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국내 최초 원양어선 ‘지남호’가 출항한 지 60주년 되는 해다. 원양업은 가정의 식탁에 변화를 줬다. 오징어·명태 등의 수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했다. 참치의 경우 1960~70년대부터 효자 수출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1980년대는 통조림 기술이 성장함에 따라 참치가 대중화되기도 했다. 원양업을 통한 식탁의 변화를 주도한 기업은 동원그룹과 사조그룹이었다. 두 업체는 원양업과 참치통조림 제조·판매 등을 토대로 종합식품기업으로 발돋움 했다. 적극적인 M&A를 통해 수조원대 매출액을 실현하는 거대기업으로 성장했다. 현재 비슷한 사업구조와 성장환경을 거친 두 기업은 비슷한 조건을 지닌 후계경영인이 등장한 상태다. 차기 총수 낙점이 기정사실화됐다는 평가를 받는 두 사람은 비슷한 연령대지만 각기 다른 모습을 보여 관련업계 안팎의 이목을 끌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원양업계 양대산맥으로 불리는 동원그룹·사조그룹의 두 후계 경영인의 행보와 이에 대한 주변의 반응 등에 대해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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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원그룹과 사조그룹을 이끌어 갈 후계자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김정남 동원그룹 부회장과 주지홍 사조해표 상무에 대한 평판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동원그룹과 사조그룹은 원양업을 기반으로 성장해 현재 수조원대에 달하는 매출을 기록하는 종합식품기업으로 성장했다. 사진은 동원그룹 본사(왼쪽), 사조그룹 본사 ⓒ스카이데일리
우리나라 원양업계 양대산맥으로 불리는 동원그룹·사조그룹 후계자들에 대한 평판이 엇갈리는 분위기다. 동원그룹 김남정 부회장은 부친을 도와 후계자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는 호평을 받은 반면 사조해표 주지홍 상무는 부친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 그늘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는 혹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8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이 같은 평가는 김남정 부회장과 주지홍 상무의 그룹 내 역할 차이에서 기인했다. 김 부회장이 지난 2013년 부회장으로 승진한 뒤 대형 인수합병을 주도하는 등 그룹경영 전면에 나선 반면 주 상무의 그룹 내 역할은 상대적으로 미미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앞서 두 사람은 동종업계를 주름잡는 두 주축기업의 후계자인데다 나이도 비슷해 줄곧 비교 평가돼 왔다. 1973년생인 김 부회장은 올해 44세다. 주 상무는 1977년생으로 올해 나이 40세다. 동원그룹과 사조그룹 역시 꾸준히 비교대상이 돼 왔다. 현재 기업규모나 주력사업인 원양업 부문(시장점유율)에서는 동원그룹이 사조그룹 보다 앞서있다.
“장남(김정구)은 금융 차남(김남정)은 식품”…참치로 번 돈 공격적 M&A 사세확장
식품업계 등에 따르면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은 경영 승계 과정에서 장·차남에게 그룹의 양대 사업을 나눠서 맡기는 방식을 택했다. 장남 김정구 한국투자금융 회장에게는 금융 사업을, 차남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에 식품사업을 각각 승계하는 방식이었다.
차남 김 부회장은 지난 1996년 입사해 영업부·마케팅·기획실 등을 거쳐 동원시스템즈 경영지원실장, 동원엔터프라이즈 상무·부사장 등을 거치며 20년 가까이 경영수업을 받았다. 이 같은 실무경험을 바탕으로 부회장 승진 후부터 공격적인 경영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 자료: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2017년 3월 말 기준) [도표=최은숙] ⓒ스카이데일리
특히 M&A(기업인수)를 바탕으로 한 사세확장에서 발군의 능력을 보였다. 부회장에 취임했던 2014년 산업용특수필름 제조·판매업체 한진피앤씨를 350억원에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유리병을 제조업체 태크팩솔루션(2500억원), 참치캔 제조업체 탈로파시스템즈(300억원) 등을 차례로 사들였다.
