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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진단]-학원휴일휴무제 논란
부실한 학교수업 지친 아이들 ‘빨간날 공부할래요’
신체·정신적 여유 있는 주말 선호 분위기 팽배…“사회적 공감대 먼저”
정유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7-07-05 16:10:03
지난 3월 교육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초·중·고교 사교육비 조사’를 보면 지난해 기준 초·중·고 학생 가운데 사교육을 받는 비율은 10명 중 6.7명이었다. 절반이 넘는 청소년들이 아직 사교육에 의존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새 정부 들어 교육계는 학원 문을 닫으면 사교육이 약화될 것이라는 관점을 기반으로 ‘학원휴일휴무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이에 일부 교육자들은 또 다시 임시변통식 방침을 내세운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최근 논란의 도마에 오른 학원휴일휴무제와 관련해 학생들과 학부모, 학원 선생님 등을 취재했다.

 ▲ 학원휴일휴무제는 학원도 국가가 지정한 휴무일에 운영을 금지해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지나친 입시 경쟁으로 인한 사교육의 폐해를 해결하고자 나온 방침이다. 하지만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 무조건 학원 문을 닫는다고 해서 사교육 열기가 꺾이는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 팽배해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 사진은 대치동 학원가 전경 ⓒ스카이데일리
 
지난 5월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구성원들이 ‘학원휴일휴무제’ 입법 추진을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학원휴일휴무제’란 학원도 일요일 등 법정공휴일에 의무적으로 쉬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학원휴일휴무제’ 도입 대상은 유치원·초등부 학원이지만 점차적으로 중·고등부 학원까지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 제도는 논의 단계부터 학생과 학부모들의 거센 저항에 부딪혀 도입까지 상당한 우여곡절을 겪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학생들의 지나친 학습량을 줄이고 사교육비 안정화를 위해 추진됐지만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교육 전문가들과 학부모, 학생 등은 “단순히 학원 문을 닫는 것은 ‘아랫돌 빼서 윗돌 괴고,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부정적 견해를 보이고 있다. 한 전문가는 “학원의 연중무휴 운영은 공교육의 부실로 인해 발생하는 학습공백을 채워주기 위한 것일 뿐이다”며 “사교육 열기를 잠재우려면 공교육의 문제부터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학원 관계자 “평일 비효율적 학교 수업에 지친 학생들이 주말 수업 요청”
 
스카이데일리는 학원휴일휴무제 도입에 따른 학생들과 일선 학원들의 반응을 들어보기 위해 직접 서울 시내 유명 학원가를 찾았다. 우선 대한민국 교육 1번지로 불리는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를 찾았다. 초·중·고 학생들이 한창 학원에서 수업 중인 오후 8시의 대치동 거리는 조용했다. 학원 간판이 즐비한 창문 사이로 불빛이 새어 나온 것을 보고 학원들이 한창 수업 중임을 알 수 있었다.
 
수업이 몇 시까지 진행되는지 등을 알아보기 위해 몇 군데의 학원을 방문했다. P수학학원 상담사는 “현재는 시험 기간이어서 자정까지 교실을 개방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평상시에는 저녁 10시면 수업을 모두 마친다”며 “특히 고등학생들은 학교 야간 자율학습 때문에 평일에 수업이 어려워 주말까지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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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학원들의 사정도 비슷했다. 대치동과 중계동 소재 수학학원 2곳과 영어학원 3곳, 대형 종합학원 3곳 등을 방문해 확인해 본 결과, 수업은 모두 11시 안에 종료됐다. 주말반도 마찬가지였다. 자율학습은 최대 오전 12시 30분까지 진행됐다.
 
이들 학원의 관계자들은 공통적으로 일요일 등 휴무일에 학원을 운영하는 것은 학원의 의지와는 거리가 멀다고 입을 모았다. 평일 비효율적인 학교 교육에 체력을 소진한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주말 수업을 원한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답변이었다.
 
