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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진단]- 자사고·특목고 폐지 논란
백년대계 인재요람 철퇴, 학생·학부모 ‘집단 패닉’
文정부 공교육 정상화 ‘교육개혁’ 드라이브…국가 미래 경쟁력 약화 우려
김성욱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7-06-23 16:30:01
문재인정부가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자사고·특목고를 폐지하겠다는 정책을 내놓으면서 이를 둘러싼 공방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전국 자사고·특목고 중 40%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서울시교육청과 경기도교육청이 정부 정책에 동참하면서 학생·학부모들도 갑작스러운 교육 정책 변화에 혼선을 빚고 있는 모습이다. 더욱이 백년지대계라고 불리는 교육 정책을 추진함에 있어 일방통행식 강행을 고집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소통없는 갑작스러운 교육정책 변동이 자칫 교육정책 실패의 대명사로 알려진 ‘이해찬 세대’ 전철을 되풀이 할 수도 있다는 우려다. 이해찬 세대는 지난 2001년 11월 대입수능모의고사에서 수능평균점수가 크게 내려간 학력저하세대를 일컫는다. 당시 이해찬 교육부장관이 자율학습폐지, 0교시폐지, 보충수업폐지 등을 추진하고 특기가 하나라도 있으면 대학에 갈 수 있는 교육체계를 만들겠다고 공약한 결과다. 과도한 교육에서 학생들을 해방시키겠다는 취지는 좋았지만 갑작스런 정책변화는 결국 학력저하라는 부작용을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아야 했다. 스카이데일리가 자사고·특목고 폐지를 둘러싸고 불거지고 있는 학생과 학부모들의 반응 등을 직접 취재했다.

 ▲ 최근 정부가 고교 서열화 해소 및 사교육 열기 완화 등을 위해 자사고·특목고 폐지 움직임을 보이자 일선 교육 현장이 술렁이고 있다. 학생·학부모, 전문가들은 “자사고·특목고 폐지가 교육의 하향평준화로 이어지고 이는 곧 국가 미래 경쟁력 약화로 귀결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진은 자사고 폐지 반대 기자회견이 열렸던 이화여자고등학교 ⓒ스카이데일리

최근 자율형사립고등학교(이하·자사고)·특수목적고등학교(이하·특목고) 폐지 여부가 사회적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문재인정부가 고교 서열화 해소 및 사교육 열기를 완화하기 위해 자사고·특목고 폐지를 추진한다고 밝히자 사회 각계각층에서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23일 교육부에 따르면 정부는 △자사고·외고·국제고 등 법적 지위 삭제 △2019학년도부터 일반고 입시와 동시 실시 등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자사고·특목고를 폐지하고 일반고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서울시교육청과 경기도교육청 등을 비롯해 전체 17개 시·도별 교육청 중 8곳이 폐지에 찬성 입장을 밝힌 상황이다. 현재 서울시에서는 외교 6개교·자사고 23개교 등 총 29개교가 운영되고 있다. 경기도에서는 외교 8개교, 자사고 2개교 등 총 10개교가 존재한다. 이들 두 지역을 합하면 총 39개교로 전국 자사고·특목고 가운데 40%를 차지한다.
 
나머지 9곳의 교육청은 반대 또는 미정이라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이에 자사고·특목고 폐지 여부를 두고 학생·학부모들은 물론 일선 교육 현장이 혼선을 빚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자사고·특목고 진학을 준비 중이거나 현재 재학 중인 학생 및 학부모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높게 일고 있다.
 
특히 자사고·특목고 폐지가 크게는 국가 미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존폐 여부를 둘러싼 논란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자사고·특목고가 짧은 역사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사회 각계각층에 유수한 인재들을 배출하는 등 엘리트 교육의 당위성을 입증하고 있다는 게 주장의 근거로 제시됐다.
 
고교평준화·획일화 방지 목적 자사고·특목고, 국익 도움 인재 다수 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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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및 교육업계 등에 따르면 자사고는 고교 평준화와 획일화의 폐해를 막기 위해 △고교교육 다양화 추구 △교육 수월성 배려 등의 목적으로 지난 2001년 김대중정부 당시 도입됐다. 이후 자사고·특목고 출신 학생들의 명문대 진학률이 높아지자 초·중학생들과 학부모들 사이에서 이들 고교에 진학하기 위한 사교육 열풍이 불었다.
 
지난달 출범한 문재인정부는 초·중학생들의 사교육 열풍을 잠재우고 고교 서열화를 해소하기 위해 자사고·특목고를 폐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일반고 등 공교육 정상화를 도모하겠다는 복안에서다.
 
▲크게 보기 = 이미지 클릭/ [그래픽=정의섭] ⓒ스카이데일리
 
하지만 각 시·도별 교육청은 교육감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폐지에 대해 상반된 입장을 비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입시를 앞둔 학생과 학부모들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무성하다.
 