이듬해에는 베트남 포장재 기업 TTP(탄티엔패키징), MVP(미잉비에트패키징) 등을 각각 890억원과 250억원에 매입했다. 450억원을 들여 축산물 유통기업 금천을 사들이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온라인 신선 간편식 1위 유통업체인 더반찬을 300억원에 인수했으며, 올해 3월에는 두산생물자원을 353억원에 사들였다. 취임 이후 M&A에만 무려 5000억원에 육박한 셈이다.
적극적인 M&A는 실적향상으로 이어졌다. 동원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위치한 동원엔터프라이즈의 실적은 김 부회장이 경영전면에 나선 이후부터 줄곧 상승세를 기록했다.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동원엔터프라이즈의 매출액은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각각 3조6381억원, 4조1543억원, 4조6831억원 등을 기록했다.
또 △2014년 영업이익 2003억원, 순이익 1163억원 △2015년 매출액 영업이익 2424억원, 순이익 1043억원 △지난해 영업이익 3867억원, 순이익 2311억원 등을 기록하며 견고한 실적을 유지 중이다.
불미스러운 사고로 인한 후계구도 변화…꼼수승계·실적부진·영향력미비 ‘3중고’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사조그룹 역시 최근 연이은 M&A를 통해 종합식품기업 외형 갖추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2006년 대림수산을, 2007년 오양수산을 각각 인수해 사조대림과 사조오양 등으로 키우는 등 M&A를 통한 성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평가다.
두 업체를 인수한 뒤부터 사조그룹은 2010년 ‘옹가네’로 유명한 대경식품 장류사업 부문을 32억원에 인수했다. 지난 2013년에는 409억원을 들여 국내 최대 오리가공업체 화인코리아를 인수하며 계육사업에 진출했다. 지난해에는 각 계열사들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1000억원 가량을 들여 한국제분을 인수하기도 했다.
특히 화인코리아의 경우 각종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까지 끝끝내 인수에 성공하는 모습을 보였다. 경영난을 겪던 화인코리아의 담보채권을 매입해 기업회생 인가를 가로막아 헐값에 인수하려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경실련 등 관련단체에서는 “편법적 M&A를 중단하라”는 권고까지 나왔으나 사조그룹은 끝내 태도를 바꾸지 않았다.
▲ 자료: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2017년 3월 말 기준) ⓒ스카이데일리
주목되는 사실은 사조그룹의 M&A를 주도한 주체다. 동원그룹의 경우 후계자가 직접 주도했지만 사조그룹은 현 경영인인 주진우 회장을 필두로 M&A가 단행됐다. 주지홍 상무의 역할은 미약했다는 게 관련업계의 중론이다.
관련업계 안팎에서는 이에 대해 갑작스럽게 후계자로 발탁된 점을 이유로 꼽았다. 당초 2014년 유력한 후계자로 점쳐지던 주 상무의 동생 고 주제홍 이사가 러시아 출장 중 불의의 사고를 당해 사망했다. 주 상무는 동생의 빈자리를 메우는 동시에 그룹의 유일한 후계자로 자리매김했다.
동생이 유명을 달리한 2014년 주지홍 상무는 사조시스템즈의 지분을 상속받으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앞서 사조그룹은 사조산업을 중심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지배구조를 갖췄었으나 현재는 ‘주지홍 상무→사조시스템즈→사조산업→각 계열사’ 등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로 바뀐 상태다.
이 과정에서 ‘꼼수 승계’ 논란도 불거져 나왔다. 주지홍 상무가 39.7%(2016년 말 기준)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사조시스템즈는 사실상 주 상무의 개인회사나 다름없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이 기업은 그동안 그룹 계열사들과의 내부거래를 통해 차곡차곡 곳간을 채웠고, 급기야 그룹 지배구조 최정점에 올라섰다. 이 때문에 경영 승계를 위해 오너 개인기업을 동원했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오너 개인기업 격인 사조시스템즈의 성장이 배가되는 동안 주력계열사 사조산업 실적은 하락세를 보였다. 지난 2014년 1조3050억원에 달했던 사조산업 매출규모는 2015년 9052억원을 기록하며 ‘1조원선’이 붕괴됐으며 지난해에도 7021억원에 그쳤다. 사조그룹 안팎에서 “총수가 외형확장·후계에만 신경을 쓰느라 본업을 등한시 하는 것 아니냐”는 자조섞인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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