 
 ▲ 서울시내 주요 학원가의 학원 관계자들에 따르면 주말에 학원을 운영하는 결정적 이유는 학생들이 원하기 때문이다. 학교 교육에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주말을 이용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사진은 대치동 소재의 한 학원 내부 모습(사진 위쪽) 및 중계동 학원가 ⓒ스카이데일리
 
실제로 학생들은 평일 보다 주말을 활용해 학원 가는 것을 선호했다. 대치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홍소현(18·여) 학생은 학원휴일휴무제에 대해 “평일에 학원까지 가면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그는 “평일에는 학교에서 보충수업부터 자율학습까지 하는데 끝나고 또 학원에 가는 건 너무 피곤한 일이다”며 “차라리 주말에 학원에서 공부하는 게 낫고 다들 그렇게 한다”고 전했다
 
하계동에 위치한 혜성여자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유지혜(17·여) 학생도 주말에 학원을 가는 것을 선호했다. 그는 “어차피 수능 전까지 매일 학원은 다녀야 하기 때문에 효율성 측면에서 평일 보다 주말에 가는 것이 낫다고 본다”며 “주말에 수업을 원치 않으면 안가면 될 일이지 억지로 막는 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학부모들도 학원들과 학생들이 알아서 할 일이지 정부가 나서서 규제까지 할 필요가 있냐는 반응을 보였다. 노원구 중계동 학원가에서 만난 학부모 김정연(43·여) 씨는 “아이가 다니는 학원은 휴일에 특별한 시험기간이 겹치지 않는 한 운영하지 않는다”며 “내신 대비 기간과 같이 필요할 때는 주말에 나가 공부를 하곤 하는데, 굳이 강제적으로 휴무일 운영을 금지시킬 필요가 있나 싶다”고 강조했다.
 
중계동의 한 종합학원 앞에서 만난 학부모 이지연(38·여) 씨도 “이미 너무 과열돼 버린 교육 시장에서 갑자기 주말에 공부하지 말라고 한다고 안 하겠느냐”며 “오히려 부잣집 아이들은 개인 과외 시키면 되니까 문제가 없겠지만 학원에서 모자란 부분을 채우려는 중산층 아이들은 오히려 피해를 입게 된다”고 말했다.
 
학원업계 “학생·학원 자율에 맡기고 사회적 공감대 먼저 얻어야”
 
중계동 소재 B영어학원 김모(33) 원장은 “공휴일 휴무는 학원이나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실시하도록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신 대비나 전국 시험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주말에 시간을 써도 모자란다”며 “그동안 학원과 학생들은 상황에 맞게 학습 시간을 효율적으로 조정해 왔다”고 말했다.
 
대치동 N수학학원에서 중·고등학생을 가르치고 있는 정모(29) 강사는 “대부분 계약직인 학원교사들도 휴무일이 되면 쉬고 싶어한다”며 “그런데도 주말에 나와 학생을 가르치는 이유는 학생들이 주말에 공부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심지어 보충수업을 요구할 때도 있다”고 덧붙였다.
 
전국 학원들의 모임인 학원총연합회도 학원휴무일제도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 박표진 학원총연합회 사무총장은 “학원휴일휴무제 시행은 오히려 전국 약 8만5000개 학원의 생존권 및 학원장, 학원강사, 학원차량 운전기사, 인쇄소 등 관계 업체의 바람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 자료: 통계청 ⓒ스카이데일리
 
이어 “현 입시제도가 유지되고 대학 서열이 사회생활에 까지 영향을 미치는 지금의 현실상 학원 등 운영을 강제 제한해도 인터넷 강의(EBS)나 개인과외 등 다른 방법으로 교육이 이뤄지므로 사교육 규제와는 거리가 먼 제도다”고 주장했다.
 
박 사무총장은 “학원휴무일제가 도입되면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게 돼 문재인 정부가 사활을 걸고 있는 일자리 창출 정책과도 모순된다”며 “일방적인 시행보다 충분한 사회적 공감대를 마련하고 입법부, 정부, 타 시·도교육청 입장을 검토해 결정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지난 2014년 학원 교습시간이 밤 10시로 제한된 경기·대구·광주 지역 초·중·고생 및 학부모 1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사교육 관련 국민의식’ 조사에 따르면 ‘교습시간 제한으로 여가·휴식이 확보됐는가’란 질문에 학부모 78.2%, 학생 56.2% 등이 각각 효과가 없다고 답변했다.
 
박 사무총장에 따르면 일각에서는 학원휴일휴무제가 오히려 사교육비 부담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사교육비 경감은 서민가계 안정화와도 관련되지만 부유층 자녀들은 학원 대신 고액과외를 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사교육비뿐만 아니라 교육격차도 심화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과거 여러 통계를 통해 학원·교습소가 감소하면 개인과외교습자가 증가한 결과가 도출되기도 했다.
 
박 사무총장은 “정부는 ‘사교육은 나쁜 교육, 공교육은 좋은 교육’이라는 이분법적 시각을 갖고 무조건적인 규제만 펼치고 있다”며 “양질의 교육발전을 위해서 ‘교육소비자가 양질의 교육서비스를 저렴하게 제공받을 수 있는 교육정책 수립이 필요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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