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독감(AI)이 다시 한 번 번지고 있다. 전북 지역 소규모 농가를 중심으로 발생한 이번 AI는 군산·익산·양산·파주·부산 등에서 광범위하게 나타났다. 더불어 그동안 AI 청정지역으로 알려진 제주에서 처음 발생해 심각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번 AI가 각 지자체에 중간유통상인들이 시장에 유통을 해 오다 교차오염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특히 그간 추운 날씨에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었지만 여름철에 다시 기승을 부리자 AI 상시 발생국이 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상시 감독 체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북 익산의 경우 농가 157곳에서 닭·오리 610만마리를 사육하는 가금류 집산지로 알려졌다. 또 이번 AI의 진원지로 지목된 전북 군산에서 8.2km 떨어진 익산의 농가에서 AI가 발생해 인근 지역에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스카이데일리는 전북 익산을 찾아 여름철 AI의 실태를 현장진단했다.
|
▲ 닭·오리 농장 및 도계장(닭·오리 도살·처리 공장) 등이 다수 밀집해 있는 전북 익산시 소재 전통시장 상인들은 닭·오리 판매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공장에서 손질된 닭·오리는 거리낌 없이 판매되고 있었다. 사진은 전북 익산시 소재 북부시장 ⓒ스카이데일리
최근 조류인플루엔자(이하·AI) 사태로 전국이 떠들썩한 가운데 손질된 닭·오리의 유통에 대해서도 우려감을 나타내는 여론이 일고 있다. AI 지역 내 위치한 도계장(닭·오리 도살·처리 공장) 내에서 닭의 안정성을 파악하는 검사관이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자칫 AI에 감염된 닭이 도살·처리 돼 유통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해당 도계장이 재벌기업인 ‘하림’ 소유 공장이라는 점은 사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유통되는 양도 그렇지만 ‘하림’이라는 브랜드명 때문에 소비자들이 조리 과정에서 경계감을 낮출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전국 각지서 모인 닭·오리 검사 인원 1~2명 불과, AI 감염된 채 손질·유통 가능성 잔존
20일 정부 및 소비자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 30일 AI에 대한 위기경보를 ‘경계’에서 ‘관심’으로 하향 조정했다. 하지만 불과 며칠 후인 이달 초 AI가 재발했다. 정부는 결국 지난 6일 AI 위기경보를 다시 ‘심각’ 단계로 격상시켰다.
‘심각’ 단계 조치는 여러 지역에서 AI가 발생해 전국으로 확산될 우려가 있을 때 내려진다. ‘심각’ 단계 수준에서는 △전국 닭·오리 판매 재래시장 폐쇄를 포함한 전국 닭·오리 일시 이동 제한 실시 확대 검토 △전국 통제초소 및 소독장소 설치 △전국 축산농가 모임 행사 금지 △정부 합동 담화문 발표 등이 이뤄진다. 이 외에도 정부당국은 AI 발생 농장과 함께 반경 500m, 3km 이내 농장의 닭·오리에 대해 살처분·출하금지 조치를 취한다.
하지만 닭·오리의 도살·처리 과정에서는 허술한 관리·감독이 이뤄지고 있어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통상적으로 닭·오리들은 도계되기 전 항생제 잔류 검사 및 기타 질병검사가 이뤄지지만 이를 실시하는 검사관의 숫자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검사가 이뤄질 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도계된 후의 닭·오리는 아무런 제재 없이 시중에 유통된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은 더해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이하·농림부) 측은 도계장에 들어오는 닭·오리는 철저한 검사가 이뤄진 후 도계되기 때문에 유통되더라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농림부 관계자는 “도계장 내에서 수의사인 검사관들이 검사를 통해 감염되지 않은 닭·오리만 도계를 허용하고 있다”며 “농장에서 출하 될 때부터 도계 직전까지 검사가 이뤄지기 때문에 도계가 실시된 닭·오리 등은 유통을 허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 자료 : 농림축산식품부 ⓒ스카이데일리
하지만 관련 지자체에 문의해 본 결과 도계장 내 검사관 숫자는 도계되는 닭·오리의 숫자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북도청 관계자에 따르면 익산 내 3곳의 도계장에는 규모에 따라 1~2명의 수의사 검사관들이 상주하고 있다. 전북도청 관계자는 “도에서 파견된 검사관들이 24시간 주야로 나눠 순환 근무를 하고 있다”며 “검사 보조원들이 3곳에 배치돼 검사관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3곳의 도계장 중에는 국내 최대 육가공기업인 재벌그룹 하림의 공장도 포함돼 있다. 하림과 계약한 도계장에서는 하루 50만 마리를 도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50만 미라나 되는 닭·오리를 최대 2명의 검사관이 보조원의 도움을 받아 검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제대로 된 검사가 이뤄지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전문가들 역시 이 부분에 대해 상당한 우려감을 보였다. 서상희 충남대 수의학과 교수는 스카이데일리와 통화에서 “검사라는 게 솔직히 간이 검사 아니겠느냐. 근본적으로 국가가 바이러스를 제대로 검사하고 전문가들이 검증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림 본사 계약 닭·오리 농장, AI의심신고 없지만 향후 행보는 ‘불투명’
축산업계 및 익산시 등에 따르면 하림 본사 인근 지역에는 농가 81곳에서 육계 470만 마리가 길러지고 있다. 이들 모두 하림과 계약한 상태다. 아직까지 이들 계약농가에서는 AI 의심신고가 들어오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 2차 확산에 대한 우려는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월에도 약 6년여 만에 하림 계약농가에서 AI 의심신고가 들어온 적 있다.
