 제재장치 필요”
 
스카이데일리 취재 결과, 온라인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이들 리스트에 대한 대다수 시민들의 반응은 냉담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개인의 성향을 무시한 안하무인격 태도라는 지적이 주를 이뤘다. 일각에서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인민재판’이라는 비판도 상당했다.
 
서울 마포구의 한 마트에서 만난 최영민(43·남) 씨는 일부 네티즌들의 불매운동에 대해 “옥시 같은 경우는 나도 안 쓰고 있지만 티켓몬스터 같은 경우는 좀 과도하다”며 “대표의 할아버지가 중앙정보부장이었단 이유로 불매운동을 하는 것은 연좌제와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채윤희(32·여·가명) 씨는 “남양유업 갑질사태 등의 사건이 터졌을 땐 신경 써서 제품을 골랐는데 정치적 이유로 불매운동 하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다”며 “불매운동이 아무리 소비자 권리라지만 이런 식으로 화풀이 성격의 불매운동은 정말 아닌 것 같다”고 비판했다.
 
 ▲ 온라인상에서 특정 정치 세력을 중심으로 몇몇 기업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확산되고 있지만 일반 국민들은 무관심하거나 이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사진은 대형마트 매대에 진열된 팔도·농심 라면 제품 ⓒ스카이데일리

서울 영등포구의 한 마트에서 장을 보던 양수정(29·여) 씨는 해당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 사안 자체를 처음 접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해당 내용에 대해 설명하자 양 씨는 “그런 이유로 불매까지 한단 말인가”라며 허를 내두르기도 했다.
 
조유진(34·여) 씨는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경우 불매운동의 이유가 된다고 생각하지만 특정 정당에 속한 사람이 운영해서, 혹은 어떤 사람을 고문으로 앉혀서 등이 사회적으로 비판 받을 만한 일인지 잘 모르겠다”며 “아예 신경 안 쓰는 편이 낫겠다”고 강조했다.
 
홍종민(27·남) 씨는 “불매운동도 국민이 목소리를 내는 방법이라지만 이런 이유로도 불매운동을 할 줄은 몰랐다”며 “불매운동이 아니라 특정기업 죽이기, 혹은 화풀이로 변질된 것 같다”고 밝혔다.
 
경제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불매운동은 기업 입장에선 가장 큰 치명타다”며 “이들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이 얼마나 확산되고 지속될지는 알 수 없지만 장기적으로 기업 이미지에 타격을 입힐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어 그는 “소비자들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한 단체적인 움직임 중 하나를 불매운동이라 볼 수 있으나 타당한 이유 없이는 절대 해선 안되는 행위다”며 “해당 기업들이 더욱 큰 피해를 입기 전에 이들 활동에 대한 법적인 제재장치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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