특히 불평등한 교육 문제를 해소한다는 정책 취지와 달리 정작 학생과 학부모들은 일제히 폐지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조차 자사고·특목고 폐지로 인한 우수 인재 유출과 지역 간 교육격차가 심화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내놓고 있다.
 
실제 자사고·특목고 출신 학생들은 사회 각계각층에 진출해 각 분야에서 크고 작은 족적을 남겼다. 덕분에 자사고·특목고는 엘리트 교육의 산실로 평가돼 왔다. 물론 일반고에서도 명사들이 다수 배출됐지만 자사고·특목고는 짧은 역사 속에서 다양한 분야의 명사들을 배출하고 있다는 점에서 존재의 필요성에 무게감이 더해졌다.
 
일례로 지난 1984년 3월 개교한 대원외국어고등학교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재계·법조계·언론계·연예계 등 사회 각계각층에 유수한 인재들을 배출했다. 대표적으로 채승석 애경개발 사장과 최문규 한신공영 상무,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설윤석 대한전선 부회장 등이 거론된다. 사법연수원 역사상 최초의 만점 수료자로 화제를 모은 바 있는 정현희 판사 또한 대원외고 졸업생이다.
 
지난 2012년 영국 명문 옥스퍼드대학교 학생 자치기구인 ‘옥스퍼드 유니언’ 회장에 오른 이승윤 씨도 대원외고 출신이다. 한국인이 옥스퍼드 유니언 회장에 뽑힌 것은 옥스퍼드대학교 800년의 역사 이래 최초다. 동양인으로서는 지난 1977년 베나지르 부토 파키스탄 전 총리에 이어 35년만이다.
 
엘리트 교육을 받은 국내 자사고·특목고 출신들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하며 국가 경쟁력 제고에 기여하고 있는 점이 부각되면서 자사고·특목고에서의 엘리트 교육에 대한 필요성과 당위성에 점차 힘이 실리고 있다.
 
뒤죽박죽 교육정책 혼란 가중…어린 초·중고교 학생들 ‘집단 패닉’
 
스카이데일리는 자사고·특목고 폐지 정책에 대한 학생 및 학부모들의 반응을 듣기 위해 서울 시내 중·고등학교와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일대 등을 직접 찾았다. 취재 결과, 상당수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자사고·특목고 폐지에 대해 향후 교육 획일화 및 하향 평준화를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스카이데일리가 만난 상당수의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자사고·특목고 폐지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은 갑작스런 교육 정책 변화가 과거 획일화된 교육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지적하며 공교육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일반고를 독려해 교육의 다양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대치동 학원가 일대 전경 ⓒ스카이데일리

지난 26일 이화여자고등학교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자사고학부모연합회의 자사고 폐지 반대 기자회견에서 만난 학부모 김주화(42·여) 씨는 “자사고는 애초에 아이들에게 다양한 교육의 기회를 주겠다는 취지로 설립한 것 아니냐”면서 “공교육의 정상화를 이유로 이를 폐지하겠다는 것은 과거의 획일화된 교육으로 돌아가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이어 “공교육을 살리려면 일반고를 독려하고 그들의 교육의 질을 높여야지 현재 잘하고 있는 자사고 등을 없애는 것은 교육의 하향평준화에 불과하다”며 “매번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정책이 바뀌니 입시 준비하는 학생들은 물론 뒷바라지 하는 부모들도 혼란을 겪으며 많이 어려워하고 있는 실정이다”고 토로했다.
 
학부모 금지혜(42·여) 씨는 “학생별 수준에 맞는 교육을 해야 더 발전적일 수 있는 것 아니냐”며 “획일화된 교육은 요즘 시대에 역행하는 처사다”고 강조했다. 이어 금 씨는 “대학교 서열이 존재하는 한 자사고·특목고가 없어져도 ‘어느 고등학교가 서울대를 많이 보냈냐’ 등의 고교 서열화는 없어지지 않고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서울 시내에서 만난 김영은(41·여) 씨는 중학생 자녀를 뒀다. 그는 “학부모들이 명문대 진학만을 위해 자사고·특목고를 고집하는 게 아니다”며 “자사고는 해외유학반 등 학생들이 원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여건이 잘 마련돼 있기 때문에 인기가 높은 것이다”고 설명했다.
 
현재 외고 입시를 준비하고 있다는 황새봄(15·여) 양은 “물론 외고가 좋은 대학교에 진학하기에 유리한 점 역시 한 몫 하지만 외국어를 미리 배우기 위한 이유가 크다”며 “특목고 설립 자체가 인문계와 다른 교육을 하기 위해서인데 이를 이유로 폐지하는 건 말이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 장민주(15·여) 양은 “중학생인 지금이랑 몇 년 전 초등학생일 때 비교해보면 입시제도가 계속 바뀌었는데, 고등학생이 되면 또 어떻게 바뀔지 모르겠다”며 “매번 이랬다 저랬다 헷갈리게 만드는 교육정책이 오히려 부담스럽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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