서상희 교수는 “정부가 AI는 철새에 의해서 옮겨진다고 말하지만 이미 우리나라 닭·오리 농장에는 AI 바이러스가 남아있을 가능성이 상당하다”며 “더욱이 도계장으로 운반되는 과정에서도 오염 발생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AI 검사는 정밀 검사가 아니고 육안으로 증상이 있나 없나 보는 것이다”며 “국내에서는 계절적으로 여름철에 임상 증상이 적게 나오고 잠복기가 있으면 육안 검사로 잡히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에 드러난 AI 바이러스는 H5N8형으로 최대 21일의 잠복기가 있어 증상이 바로 나타나지 않아 발견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겨울이나 여름을 가리지 않고 1년 내내 발생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작 하림 측은 이번 AI 사태에 대해 안이한 인식을 드러냈다. 하림 관계자는 “(이번 AI는) 일반 소규모 농장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하림과 전혀 상관이 없다”며 “현재 상황에서는 하림 계열 농장에 AI가 걸린 곳도 없고 방역 등을 강화하면서 철저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살아 있는 닭·오리 유통금지, 허술한 검역 논란 휩싸인 도계장 거치면 유통 가능
전북 익산시에서 스카이데일리가 만난 닭·오리 농장주들과 유통업자들은 AI에 따른 타격이 심각하다고 토로했다. 익산시는 지난 5일부터 AI 양성 판정을 받은 사육농가 5곳의 닭·오리를 살처분 했다.
▲ 전북 익산에 위치한 국내 최대 규모 육가공업체 하림 공장에서는 전국의 닭·오리 등이 모였다가 도계 된 뒤 다시 뿔뿔이 흩어진다. 해당 공장 내에는 검사관의 숫자가 턱없이 부족해 도계된 닭·오리 등의 안정성에 의구심이 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위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익산시 내에서 AI가 발생한 한 농가 앞과 AI 발생으로 닭·오리가 살처분 돼 텅 빈 축사, 전북 완주군 삼례시장 안에 있는 닭·오리 판매 점포 ⓒ스카이데일리
AI 양성 판정을 받아 기르던 닭·오리를 살처분 한 농가 인근에는 적막감이 감돌았다. 농장주의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방역복을 입고 농가 앞을 소독하던 익산시 관계자는 “농가 주인이 잘못한 것도 아닌데 괜히 닭을 사들여 와서 후회스럽고 동네 창피하다며 밖을 나오지 않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농장을 찾았다. 사육장 안은 닭·오리 특유의 냄새만 남은 채 텅 비어있어 썰렁한 모습이었다. 이곳 농장 주인은 차가운 말투로 “이곳에 찾아온 이유가 뭐냐”고 물었다. 이어 “우리도 피해자다”며 “더 이상 뭐라고 할 말도 없다”고 말했다.
현재 익산시에 위치한 전통시장 등에서는 살아 있는 닭·오리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정부는 지난 12일부터 오는 25일까지 2주 동안 전국적으로 살아 있는 닭·오리 등 닭·오리에 대한 유통금지 조치를 내렸다.
익산시 북부시장에 있는 닭·오리 판매점 상인 최미영(가명·45·여) 씨는 “여기서 살아있는 닭·오리를 판매할 수 없다”며 “지금 유통업자들이 아예 거래를 하지 않는데다가 함부로 팔다가 적발되기라도 하면 큰일 난다”며 손사래를 쳤다.
익산시에서 차량으로 20분 이내 거리에 위치한 전북 완주군 삼례시장에서도 살아있는 닭·오리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 시장은 평소 살아있는 닭·오리 판매가 활발히 이뤄지는 곳으로 유명하다. 닭·오리 등을 철장 안에 넣어 뒀다가 즉석에서 도계를 실시한 뒤 생닭·오리를 손님에게 팔았었다.
현재는 과거와는 다른 분위기를 풍겼다. 상인들의 반응은 민감했고 냉담했다. 익명을 요구한 삼례시장 토종닭 판매 상인은 “이제는 팔수도 없는 걸 어쩌겠느냐”며 “옆에 있는 가게도 장사가 되지 않아 일찍 문을 닫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두 시장에서는 도계 된 닭·오리는 버젓이 판매되고 있었다. 도계장 내에서의 허술한 검역의 심각성이 다시한 번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한 시장 상인은 “도계된 닭·오리는 유통업자로부터 공급받지만 처음 출처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알려진 바 없다”고 귀띔했다.
후원하기



























